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나가르부터 파르사까지 26km 행선

파르사 마을에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의 주민들이 박수로 스님들을 맞이 하고 있다. 이들은 순례단 방문을 듣고 길과 학교건물, 화장실 등을 청소했다.
파르사 마을에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의 주민들이 박수로 스님들을 맞이 하고 있다. 이들은 순례단 방문을 듣고 길과 학교건물, 화장실 등을 청소했다.

인도의 카스트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천민 달리트, 그들에게 평등한 삶을 제시했던 암베르카르 박사처럼 한국에서 순례단이 찾아갔다. 사부대중이 차별없이 평등하게 정진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들은 인도에서 불법이 다시 일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이 열리길 기원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회주 자승)은 2월 18일 수운교통중심지인 손나가르부터 파르사까지 26km 거리를 행선했다.

순례단 방문에 산푸르살라 씨(황토색 정장)를 비롯한 마을주민들이 박수로 맞이 하고 있다. 
순례단 방문에 산푸르살라 씨(황토색 정장)를 비롯한 마을주민들이 박수로 맞이 하고 있다. 

인도불자들이 마중 나온 새드푸르 마을과 석가족들이 방문했던 바부아 외에는 인도불자들과의 접점이 없던 순례 일정에서 다시금 새로운 인연이 싹텄다.

순례단은 손나가르를 출발해 라뜨노르, 코라이푸르, 카심박하를 거쳐 파르사 마을 어귀에 당도했다. 부처님을 모신 법당에는 마을 주민들이 가득 나와 있었고, 불사 중인 2층마다는 불교기가 꽂혀 장엄했다.

마을 법당을 아이들이 풍선으로 장엄하고 있다. 이들은 법당 바깥에 의자를 내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 법당을 아이들이 풍선으로 장엄하고 있다. 이들은 법당 바깥에 의자를 내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에서 유일하게 영어가 가능했던 산푸르살라 씨는 “여기 파르사 마을 인구 1000명 중 500명이 불교도다. 달리트(불가촉천민)이었던 우리들에게 암베르카르 박사는 희망을 주었다”고 말했다.

인도 헌법을 제정한 암베르카르 박사를 따라 변호사의 길을 걷고 있는 산푸르살라 씨는 순례단의 방문이 달리트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순례단의 이날 행선 회향과 함께 진오 스님이 파르사 마을 법당을 참배했다.
순례단의 이날 행선 회향과 함께 진오 스님이 파르사 마을 법당을 참배했다.

산푸르살라 씨는 “순례단에서 스님들과 일반인들이 함께 하는 것을 보며 많은 이들이 희망을 느낀다”며 “불교가 인도에서 나와 한국과 중국, 일본, 스리랑카, 미얀마 등 많은 국가로 전파됐는데 인도서는 매우 적다. 순례단 방문을 계기로 인도에서도 불교가 다시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순례단의 방문에 파르사 불자주민들은 “우리는 힘을 모아, 2층 법당도 지을 예정”이라며 환희심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함께 힘을 모아 법당을 2층으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불사가 진행 전인 2층에는 불교기가 꽂혀있다.
이들은 함께 힘을 모아 법당을 2층으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불사가 진행 전인 2층에는 불교기가 꽂혀있다.

불자인 파르사 마을주민들은 숙영지 옆 학교 건물을 청소하고 비워 순례단에게 내줬다. 이들에 따르면 순례단이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길을 비롯해 학교 화장실 청소도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가난한 이들은 순례단이 마을에 도착하자 미처 꽃을 준비하지 못하고 박수로 맞이했다. 하지만 꽃으로 장엄된 부처님을 보고 꽃을 구해 점심공양시간 순례단에게 꽃을 공양 올렸다.

순례단이 철길 옆에 위치한 손나가르 숙영지를 나와 철길을 따라 행선하고 있다.
순례단이 철길 옆에 위치한 손나가르 숙영지를 나와 철길을 따라 행선하고 있다.
순례단이 아침을 맞아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수로 옆을 행선하고 있다.
순례단이 아침을 맞아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수로 옆을 행선하고 있다.

2조에서 행선하고 있는 진오 스님은 “많지는 않지만 작은 꽃 두송이는 난다의 빈자일등이 생각이 나 그동안 받은 어떠한 꽃보다 감동을 주었다”며 “없는 형편에서도 청소도 깨끗이 하고 풍선도 불어 부처님을 장엄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파르사 마을 도착 전 차프라 마을에도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마을에는 오래전에 만든 작은 법당도 있었다. 인도 영적지도자이며 암베르카르 박사처럼 사회개혁을 이끈 라비다스를 모신 이 곳은 수많은 이들의 손길을 받아 상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닳아 있었다.

