순례 최장거리 30km 완보, 행선 회향 D-1 목전에 둬
사찰에서 재(齋)를 올릴 때 법주 스님을 도와 경전을 읊고 목탁을 치면서 향, 꽃, 차를 올리는 스님이 있다. 뒤편에서 자잘하고 수고스러운 일을 하는 바라지 스님이다. 뒷바라지의 유래인 스님의 바라지처럼 한국불교 중흥불사인 상월결사 인도순례에는 순례를 바라지한 이들이 있다.
바로 상월결사 인도순례 운영지원단(단장 박기련)이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회주 자승 스님 아래 총도감 호산 스님이 총괄을 맡고 순례단(단장 원명)과 운영지원단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운영지원단은 상황실(윤승헌), 행정실과 함께 현장 업무 지원인 순례팀(나인성 박창현), 숙영 행사팀(이상종 류승철 임동환), 의무팀(김명숙 김응중 김광기 곽범석 성낙진), 의전팀(정웅채 김우진), 기록(석보원), 통신(라원준)으로 구성돼 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 운영지원단이 순례단 행선을 지원하는 것은 큰 배가 항해하는 것과 비슷하다.
심야시간 행선하는 부분은 마치 야간 항해에 나가 있는 것과 같아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부분이다. 인도의 심야시간에는 트럭 등 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과 야생들개 및 마을개들로 인한 사고, 좋지 않은 도로 사정으로 인한 실족 등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100여 명의 인원이 움직이기에 행렬이 늘어지거나 너무 좁혀져도 위험해진다. 사전에 답사한 대로 시간 준수를 하지 않으면 인도인들이 기상하여 생활하는 시간대에 행선을 많이 하기에 위험해진다.
순례단이라는 큰 배의 선장인 회주 자승 스님의 지시 하에 가장 위험한 일은 항해사와 같은 박기련 지원단장(동국대 건학위 사무총장)이 직접 맡는다.
배의 가장 뒤편에 위치한 조타실에서 전체를 조망하듯 행선하는 순례단 후미에서 뒤편에서 오는 차량과 상황을 무전으로 알린다. 항해사처럼 행선 총괄 뿐만 아니라 대열의 질서, 규율의 유지, 안전관리 등 행선의 기본사항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도 박 단장의 몫이다.
순례단 가장 앞에서는 조타수와 같은 윤승헌 상황실장(동국대 건학위 대외협력과장)이 행선 대열의 위치와 방향키를 담당한다. 그는 상월부처님 이운 지원과 함께 선두 상황도 계속 전한다.
순례단의 가장 앞에는 운영지원단 1번과 2번 차량이 있다. 앞에서 교통을 통제하는 콘보이와 소통하고, 정해진 대로 순례단을 이끄는 차량이다. 여기에는 배를 인도하는 도선사와 같은 나인성 순례팀장(대승투어 이사)과 박창현 팀원(대승투어 과장)이 각각 타고 있다. 이 차량들은 답사한 장소에 먼저 도착하여 상황을 전파하고, 휴식 등 상황을 챙기거나, 인도경찰의 순례단 콘보이들과 소통하여 순례단이 무사히 경로대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회주 스님 주변에는 선박 무전수나 기수와 같은 이들이 회주 스님의 지시와 박기련 운영지원단장 등의 무전상황을 재빠르게 알린다. 새벽에는 정웅채 의전팀장을 비롯하여 김우진 팀원이 외호하며, 낮에는 라원준 통신원이 통신을 맡는다. 순례단 중간 중간에는 갑판원처럼 현지 스태프들이 순례단의 행선을 돕는다.
행선에서는 돌발상황이 많다. 예고없이 순례단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마을주민들이나, 현지 답사 당시에는 드러나지 않은 노상의 문제, 체력저하로 인한 사고나 이탈문제 등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순례 39일간 한 건의 사건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행선을 지원하는 지원단이 얼마만큼 치밀하게 준비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사전답사와 3년간 국내순례를 통해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숙소에서 숙식한 다음 날에는 행선 거리를 길게 잡고, 숙영이 오래 진행될수록 행선 거리를 조금씩 줄인다. 여기에 매일 회의로 보고하고, 회주 자승 스님의 지시에 따라 미세하게 조정한다.
휴식시간도 마찬가지다. 순례단의 체력, 의료상황을 매일 점검하여 행선 속도와 휴식 간 시간을 조정한다.
인도정부 및 주정부, 한국 외교부와 소통하며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순례단의 행선을 보다 원활하게 하고 있다. 답사 때는 없었던 길이 생기거나, 가로등이 설치되거나 하는 등이 그것이다.
