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최초의 설법지 사르나트를 가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과 순례단이 2월 10일 사르나트 도착과 함께 차우칸디스투파(영불탑)을 참배하고 있다.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과 순례단이 2월 10일 사르나트 도착과 함께  부처님이 최초의 다섯 비구를 만난 곳을 상징하는 차우칸디 스투파(영불탑)을 참배하고 있다. 

사르나트 불교 발흥지서 중흥을 염원하다

사르나트는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이 그 깨달음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밝힌 곳이다. 부처님도 자신의 깨달음이 다른 이들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보드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은 깨달음을 전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이를 떠올렸다. 선각자였던 알라라칼라마와 웃다카라마풋타는 이미 세상을 떠나 없었다. 부처님은 함께 수행했던 다섯 수행자를 떠올렸다. 부처님은 갠지스강을 건나 당시 다섯 비구가 수행하고 있던 사르나트에서 마침내 이들에게 처음으로 설법을 한다.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 대표와 주 힌두교 지도자, IBF 불교도 대표, 경찰 대표 등이 나와 환영 플래카드를 펼치고, 순례단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했다.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 대표와 주 힌두교 지도자, IBF 불교도 대표, 경찰 대표 등이 나와 환영 플래카드를 펼치고, 순례단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했다.

회주 자승 스님을 필두로 순례단의 아침은 델리공항 인근의 숙소에서 시작됐다. 사르나트로 향하는 길은 부처님이 사르나트로 향하며 여러 역경을 거쳤듯 쉽지 않았다. 많은 대중이 움직이기에 검문검색부터 어려움이 있었고 특히 28도를 넘는 한낯 열기는 이틀 전만 해도 영하의 겨울 날씨 속에 있었던 순례단을 지치게 했다.

우여곡절 끝에 바라나시 공항에 도착한 순례단을 맞이한건 주정부 관계자들과 인도 종교인들이었다. 이 곳에서는 우타르프라데시(유피, UP) 주 정부인사와 경찰, 지역 힌두교 지도자, IBF불교도 대표가 나와 순례단을 맞이했다. 이들이 건넨 꽃목걸이와 꽃, 그리고 플래카드까지 들고 나온 정성에 순례단에서는 미소가 번졌다.

영불탑과 녹야원 참배

숙소를 배정받은 순례단은 부처님이 다섯 수행자를 만난 자리 ‘차우칸디 스투파’(영불탑)을 참배하고 바로 이어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린 녹야원을 참배했다.

부처님을 이단시했던 꼰단냐, 왑빠, 밧디야, 마하나다, 앗사지의 다섯 수행자들은 부처님께 사성제와 팔정도의 가르침을 듣고 차례로 아라한과를 얻었다. 사르나트는 이들 다섯 비구가 탄생한 곳이며 우바새인 야사, 그리고 그의 아버지, 또 우바이인 그의 아내 등이 불교에 귀의해 사실상 불교교단이 최초로 형성된 곳이기도 했다.

이러한 의미를 알고 있음에도 현장에서 순례단의 마음은 무거워 보였다. 사르나트 녹야원 현장은 유적만 남아있어 안타까움이 더했기 때문이다.

기원전 3세기 아쇼가 왕이 사르나트에 칙령을 새긴 석주는 흔적만이 남았으며 부처님이 설법한 자리에 세워진 다메크 스투파 옆의 100m 높이에 달했다는 부처님 사리를 담은 스투파는 기단부 흔적만 남아 있었다. 한때 1500여 명의 승려들이 살고 있었던 기록을 뒤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불교의 과거를 보자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회주 자승 스님이 부처님이 다섯 비구에게 깨달음을 전한 다메크 스투파 앞에서 이번 인도순례의 의의와 전법 포교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회주 자승 스님이 부처님이 다섯 비구에게 깨달음을 전한 다메크 스투파 앞에서 이번 인도순례의 의의와 전법 포교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회주 자승 스님이 묵언 수행을 진행할 노현 스님, 덕조 스님, 백금선 불자에게 묵언 표기가 된 비표를 걸어주고 있다.
회주 자승 스님이 묵언 수행을 진행할 노현 스님, 덕조 스님, 백금선 불자에게 묵언 표기가 된 비표를 걸어주고 있다.

