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사부터 지기나마피까지 27km 행선, 인도 불자 정성과 눈물
모든 생명은 존귀하며 평등하고, 그에 따라 행복할 가치를 지닌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설하신 부처님. 그 부처님이 설하신 가르침을 쫓아 부처님 나라 인도에서 정진하고 있는 상월결사 인도순례단(회주 자승)이 3월 17일 부처님 가르침이 희망으로 변한 곳을 다시 한번 찾았다.
새벽 2시부터 행선을 시작한 순례단은 두 번째 휴식장소로 데바루아 마을에 당도했다. 이날 순례단의 쉼터는 다른 곳이었지만, 마을 주민이었던 마누스 쿠마르 고톰 씨의 초대로 그의 진료소 앞으로 옮겨졌다.
힌두교 내에서 불가촉천민이었던 마누스 쿠마르 고톰 씨는 불교로 개종한 이후 신분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어려서 공부를 잘했지만 계급의 한계를 느꼈던 그는 델리에서 인도불교소사이어티를 만나 개종했다. 카스트 내에서는 불가촉천민을 의미하는 성을 지녀 어디가든 차별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개종하며 부처님과 같은 고톰(고타마)으로 바꾸고 새 기회를 얻었다.
그는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처럼 데바루아 마을에서 가까운 쿠시나가르를 먼저 도보로 순례했다. 이 곳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본격적으로 접하고 발심한 그는 네팔 룸비니 등도 순례했다. 순례하며 그는 의사가 되기를 발원했고 이후 의학공부를 열심히 하여 꿈을 이뤘다. 의사로서 더 많은 영화를 누릴 수 있었지만 그는 불가촉천민인 고향주민들을 돌보기 위해 내려와 진료소를 차렸다. 20년간의 삶을 지켜본 아들 하르 세라지 고톰(20) 씨도 아버지의 뜻을 쫓아 현재 델리대에서 의학을 배우고 있다. 이날은 아내와 14살 된 둘째 아들 원스 라지 고톰과 함께 환영 나왔다.
마누스 쿠마르 씨는 “개종 전에는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평등을 설하신 부처님 가르침을 쫓아 불교를 믿게 되고 나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며 “불자로서 한국에서 순례단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꼭 우리집에 모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와주신 것만으로도 너무나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누스 쿠마르 씨를 비롯한 인도 불교소사이어티(The Buddhist Society of INDIA) 회원들은 우리네 카카오톡과 같은 와츠앱을 통하여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소식을 공유하고 있다. 인도 현지 신문부터 각종 매체 소식을 서로 전하고, 순례단의 위치도 소통한다. 이에 따라 데바루아 마을 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주민들까지 3일 전 이 권역으로 순례단이 행선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3월 16일 숙영지 위치도 확인했다. 꽃 등 공양물을 사느라 늦어 이날 저녁예불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순례단의 도착시간을 계산하여 다시 새벽 3시에 모였다.
순례단이 쉬는 동안 인근 마을불자들이 더 모이고 이들은 불교기를 들고 순례단의 행선에 동참했다. 조금 더 가자 마을 중심부에서는 부처님상을 모시고 꽃목걸이를 들고 순례단을 기다리는 같은 마을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순례단에 4100루피를 공양올렸다.
불자인 수바스 보드 씨는 “스님들에게 공양 올리기 위해 이웃마을까지 연락을 하여 모였다. 기회가 되면 집으로도 모시고 싶지만 이렇게 나마 공양 올릴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순례단은 행선을 거듭하여 싯다르트 나가르 지역의 지기나마피 마을에 도착했다. 싯다르트 나가르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땅’라는 이름처럼 각 마을마다 불교기가 걸린 법당이 있어 순례단의 환희심을 더하게 했다. 지기나마피 마을에는 인도 불교소사이어티 불자들이 대거 나와 순례단을 환영했다. 불교소사이어티는 뭄바이에서 1956년 창립됐으며, 싯다르타 나가르 지역에서는 2002년 대규모로 개종이 일어나며 지회가 설립됐다. 대부분 불가촉천민 출신이 개종하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닐 쿠마르 고탐 지회장은 “불자로서 불자들이 방문하면 환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 곳에 스님들이 오셔서 감사하다. 특히 순례단 방문으로 현지 주민들의 불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아닐 쿠마르 지회장은 “인도에는 부처님 성지가 있지만 정작 불자들은 적다. 하지만 순례단이 마을을 다니며 불교를 알리면 '외국에서도 이렇게 부처님을 쫓아 순례 오는데, 인도 사람이면서 믿지 않는다는게 말이 되냐'는 생각이 퍼진다. 순례단의 순례는 분명히 인도에서 불교가 전파되는데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숙영지에 천막을 치고, 외벽을 만드는 등 정성을 다했다.
