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부터 순례단과 행선 함께 해
인도불자마을서 찾아온 생명
어미 잃은듯 마르고 힘 없어
스님 유난히 따르고 알아들어
묵언 중인 덕조 스님 보살펴
수행 우려에도 "이 또한 수행"
보드가야 분황사서 키울 듯
생명존중을 기치로 인도 부처님 성지를 순례 중인 순례단이 자비심으로 하나의 생명을 순례대중으로 맞이했다. 바로 강아지 ‘순례’다.
2월 13일 불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유피주 새드푸르에서는 한 강아지가 아침공양 장소였던 키산초등학교(인터컬리지)에 찾아왔다. 어미가 없는 듯, 비쩍 마르고 힘이 없어 보이는 이 강아지는 마침 마을주민들의 환대에 화답하고 있던 회주 자승 스님 곁으로 다가갔다.
인도주민들의 요청으로 스님들과 주민들이 사진을 찍던 그때 회주 스님 앞에 있던 그 강아지에게 순례 대중 스님 중 한명이 말했다. ‘앉아’. 신기하게 말을 알아듣는 듯 이 강아지는 사진 찍는 내내 영특하게 알아듣고 따랐다.
이후 순례단은 다시 행선에 나섰다. 주민들은 마을 어귀까지 순례단을 환송했다. 어귀까지만 따라오는 줄 알았던 이 강아지는 마치 순례단을 외호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왔다. 따라만 왔으면 뒤로 쳐져 다시 마을로 돌아갈 줄 알았건만, 순례단에 앞서서 길을 열었다.
결국 이 강아지는 주 경계를 넘어 순례 회향지인 비하르주 쉬브람푸르까지 함께 했다. 작은 강아지가 하루 20여 km를 걷는 순례 일정을 함께 하기는 무리다. 더군다나 이 강아지 몸에는 이와 벌레들이 많이 달라붙어 약한 상태였다. 하지만 먼 곳까지 이미 순례단을 따라오고, 어미가 없어 마치 스님들을 어미처럼 따르는 강아지를 굳이 내칠 수가 없던 상황이었다. 인도에서는 들개들이 적게는 2~3마리, 많게는 십 수마리가 떼를 지어 다닌다. 내쳐진 이 강아지의 미래는 뻔했다.
결국 회주 자승 스님은 생명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순례단에서 이 강아지를 보살피기로 했고 이름을 ‘순례’라고 했다.
강아지 순례는 유난히 덕조 스님을 따른다. 후문에 의하면 덕조 스님이 취침 전 씻기고, 먹을 것을 챙겨준다. 묵언 수행 중인 스님도 수행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지만 가엾은 중생을 보살핀다는 마음에서 또 다른 수행으로 순례를 살피고 있다.
종호 스님은 “목줄을 잠깐 했을 때 몰라도 풀고 나서 계속 같이 가는 것은 참 신기한 인연”이라고 말했다.
덕조 스님과 같은 조에서 순례 중인 선광 스님은 묵언 수행 중인 스님을 대신해 “전생의 업으로 개로 태어났지만 우리 회주 스님과 스님들을 만나 그 인연공덕으로 다음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 훌륭한 수행자가 될 것이고, 아마 더 나아가서는 깨달은 정각자가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행에 지장이 가지 않을까하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 강아지가 있던 마을에서 우리로 치면 백리길이 넘게 순례단을 홀로 따라왔다. 짐승이라고 보면 신경이 많이 갈텐데 인연이 깊은 중생이라고 생각하면 더불어 사는 도반”이라며 “더군다나 부처님이 가셨던 길에서 거둔 생명이니 이 것 또한 수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하게 덕조 스님과 행선을 함께하는 순례에 대해 주변 스님들은 한국사찰에 데려가 키우라고 까지 말을 건네기도 했다.
묵언 중인 덕조 스님은 그저 미소만 방긋 지었다. 묵언 중인 덕조 스님은 하나의 생명을 거둔 것을 어떤 동력으로 삼아 회향할까. 묵언이 끝난 뒤 스님이 할 말이 궁금해지고, 강아지 ‘순례’의 마지막 회향지가 어딜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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