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좋으면 다 좋습니다. 1년이 힘들었어도 12월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회향하는 마음으로 차를 끓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차를 닮았다하여 가인여차(佳人如茶)라고 합니다. 맑음, 푸르름도 아름답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고 더욱 감미로워지고 더욱 몸을 이롭게 하는 흑차, 흑차의 깊이 있는 매력이 아름다운 사람의 품성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차의 역사에서 6대 다류는 청나라 때에 이미 갖춰졌지만 녹, 백, 청, 황, 홍, 흑, 차를 우린 수색의 6가지 빛깔로 차를 분류하는 6대다류 분류법은 1970년대에 안휘농대의 차전문가 천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나태주, )”낮이 짧아진 만큼 더욱 사랑을 많이 해야겠다는 시인의 감성을 보면서 낮이 짧아졌으니 차를 더욱 많이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재밌고 행복한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1월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차 두 가지를 소개해 드릴께요.첫 번째는 충시차(蟲屎茶), 벌레 충, 배설물 시, 차 차, 우리말로 벌레똥차라고 할 수 있습니
일기일회(一期一會),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이 가을의 절정에서 붉게 물든 단풍을 바라보며 운남홍차 전홍을 마십니다. 얼마 전 읽은 김훈 작가의 수필 ‘다녀온 이야기’가 생생합니다. ‘이런 일을 글로 써서 받아들여질는지 알 수 없으나 다만 겪은 일을 겪은 대로 쓴다’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작가가 올 초에 혼수상태에서 저승을 다녀온 체험담입니다. 첫째 날은 눈이 내려 온통 하얀 적막강산에 작은 무덤이 있었고 작가는 혼백이 되어 자기 무덤가에 앉아있습니다. 미워했던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둘째 날은 심판자 앞에 끌려갔습니다. 그가 썼던 자
맑은 물도 정성껏 음미하면 차보다 달고, 아무리 좋은 차도 욕심에 가득차서 마시면 차의 맛을 알기 어렵습니다. 고급의 차보다 중요한 것은 맑은 마음이지만 마음은 볼 수 없고 찻잎은 볼 수 있기에, 마음을 다스리는 자세로 차의 싹만을 골라 만든 홍차가 통무관 금준미입니다.중국 푸젠성 통무관은 홍차의 발원지입니다. 통무관 정산소종은 수 백 년 된 차밭의 오래된 차나무에서 봄에 피어오른 싹 하나에 찻잎 두세 장(1아2-3엽)으로 만든 홍차입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귀한 명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통무관 금준미는 봄에 처음
찻잎이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면 가장 많은 말을 하고픈 차는 ‘홍차’일 것입니다. 차는 본디 착한 물건이라 차를 마시면 마음이 맑아지고 착해져야 하는데 차를 마시겠다고 약탈을 하고 전쟁을 벌였으니, 차가 보기에 사람은 얼마나 어리석은지요. “나는 찻잎을 주었는데, 너는 아편을 주었구나!” 아편전쟁은 인류의 아픈 역사입니다. 영국이 홍차대금으로 막대한 은을 지불하고 영·중 무역적자가 심해지자 은 대신 아편을 갖다 주는 악책을 썼지요. 하지만 중국 관료들은 또 차를 재배하는 차농들을 핍박하여 헐값에 차를 바치도록 하였고 이를 견디다
하늘에는 늘 기적이 펼쳐지는데 인생의 기적은 언제 일까요. 구름 사이로 유난히 푸른 하늘이, 달이 뜨고 달이 지고 구름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노을이 붉었다가 별들이 반짝이는 저 하늘이 너무 신비로워서 멍하니 바라보는 날이 많아집니다. 어렸을 때 읽은 헤르만 헤세의 시에서 ‘이상하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모두가 혼자다.’ 라는 시가 인상 깊었는데, 밤하늘을 바라보며 고요히 앉았노라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하다, 밤의 숲속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낮에는 들리지 않던 우주의 소리가 동그랗게 파문을 그리며 점점 커져서
