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문혜개(無門慧開, 1183~1260)가 심혈을 기울인 (無門關)의 두 번째 공안은 ‘백장야호’(百丈野狐)이다. 뒷동산 바위굴에서 찾아낸 여우의 시체를 거두어 준다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인과(因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태도를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인과에 대한 불락(不落)과 불매(不昧) 사이의 거리를 확인시킨 사건이다. 다른 맥락으로 이 공안을 활용한다면, 동물천도를 통한 생태적 시각의 회복이라 할 수 있다. 황벽(黃蘗)으로부터 뺨을 맞은 백장(百丈)은 다음과 같은 ‘한번 구른 말(一轉語)’을 한다.“달마의 수염은
현대국가의 이념이 복지를 목표로 할 때 우리 사회는 보건과 장수에 대한 찬가로 무성했다. 100세 시대를 노래하며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한 혜택을 누릴 것이라 기대감에 부푼 것이다. 실제로 국가 행정체계에서 보건사회부의 명칭이 보건복지부로 바뀐 것을 본다면, 복지의 이념이 보건에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복지(福祉)라는 문자는 한 사람(一)의 입(口)을 만족시키는 정도의 밭(田)을 바라보는(示) 것(福)이거나 분수를 알아 멈추는(止) 행위를 가르치는(示) 것(祉)과 관련이 있다. 이처럼 복지의 원뜻은 동양적 또는 불교적 사고방식이 상당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참된 가치를 구현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진짜와 모조품을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모방된 가상의 물건들이 진본을 능가하는 시대가 되었다. 만고에 푸른 연못에 비친 달, 두세 번 건져봐야 거짓인 줄 알게 되리.(萬古碧潭空界月 再三撈벀始應知) -대혜 종고(1089~1163)연못 위에 비친 달그림자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진짜 달이 아니라는 대혜 종고 선사의 게송은 모조품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참된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많은 것이 복사되고 복제되는 우리 시대에 곰곰이 새겨볼 내용이다. 우리 시대의
우리 시대는 거대한 환상을 마주하고 있다. 이 환상은 그럴듯한 좌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과학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환상은 과학에게 전능이라는 멋진 옷을 입혀준다. 과학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데이터와 실험실 증거들에 힘입어 설득력을 드높이고 있다. 과학에 대한 맹신은 기묘한 선험적 도식화 과정을 거치면서 윤리와 철학을 뒷자리로 물러서도록 강요하고 있다. 세상은 과학의 답변을 해답으로 받아들이며, 다른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으려 한다.얼마 전까지 욕망은 ‘타자의 욕망’으로 이해됐다. 이 타자와 관련된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