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부아에서 체나리까지 29km 행선
초전법륜지 사르나트에서 출발하여 부처님 성도지인 보드가야까지 가는 길, 새벽 한파와 한낮 무더위, 육신의 고통도 순례에 임하는 순례단의 마음을 꺾지 못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회주 자승)은 2월 15일 바부아를 출발해 다르아르, 니르비스푸르를 거쳐 아침공양 후 체나리에 도착했다. 이날 순례단이 행선 한 거리는 29km로 16일 진행될 30km에 이은 두 번째로 긴 거리다.
이날은 순례단이 한국에서 고불식으로 순례 시작을 알린 뒤 7일, 사르나트에서 입재법회를 진행하고 행선을 시작한지 5일째 되는 날로 순례단에 피로감이 가장 높아 보였다. 낯선 인도에서 순례 중 몸이 불편한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은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도보거리가 135km에 이르자 무릎이 아프거나 족저근막염, 물집 등이 순례단원에게서 발생했다. 인도 환경에 적응과정에서 배앓이 등을 하는 이들도 종종 보였다.
하지만 순례단은 몸이 안좋으면 잠깐 차를 탔어도 이내 회복해서 행선에 참여했다. 낯선 환경으로 힘든 것은 한국에서의 3년의 순례보다 더했지만 이들이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힘찼다.
무릎이 불편해 행렬 후미에서 행선을 진행한 대변인 종호 스님은 “이 행렬에서 빠지면 안된다. 어떤 행렬인데”라며 “부처님 가르침에 따르는 우리가 부처님이 걸은 길을 함께 걷는 매 순간이 환희로울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순례에 이어 인도순례에 동참한 3조 선지 스님도 동화사에서 봉은사까지 진행된 자비순례 당시 아팠던 무릎이 14일부터 상태가 악화됐지만 순례행렬에서 도반들과 함께 행선을 진행하고 있다.
선지 스님은 “이번 순례는 금생에서의 최고의 선택”이라며 “인도의 부처님 성지와 부처님께서 거쳐가신 길을 직접 한번 밟아보고, 따라 걷는 것이 수행자로서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한국과 인도에서 스님들이 불법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면 어떠한 것도 포기할 수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순례 회향식에서 축원한 4조 조장 설암 스님은 “행복한 순간이다. 이 인도에서 때묻지 않고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보며 개인적으로 나를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며 “모든 스님들이 하심해서 중생 곁으로 다가가 불교중흥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선에서는 순례단의 신심과 원력 만이 순례를 이어가게 하는 힘이 아니었다. 지원팀이 준비한 여러 가지 배려가 순례단을 기쁘게 하는 작은 행복이었다.
조금이나마 순례단을 돕기 위해 숙영지마다 짐이 옮겨지고 부족하나마 물탱크를 준비해 위생에 신경 썼다. 인도경찰의 협조로 밤에는 경비 속에 안전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다. 김명숙 의료팀장을 비롯한 의료진의 보살핌도 이어졌다.
2월 13일 회주 자승 스님의 당부 속에 조치가 더해지고 있다. 2월 15일 새벽 6시에 진행된 아침공양에는 추위에 떠는 순례단을 위해 따뜻한 국수가 공양 올려졌다. 지원팀이 인도에서 준비한 소면국수 한 그릇은 새벽녘 추위 속에서 행선을 진행한 순례단에 행복을 선사했다. 지친 와중에서도 순례단에서는 미소가 피어났다.
이날 점심공양부터는 배앓이 등으로 속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쌀밥을 끓인 미음도 함께 제공됐다.
몸이 다소 불편한 가운데서도 고령의 나이에 행선을 이어오고 있는 6조 비구니 정혜 스님은 “내가 아프다, 불편하다 소리하면 다른 사람들이 힘들기에 아프다고 소리 안하고 묵묵히 함께 걸어가는 이들의 마음이 다 느껴진다”며 “각오가 큰 부분이 있지만 순례단 지원팀에서도 많이 준비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 작은 것에도 소중함을 느끼는 나날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 오늘 국수도 너무 맛있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끝으로 “회주 스님께서 3년간 순례단을 이끌면서 한국에서, 그리고 인도에서 불교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걸음이 떼진 것 같다. 우리의 순례로 이 곳 인도에서도 전세계 사람들이 성지를 걷는 순례를 한다면 불교가 자연스럽게 살아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견디기 힘든 어떤 것도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격려해주는 이들이 함께 한다면 이겨낼 수 있다. 불교 중흥도 인도순례단과 같이 사부대중이 함께 한다면 머지않은 일일 것이다. 부처님 성도지인 보드가야까지는 152km 거리,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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