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라는 게 참 허망해. 내 뜻은 그게 아니었는데 듣는 사람마다 제 처지에서 헤아려 듣거든. 또 말을 하다 보면 어느새 삼천포로 빠지기 쉽구. 그래서 난 말하는 게 별로야. 그렇지만 글은 달라요. 글을 쓰노라면 생각이 정리되고 틀림없는 목소리를 낼 수 있거든. 그러니까 글은 이백 프로라도 책임지겠지만 말은 책임 못 져.”법정 스님이 남긴 말씀이다.끝없는 관심이에요사랑 없는 사람은불법을 헤아릴 수 없어요글로 쓰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 뿐 아니라, 생각을 다듬어 간추릴 수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나를 찾아가는 기도와도 이어진다면
“어째서 법정 스님 책을 자꾸 주느냐? 강원도에 홀로 사는 분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2006년 스승 잠언집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선배에게 건네고 나서 들은 말이다. 이 말이 오십 평생 일기도 쓰지 않던 내게 글을 쓰게 만들고 작가란 소리를 듣도록 했다.‘이웃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옹근 수행은 없다며 마음과 세상,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 아우르도록 일깨워온 어른한테 어떻게 이런 소리를 할 수 있지?’싶어 떨떠름했다. 그러나 곱씹어보니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사람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묵은 살림을 버리고 떠
“고고하고 향기롭게 살다간 법정 스님은 연꽃보다는 난초에 견줘야 하지 않겠느냐.”2012년 도법 스님이 법정 스님과 인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한 말씀으로, 존경하더라도 비판할 일이 있으면 비판해야 한다고 하면서 내놓은 말씀이다.작은 몸짓 큰 살림 구성행보리심으로 사랑 전달코로나 어려움 극복하자“이제,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이 남긴 무소유 환상에서 벗어나야 해요. 한국불교는 대승불교다. 대승불교 세계관과 정신에서 나온 불교인 상이 보살인데, 보살 상징이 연꽃입니다. 연꽃은 피고름이 뒤범벅된 진흙탕에 뿌리내리고 아름다운 꽃과 향기
“원각도량하처(圓覺道場何處) 현금생사즉시(現今生死卽是)”해인사 법보전 기둥에 걸려 있는 법문이다. 석두 스님이 깨닫고 나서 지었다고 알려진 글로 스승인 남전 스님이 나무에 새겨 걸었다고 한다.사람들은 흔히 ‘원각’을 깨달음이라 풀어 “깨달음은 어디 있는가? 나고 죽는 이곳이 바로 그 자리”라거나 “깨닫는 도량은 어디 있는가? 나고 죽는 이곳이 바로 그곳”이라고 푼다. 그러나 이 말씀을 볼 때마다 전율이 흘렀다는 법정 스님은 ‘종교 본질이 무엇이고 그 설 자리가 어디인가?’라고 받아들여 “부처님 계신 곳이 어디인가. 지금 그대가 서
“깨달음과 닦음에 완성이 있을 수 있을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제품이라면 완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신세계에 있어서 완성이란 우리가 두고두고 들이 캐야 할 이상이지 현실은 아니다.”1990년 절집 안에서 돈오돈수가 옳으니 돈오점수가 맞느니 하며 입씨름이 한창일 때 법정 스님이 ‘깨달음과 닦음’이라는 제목을 가진 글에서 남긴 말씀이다.닦음은 ‘거듭 행함’ 의미자비실천행은 끝이 없다마음을 닦아 자성 성불을1981년 성철 스님이 〈선문정로〉를 펴내면서 돈오점수가 “틀렸다!” 외치면서 이른바 돈점 논쟁이 불붙는다. 성철 스님은 돈오
“저거 왜 달았어?”“모르겠습니다.”“떼어요.”“스님들이 붙이신 걸 제가 어찌 떼겠습니까?”1999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길상사에 오신 법정 스님과 한 거사가 극락전 앞 처마에 걸린 커다란 연등에 달린 ‘법정 대화상’이라는 꼬리표를 보며 나눈 말이다. 스승은 거사가 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그 꼬리표를 떼어냈다. 등에 이름표를 다는 것을 못마땅했을 뿐 아니라 세상에 큰 스님, 작은 스님이 어디에 있느냐고 말씀하던 어른이었으니 ‘대화상’이라는 말도 거슬렸을 터이다.이보다 세 해 전,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BTN 대담에서 이런 말
들과 뫼가 파르라니 물드는 오월이다. 자연의 달이라고 불러야 마땅한 오월에, 사람들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을 들어앉히고는 가정의 달이라 한다.우리에게 가정은 무엇인가? 법정 스님은 “가정이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 이해와 사랑으로 엮인 영원한 공동체다. 가정은 우리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 우리가 없으면 우리를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곳, 우리가 우리 자신이 될 수 있고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아늑하고 따뜻한 보금자리(1995)”라고 말씀했다.부처님 공양 마음가짐주변인 대함과 같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태 전, 4월 27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이 손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녘으로 건너갔다가 돌아올 때 가슴 벅차오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같은 해 9월, 15만 평양시민 앞에 선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더는 전쟁은 없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오천 년을 함께 살고 칠십 년을 헤어져 살았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지난 칠십 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라고 외쳤다.법정 스님, 평화운동 강조자비, 평화 실천윤리 제시북한과의 협력의지 재확인그때만 하더라
