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사부터 지기나마피까지 27km 행선, 인도 불자 정성과 눈물

지기나마피 마을에서 회주 자승 스님을 비롯한 순례단이 인도 불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숙영지로 입장하고 있다. 불가촉천민의 계층을 뛰어넘게 해준 불교가 삶의 희망이듯 순례단은 부처님의 현신 그 자체로 다가온 듯 했다.
지기나마피 마을에서 회주 자승 스님을 비롯한 순례단이 인도 불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숙영지로 입장하고 있다. 불가촉천민의 계층을 뛰어넘게 해준 불교가 삶의 희망이듯 순례단은 부처님의 현신 그 자체로 다가온 듯 했다.

모든 생명은 존귀하며 평등하고, 그에 따라 행복할 가치를 지닌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설하신 부처님. 그 부처님이 설하신 가르침을 쫓아 부처님 나라 인도에서 정진하고 있는 상월결사 인도순례단(회주 자승)이 3월 17일 부처님 가르침이 희망으로 변한 곳을 다시 한번 찾았다.

새벽 2시부터 행선을 시작한 순례단은 두 번째 휴식장소로 데바루아 마을에 당도했다. 이날 순례단의 쉼터는 다른 곳이었지만, 마을 주민이었던 마누스 쿠마르 고톰 씨의 초대로 그의 진료소 앞으로 옮겨졌다.

불교소사이어티 소속 불자들은 공경의 의미로 회주 스님의 무릎에 손을 댔다. 인도에서는 재가불자들이 스님들께 공경의 의미로 발에 이마나 입을 맞추거나 무릎 등에 손을 댄다.회색바탕에 흰점이 있는 옷을 입은 이가 불심이 깊은 수바스 보드 씨다.
불교소사이어티 소속 불자들은 공경의 의미로 회주 스님의 무릎에 손을 댔다. 인도에서는 재가불자들이 스님들께 공경의 의미로 발에 이마나 입을 맞추거나 무릎 등에 손을 댄다.회색바탕에 흰점이 있는 옷을 입은 이가 불심이 깊은 수바스 보드 씨다.
순례단 선두의 부처님을 모신 차량에 예를 올리는 불교소사이어티 소속 불자들
순례단 선두의 부처님을 모신 차량에 예를 올리는 불교소사이어티 소속 불자들
이들은 정성껏 마련한 공양금 4100루피를 순례단에 올렸다. 한국돈으로는 6만 5000원 정도로 농촌 월평균 임금이 13만원 가량인것을 감안하면 이들에게는 큰 돈이다. 불자들이 모연해 마련한 공양금을 총도감 호산 스님이 순례단을 대표하여 이들의 공양을 받고있다.
이들은 정성껏 마련한 공양금 4100루피를 순례단에 올렸다. 한국돈으로는 6만 5000원 정도로 농촌 월평균 임금이 13만원 가량인것을 감안하면 이들에게는 큰 돈이다. 불자들이 모연해 마련한 공양금을 총도감 호산 스님이 받고있다.

힌두교 내에서 불가촉천민이었던 마누스 쿠마르 고톰 씨는 불교로 개종한 이후 신분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어려서 공부를 잘했지만 계급의 한계를 느꼈던 그는 델리에서 인도불교소사이어티를 만나 개종했다. 카스트 내에서는 불가촉천민을 의미하는 성을 지녀 어디가든 차별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개종하며 부처님과 같은 고톰(고타마)으로 바꾸고 새 기회를 얻었다.

그는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처럼 데바루아 마을에서 가까운 쿠시나가르를 먼저 도보로 순례했다. 이 곳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본격적으로 접하고 발심한 그는 네팔 룸비니 등도 순례했다. 순례하며 그는 의사가 되기를 발원했고 이후 의학공부를 열심히 하여 꿈을 이뤘다. 의사로서 더 많은 영화를 누릴 수 있었지만 그는 불가촉천민인 고향주민들을 돌보기 위해 내려와 진료소를 차렸다. 20년간의 삶을 지켜본 아들 하르 세라지 고톰(20) 씨도 아버지의 뜻을 쫓아 현재 델리대에서 의학을 배우고 있다. 이날은 아내와 14살 된 둘째 아들 원스 라지 고톰과 함께 환영 나왔다.