100여 명이 생활하는 숙영지 마련에 8시간
순례단이 행선을 시작하면 숙영행사팀에게는 또 다른 과제가 부여된다. 순례단이 떠난 자리를 청소하고, 짐 등을 챙겨 다음 숙영지로 옮기고, 숙영지를 만드는 일이다. 숙영지에는 기본적으로 개인텐트를 비롯하여, 식당, 샤워장, 화장실이 설치된다. 지역주민들이 일부공간을 제공하더라도, 100명이 넘는 이들이 40여 일간 생활을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숙영행사팀의 관건은 순례단의 기본적인 숙영 공간인 텐트 설치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짧다. 순례단이 행선을 시작하는 시간은 새벽 2시, 도착시간은 거리와 행선 속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이뤄진다. 8시간 가량 동안 이들은 기존 숙영지 철거부터 사전에 협조된 장소로 이동하여 숙영지 설치를 완료하여야 한다.
숙영행사팀은 당초 숙영팀과 행사팀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숙영팀은 유승철 팀장을 중심으로, 임동환 씨가 현지 스태프들과 함께 일을 맡았다. 하지만 높은 업무강도로 인하여 도움이 필요했고, 결국 많은 경험을 지닌 이상종 행사팀장이 숙영행사팀에 투입되어 숙영행사팀장을 맡게 됐다.
숙영지를 꾸리는 일은 단순히 시설 설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현지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현지스태프를 강하게, 때로는 어르고 달래어 부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힌두교 사원에서 숙영시에는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는 이들이 있다. 숙영지 설치 때 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비켜주도록 유도하는 일 등이 추가로 생긴다.
간혹 순례 거리가 짧아지는 때가 있다. 출근 시간 안전문제로 파트나대교 행선이 불가하여 차량에 탑승했던 2월 28일 등이다. 이럴 때면 정웅채 의전팀장을 비롯하여 김우진 의전팀원도 숙영지 마련을 돕는다.
숙영행사팀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텐트 설치였다. 협찬받은 텐트의 경우 폴대가 약하여 이른바 수수깡텐트로 불렸다. 텐트를 버릴 수는 없고, 부러진 폴대를 재조립하여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이들이 도맡았다. 플라스틱과 합성섬유로 이뤄진 폴대를 빼고 다시 끼우며 이들의 손에는 상처가 자욱해졌다.
부처님 성지에 도달할 때면 이들의 일은 더욱 늘어난다. 다음날 있을 행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샤르나트, 보드가야, 라지기르, 바이샬리, 룸비니, 쿠시나가르, 그리고 하루 남은 쉬라바스티까지 답사를 통하여 현지 관계자와 소통하고 동선을 점검, 일정을 확정해야 했다.
하루 70여 치료의 아찔한 고비 넘겨
순례단이라는 큰 배가 오랜 항해를 떠난 것과 같기에 이 배에는 의료팀도 꾸려져 건강을 책임진다. 김명숙 의료팀장(동국대 의료원 대외협력팀장)은 순례단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동국대 일산병원의 김응중, 곽범석, 성낙진, 김광기 교수 등이 지원하고 있지만, 순환지원 특성상 이들의 도움보다 의료팀장이 직접 환자를 챙길 때가 많다.
행선 때는 순례단 후미에는 김명숙 의료팀장이 탄 앰뷸런스가 따르며, 환자 발생시 바로 치료한다. 숙영지에서는 물집을 비롯하여 피부염 등 다양한 환자를 치료하느라 바쁘다. 순례 초중반 하루 치료건수가 70여건에 달하는 아찔한 순간도 발생했다.
이러한 순례단과 운영지원단의 희노애락은 석보원 기록원(동국대 박사과정)이 기록하고 있다. 석보원 기록원은 순례단과 함께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기자단이 그날 그날의 주제에 맞는 사진과 영상 촬영을 한다면, 석보원 기록원은 순례단 개인 인물과 공식 사진 등을 담당한다. 마치 항해기록원이 항해일지를 남기 듯 매일 회의록을 작성하고 있으며, 각종 행사의 서류 작성 및 보관 등도 담당하고 있다. 기록을 남기는 일은 당일 꼼꼼하게 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순례단이 잠이 든 시간까지도 업무를 진행하는 고된 일이다.
운영지원단은 동국대 건학위원회와 조계종 총무원 사업부, 동국대 의료원, 대승마야투어 등 다양한 곳에서 지원하거나 차출된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 소속이 다르지만 상월결사 인도순례라는 대작불사를 뒷바라지하여 함께 한국불교 중흥을 이루겠다는 원력으로 정진하고 있다.
이 같은 사부대중의 노력으로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한국불교 사상 초유의 부처님 성지 행선 회향을 앞두고 있다.
한편, 3월 19일 순례단은 쉬라바스티 천도재의 원만 진행을 위해 이날 행선거리를 늘려 서드와푸르부터 발람푸르 루랄까지의 순례기간 최장거리 30km를 완보했다. 3월 20일 순례단은 행선 회향의미로 쉬라바스티 기원정사에서 현지시각 오전 9시 다례·천도재를 진행하며 오후 5시 30분 소감발표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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