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건축은 다른 건축들과 여러 가지로 다른 면들이 있다. 그 ‘다른 면’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종교적 상징성이 건축의 중심을 이룬다는 것일 것이다. 때문에 양식 변화의 속도가 다른 건축에 비해 느리다는 것이다. 한국 불교건축 역시 종교적 상징성을 중심에 둔 건축이다. 1600년이라는 역사를 생각할 때 다른 건축이 변화해온 속도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변할 수 없는 종교적 상징성을 반영한 양식이기 때문에 변화의 이유와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다. 최근까지도 한국 사찰의 모습은 ‘기와와 단청’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새로운 형태의 사찰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양식의 건축이 필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불교’라는 대전제를 안고 있는 사찰건축이다.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모두의 고민이
3사찰 모두 문화포교 위해 지어져 극장ㆍ미술관ㆍ서점ㆍ방송국 갖춰 일산 여래사는 건축기간 5년 설계부터 완공까지 꼼꼼하게 건축은 그 시대의 생활상이 반영되는 삶의 배경이다. 그것도 직접적인 배경이다. 그곳에서 삶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종교의 신행활동 역시 삶의 일부이고 문화의 일부이다. 사찰 역시 시대적 흐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깊은 산을 나와 도심에 지어진 현대의 사찰들은 특히 시대적 요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서 시대적 흐름을 선도해야 한다. 최근에 지어진 현대건축 양식의 신 사찰 중에는 문화적 공간을 전진 배치한 도량이 늘어나고 있다. 일산의 여래사와 서울 구룡사, 법련사다. 부처님 모시는 곳…최대한 정성담아야 서울 구룡사 회주 정우 스님은 건축 용어에 능숙했다. 시멘트, 래
시대적 요청의 건축관 수용 2009년 6월 준공·설계 승효상 우리 건축의 ‘마당’ 기본틀로 나무, 돌 사용 주변과 조화 “불교건축이 현대건축에서 공백으로 기록된 까닭이 조선시대 숭유배불 정책의 사유가 크긴 해도 현대에 이르러서도 불교계의 옛 것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오히려 불교의 본질에서 어긋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를 이 건축의 건축가로 선택하느냐 마느냐는 그 족쇄에서 벗어나느냐 하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2009년 6월 11일 충남 공주 태화산에 한국문화연수원이 세워졌다. 불사는 건축가를 결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건축가를 선택하는 일이 건축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라는 것은 단순히 건축의 형태를 ‘고르는’ 작업이 아
형태미 독특한 원형구조 건물 주변 환경과 조화 자연미도 살려 2006년 ‘부산다운 건축상’ 수상 둥근 발코니ㆍ나선형 계단 곡선 살린 절묘한 공간 활용 ‘참선’위해 3중 유리창 방음 신도들 위해 탈의실 마련 온전히 ‘공부’위해 지어진 곳 지구는 둥근데 땅 위에 있는 것들은 네모난 것들이 많다. 우리는 대개 네모나게 생긴 집에서 네모난 TV를 보며 마찬가지로 네모난 베개와 이불에 파묻혀 잠을 잔다. 손에 닿으면 가까운 것일수록 네모난 것들이다. 부산 금정구 남산동 안국선원은 일상적 ‘네모남’을 거부했다. 컴퍼스를 대고 그린 듯 둥근 건물 세 채가 대지에 서 있다. 야트막한 산의 굽이진 능선을 배경으로 건물의 곡선역시 보드랍게 흐른다. 형태는 독특한데 그리 튀어보인다는 느낌
‘누구나 다녀가고 싶은 절’ 전통 대웅전과 현대 조화가 숙제 해법은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건축 기존 전각 재활용으로 가람 재배열 석조의 3m 처마 새로운 디자인 신축 북카페-휴식·위로의 공간 전 건물 지열냉난방 방식 도입 “불자든 아니든, 저희 절의 신도든 아니든 누구나 지나가다 쉽게 들어갈 마음을 낼 수 있는 절을 짓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절이 종교적인 의미와 더불어 생활친화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건축적인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현대적인 건축을 선택했죠.” 충남 천안시 동남구 태조산길에 자리한 황룡사다. 숙제 ‘전통과 현대’ 1960년대 터를 닦은 황룡사는 작은 인법당으로 시작했다. 2001년에 전통 양식으로 지은 대웅전을 마
