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고팔간지부터 두바울리야까지 24km 행선
쿠시나가르에 도착하여 반열반에 드시던 날 부처님의 몸은 황금색 가사보다 더 빛났다. 부처님은 강에서 목욕하시고 사라수 두 그루 사이, 북쪽으로 머리를 둔 채 침상 위에 발과 발을 포개고 오른쪽 옆구리를 붙여 사자처럼 누우셨다. 마지막 유훈을 남기신 부처님이 반열반에 드시니 이때가 바이샤카(Vaisakha) 2월 보름날 밤이다.
음력 2월 15일인 3월 6일, 열반재일을 맞은 상월결사 인도순례단(회주 자승)은 부처님 열반 후 사부대중이 열반회를 열었던 것처럼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했다. 이날 행선은 고팔간지부터 칼라스쿨와, 쉬브라지푸르, 람푸르를 거쳐 두바울리야까지 24km 구간에서 진행됐다. 부처님 가피일까. 그 당시처럼 바이샤카의 보름달빛이 순례단을 비췄다.
<열반경>에는 부처님이 입멸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대중들이 모여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탄식했다고 한다. 세상이 텅텅 비려 하고 있다는 탄식에 사라쌍수의 잎이 하얗게 색이 변하여 학의 깃처럼 되었고, 무변신 보살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러 오고 그 밖에 독사나 악업을 지은 자들도 모두 모여 슬퍼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하지만 열반은 죽음이 아닌 불멸(不滅)로 법신과 해탈, 반야의 세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깨달음 자체로 평가된다. 특히 불성이 모든 중생에 있음을, 깨달음이 가지고 있는 완전한 자유가 모든 것에 열려있음을 알리는 숭고한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기에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 등에는 당시 인도에서 가람 중심으로 열반 상징 와불과 그 중심으로 ‘무차대회(無遮大會)’인 ‘열반회’가 설행됐다고 전해진다.
이런 의미 속에 이른 새벽부터 순례단은 모든 중생의 해탈을 기원하며 함께 정진했다. 한국의 조계종 포교원에서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의 열반재일 순례에 맞춰 특별발원문을 만들어 보냈고, 포교원장 범해 스님을 대신하여 포교국장 법정 스님이 낭독했다.
“진여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신 부처님이시여! 상월결사 인도순례단은 지극한 마음을 모아 발원합니다. 저희들은 부처님 열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고통의 원인인 집착을 없애기 위해 팔정도의 길을 걸어 열반의 언덕에 다다를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이 발원 공덕으로 모든 사람들이 집착을 떠나, 평화와 행복을 누리고, 열반을 성취하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이날 순례는 제방길에서 진행됐지만, 보름달빛으로 훤했고 발을 헛디디는 등 사건 사고없이 무탈하게 진행됐다.
발원문을 낭독한 법정 스님(상계동 수도사 주지)은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셨고, 쿠시나가르로 가시면서 열반경을 설하셨기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한걸음씩 하고 있다”며 “부처님께서 하신 자등명 법등명처럼 살고 있을까. 많이 나태해진 삶에서 이 곳에서 반성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인도에서 인간붓다를 보며 많은 신심이 생겼고, 초기불교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도 느낀다. 한국에서 좀 더 정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례 회향에서는 모든 중생에 순례 공덕을 회향한다는 회향발원도 낭독됐다. 인산 스님의 축원으로 순례단은 “모든 제불보살님의 가피로 상월결사 인도순례대중의 모든 마장 장애가 소멸되고 환희가 원만하여 대발원 성취되소서. 이 뿐만 아니라 인연공덕 있는 모든 중생들이 다생겁의 죄업이 일체 소멸되길 바란다”고 발원했다.
열반재일 순례에 대해 대변인 종호 스님은 “열반경에서 부처님의 열반은 일체 모든 생명들은 부처가 될 수 있는 성품을 갖고 있음을 설명한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부처님이 걸으신 길을 걸으며 어떻게 하면 부처님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까, 그에 맞는 말과 행동은 무엇일까를 화두로 대중들이 함께 정진하고 있다. 열반절을 맞아 한국의 대중들도 이러한 마음으로 함께 정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자귀의법귀의 자등명법등명(自歸依法歸依 自燈明法燈明)의 가르침을 설하시며 ‘이 가르침 대로 행동한다면 설사 내게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그는 항상 내 곁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느니라’고 하셨다. 순례단이 있는 곳은 부처님 열반지 쿠시나가르에서 47km 떨어져 있는 두바울리야지만 이미 순례단 마음 속에는 저마다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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