순례단은 이들에게 단주와 108염주를 건네고 쇠고기 스프가 들어있지 않아 힌두교도들도 먹을 수 있는 라면도 선물했다.
순례단은 이들에게 단주와 108염주를 건네고 쇠고기 스프가 들어있지 않아 힌두교도들도 먹을 수 있는 라면도 선물했다.
마누스 고톰 씨(사진 오른쪽 세번째)와 역시 불교도인 그의 아내(사진 오른쪽 첫번째), 그리고 14살된 그의 둘째 아들, 마을 불자들과 수바스 보드 씨.
마누스 고톰 씨(사진 오른쪽 세번째)와 역시 불교도인 그의 아내(사진 오른쪽 첫번째), 그리고 14살된 그의 둘째 아들, 마을 불자들과 수바스 보드 씨.
행선이 다시 시작되고 마을 중심부에서는 부처님을 모시고 순례단을 환송하는 불자들이 나와 기도했다.
행선이 다시 시작되고 마을 중심부에서는 부처님을 모시고 순례단을 환송하는 불자들이 나와 기도했다.

마누스 쿠마르 씨는 “개종 전에는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았다. 하지만 평등을 설하신 부처님 가르침을 쫓아 불교를 믿게 되고 나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며 “불자로서 한국에서 순례단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꼭 우리집에 모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와주신 것만으로도 너무나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마누스 쿠마르 씨를 비롯한 인도 불교소사이어티(The Buddhist Society of INDIA) 회원들은 우리네 카카오톡과 같은 와츠앱을 통하여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소식을 공유하고 있다. 인도 현지 신문부터 각종 매체 소식을 서로 전하고, 순례단의 위치도 소통한다. 이에 따라 데바루아 마을 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주민들까지 3일 전 이 권역으로 순례단이 행선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3월 16일 숙영지 위치도 확인했다. 꽃 등 공양물을 사느라 늦어 이날 저녁예불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순례단의 도착시간을 계산하여 다시 새벽 3시에 모였다.

인도불자들은 불교소사이어티에서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기사와 사진을 공유하며 신심을 키우고있다.
인도불자들은 불교소사이어티에서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기사와 사진을 공유하며 신심을 키우고있다.
인도불자들은 불교소사이어티에서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기사와 사진을 공유하며 신심을 키우고있다.
인도불자들은 불교소사이어티에서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기사와 사진을 공유하며 신심을 키우고있다.

순례단이 쉬는 동안 인근 마을불자들이 더 모이고 이들은 불교기를 들고 순례단의 행선에 동참했다. 조금 더 가자 마을 중심부에서는 부처님상을 모시고 꽃목걸이를 들고 순례단을 기다리는 같은 마을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순례단에 4100루피를 공양올렸다.

싯다르트 나가르 지역을 관통하는 강을 건너는 순례단의 모습.
싯다르트 나가르 지역을 관통하는 강을 건너는 순례단의 모습.
이날 순례는 가는 곳마다 박수와 함께 합장한 인도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을 주민들이 스님들의 행선을 보고 합장하며 예를 올리고 있다.
이날 순례는 가는 곳마다 박수와 함께 합장한 인도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마을 주민들이 스님들의 행선을 보고 합장하며 예를 올리고 있다.

불자인 수바스 보드 씨는 “스님들에게 공양 올리기 위해 이웃마을까지 연락을 하여 모였다. 기회가 되면 집으로도 모시고 싶지만 이렇게 나마 공양 올릴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순례단은 행선을 거듭하여 싯다르트 나가르 지역의 지기나마피 마을에 도착했다. 싯다르트 나가르는 ‘고타마 싯다르타의 땅’라는 이름처럼 각 마을마다 불교기가 걸린 법당이 있어 순례단의 환희심을 더하게 했다. 지기나마피 마을에는 인도 불교소사이어티 불자들이 대거 나와 순례단을 환영했다. 불교소사이어티는 뭄바이에서 1956년 창립됐으며, 싯다르타 나가르 지역에서는 2002년 대규모로 개종이 일어나며 지회가 설립됐다. 대부분 불가촉천민 출신이 개종하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을마다 스님들의 행선을 축원하는 이들이 나와 기다렸다. 
마을마다 스님들의 행선을 축원하는 이들이 나와 기다렸다. 
버스에서 스님들의 행선을 보고 응원하는 인도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버스에서 스님들의 행선을 보고 응원하는 인도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순례단은 이날 많은 환대를 받았다. 특히 지기나마피 마을에서는 불자들이 대거 나와 순례단을 반겼다.
순례단은 이날 많은 환대를 받았다. 특히 지기나마피 마을에서는 불자들이 대거 나와 순례단을 반겼다.