“건축은 그 시대 생활상의 ‘반영’” 연로한 어르신들 위한 요사채 중점 어설픈 전통 흉내보다 ‘실용’ 추구 종교적 상징성 ‘양식’으로 풀어내 ‘지붕-기둥-마루’ 한옥전통 양식 도입 사찰건축의 현대적인 모습 제시 관음전 넓은 창호로 내부 밝게 충남 논산시 연산면 관동리 골짜기엔 관동사가 있다. 2005년에 지어진 관동사는 절이 분명하지만 외형만 봐서는 절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관음전’이라는 현판을 찾아내는 순간 겨우 절이라고 추측을 할 수 있을 뿐이며, 법당 문을 밀고 나오는 스님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동사의 ‘건축’을 살펴본다. 현대적인 절이란? 모든 건물은 용도에 따른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주택, 갤러리, 학교, 극장, 식당 등
신라 황룡사 9층탑 모티브 보는 방향 따라 한옥, 탑, 빌딩 공존 전통처럼 보이지만 전통 넘어서 국고 150억 투입된 종단(조게종)사업 도심 최초 템플스테이 사찰 새로운 사찰 전형 제시하고파 흔히 ‘새로운 사찰’, ‘현대식 사찰’하면 세련된 미술관 같은 외관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통 사찰의 외양과 구조가 시대적인 흐름에 부합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0년 11월 전통과 새로움의 문제 사이에서 또 하나의 건축이 시도됐다. 서울 신정동에 지어진 국제선센터이다. 현대의 전통화. 설계자인 건축가 김개천 교수(국민대 조형대학)는 지상 7층 규모의 콘크리트 한옥빌딩인 선센터를 이렇게 말했다. 한옥으로 빌딩짓기 국제선센터는 보는 이의 시선을 단박에 사
2010년 11월 준공 외벽 금강경으로 장엄 전통에서 배운 현대적 동선 ‘교육’계승위해 강당 크게 지어 격납고문 등 새로운 시도 처마·단청 현대적으로 재현 한국불교사에 이름을 남긴 선지식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한국 근현대불교사에서 누구도 할 수 없었던 역경불사와 인재양성에 힘썼던 탄허(呑虛·1913~1983) 스님 역시 한국불교가 지금의 저변과 위상을 지니고 누리는 것에 크게 공헌한 선지식이 틀림없다. 스님이 적멸의 길로 자리를 옮긴 지도 30여 년이 흘렀다. 스님의 걸어온 길과 업적을 정리해 놓은 곳이 있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의 대모산 기슭에 자리한 ‘탄허기념박물관’이다. 스님의 유품을 모아놓은 전시장(일소대)을 비롯해 강당으로 쓰이는 보광명전과 법당인 방산굴 등으로
2000년 11월 준공·설계 김개천 교수 새불자 유치 위해 현대건축 시도 140개 창호 열고 닫으면 안팎 경계 사라져 공과 색 공존해 ‘공(空)’사상 문자 아닌 건축으로 표현 혜광 스님, ‘전통가람’살린 불사 서원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후략〉” 고인이 된 前 국립중앙박물관장 최순우는 자신의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아파트 등 주변을 제2의 자연으로 전통, 현대?대표 재료 사용? 비웅사 외벽 허공과 창은 안팎 경계 허무는 소통 접점 건물 우측에 크게 걸린 현판만 아니었으면 몰라봤을테다. 아파트와 상가사이에 자리한 절집은 겉으로보면 세련된 주택같기도, 카페 같기도 했다. 특징없이 평범한 건물들 사이에 나란히 존재하고 있었지만 그다지 튀어보이지 않았던 건 나무와 콘크리트가 적절히 섞인 덕분인 듯했다. 겉모습만으로 셈한다면 이제 겨우 10살이 된 사찰. 신 사찰건축의 7번째 주인공은 경기도 안양시 비산동에 위치한 비웅사이다. 주변 생각한 신 사찰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루어진 직육면체 형태인 비웅사는 외관부터 범상치않다. 두 개 동으로 나뉜 나무건물사이에 날렵하게 뻗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일체가 하나로 들고나는 가르침 담아 1999년 완공·설계 건축가 최영집 전통미 살린 지붕에 공간 활용 극대화 한국16국사·16선사 협시목탱화 모셔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는 서울과 수원을 연결하는 1번 국도(경수산업도로)가 있다. 이 도로변을 따라가면 독특한 형태의 탑이 건물 꼭대기에 놓인 건물이 보인다. 바로 ‘한마음선원’이다. 지하 4층, 지상 5층의 총 9층 규모인 한마음선원은 안양의 랜드마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창건주인 대행(1927~2012)스님의 원력으로 도심포교의 한 획을 긋게 된 한마음선원은 1999년 사찰을 증축하면서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72년 ‘불교회관’이란 이름으로 세워졌을 당시 현대적 건축 양식을 도입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한마음선원은 새 법당을