라데 시암 고톰 지회 재무담당도 “숙영지 자리를 어제 미리 와서 보고 환영 준비를 했다. 오늘 많은 곳에 연락하여 저녁예불에 인근 마을 불자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순례단 지역 방문은 우리에게도 환희 그 자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저녁예불에는 상월결사 인도순례 사상 최대 인원인 2500여명이 참여하여 장관을 이뤘다. 인도불교소사이어티 불자들을 비롯하여 각 마을주민들이 모인 이날 법회에서 회주 자승 스님은 “주는 것보다 진실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108배를 하는거보다 이 현지인들과 한번이라도 따뜻하게 눈길을 주고, 같이 사진찍으며 교감을 나누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가 40일을 넘게 걸으며 원력을 세웠는데 진정으로는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108배 원력을 교감의 시간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순례단은 준비한 1600개의 단주와 염주, 그리고 라면을 들고 이들과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인도불교소사이어티 불자들은 보시물품이 전달된 후 마을주민들이 돌아간 다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 순례단에 공양물을 올렸다. 이들은 특히 부처님께서 생전 공양을 받았던 쌀을 150kg 들고와 순례단에 공양 올렸다. 이들의 정성에 순례단 스님들은 이들을 격려하며 불심을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비구니 스님들은 인도불교소사이어티 여성들을 어루만지며 함께 눈물 흘리기도 했다.
아닐 쿠마르 보드지 지도법사는 “순례단의 인도순례로 불교가 점점 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스님들이 정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질 것 같다. 인도사람들은 원래 불교도이기도 하기 때문에 세계평화, 행복, 건강 등을 축원하는 순례단을 보며 불교가 지닌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구니 선해 스님은 ”여기에 오신 불자여성분들을 보니 행복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아이들까지 정성껏 차려입히고 온 모습이 마음을 울렸다”며 “여기 오신 분들이 불자들이기에 더 마음이 갔고, 만나는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되니 눈물이 났다. 늘 가는 곳 마다 감동이고 이 감동을 한국의 불자들, 그리고 부처님 가르침을 접하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6일차, 보시·헌공의 지중함을 새기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4일차, 자승 스님 “사부대중이여! 사회 속으로! 대중 속으로 떠나라”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5일차, 원력으로 초유의 ‘인도·네팔 순례길’ 뚫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4일차, 탄생지 룸비니서 불교 새출발 기원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3일차, 印불자, 상월결사 따라 10800km 행선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3일차, 부처님 탄생을 떠올리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2일차, 佛緣맺기 열린법석, 화합 이끌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2일차, 이슬람 마을 ‘위대한 전법자’로 걷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31일차, 부처님 탄생의미 새기며 행선하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0일차, '108원력문' 초안 印부처님 길 위서 공개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0일차, 가장 낮은 자세로, 한걸음씩 정진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29일차, 열반지서 ‘불교중흥’ 발원 공양 올리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28일차, 카쿠타강 손씻자 법비(法雨) 내리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27일차, 공양 공덕 화두로 행선하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26일차, 부처님 열반 빛, 순례단 내리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25일차, 수구초심으로 열반길 걷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24일차, 반결제 맞이 ‘사진으로 보는 순례’ -3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23일차, 반결제 맞이 ‘사진으로 보는 순례’ -2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22일차, 반결제 맞이 '사진으로 보는 순례' -1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21일차, 法燈明 가르침 따라 함께 정진하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20일차, ‘無差의 법’ 설한 곳 가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9일차, 病魔 극복한 순례단 강렬한 의지 확인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9일차, 스승 경책 속 출가 의미 새기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8일차, 케웨이서 수행공동체 도움 받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8일차, 날란다대서 求法 원력을 다시 새기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7일차, 영축산서 법화 가르침 잇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16일차, 위대한 法王의 도시로 향하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15일차, “인도 천민에게 부처님 가피는 바로 '교육'”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4일차, 한국서도 순례단 따라 기도정진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3일차, 분황사서 작별한 강아지 ‘순례’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4일차, 보드가야 감동의 서원 “간절히 불교중흥을”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3일차, 꽃비로 장엄된 성도지 부다가야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2일차, 회주 자승 스님이 인도인을 놀래킨 한마디 '친구'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2일차, 사부대중 마음 하나 “불교 중흥”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1일차, 자승 스님 “훗날 이 인연으로 진리 불꽃 피워올리리”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1일차, 부처님 길이기에 아파도 걷는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0일차, 순례단 “생명 존중 위해 걷고 또 걷는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10일차, 불가촉천민에 희망 선사하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9일차, 그들이 새벽 고속도로 위를 걸은 까닭은?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8일차, 부루나존자 처럼 목숨 건 전법행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7일차, 자비심으로 거둬들인 인도강아지 ‘순례’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7일차, 함께 고난 이겨내는 인도순례단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6일차, 부처님 법손 함께 공양 올리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6일차, 석가족이 환대하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5일차 韓‧印 불심, 부처의 길 함께 하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4일차, 인도의 새벽에도 결기 이어지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3일차, 갠지스강서 생사윤회 관하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입재 … 21세기 전도선언 선포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2일차, 자승 스님, 초전법륜지서 "차별없는 정진하자"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 2일차, 사르나트서 불교중흥 염원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8일차, ‘Bhagavan Buddha ki karuna ho’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7일차, 行禪 공덕, 다례·천도재로 회향한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8일차, 불교중흥 상징 ‘霜月부처님’ 한국 간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39일차, 지원단 뒷바라지에 행선 원만회향 목전
- “전법의 길 걷자”… 상월결사 인도순례 도보정진 회향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40일차, 사부대중 함께 가야 하는 이유는?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41일차, 3월 23일 사부대중 원력 결집의 장 열린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41일차, 3월 23일 사부대중 원력 결집의 장 열린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42일차, 상월순례단, 印정부의 부처님 성지 인프라 개발 이끌다
- [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43일차, 순례단의 아름다운 변화 '가슴 뭉클한 감동, 전법 포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