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기르부터 날란다대학터 거쳐 케웨이까지 28km행선
불교학 新舊현주소 살피다
新날란다대학서 공양 올려
비랍 학장 “이런 순례 최초”
두 수제자 향훈서린 날란다
스승 모시고 도반으로 행선
부처님 열반 여정따라 정진
지혜의 상징인 ‘연꽃이 있는 곳’의 나란타(那爛陀)로 음사되는 인도 날란다대학은 불교학의 중심지로 불교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꿈의 장소였다. 수많은 구법승들이 이 곳을 향해 길을 떠났고, 현장 스님도 마찬가지였다. <대당서역기>를 지은 현장 스님(602∼664)은 천산북로를 이용해 3년을 걸어 인도 날란다대학에 도착했다. 현장 스님의 목숨을 건 구법(求法)행 결과 중 하나인 <대당서역기>로 인하여 정글에 묻혀 잊혀진 날란다대학은 후대에 발굴된다.
5세기부터 12세기까지 7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수천명의 승려와 학자 등 1만여 명이 머물렀던 그 곳, 부처님이 즐겨 찾았고, 사리풋다와 목갈라나 두 상수제자의 고향이기도 한 그 곳에 상월결사 인도순례단(회주 자승)이 당도했다.
불교의 역사는 구법과 전법의 역사다. 목숨을 건 구법행과 이를 전하기 위한 전법행이 없다면 불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옛 스승인 구법승들이 그랬듯, 순례단 또한 직접 두발로 걸어 그 역사의 현장에 함께 했다.
라지기르의 숙소에서 출발한 순례단은 약 16km를 걸어 ‘나바 날란다대학’(Nava Nalanda Mahavihara)에서 아침공양을 진행했다. 당초 이날 아침공양은 ‘Ruin of Nalanda’로 표기되는 옛 날란다대학터 인근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도정부가 운영하는 ‘나바(新) 날란다대학’에서 순례단에게 특별히 공양을 올리고 싶다는 요청을 보내 전날 공양장소가 변경됐다.
나바 날란다대학은 인도 초대 대통령 라젠드라 프라삿드 박사가 1951년 옛 날란다대학의 명성을 되살리고자 발의하여 날란다대학터 옆에 세워졌다. 불교전문대학으로 다수의 석‧박사 과정학생들이 인도 고대사와 불교학을 공부하고 있다.
나바 날란다대학에서 준비한 공양은 단촐했지만, 보여준 정성은 뜻깊었다. 강당을 비우고 비랍 학장과 교수들이 정문까지 나와 순례단을 맞이했다.
비랍 학장은 “한국에서 100여 스님과 재가자들이 직접 걸어 불교학 터전이었던 이 곳에 방문하신 것은 최초”라며 “이 뜻깊은 순례에 공양을 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순례단에 아침공양을 올린 그들에게 회주 자승 스님은 팔만대장경판을 본따 만든 기념품을 선물했다.
이날 순례단은 안타깝게도 날란다대학 유적지를 살펴보지는 못했다. 유네스코 유적인 관계로 오전 9시부터 문을 여는 터라 행선 시간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7시경 아침공양 후 순례단은 新날란다대학을 둘러보고 옛 날란다대학터를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날란다대’ 있게 한 사리풋다‧목갈라나
후대 번성한 날란다대학의 명성이 부각되지만 부처님 생전에도 날란다 지역은 왕사성으로 향하는 무역로에 위치해 번영을 누리던 곳이었다. 특히 이 곳은 ‘사리불’과 ‘목건련’으로 음사되는 사리풋다와 목갈라나 두 상수제자가 태어나고 입적한 곳이기도 하다.
모든 진리의 길에는 외도가 꼬이기 마련이다. 부처님 재세시 왕사성에는 데바닷타를 추종하는 무리가 그러했고 이들은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장외도(執杖外道)로 승단을 자주 위협했다고 한다.
상수제자인 사리풋다와 목갈라나는 그들의 표적이었다. 심한 몽둥이질에 팔다리 뼈가 부러지고 살점이 찢겨 나간 목갈라나에서 도반인 사리풋다가 다가가 ‘왜 신통력을 쓰지 않았는가’라고 하자 목갈라나는 오히려 자신의 업으로 돌렸다. 출가도 같이 하고 깨달음도 같이 얻은 이 둘은 부처님께 허락을 받은 뒤 사리풋다는 날란다에서 설법 후, 목갈라나는 조금 떨어진 코리가에서 입적했다.
이후 사리풋다의 스투파가 날란다에 형성되고 이 주변 승원을 바탕으로 발전한 것이 날란다대학이니, 숭고한 상수제자의 뜻이 후대에 이어졌음이다.
순례단 또한 이들의 의지를 잇고 있다. 부처님을 모시고 반목과 질투 없이 서로를 존경하고 아끼면서 당시 승단을 헌신적으로 이끌었던 그들처럼, 스승을 모시고 함께 돕고 존중하며 순례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행선 후반에는 우바이와 우바새가 부처님을 이운했다. 우바이 이태경, 성계순, 정유림 불자와 우바새 정충래, 주윤식, 이영규 불자가 차례로 10km 가량 부처님을 안고 이운했다.
이날까지 순례단이 이동한 거리는 401km, 부처님과 그 제자들의 향훈이 남아 있는 날란다에 이어 부처님 열반의 여정을 따라 순례단은 계속 정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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