2009년 완공ㆍ경건축 백경국 설계 은동불상ㆍ사각연등ㆍ미술품 이용 사찰에 ‘문화’ 접목 시도 유리창 108개 등 곳곳에 불교관 공간적 한계 ‘분할’로 극복하고 전통 가람배치 살려 부분보다?전체 감상해야 현대식 사찰 불사를 생각중이라면 꼭 한 번 들려봐야 하는 곳. 상도선원은 도심에 위치한 현대식 사찰의 롤모델로 손꼽히는 곳이다. 날렵한 ‘은동불상’, 네모난 한지 연등, 인테리어 소품처럼 곳곳에 놓아둔 미술품 등 사찰에 문화를 접목하고 싶었다는 미산 스님의 의도대로 갤러리 사찰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기도 하다. 2009년 완공당시 언론마다 선원의 세련된 미감을 입에 마르도록 칭찬했지만 그러나 정작 이를 가능케 한 건물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상도선원 설계자, 백경국(55)씨와의
스님 직선의 삶, 직선의 길로 표현 허공에 쓴 ‘일획’ 만해사 서원보전 창살을 이용해 자연을 후불탱화로 숙박하는 기념관 ‘만해문학박물관’ 2003년 8월 준공·설계 김개천 교수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한 때 우리 민족의 독백이었던 그 슬픈 곡조. 그 독백의 선창이었던 시인은 일제에 빼앗긴 조국의 독립을 갈망했던 만해 스님이다. 그토록 조국의 독립을 그리던 스님은 1944년 6월 29일,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그렇다. 한국불교를 걱정했고, 조국의 현실과 민족의 미래를 걱정했던 시대의 스승 만해 스
모전탑 외형 그대로 옮긴 3백평 법당 2층 법당 후불탱 대신 관음보살 부조 신영훈 큰 그림 그리고 손정호 설계 흙 구운 ‘전’ 7만장 쌓은 전탑 형식 한국불교에서 안타까운 역사 중의 하나인 경주 황룡사가 사라지던 날, 그 허망한 순간을 함께 했던 절이 있다. 황룡사 옆 분황사이다. 분황사 역시 지금은 남아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법당 하나와 무너진 석탑 하나가 겨우 옛날을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무너진 흔적이 분명한 석탑은 언제부턴가 삼층만이 남아있다. 분황사 모전탑(模塼塔·국보 30호)이다. 그 옛날 신라의 기억을 간직한 석탑은 아득한 세월을 건너 20세기 서울 땅에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낸다. 1983년 3월 1일. 분황사 모전탑의 형태를 그대로 옮긴 법당이 서울 성북구 동
옥상 종루의 '도솔문'은 문없는 문 종교건축물 정체성 집약한 부분 본채, 활공루 '채나눔' 기법 소통 도모 다용도 공간으로 실용성 높여 "형태만 있는 전통 의미없어 재료 바꾼다고 전통 버리는 건 아냐 밖이 안 보이면 나가서 숲을 걸어야" ?콘크리트 사찰, ‘보편’이 될 수 있을까 ?소박한 오솔길 끝에 도피안사가 있다. 속세를 떨치듯 도심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이지만 절입구에서 만난 건물은 의외로 도시스러운 건물이다. 회색빛 콘크리트에 다홍빛 주련을 걸친 향적당. 건축 잡지에나 실릴법한 건물이 산 중턱 그것도 사찰 안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생경하다. 서체 디자이너 안상수 교수가 쓴 ‘법의수레 미묘법문 굴려지이다’ 같은 한글 주련이 걸린 향적당은 사찰의 당우라기에는 초
1997. 11. 준공… 김개천 교수 설계 “학생들이 불교에 매력 느끼게…” 현대적 건물에 전통사찰 양식 융합 새로운 생각으로 지은 ‘새로운 법당’ “건축도 禪에서 시작할 수 있다” 제약적 시공 무한으로 확장시킨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선 건축’ 짧은 동선에 일주문·금강문 등 축약 98년 실내건축 부문 대상 수상 집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중의 하나로 인류에게 중요한 테마이다. 그리고 그 ‘집’을 짓는 일을 ‘건축’이라고 한다. 하지만 건축이 단순히 벽돌을 쌓는 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 벽돌을 ‘어떻게 쌓는가’가 ‘건축’일 것이다. 건축은 ‘생각’의 영역인 것이다. 결국 건축은 중요한 ‘문화’인 것이고, 문화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중요한 것이다. 문화는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