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보드가야에서 수자타아카데미 거쳐 카이야까지 25km 행선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전 6년간 머무른 산, ‘전정각산(前正覺山)’이라 불리는 둥게스와리는 척박한 돌산이다. 부처님은 수자타의 공양을 받아들인 후 최후의 깨달음 장소로 전정각산을 선택했다. ‘버려진 땅’의 인도명칭인 둥게스와리는 옛날 화장할 돈도 없는 가난한 이들이 시체를 버리는 공동묘지인 ‘시타림’이었고 자연스럽게 이 곳은 불가촉천민 마을이 되었다.
전정각산의 두가르푸르와 자가디스푸르 두 마을 사이에는 얕은 골짜기가 있고 샘물이 있는데 인적이 드문 곳을 수행처로 삼으려던 부처님은 이 곳에서 집중적으로 수행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 수행처 인근에는 한국불자들이 불가촉천민을 위한 학교를 지어 운영 중이다. 바로 정토회의 수자타 아카데미. 부처님 은혜를 갚기 위한 한국불자들의 실천도량에서 순례단은 아침공양을 진행했다.
상월결사 인도순례단(회주 자승)은 2월 23일 부처님 정각지인 보드가야를 출발하여 네란자라강을 건너 이 수자타 아카데미 방문 후 전정각산을 옆에 끼고 카이야에 도착했다.
순례단은 보통 새벽 2시부터 행선을 시작해 12~15km를 걸은 뒤 아침 6시 경 간단한 아침공양을 한다. 하지만 이날은 9km를 걸은 뒤 해가 뜨지 않은 5시 경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아침공양을 올렸다.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1994년 2월 마을 주민들이 땅과 노동력을 제공하고 JTS에서 건축비를 지원하여 불사를 시작한 수자타 아카데미는 처음부터 부처님 성지와 가까운 위치에 자리를 잡은 것이 아니었다. 인도의 여러 마을 중 가장 좋지 않은 쓸모 없는 땅을 기부받으니 그 곳이 부처님의 흔적이 남은 전정각산에 자리하게 됐다.
전과정이 무료인 수자타 아카데미는 영어와 수학 등 기초교육을 담당한다. 처음에는 120명의 불가촉천민 학생으로 학교를 시작했지만 29년이 흘러 어느덧 1000여명의 학생들이 문맹 극복에 도움을 받고 있다.
수자타 아카데미에서는 순례단의 방문에 앞서 총책임자인 보광 법사가 나와 있었다. 그녀는 “전정각산을 중심으로 15개 마을에서 저희가 마을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며 “옛날 부처님께서 수자타 여인으로부터 우유죽을 공양받으셨다. 이제 그 후손들에게 저희가 감사한 마음을 다시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29주년이 된 수자타 아카데미에는 현재 6명의 한국 활동가가 살고 있다. 한국에서 머나먼 곳이지만 부처님 은혜를 갚는다는 일념 하나로 이 곳 주민들을 돕는데 여생을 바치고 있다.
수자타 아카데미는 불교가 표방하는 차별없는 세상, 모든 생명이 존귀한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 예가 바로 화장실 청소다. 인도인들에게는 화장실은 매우 더러운 공간으로 인식된다. 그렇기에 화장실을 청소하기 보다는 화장실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 들판에서 용변을 보곤 한다. 학교가 커지다 보니 여러 계급 아이들이 섞이게 됐고, 학교 내에 있는 화장실 청소의 경우 불가촉천민 아이들이 맡을 수 밖에 없었다.
“브라만 계급인 교장 선생님부터 화장실 청소를 시작했어요, 이후에 학교 선생님을 시작으로 차례로 순번을 돌아가며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주번을 정해 한국학교처럼 아이들이 나눠 청소합니다. 자연스럽게 계급에 대한 인식도 사라지고 있어요.”
수자타 아카데미에 심어진 망고나무의 망고를 수확하는 날에는 전교생들이 함께 이를 맛본다고도 했다.
교직에 있던 아내와 함께 은퇴 후 이곳에 와서 여러 가지 일을 돕고 있는 정동표 씨는 “아이들을 돌보는 삶이 행복하다. 정부 인가학교지만 여기 아이들 중 공부를 더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있다. 원하는 아이들은 상급학교에도 진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례단이 방문한 새벽 5시, 수자타 아카데미의 법당에서는 기도를 올리는 정토행자들이 있었고, 순례단은 이들이 방해받지 않도록 조용히 보시함에 보시금을 넣고, 뒤에서 기도 후 빠져나왔다.
종립학교에서 35년간 교직에 임한 정충래 순례단 8조 조장(동국대 이사)은 “한국전쟁 이후 우리가 교육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듯이, 결국 이 불가촉천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는 근본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역민들에게는 부처님 가피가 바로 교육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순례단 공양시간에 수자타 아카데미를 둘러본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도 “종단이 못하는 일을 법륜 스님이 하네”라며 이들의 활동을 치하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그의 행위에 의해 인과가 있다고 설하신 여래시여! 저희가 걸어 온 길에서 만난 아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 만으로도 부인할 수 없는 축복이며, 은혜로운 법문이었습니다.”
보드가야 부처님 정각지에서 올린 발원을 가슴에 안고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전정각산을 뒤로한 채 행선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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