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라흐와부터 파르사까지 27km 행선

고속도로 인근의 수마라와 마을 주민들이 뒤늦게 순례단이 마을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나와 박수를 치고 있다. 순례단이 받은 보시 중 가장 큰 보시는 바로 이들의 순수한 마음이다.
고속도로 인근의 수마라와 마을 주민들이 뒤늦게 순례단이 마을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나와 박수를 치고 있다. 순례단이 받은 보시 중 가장 큰 보시는 바로 이들의 순수한 마음이다.

네팔 룸비니에서 인도 쉬라바스티까지 부처님께서 걸으신 길을 따라 잊혀진 순례길을 세상에 드러낸 순례단은 3월 16일도 행선을 계속했다.

카필라바스투 유적이 있는 피프라흐와부터 쉬라바스티로 향하는 길목인 파르사까지 순례단 주변의 풍광은 갈수록 시골 농촌으로 변한다.

농촌인만큼 사람들의 얼굴은 더욱 순박하다. 땔감인 소똥을 지고 가는 여성, 들판에서 풀을 뜯어먹는 염소떼, 그리고 누렇게 익은 밀밭 등등에서 부처님 당시의 인도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바자하 마들 주민들과 관계자들이 휴식장소에 만든 간이천막으로 들어서는 순례단에 꽃공양을 올리며 환영하고 있다. 인도 농촌 사람들도 모두 잠을 자고 있는 새벽 3시 모습이다.
바자하 마들 주민들과 관계자들이 휴식장소에 만든 간이천막으로 들어서는 순례단에 꽃공양을 올리며 환영하고 있다. 인도 농촌 사람들도 모두 잠을 자고 있는 새벽 3시 모습이다.
이들은 순례단이 행선 도중 힘을 낼 수 있도록 다과를 준비하여 공양 올렸다.
이들은 순례단이 행선 도중 힘을 낼 수 있도록 다과를 준비하여 공양 올렸다.

행선을 거듭하던 순례단이 멈추는 때가 있다. 바로 이런 마을주민들이 공양을 올릴 때다. 행선을 시작한 순례단이 첫 휴식장소였던 바자하 마을에서는 새벽 3시부터 분주함이 느껴졌다. 이른 새벽부터 순례단이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나온 이들이었다.

순례는 과거의 허물어진 탑이나 건물을 보기 보다 그 흔적 속에 담긴 인간 붓다의 고뇌를 느끼고 그 발자취를 따라 가르침을 스스로 받아들일 때 그 순수한 목적이 이뤄진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큰 원을 세워 실천하는 정진만이 환희를 느낄 수 있는 감동으로 전환된다.

순례의 공덕을 불교중흥의 원력으로 회향하고자 하는 순례단은 이들의 공양을 겸허하게 받았다.

 바자하 마을에서 2km 떨어진 마훌리 마을에서는 역시 마을 주민들이 휴식장소를 마련하여 순례단을 기다렸다. 전날부터 준비한 곳이지만 2km만에 쉴수 없기에 이들의 마음과 준비한 다과만 받고 순례단은 행선을 계속했다.
 바자하 마을에서 2km 떨어진 마훌리 마을에서는 역시 마을 주민들이 휴식장소를 마련하여 순례단을 기다렸다. 전날부터 준비한 곳이지만 2km만에 쉴수 없기에 이들의 마음과 준비한 다과만 받고 순례단은 행선을 계속했다.
다과를 준비하여 순례단을 기다린 마훌리 마을주민들. 이들의 정성이 담긴 물 등을 순례단은 받고 계속해서 정진했다. 순례단이 휴식장소로 오해할까 우려한 진행팀이 불을 꺼달라고 하자 재빨리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순례단을 응원했다.
다과를 준비하여 순례단을 기다린 마훌리 마을주민들. 이들의 정성이 담긴 물 등을 순례단은 받고 계속해서 정진했다. 순례단이 휴식장소로 오해할까 우려한 진행팀이 불을 꺼달라고 하자 재빨리 불을 끄고 어둠 속에서 순례단을 응원했다.

바자하 마을에서는 전날부터 간이천막을 세우고, 카페트를 깔았다. 순례단이 쉴 수 있는 의자와 함께 새벽 요기거리가 필요한 순례단을 위한 과자와 물도 준비했다. 바디 피아도 부지역판사와 그얀드라 쿠마리 경찰서장을 비롯한 지역 관계자들은 순례단이 천막에 들어설 때마다 꽃 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했다.

바디 피아도 부지역판사는 “부처님 나신 룸비니부터 부처님이 자란 카필라바스투, 그리고 부처님께서 오랜기간 가르침을 전하신 쉬라바스티까지 잇는 길을 걷고 있는 순례단이 우리 지역을 지나가게 되어 영광”이라며 “부처님이 전한 숭고한 가르침이 순례단의 이번 순례로 인하여 더욱 널리 퍼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양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아침공양 장소인 아타꼬니야로 향하는 제방길은 땅이 갈라지고 요철이 심하여 차나 자전거가 지나기 힘든 길이었다. 어려움에도 순례단은 행선을 계속했다. 
아침공양 장소인 아타꼬니야로 향하는 제방길은 땅이 갈라지고 요철이 심하여 차나 자전거가 지나기 힘든 길이었다. 어려움에도 순례단은 행선을 계속했다. 