한 사람씩 내놓은 뜻이 이 사회를 이뤄4·15 총선을 앞두고 있다. 이번 총선이 지난 총선들과 두드러지게 달라진 것이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18살로 낮아진 선거 나이’다.민주주의 선거 중요성불교 ‘칠불쇠법’서 전해개체에서 전체로의 힘대중 지혜 발현 이어져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정당에 국회 문턱이 낮아지며 다당제 문이 열려, 정치가 ‘대결’에서 ‘대화’로 갈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제1야당이 법이 지닌 허점을 파고들어 위성 정당을 만들고 여당도 따라 위성 정당을 만드는 바람에 무늬만 다당제가 되고 말 것이란 소리가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어수선한데 종교가 거들고 있어 한 걱정들이다. 확진 환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사람이 신천지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다. 또 코로나가 잦아들 때까지 종교 모임을 하지 말아 달라는 데도 예배 멈추지 않은 교회에서 다시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이며 어떻게 종교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까.종파선 종교 내다봄 사라져본질과 보편성 바로 보아야종교의 장점 받아 들인다면내가 의지하는 종교 넓어져법정 스님은 말씀했다. “분명히 알아야 한다. 종교나 신앙이 절에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성당이나
위기, 끝없는 위험으로 몰아갈지 기회로 만들지는 우리 몫.변종 바이러스 코로나19로 나라가 온통 쑥대밭이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피해가 크다. 외신은 우리나라 피해가 그토록 크게 두드러진 까닭이 높은 의료수준에 행정이 열려있기 때문이라고 도두본다. 고마운 일이다. 어려운 가운데 마음 놓인다. 그렇다고 고통과 두려움이 가시지 않는다.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것은 환자뿐만이 아니다. 여느 사람들도 여간 고통스럽지 않다. 바이러스가 옮을까 봐 걱정스러움을 넘어 생계가 왔다 갔다 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닌데 이 사태가 언제 가라앉을지
“내가 어떻게 가는지 봐라”하고 말씀하던 스승은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롭게’에 주어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드러내는 데에 쓰도록 해 달라”는 뜻을 남기며 시공간을 버리셨다.2월이면 인세 달라는 스님어려운 대학생에 학비 전해방송서 사연 나오면 사라져드러내지 않고 성금도 전달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빚는 데 써달라고 말씀하고 길을 떠난 스승. 살아계셨을 때는 어떻게 하셨을까를 짚으면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스승 뜻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살펴본다.인세는 다 어디로 갔을까?
“뭔 중이 시답지 않게 글이나 쓰고 있어.” 법정 스님이 씨알의 소리나 샘터, 신문에 글을 써서 사람들이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로 볼 수 있도록 아우를 때 선방 수좌들이 입에 올린 말이다. 도법 스님은 “부모가 죽어도 난리가 나도 쳐다보지 않고 수좌는 오로지 참선하여 끝내 깨달아야 한다며 죽자고 매달릴 때였다. 그때 정서로는 용납되지 않았다”고 돌아본다.71년 4월 군부독재에 항거민주수호국민협의회 참여글 하나하나 시국의식 담겨60년대와 70년대에 스승이 던진 말씀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얼음 선사라던 스승 말결이 세태를 비판하되
지난번에는 ‘무소유’를 간추린 ‘소유한다는 것은’을 보며 이야기 나눴다. 이번에는 무소유를 넓고 깊이 새겨 품으려는 마음으로 를 펼친다.“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 적에서 사라져 갈 때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것저것 내 몫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일상에 소용되는 물건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꼭 요긴한 것들만일까? 살펴볼수록 없어도 좋을 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우리는 필요에 따라서 물건을 가지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
이른 아침, 스승 말씀이 담긴 책들이 꽂힌 책꽂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좁다란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등에 적바림되어있는 ‘법정잠언집’이란 글이 눈에 들어온다. 잠언이라고 적힌 글들을 보면 다 좋은 말이던데 잠언이 뭘 가리키는 말일까 싶었다. 찾아보니 ‘잘못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이르는 말’ 또는 일깨우는 말을 가리키는 말로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과 다름없다.잠언이 지닌 뜻을 헤아리고 나서 이 책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를 펴니 바로 ‘소유한다는 것은’이란 꼭지가 드러난다. 사실 나는 스승이 이토록 간추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