미안해, 춥고 매서운 눈바람을 맞으며 애써서 꽃으로 피어난 너를 차로 마시게 되어 미안해. 고마워, 혹한의 눈바람 견뎠기에 뜨거운 물에서도 강인하고 향기로운 너의 깊음을 차를 마시는 내내 바라보고 느끼게 해주어 고마워.1g에 99송이, 100g에 9900송이나 되는 이 작은 꽃들은 아시아에서 제일 높은 쿤룬산맥의 해발 3000m-3800m 설산에서 피는 국화차입니다. 일 년 내내 만년설이 덮인 설선(雪線) 위에서 피는 꽃이라서 그냥 국화차라고 부르기에는 서운하고 눈 설(雪)자를 붙여서 꼭 ‘설국(雪菊)’이라고 불러주어야 합니다. 정
연못가에 풀들은 아직도 봄꿈을 꾸고 있는데, 돌계단에 나뭇잎은 가을을 알립니다.(주희, ) 입추가 지나니 벌써 바람이 달라졌는데 봄인 양 여름인 양 찬 음식을 달고 살면 우리 몸은 괴롭습니다. 맑게 살아왔다면 몸이 보내는 조짐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몸을 따뜻하게 해줘, 체온을 올려 줘, 추위를 느낀 다음에야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이미 늦은 것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조짐을 압니다. 드러나면 이미 늦은 때입니다.현대인은 저체온인 사람이 많습니다. 냉장고와 에어컨 사용으로 몸이 냉기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얼어 죽어도 아이
중국 역사에서 수많은 황제들이 차를 사랑했지만 그 중에서 차를 가장 귀하게 여긴 애차인을 꼽으라면 송나라 휘종과 청나라 건륭제입니다. 황제의 자리에서 온갖 명차를 다 음미했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애호하는 차가 있었습니다. 건륭제가 가장 좋아한 차는 보이차였습니다. 그럼 휘종이 가장 좋아한 차는 무엇이었을까요? 백차였습니다. 송나라 휘종은 차에 관한 전문서적 을 썼는데 휘종이 마신 백차는 이러했습니다. “백차는 독특한 품종이다. 다른 차와 전혀 다르다. 잎이 보석처럼 얇고 투명하고 깊은 산 절벽에 한두 그루 우연히 자
어른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으면 꼭 떠오르는 차가 있는데, 바로 ‘무량산 자조차’입니다. 자조차는 차나무 줄기가 자주색으로 붉어서 자조차(紫條茶)라고 부르는데, 차나무 줄기가 왜 붉게 변했는지 차나무 얘기를 들어볼까요?‘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사과나무와 소년의 사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년이 자라서 더 이상 사과나무를 필요로 하지 않고 오직 돈이 필요할 때만 와서 사과도 몽땅, 나뭇가지도 몽땅, 마지막엔 그루터기만 남기고 나무 자체를 몽땅 잘라갔는데도 사과나무는 소년을 위해 뭔가를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화입니
애차인(愛茶人)으로서 차를 예찬하는 이유는 100가지도 넘겠지만 그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면 차나무가 스승이 되어주기 때문이라고 답하겠습니다. ‘가인여차(佳人如茶)’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차를 닮았다는 뜻이지요. 차를 마시며 차를 닮으면 대자연의 품으로 회귀하여 숲의 향기를 품은 사람, 나이가 들수록 더 부드럽고 겸손하고 품이 넓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야생 고차수 보이차의 맛은 어떠할까요? 차나무 나이가 1000년이 넘었다고 하면 왠지 차가 메마를 것 같고, 야생차라고 하면 좀 더 거칠고 쓸 것 같다고 대부분 생각합
백 년을 살지 못하는 인간이 천 년된 차나무와 사귐을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천 년 야생 차나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른 봄에 정성스럽게 만든 아포차와 보이차를 우립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천연 원시림 새벽의 맑은 공기, 숲내음. 옹달샘의 신선하고 달콤한 향을 음미하며 천 년 차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귀울여 봅니다.차나무는 신성한 대지의 아들딸입니다. 천연 원시림 다원에서 차를 만들다 보면 나무만 나무가 아니라 사람도 나무이구나, 풀벌레도 나무이고 들꽃도 나무이고 살아있는 것은 모두 나무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