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3일 카코리야에서 쉬브람푸르까지 25km 행선
성도지서 초전법륜지까지 길, 인도불자들의 뜻밖의 환대
부처님은 보드가야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나신 뒤 사르나트까지 약 250km를 홀로 걸었다. 도로가 뚫린 현재 기준으로 250km니, 당시에는 돌고 돌아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부처님이 그 길에는 2500년이 지나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인도 불자들이 있었다. 부처님이 법륜을 처음 굴리신 사르나트 녹야원부터 부처님이 깨달으신 보드가야까지 순례 5일차인 2월 13일 순례단은 그 길을 걸었고, 순례단의 앞은 인도불자들이 뿌린 꽃비로 장엄됐다.
순례단이 방문하는 마을마다 스님을 비롯한 수많은 인도불자들이 나와 순례단을 환영했다. 이날 총 순례거리는 25km였지만, 백미는 사실상 불자마을인 새드푸르 마을을 지나면서였다. 새드푸르부터 벤, 띠여리, 말덴, 쉬브람푸르까지 인도불자들의 환영이 이어졌다.
새벽 2시 45분 길을 나선 순례단은 오전 6시 45분경 아침공양 장소인 새드푸르 마을의 키산 초등학교(인터 칼리지)에 도착했다. 아침공양까지 16km를 행선한 순례단을 기다린 것은 뜻밖의 환대였다. 키산 초등학교 입구에는 학교 교장과 마을 이장 부부, 경찰 관계자 등이 순례단을 기다렸다. 이들은 순례단에게 꽃목걸이를 건네고 축원 발원하며 꽃을 뿌렸다.
초등학교에 환영 플래카드를 건 키산 초교 교장 라제쉬 쿠마르 씨는 “한국 불자들이 부처님의 땅 인도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 특히 우리 학교가 공양 장소로 사용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전 마을 이장인 아제르 쿠마르 씨는 “오늘 여러분이 오셔서 불교를 더 많은 인도사람들이 알게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현 마을 이장이며 아제르 쿠마르 씨의 부인인 실라굽타 씨는 “이번 방문 외에도 또 이 곳을 찾아주신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공양 중인 순례단에는 새드푸르 마을 사찰 스님인 마헨드라 보디 스님이 찾아왔다. 환영인사에는 없었지만, 소식을 듣고 신자들과 순례단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마헨드라 보디 스님을 비롯해 함께 찾은 10여 명의 불교신자들은 불교기를 들고 순례단 앞에서 함께 걸었다. 회주 자승 스님은 마헨드라 보디 스님의 손을 잡고 함께 걷기도 했다.
호기심이 신심으로 변하다
불교기를 앞세우고 한국과 인도불자들이 함께 걷자, 그동안 호기심으로 보기만 했던 인도주민들이 환호와 축원을 보냈다. 불교사원 마핸드라 보디 스님을 비롯해 불자들이 불교기를 들고 유피주에서 비하르주로 주 경계를 넘어서까지 순례단의 행선에 동참했다. 인도 힌두교에서 부처님은 9번째 신으로 모셔지지만 힌두교 신자 중 부처님 상을 보아도 공경을 표하는 이는 드물었다. 무엇보다 낯선 복장과 군경의 엄호 속에 진행되는 순례단을 호기심으로만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불자들이 순례 선두에서 함께 하자 인식이 바뀌었다.