아침 공양 이후 코라이푸르에서 나무로 이뤄진 다리를 순례단이 건너는 모습.
아침 공양 이후 코라이푸르에서 나무로 이뤄진 다리를 순례단이 건너는 모습.
라비다스 상이 있는 기도처를 지나는 순례단의 모습
라비다스 상이 있는 기도처를 지나는 순례단의 모습

힌두교 신자라고 밝힌 디팝 쿠마르 씨는 “작은 사원이 생긴 것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많은 이들이 의지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부처님상을 안고서 마을마다 걷는 이들을 보니 부처님이 다시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순례단의 저녁예불에는 옆마을까지 수많은 마을에서 불자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법회 후 회주 자승 스님에게 부처님과 암베르카르 박사가 함께 그려진 액자를 전달했다. 

법회를 지켜보는 이들 중 일부는 합장을 하고 함께 했으며, 일부는 순례단의 법회가 신기한 듯 촬영하고 있었다. 
법회를 지켜보는 이들 중 일부는 합장을 하고 함께 했으며, 일부는 순례단의 법회가 신기한 듯 촬영하고 있었다. 
이날 저녁 예불에는 인근마을까지 수많은 불자들이 찾아와 법회의식을 함께 했다.
이날 저녁 예불에는 인근마을까지 수많은 불자들이 찾아와 법회의식을 함께 했다.
숙영지 외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숙영지를 경비하는 경찰들의 엄호가 강화됐다.
숙영지 외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숙영지를 경비하는 경찰들의 엄호가 강화됐다.
지역 주민이 회주 자승 스님에게 부처님과 암베르카르 박사가 함께 그려진 액자를 선물하고 있다.
지역 주민이 회주 자승 스님에게 부처님과 암베르카르 박사가 함께 그려진 액자를 선물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파르사 마을의 불자들은 순례단에게 선물을 전달할 수 없었다. 경찰의 출입 제지로 많은 이들이 숙영지 밖에서 기다렸고, 이들도 그 중 하나였다. 법회 후 파르사 마을 법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모여 있었던 것은 오직 순례단을 환영하기 위해서 였다.

친구들과 함께 나온 우남꾸마리 씨는 “부처님께서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으시고 이 길을 통해 사르나트로 가셨다. 우리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스님들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과 나왔다”고 말했다.

우남꾸마리 씨는 부처님에 대하여 묻는 질문에 술술 답했다. 법당 주변에 모인 많은 이들이 부처님의 생애와 가르침에 대해 해박했다.

법회 때 선물을 전달한 불자들 외에도 파르사 마을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저녁 9시가 넘어 들은 순례단은 대표단을 꾸려 불교법당을 찾아 참배했다. 대변인 종호 스님과 순례단장 원명 스님을 중심으로 각조 조장 스님들이 법당 참배에 동참했다.

순례단을 맞이한 ‘리네 쿠마르 고톰’ 파르사 불교소사이어티 이사장은 “순례단의 방문을 보았을 때 우리는 천상에서 신들이 내려오신듯하다고 느꼈다”며 “20년 전 힘을 모아 법당을 만들었고, 함께 공동체를 구성해 신행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순례단의 방문이 우리에게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례단의 저녁예불이 끝난 다음에도 파르사 마을의 불자들은 숙영지 맞은 편의 본인들의 법당에 모여 순례단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렸다. 사진 가장 오른쪽 가슴에  부처님이 그려진 표시를 달고 있는이가 리네 쿠마르 고톰 이사장.
순례단의 저녁예불이 끝난 다음에도 파르사 마을의 불자들은 숙영지 맞은 편의 본인들의 법당에 모여 순례단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렸다. 사진 가장 오른쪽 가슴에  부처님이 그려진 표시를 달고 있는이가 리네 쿠마르 고톰 이사장.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순례단은 대변인 종호 스님과 순례단장 원명 스님을 중심으로 이들을 맞이 했다. 파르사 마을 불자 를 대표해 리네 쿠마르 이사장이 스님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공경의 표시로 절을 올리고 있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순례단은 대변인 종호 스님과 순례단장 원명 스님을 중심으로 이들을 맞이 했다. 파르사 마을 불자 를 대표해 리네 쿠마르 이사장이 스님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공경의 표시로 절을 올리고 있다.

법당에 주석하는 다완 보드 스님도 “2층 법당 불사 후에 초청하겠다. 다시 한번 방문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대변인 종호 스님은 “인도에서 불자로서 신심을 이어가고 있어 감사하다. 인도불교에서 암베르카르 박사와 같은 분이 더 많이 나와, 전세계로 불교가 널리 퍼져 세계인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례단 대표들이 숙영지 맞은 편의 불교법당을 참배하고 있다.
순례단 대표들이 숙영지 맞은 편의 불교법당을 참배하고 있다.

순례단은 사부대중이 함께 먹고 자고 걸으며 정진하고 있다. 인도에서 순례단은 어떤 이들에게는 장엄한 행렬로, 어떤 이들에게는 간절하게 원했던 함께 해줄 불자도반의 모습으로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한편, 순례단은 10일차인 현재까지 총 225km 행선을 진행했다. 2월 21일에는 부처님께 우유죽을 공양 올린 수자타의 마을을 순례하며 2월 22일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곳, 보드가야에 당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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