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시나가르부터 세마라까지 28km 행선…부처님 탄생지 룸비니로
부처님 열반지인 쿠시나가르부터 부처님 탄생지인 룸비니까지 인도와 네팔의 접경지역으로 향하는 순례의 여정은 순례단에게 많은 것을 시사했다. 열반지에서 다시 탄생지로 가는 여정은 부처님이 직접적으로 걸은 기록이 남겨져 있지는 않지만, 그 가르침이 널리 퍼졌던 이 곳을 걷는 것 만으로도 순례단에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이날 순례단은 쿠시나가르를 출발하여 세마라까지 약 28km를 행선했다. 열반당과 다비장 사이의 잘 닦인 길부터 마을과 마을을 잇는 울퉁불퉁한 비포장길,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의 제방길까지 다양한 길을 걸으며 2500년 전 부처님이 마주했을 풍경을 떠올렸다.
‘부처님은 저렇게 생긴 오솔길에서 홀로 걸으셨겠지’ ‘저렇게 생긴 나무 밑에서 제자들과 많은 이들에게 가르침을 전하셨겠지’ ‘당시에 가르침을 듣던 이들은 저렇게 생겼겠지’ 부처님이 걸은 구도의 길을 떠올리며 순례단은 이날도 정진했다.
2월 9일 서울 조계사에서 입재법회 후 순례를 시작한 순례단은 3월 10일로 30일차를 맞았다. 한달 동안 이동한 거리는 총 716km로 피치못한 차량탑승 70여km를 제한 행선거리만 해도 600km가 훌쩍 넘는다. 마지막 남은 룸비니와 쉬라바스티까지 순례 여정은 247km만 남았을 뿐이다.
순례 종반부를 향해가는 순례단 내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다. 순례단에게는 다양한 고난이 있었던 한달 간의 순례였지만, 부처님에게는 80년의 여정이었다. 가장 먼저 그 앞에서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이 생겼다. 이제 막 겨울을 지나 3월에 접어들었을 뿐인데도 한낮의 온도는 38도, 무더위 속에서 전법교화 하신 부처님을 떠올리며 그 더위조차 느끼지 않는 듯했다.
매일 부처님을 이운하고 있는 2조 본오 스님(열암곡 도감)은 “힘들기 보다 오히려 부처님을 이운하고 싶은 많은 분들의 기회를 제가 뺏는건 아닌가 싶은 송구스러움이 있다”고 했다.
행선 과정에서 걷는데 집중하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많은 순례단원들도 이제는 인도주민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다. 행선 중에 애닳프게 스님들을 바라보며 기원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배 굶주리는 이들이 있으면 순례 중 금지되어 있지만 조금씩 적선도 아끼지 않는다.
2조 설도 스님은 “부처님께서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걸으셨는지를 느끼는 과정”이라며 “회주 스님께서 말씀하신 불교중흥의 큰 서원과 함께 개인적으로 부처님 제자로 이 길 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절절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내가 있다는 생각, 나의 욕망이 있다는 생각, 그 욕망의 대상이 있다는 생각, 상(相)을 허물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사람들이 허무주의로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에 부처님은 그 곳에 청정함이 있다고 했다. 부처님을 따라 스스로 가장 낮은 곳에 있으려 하는 순례단에는 청정함만이 맴돌았다.
1조 무상 스님(전 호계원장)은 “인도 노보살님이 나오셔서 합장하는 모습에 너무나 감사했다. 열심히 기도하고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절로 손을 잡게 됐다”고 말했다. 순례 이후 무문관에서 정진할 예정이라는 무상 스님은 “많은 분들이 부처님께서 전하신 좋은 말씀, 그 가르침을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뭇 생명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부처님 탄생지를 향해 순례단은 한발씩 정진하고 있다.
한편, 순례단은 3월 11~13일 인도 접경지역으로 행선을 거듭하여, 3월 14일 네팔에 입국, 룸비니에서 기도법회를 갖는다. 이어 3월 15일 카필라바스투를 돌아보고 3월 20일 쉬라바스티 기원정사에서 회향법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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