아닐 쿠마르 고탐 지회장은 “불자로서 불자들이 방문하면 환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 곳에 스님들이 오셔서 감사하다. 특히 순례단 방문으로 현지 주민들의 불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아닐 쿠마르 지회장은 “인도에는 부처님 성지가 있지만 정작 불자들은 적다. 하지만 순례단이 마을을 다니며 불교를 알리면 '외국에서도 이렇게 부처님을 쫓아 순례 오는데, 인도 사람이면서 믿지 않는다는게 말이 되냐'는 생각이 퍼진다. 순례단의 순례는 분명히 인도에서 불교가 전파되는데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싯다르트 나가르 지역의 마을들은 이름이 싯다르타의 도시인 만큼 다른 마을보다 불자 비중이 확연히 높아보였다. 마을 어귀의 불교법당, 이슬람사원, 힌두교사원이 공존하는 것이 이채로웠다.
싯다르트 나가르 지역의 마을들은 이름이 싯다르타의 땅인 만큼 다른 마을보다 불자 비중이 확연히 높아보였다. 마을 어귀의 불교법당, 이슬람사원, 힌두교사원이 공존하는 것이 이채로웠다.

이들은 숙영지에 천막을 치고, 외벽을 만드는 등 정성을 다했다.

라데 시암 고톰 지회 재무담당도 “숙영지 자리를 어제 미리 와서 보고 환영 준비를 했다. 오늘 많은 곳에 연락하여 저녁예불에 인근 마을 불자들이 많이 올 것”이라고 “순례단 지역 방문은 우리에게도 환희 그 자체”라고 말했다.

모든 존재의 가치를 알리신 부처님. 불가촉천민의 신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부처님 가르침은 이들에게 삶의 희망이 되고 있다.
모든 존재의 가치를 알리신 부처님. 불가촉천민의 신분을 뛰어넘을 수 있는 부처님 가르침은 이들에게 삶의 희망이 되고 있다. 순례단은 이들에게 또 다른 희망을 선사하며 부처님이 가르침을 펴신 쉬라바스티로 향하고 있다.
인도불교소사이어티 소속 불자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본인의 이름과 수계일 등이 기록된 회원증을 차고 불교머플러를 하고 다닌다. 소수지만 당당하게 불자임을 드러내는 인도불자들을 보며 불자라고 밝히지 않고 지갑에 신도증이나 수계증을 갖고다니지 않는 한국불자들이 한번 생각해볼 지점이다.
인도불교소사이어티 소속 불자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본인의 이름과 수계일 등이 기록된 회원증을 차고 불교머플러를 하고 다닌다. 소수이고 사회적 지위가 낮지만 당당하게 불자임을 드러내는 인도불자들의 모습은 불자라고 밝히지 않고 지갑에 신도증이나 수계증을 갖고다니지 않는 한국불자들이 한번 생각해볼 지점이다.

