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 따뜻하고 바람도 화창하여 / 산은 층층으로 솟고 물은 잔잔히 흘러가니 / 산꽃은 미소 짓고 들새는 노래 부르니 / 손 마주잡고 태평가를 불러 보세”(경봉 스님의 ‘나와 주인공의 문답’ 중) 봄기운이 완연하다. 3월 30일 경봉 스님이 오랫동안 머물렀던 통도사 극락암에는 봄의 전령 벚꽃이 만개했다. 영취산 봉우리가 비치는 극락영지(極樂影池)에는 벚꽃 잎이 눈발처럼 흩날리며 오고가는 대중의 눈길을 잡아끈다. 스님의 태평가가 봄꽃비와 함께 날린다.
43일, 1167km, 부처님의 땅 인도. 상월결사가 마침내 인도순례를 마치고 3월 23일 서울 조계사에서 회향법회를 열었다. 순례단이 남긴 ‘43일’과 ‘1167km’라는 숫자는 그동안 한국불교사에서 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불사다. 그 어떤 결사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시대가 요구하는 불사라는 점에서 이번 인도순례는 대중에게 많은 것을 던진다. 그 누구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결사라는 점이 그 어떤 불사보다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회주 자승 스님이 회향법회에서 던진 회향사는 우리의 깊은 잠을 깨운 일성이 아닐 수 없
한국불교 중흥 올 때까지 걸음 멈추지 않겠다다시, 길 위에서 새 날을 맞는다. 우리는 부처님의 땅에서 한국불교 중흥이라는 화두를 품고 뜨거운 길을 시작했다. 회향을 앞둔 오늘, 마음마다 뜨거운 눈물이 고인다. 걸어온 이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을 나눈다. 부처님의 땅에서 우리 불교의 앞날을 모색한 지난 43일이 중흥의 시작이길 믿어 의심치 않는다.그리고 오늘, 회향을 맞으며 다시 서원한다. 회향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중흥을 위해 걷는다는 것은 그날이 올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 그날이 올 때까지 한 생각으로 사는 것.
길을 떠난다는 것은 그동안 살아왔던 모습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길을 나서면 우리는 안온한 안식처를 벗어나 탁 트인 세계로 나아간다. 우리는 인생에서 크고 작은 길을 떠난다. 태어나 살고 죽는 모든 여정이 바로 ‘길’이다. 그 일부나마 부처님이 거쳐 간 길을 함께해보는 것은 다시없을 경험이다. 안온한 집에서 가족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 상월결사 인도순례 고불법회가 진행되는 조계사로 가는 마음이 그러했다.고불법회 이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순례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동거동락한 학우의 인도순례를 응원하기 위해 나온 대불련 법우
행선을 거듭하던 순례단이 멈추는 때가 있다. 바로 마을주민들이 공양을 올릴 때다. 행선을 시작한 순례단이 첫 휴식 장소인 바자하 마을에서는 새벽 3시부터 분주함이 느껴졌다. 이른 새벽부터 순례단이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미리 환영 마중을 나온 것이다.순례는 과거의 허물어진 탑이나 건물을 보기보다 그 흔적 속에 담긴 인간 붓다의 고뇌를 느끼고 그 발자취를 따라 가르침을 스스로 받아들일 때 그 순수한 목적이 이뤄진다.자기 자신을 낮추고 큰 원을 세워 실천하는 정진만이 환희를 느낄 수 있는 감동으로 전환된다.순례의 공덕을 불교중
기별이 왔다. 저만치 봄이 오고 있다고 통도사 홍매화가 먼저 와 기별한다. 경칩을 앞둔 3월 2일 영각 앞에 선 홍매화가 활짝 피었다. 봄, 설레는 이름을 붉은 꽃잎에 매달고 힘겨운 오늘을 위로한다. 따뜻한 봄이 또 오고 있다고, 저만치서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고, 내일은 다른 하루가 될 거라고, 붉게 기별한다.
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당선인 진우 스님이 9월 16일 ‘역무원 피살 사건’ 발생 현장인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 ‘추모의 장소’를 찾아 헌화한 후 종단 스님들과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아울러 이와 같은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종단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은 불빛 하나가 연등 하나를 채우면날은 기울어 하늘이 물들고연등 속의 이름도 물들어 간다.연등에 걸린 그립고 미안한 이름들이여날 밝으면 그 이름, 부처님이 모두 읽어주신다네.내일은 그런 날이라네.효도하고 싶었던 아들,다정하고 싶었던 딸,잘해주고 싶었던 어머니,마음만은 그렇지 않았던 아버지.저 붉은 연등 하나에 다 있다네.부처님이 그 이름들 하나하나 불러주시면각자 밝힌 연등 안에서 반갑게 만나요.연등 하나하나에 인연 인연 그렇게 들었네요.작은 연등 하나가 작은 게 아니네요.연등 하나 밝히는 일이 그런 일이네요.