마핸드라 보디 스님은 “불자들이 오셔서 순례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걷자는 마음에서 동참하게 됐다”며 “이 곳은 부처님께서 보드가야에서 출발하셔서 이 지역을 거쳐 녹야원으로 향하셨다. 4km 떨어진 곳에 부처님이 머문 곳이 있는데, 여러분이 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스님에 따르면 새드푸르 마을에는 2000여 주민 중 불교신자들이 400여 명에 달하는 인도 속의 불자마을이다. 스님은 새드푸르 마을이 속한 찬덜리 지역에도 매우 많은 수의 불자들이 살고 있음을 전했다. 부처님 제자들이 2500여년 만에 다시 부처님 나라인 인도를 방문 한 것에 대해 스님은 “한국불자들의 방문에 환희심을 느낀다. 찾아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새드푸르 불교신자인 나겐드로시 씨도 이날 불교기를 들고 함께 행선했다. 나겐드로시 씨는 “함께 해서 너무 기쁘다. 같은 불자라는 것에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순례단에 준 감동은 이 것 뿐만이 아니었다. 인도에서 주 경계를 넘는 것은 별도의 검문검색이 필요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비하르주에서는 유피주와 달리 순례단 안내를 맡은 군경 대부분이 총기를 소지하고, 주경계를 넘는 이들을 철저히 점검하고 있었다. 주경계에서 순례단을 환송한 마헨드라 보디 스님과 불자들은 못내 아쉬웠는지 신자 2명과 스님이 뒤늦게 오토바이를 타고 비하르주로 넘어와 숙영지까지 함께 했다. 스님은 회향 의식 후 별도로 군경에게 사유를 설명하고 절차를 밟아야 했다.
이 같은 정성에 회주 자승 스님도 팔만대장경이 새겨진 기념품을 전달하며 스님에게 감사를 표했고, 총도감 호산 스님을 비롯한 순례단도 회향의식에서 인도불자들의 환대에 특별히 감사를 전했다.
숙영지 인근엔 불자 천민촌...그들이 올린 꽃공양
사르나트가 있는 우타르프라데쉬주와 보드가야가 있는 비하르주는 예로부터 불교 유적이 많은 곳이고, 인도 내에서는 불교신자의 비중이 높은 곳이다. 하지만 주 경계에는 다른 의미의 불자들이 있었다. 법적으로 카스트 제도가 사라졌지만, 사회 구성을 이룬 계급제도 하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천민 계층들이 그들이다. 암베르카르 박사에 의해 불교신자로 개종한 이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왔다. 넉넉함이 없지만 그들이 준비한 꽃 공양도 순례단에 감동을 주었다.
쉬브람푸르에는 짓다만 불교사원이 있었다. 힌두교 성자와 암베르카르 박사 등을 함께 모시고 있는 곳에서는 다른 마을보다 융숭함은 없었지만 정성을 들여 준비한 꽃이 공양됐다.
이러한 인도 불자들의 환대 속에 순례단은 2월 13일 오전 9시 40분 경 순례 일정을 회향했다.
벌, 모기, 일교차, 배앓이, 열악한 위생...모든 고통 신심으로 이겨내
인도불자들의 환대가 행선하는 순례단의 발을 가볍게 하고 있다면, 무더위와 새벽 추위, 위생이 열악한 화장실과 벌과 모기, 배앓이 등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 문제를 이겨내는 힘은 바로 ‘신심’이다. 순례단의 행선 시작은 공식적으로는 3시에 시작이지만, 새벽 1시 50분이면 사실상 시작된다. 도량석 전부터 미리 준비를 끝낸 스님들이 솔선수범하여 정리정돈을 돕는다. 도량석 이후 진행되는 순례고불은 2월 11일 점안한 인도에서 조성한 하얀 ‘큰 부처님’과 봉은사에서 조성한 목조 ‘작은 부처님’을 앞에 모시고 엄숙한 가운데 진행된다. “우리의 걸음은 신행 원력의 희망으로 삼아 가슴에 부처님을 모시겠습니다. 마을길 골목길 흙길 물길 모든 생명이 평등한 깨달음의 길을 부처의 눈으로 함께 걷겠습니다”는 발원 하에 발걸음을 뗀다.
순례 회향 이후에 저녁 6시면 피곤함을 뒤로 하고 예불과 함께 108배를 진행한다. 2월 12일 저녁부터는 각자의 텐트에서 총도감 호산 스님의 집전 하에 금강경 독송도 시작했다. 2월 12일까지 20여 명이 물집 등으로 의료팀의 약사전을 방문했지만 이탈자 없이 굳건히 순례를 이어가고 있는 원동력이다. 순례 총 43일차 중 5일차, 순례단은 부처님이 걸은 길을 함께 걷는 다는 마음으로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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