한편, 이날 저녁예불에는 상월결사 인도순례 사상 최대 인원인 2500여명이 참여하여 장관을 이뤘다. 인도불교소사이어티 불자들을 비롯하여 각 마을주민들이 모인 이날 법회에서 회주 자승 스님은 “주는 것보다 진실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 우리가 108배를 하는거보다 이 현지인들과 한번이라도 따뜻하게 눈길을 주고, 같이 사진찍으며 교감을 나누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가 40일을 넘게 걸으며 원력을 세웠는데 진정으로는 변하지 않았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며 108배 원력을 교감의 시간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순례단은 준비한 1600개의 단주와 염주, 그리고 라면을 들고 이들과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회주 자승 스님이 숙영지를 단장하고, 도움을 아끼지 않은 지역 지도자에게 팔만대장경 기념품을 선물하고 있다. 이날 회주 자승 스님은 인도주민들이 건강을 기원하는 
회주 자승 스님이 숙영지를 단장하고, 도움을 아끼지 않은 지역 지도자에게 팔만대장경 기념품을 선물하고 있다. 이날 회주 자승 스님은 인도주민들이 건강을 기원하는 빈디(이마에 점을 찍는) 공양도 받았다.
회주 자승 스님은 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대표에게도 죽비를 잊지 않고 선물했다.
회주 자승 스님은 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대표에게도 죽비를 잊지 않고 선물했다.

특히 인도불교소사이어티 불자들은 보시물품이 전달된 후 마을주민들이 돌아간 다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 순례단에 공양물을 올렸다. 이들은 특히 부처님께서 생전 공양을 받았던 쌀을 150kg 들고와 순례단에 공양 올렸다. 이들의 정성에 순례단 스님들은 이들을 격려하며 불심을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비구니 스님들은 인도불교소사이어티 여성들을 어루만지며 함께 눈물 흘리기도 했다.

아닐 쿠마르 보드지 지도법사는 “순례단의 인도순례로 불교가 점점 퍼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스님들이 정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불교에 관심을 가질 것 같다. 인도사람들은 원래 불교도이기도 하기 때문에 세계평화, 행복, 건강 등을 축원하는 순례단을 보며 불교가 지닌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회에는 2500여 명의 마을주민들이 운집했다. 사상 최대 인원이 몰리며 물품 전달때는 다소 번잡해지기도 했지만 큰 문제 없이 진행됐다. 
이날 법회에는 2500여 명의 마을주민들이 운집했다. 사상 최대 인원이 몰리며 물품 전달때는 다소 번잡해지기도 했지만 큰 문제 없이 진행됐다. 
순례단 진오 스님이 인도불교소사이어티 소속 회원 가족에게 단주를 전달하고 있다.
순례단 진오 스님이 인도불교소사이어티 소속 회원 가족에게 단주를 전달하고 있다.

비구니 선해 스님은 ”여기에 오신 불자여성분들을 보니 행복을 바로 볼 수 있었다. 아이들까지 정성껏 차려입히고 온 모습이 마음을 울렸다”며 “여기 오신 분들이 불자들이기에 더 마음이 갔고, 만나는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생각되니 눈물이 났다. 늘 가는 곳 마다 감동이고 이 감동을 한국의 불자들, 그리고 부처님 가르침을 접하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물품을 받고 집으로 돌아간 시간, 인도불교소사이어티 소속 불자들은 끝까지 남아 있었다.
많은 이들이 물품을 받고 집으로 돌아간 시간, 인도불교소사이어티 소속 불자들은 끝까지 남아 있었다.
순례단 총도감 호산 스님은 순례단을 대표해 이들이 정성껏 준비해온 부처님상과 그림 등을 받았다.
순례단 총도감 호산 스님은 순례단을 대표해 이들이 정성껏 준비해온 부처님상과 그림 등을 받았다.
이어 마을대표들은 지역에서 부처님이 공양받으셨고, 드셨던 쌀과 같은 품종인 지역특산쌀 150kg을 순례단에 공양올렸다. 장정 8명이 같이 지고 들어오는 모습에 순례단 모두가 놀랐다.
이어 마을대표들은 지역에서 부처님이 공양받으셨고, 드셨던 쌀과 같은 품종인 지역특산쌀 150kg을 순례단에 공양올렸다. 장정 8명이 같이 지고 들어오는 모습에 순례단 모두가 놀랐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순례단의 스님들과 인도불교소사이어티 소속 불자가족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순례단의 스님들과 인도불교소사이어티 소속 불자가족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교감의 시간을 가졌다.
특히 스님들은 불자여성들의 손을 잡으며 이들이 행복을 기원했다.
특히 스님들은 불자여성들의 손을 잡으며 이들이 행복을 기원했다.
순례단 스님들은 이별의 아쉬움을 포옹으로 달래며 모두의 행복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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