불기 2566년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는 연등회가 3년 만에 화려한 막을 올렸다.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후 처음 열리는 연등회는 4월 30일부터 5월 1일까지 동국대와 종로 일원에서 어울림마당, 연등행렬, 회향 한마당으로 진행됐다.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연등회는 매년 열려왔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열리지 못했다.4월 30일 오후 4시 30분 동국대 대운동장에서 열린 ‘어울림마당’에서는 연희단이 신명나는 율동을 통해 침체된 우리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상징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각 사찰과 불교단체의 어린이·청소년·
오후 7시부터는 서울 동대문에서 조계사까지 연등행렬을 펼쳤다. 올해 연등행렬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불교계가 처음으로 봉행하는 대규모 대면행사이자, 연등회가 2020년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메인무대이기도 하다. 서울 주요사찰과 불교계 단체 50여 곳의 불자들은 직접 제작한 장엄등과 함께 행렬등을 들고 행렬을 펼쳤다.오후 9시부터는 연등회의 마지막을 장식할 회향한마당이 종각사거리 특설무대에서 펼쳐졌다. 밤하늘을 수놓으며 동대문에서 종각까지 연등행렬을 마친 불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축제의 대
1월 21일 서울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가 열렸다. 조계종을 비롯한 종단협 소속 종단의 5천여 스님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속세의 시비를 부처님법으로 넘겠다고 출가한 스님들이 다시 속세의 시비 한가운데 선 이유는 ‘종교편향 불교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를 위해서다. 1700년 역사의 한국불교를 뒤흔든 지난한 종교편향과 불교왜곡을 더 이상은 앉아서 볼 수 없고, 오랜 세월 우리를 살게 했던 전통문화가 소외되고 왜곡되는 것을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어서다. 그렇게 오늘의 전국승려대회는 어렵게, 조심스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일어선
조계사는 10월 14일 중양절을 맞아 제10회 조계사 국화향기나눔전 ‘생명평화와 감사의 중양절 국화수륙재’를 봉행했다. 가을국화로 장엄한 조계사 도량에서 열린 이날 수륙재에서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은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모든 생명을 위로하고 전쟁·기아·질병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했다. 사진은 대중이 연과 위패를 이운하는 모습
아기부처님의 일곱 걸음을 걷게 한 연꽃에는 많은 의미와 설법이 깃들어 있다. 연꽃만 바라보고 있어도 한걸음 걷는 것이다. 서방정토에서는 만물이 연꽃에서 태어난다. 사바에서 서방을 꿈꾸며 사는 우리에게 연꽃이 핀 오늘은 서방에 태어난 날이다. 서방에서 날려 온 꽃씨들이 법당 마당에 꽃을 피웠다. 그리고 서방에서 다시 보게 될 연꽃 뒤로는 사바의 연등이 걸려있다. 연꽃이 핀 오늘, 서방과 사바가 멀지 않다.
코로나도 악천후도 부처님오신날을 찬탄하며 국난극복을 염원하는 불자들의 원력을 꺽지 못했다. 2년만에 열린 연등회서 불자들은 조계사 일대서 연등을 들고 거리에 나섰고, 언택트로 연결된 전국불자들은 한마음으로 함께 했다.
오늘 이 자리연등 불빛 아래 선 우리는그 옛날 4월의 동산에 있었으리그 무엇으로든 그 자리에 있었으리그래서 오늘 여기다시 만났으리그 옛날 함께 들었던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아당안지일곱 걸음 떼시며오시던 부처님 발자국 소리다시 듣고 싶어연등 밝히고 만났으리앞 못 보는 우리눈 뜨게 하시고힘겨운 세상 살펴주신 그 말씀다시 듣고 싶어손에 손 연등 들었으리오늘은 그 옛날부처님 오신 날부처님 오시는 소리부처님 말씀 다시 듣는 날
또 다시 눈이다. 1월 12일 오후부터 서울에 내린 대설에 조계사 사부대중이 제설 울력에 나섰다. 스님은 도량에 하얗게 내린 눈을 치우며 마음의 번뇌도 쓸어낸다.
코로나19의 힘겨움 속에서도 새로운 한 해가 또 밝았다. 전 인류의 위기 속에서 밝은 신축년 새해,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 코로나19를 극복할 ‘지혜’가 필요하다. 강원도 양양 휴휴암 지혜관세음보살 뒤로 신축년을 밝히는 붉은 해가 떠오르고 동해용왕과 남순동자가 보살의 지혜를 기다린다. 붉은 해가 어둠을 밝히듯 신축년 새해는 지혜관세음보살의 가피가 우리의 힘겨운 시절을 밝혀주기를 합장으로 기원한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2월 3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에서는 수험생 학부모들이 부처님 전에 수능수험생의 고득점과 원만회향을 희망하는 촛불공양과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처음 치러지는 수능인 만큼 기도현장의 모습도 예년과 달랐다. 법당에 들어갈 수 없는 대중은 대웅전 마당에 모여 방역수칙 속에서 기도에 동참했고, 촛불공양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질서 있게 진행됐다. 쌀쌀한 날씨와 다시 심각해진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수능수험생을 생각하는 모정불심의 간절한 마음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불기 2563년, 오늘은 좋은 날이다. 온종일 찬불가를 부르고 온종일 오색연등속에서 부처님께 귀의한 사부대중과 함께 한다. 한가지 말과 한가지 생각으로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심을 기뻐하고 찬탄하는 오늘, 부처님이 남기고 가신 말씀이 있어 우리는 또 희망을 이어간다.부처님의 이름과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 많은 곳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기를 한마음으로 발원하는 오늘, 말과 글이 서로 다른 여러 나라에서 많은 대중이 모였지만 오늘의 말과 글은 한 가지 생각도 한 가지이다.손마다 손수 만든 연등을 들고 오늘만큼은 부처님만 생각
부처님이 오신 날(불기 2563년)을 기리는 연등회(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가 5월 4일부터 5일까지 동국대와 종로 일원에서 열렸다. 4일 열린 어울림한마당과 연등행렬, 회향한마당은 화창한 봄 날씨 속에 국내외 사부대중이 참여해 축제를 열었다.1만여 명이 참여한 어울림마당에서는 1000여 명의 연희단원들이 지난 1년간 준비한 봉축율동을 선보였다. 이어서 열린 연등법회에서는 사부대중이 ‘마음愛 자비를! 세상愛 평화를!’이라는 봉축표어를 되새기며 화합과 평화의 주체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저녁 7시부터 이어진 연등행렬에서는 거리에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