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든 이슬람문화권의 ‘보살’ 모흐센 마흐말바프(Mohsen Makhmalbaf, 1957~)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1940~2016)와 더불어 이란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그는 특히 영화를 통해 ‘종교와 이념을 뛰어넘는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과 그 실천력으로 인해, ‘살아있는 경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존재이다. 이란 영화는 크게 보아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적인 계보 속에서 꾸밈없는 현실을 그리는 특유한 시적 미학으로 정평이 나 있고, 키아로스타미와 마흐말바프는 칸 영화제를 비롯한 유수 영화제에 여러 차
행성 여행서 인간 여행으로‘인터스텔라(Interstellar)’는 행성 간 우주여행과 시공간 여행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이면에는 은하계 여행만큼 위태롭고도 경이로운 인간 간(間), 즉 사회적 의미로 축소할 수 없는 인연생기(因緣生氣)의 원리를 꿰뚫는 여행이 투영돼 있다. 이는 웜홀이나 블랙홀, 양자역학, 5차원적 시공간과 같은 문제들을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속에 펼쳐놓은 과학영화로 애호될 측면도 다분하나, 단순한 SF 영화로 그치지 않는다. 처음부터 승산이라곤 아예 없는 우주비행에 도전하는 등장인물 쿠퍼가 긴 세월 동안
1989년 첫선을 보인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Why Has Bodhi-Dharma Left For the East?, 이하 달마)〉의 디지털 복원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평소 말을 아끼는 배용균 감독은 이를 위해 지난 1월 한국영상자료원의 색재현실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복원팀에게 주요 이미지에 담긴 자신의 의도를 밝힌 바 있다. 가령 “기봉의 승복 색이 추한 회색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계곡 물살의 색이 더욱 힘이 느껴졌으면 합니다” 혹은 “석양의 빛줄기가 굽이치며 아래로 내려오는 하이라이트 띠 부분이 뚜렷이 더 밝게
연재를 시작하며‘제7의 예술’로서 지난 125년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화가 중세적 팬데믹과 글로벌 미디어 자본의 각축장인 OTT 사이에서 역사상 아마도 가장 위태로운 시기 중 하나를 맞고 있다. 이 시점에서 심도 있는 기획 하에 ‘영화’의 탄생과 번영을 돌아보며 그 미래를 생각해볼 계기와 함께 그간 우리에게 다가왔던 빛나는 영화적 깨달음과 아름다움의 순간들을 소환해볼 지면을 마련해준 분들께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남미의 작가 호르세 루이스 보르헤스(J. L. Borges)는 무엇보다 “관용적인 정신을 견지해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