전법 포교 중요성, 순례단 공감

녹야원에서는 회주 자승 스님의 흔치 않는 법문도 이어졌다. 회주 자승 스님은 “이 자리가 기독교 성자의 자리라고 하면 과연 유적만 남아있을까, 우리가 순례하는 8대 성지는 유적만 남아 있다”며 “그렇다면 1700년 역사를 가진 한국불교는 과연 어떨까. 문화재이기에 조금은 다르겠지만 20년 후면 이 같은 유적처럼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스님은 “늘 포교 만이 우리 종단의 살길이라고 말한 이유가 그 것 때문”이라며 “순례를 지켜보는 불자들이 신심을 내고, 그 신심을 낸 불자들이 이웃종교인, 무종교인을 부처님과 인연맺게 하는 것이 바로 한국불교 중흥이자 순례의 의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스님은 “우리가 인도순례에 참여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신청한 순간 부터가 바로 순례이며 수행”이라며 “매 순간이 수행이라고 생각하자”고 말했다. 스님은 끝으로 “순례단에는 조계종 종회의원 스님들을 비롯해 주요사찰 주지 스님 등 어떻게 보면 편하게 신도들에게 대접받을 위치에 있는 이들이 모두 평등하게 함께 하고 있다. 사회에서 위상있는 재가자들도 마찬가지다”며 “여기서는 자승이도 없다. 똑같이 먹고 똑같이 걷고, 똑같이 자며 차별이 없고, 청규와 질서를 지키고 배려하는 순례로 함께 하자”고 당부했다.

순례단이 일부만 남아 유리보호벽 안에 보관된 아쇼카 왕 석주를 지나가고 있다.
순례단이 일부만 남아 유리보호벽 안에 보관된 아쇼카 왕 석주를 지나가고 있다.
 스님들이 법문을 듣는 동안 사르나트 녹야원에 있는 인도인들이 스님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스님들이 법문을 듣는 동안 사르나트 녹야원에 있는 인도인들이 스님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다.
인도 현지 ANI통신에서 상월결사 인도순례 사르나트 참배를 취재하고 있다. 전날인 2월 9일에는 DD인디아에서 순례단의 입국과 대변인 종호 스님 등을 취재하는 등 관심을 표했다.
인도 현지 ANI통신에서 상월결사 인도순례 사르나트 참배를 취재하고 있다. 전날인 2월 9일에는 DD인디아에서 순례단의 입국과 대변인 종호 스님 등을 취재하는 등 관심을 표했다.

이날 녹야원에서는 단기출가하는 마음으로 삭발까지 한 김광룡 외교부 재외국민안전과장, 휴가를 내고 순례에 참여한 지원단과 순례기간 묵언 정진을 발원한 노현 스님, 덕조 스님, 백금선 불자 등이 소개됐다.

부처님은 사르나트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들에게 깨달음을 전한 후 당시 1000여 명의 수행자들을 이끄는 카사파 삼형제를 전법 포교하기 위해 우루빌라 세나니로 향했다. 부처님의 길을 따라 각자의 발원과 함께 순례단도 불교 중흥을 염원하고 전법 포교를 다짐하며 녹야원을 나섰다.

 

한편, 2월 11일 사르나트 녹야원에서 진행될 상월결사 인도순례 입재법회에는 前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해 원로의원 보선 스님,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중앙승가대 총장 월우 스님, 군종특별교구장 능원 스님 등 스님들과 장재복 주인도대사, 다야샹카 미슈라 주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2000여 한국불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한국에서 모셔온 목조부처님 점안의식과 가사공양의식도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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