행선 중인 순례단은 10분 가량 쉬고 다시 행선을 시작했다. 10분에 불과한 휴식시간을 위해 마을주민들은 하루 동안을 휴식장소를 가꾸는데 썼다.

순례단의 다음 행선지는 마타아리아, 하지만 바자하 마을에서 2km 떨어진 마훌리 마을에서는 바자하 마을과 똑같이 마을주민들이 간이천막을 세우고, 카페트를 깔고, 과자와 물 등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순례단 운영지원단이 전날 답사에서 휴식장소와 짧은 거리로 인하여 휴식이 불가능함을 알렸지만 이들은 마음이라도 전하기 위하여 이 같은 준비를 한 것이었다.

아침공양 이후 순례단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걸었다. 아스팔트길부터 흙길, 돌길 등 다양했다.
아침공양 이후 순례단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을 걸었다. 아스팔트길부터 흙길, 돌길 등 다양했다.

행선하는 순례단이 불빛을 보고 천막으로 향하여 대열이 흩어질 것을 우려한 진행팀은 순례단이 도착하기 전 불을 꺼달라고 요청했고, 이들은 어둠 속에서 순례단의 행선을 보며 박수로 응원했다. 

날이 밝고 아침공양 후 만난 수마라와 마을에서는 인근 지역 마을주민들도 모두 나와 순례단에게 박수를 치며 응원을 보냈다. 라데 샴 씨는 “이 마을에 외국인이 걸어서 지나간 것은 처음이다. 모두들 마을 인근의 고속도로로 지나갈 뿐이지 이렇게 마을까지 찾아온 적은 없었다”라며 “한국에 대해 TV를 통하여 알고 있다. 한국의 불자들이 찾아오셔서 우리 마을 주민들 모두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회주 자승 스님을 필두로 순례단이 NH780도로 위에 올라 행선하고 있다.
회주 자승 스님을 필두로 순례단이 NH780도로 위에 올라 행선하고 있다.
순례단이 NH770도로 변의 힌두교 사원 옆을 행선하고 있다. 걷는 스님들과 앉아서 이를 지켜보는 힌두교 신자의 모습이 이채롭다.
순례단이 NH770도로 변의 힌두교 사원 옆을 행선하고 있다. 걷는 스님들과 앉아서 이를 지켜보는 힌두교 신자의 모습이 이채롭다.

부처님은 제자들과 함께 인도 고오가 강기슭에서 보시에 대해 잘 분간하여 참된 보시를 해야 한다고 일러주셨다. 어떤 목적이나 욕망을 갖고 교환식으로 보시를 하거나 은혜를 갚기 위해 보시를 하고 버려야 할 물건을 주고 가난한 사람을 돌보지 않고 부자에게 보시를 하는 것은 깨끗한 보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의 보시 공덕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답사 때만 하더라도 지저분한 곳들이 깨끗하게 정비되고, 숙영지마다 그늘이 제공된다. 관공서나 사원, 본인의 집 앞마당 등도 흔퀘히 내준다.

이런 고마움에 순례단은 매일 저녁예불 이후 마음에서 우러나온 작은 답례를 한다. 3월 15일 피프라흐와에서도 숙영지를 제공해준 지역관계자들과 불자들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회주 자승 스님은 지역주민 대표에게 팔만대장경판을 본뜬 기념품을 선물했다.
회주 자승 스님은 지역주민 대표에게 팔만대장경판을 본뜬 기념품을 선물했다.
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 대표에게는 죽비가 선물로 전해졌다.
인도 스님과 지역불자들은 회주 자승 스님에게 카필라바스투 부처님 사리탑 사진액자를 선물했다.
인도 스님과 지역불자들은 회주 자승 스님에게 카필라바스투 부처님 사리탑 사진액자를 선물했다.

 

회주 자승 스님은 예불 후 지역주민대표와 불자대표에게 팔만대장경판을, 치안담당 경찰대표에게는 죽비를 선물했다. 또 각 조에서 단주와 함께 한국 음식을 주민들에게 베풀고 사진을 찍는 등 교류행사를 가졌다.

순례단은 순수한 마을주민들의 보시를 받고 더 많은 이들에게 행복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정진한다. 회향때까지 매일 진행하는 108원력문 중 ‘굳건한 정진과 보시의 공덕을 널리 회향하겠습니다’는 순례 도중 만난 대중들과의 약속이다.

1조 조장 오심 스님이 지역주민들에게 단주를 선물하고 있다.
1조 조장 오심 스님이 지역주민들에게 단주를 선물하고 있다.

 

이제 순례단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보살피는 자’라는 뜻의 아나타핀디카(給孤獨), 수닷타 장자가 보시한 기원정사로 향한다. 기원정사가 있는 쉬라바스티까지는 102km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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