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원’을 보고나서 가슴 깊이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울적함으로 한동안 괴로웠다.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문득 영화 속 아이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외면하고 싶었다. 영화 ‘소원’은 9살 소녀가 학교를 가던 중 술에 취한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트라우마를 겪는 아이의 심리적 치유와 건강을 위해 가족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이 영화를 보고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수많은 트라우마 사건으로 평생을 괴롭게 사는 내담자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화 속 소원과는 달리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내가 하필 그
어느 날 해질 무렵 개천가를 거닐고 있었다. 징검다리 저 멀리에서 자전거를 타던 다문화가족 초등학생이 나를 보더니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며 건너왔다.“스님은 어디 살아요?”“절에 놀러가도 되냐”고 물으면서 옆에 있던 엄마와 어린 동생을 뒤로한 채 졸졸 따라오는 아이.“스님! 삭발은 왜 해요? 친구는 있어요? 뭐 먹고 살아요?”호기심 가득,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질문을 퍼붓는 아이가 새삼 반가웠다. 아이는 “나중에 친구들을 데리고 오겠다”며 웅장원을 둘러보고 갔다. 다시 찾아올 아이를 위해 법당에 간식 코너도 만들고, 냉장고
새해가 오자마자 이라크페만 사건이 벌어지고, 뭐, 예견했던 바이지마는 그렇게 속성과로 일어날 줄 몰랐습니다. 몰랐다면 말이 안 되지마는 아무튼 사람들이 많이 놀랐을 겁니다. 예전에도 여러분한테 얘기한 적이 있죠. 여러분이 여러분 스스로 완성을 해야만이 외부의 모든 것들을 다 한마음으로 할 수 있는데, 한마음은 빛보다 더 빠르다고요. 빠르게 오고 가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 시대는 보는 것도 컴퓨터나 미사일이나 또는 인공위성을 띄워서 두루 하면서 보는 그 견해가 얼마나 많이 발전이 됐는지, 그 먼 거리를 눈앞에 보고 있는 시대
이제 걷기는 교통이라는 본원적 기능보다는 치료 및 예방, 운동 그리고 명상이라는 파생적 기능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인간이 선택한 것이 아닌 육체적 활동으로는 유일하기 때문이다.근골격계의 약화뼈, 근육 그리고 관절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본 요소이다. 나이가 들면서 체지방량이 늘고 근육량이 줄고 골밀도가 낮아진다. 근골격계 질환으로는 요통, 경부통, 오십견, 퇴행성 관절염 등이 있다. 이러한 질환이 발생하면 일상생활 동작에 제한을 줄 수 있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이는 곧 일상생활에 있어 신체적으로 불완전한
모든 만물들은 들어라나는 완전한 주인이 되었으며나는 완전한 자유를 얻었도다나의 빛은 끊임없고 온세상을 비추리니 진실을 밝게 비출뿐이라
얼마 전 어느 법우님으로부터 금강경 공부를 하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분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불교를 만났고, 금강경 공부는 난생 처음이었다는데 그분의 말씀을 전해본다.“저는 평소 남에게 약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제압하려는 언행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상대방이 위압감을 느꼈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뒤돌아서서 곧바로 반성하게 돼요. 또 ‘너의 불행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는 생각도 은연중 많이 했는데 금강경을 읽으면서부터는 ‘너와 나는 차별이 없다’ ‘동등하다’ ‘상대방을 대
얼마 전 상담을 나누었던 선희(가명) 씨는 여러 병이 겹쳐 15년간을 침대에 누워 살아야만 했다. 오랜 지병으로 명절에 시댁에 가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 그럴 땐 정성을 담아 전이랑 음식 몇 가지를 만들어 남편 편에 보내곤 했다. 몇 년 전에는 몸의 컨디션이 좋아져서 시댁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차례를 마친 뒤 잠시 쉬고 있는데, 시어머님께서 멸치볶음을 해서 시누이에게 서둘러 주시는 것을 보고 말았다.직장 생활을 하는 시누이를 위해 챙겨주시는 엄마의 마음은 백분 이해되지만, 마음 한구석에 속상함이 불쑥 올라왔다.“저는 그때 밥도 못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돼 점차 기승을 부리던 따뜻한 봄날에 산문 밖을 나섰다. 고여 있는 물은 썩는 법이라. 〈금강경〉과 〈법화경〉을 짊어지고 흐르는 물이 되어 보살행을 몸소 실천하고자 만행을 계획했다.하산하던 날, 온 대중은 만행을 결정한 나를 의아해했다. 선방이나 율원을 간다면 능히 격려하며 보내줄 터이나 홀로 만행을 한다고 하니 은사스님은 상좌가 풍진 세상으로 들어가 행여나 악업에 물들까 전전긍긍하셨다. 그럼에도 나의 결정은 단호했다. 번잡한 시장에서도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곳이 곧 절이고 수행자라 하지 않았던가.화광
금정산(金井山)은 금빛 물고기가 내려와 산 정상의 샘(井)에서 놀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리고 그곳에 건립된 사찰이 범어사(梵魚寺)다. 해동의 화엄십찰 중 하나로 창간된 범어사는 수많은 고승대덕들을 배출한 명실상부한 한국의 명찰이며, 지금도 부산과 경남 일원의 수행·전법 도량이자 총림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금정총림을 새로 이끄는 선지식이 여산 정여 대종사다. 새해를 앞두고 정여 대종사를 찾아 뵙고 가르침을 받았다. 산중도 한파 속에 있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선지식의 푸른 안목 때문인지, 무애한 그림자 때문인지, 출세간의 하루는 그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10년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주 남산 64개의 계곡 중 60개에서 296곳의 사찰 터와 불상 등 불교 유물이 377점 발견됐다. 또한 경주남산연구소에서 발간한 남산 안내서의 책자에는 150곳의 사찰 터와 100여 기의 불탑, 130구의 불상 그리고 22기의 석등과 연화대 19점 등 700여 점의 유물과 유산이 있다고 했다. 이 외의 경주 남산 사찰 터와 불상 등 발견된 개수를 정리한 연구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자칭 경주 남산에 푹 빠진 연구자이며 또한 남산 불교 매니아(출가자)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지구가 아프다.물-땅과 물과 대기도 두루 아프고, 심-깃들어 사는 생명들의 앞날도 막막한 지금의 지구는 물심양면으로 아프다. 영하 40도 아래로 추위가 덮친 날씨가 계속되는 북유럽, 새해 첫날부터 지진으로 무너진 일본, 날마다 전쟁으로 죽고 죽이는 나라들, 그 기후위기와 전쟁의 여파로 무너지는 세계 경제와 평화.사람들은 가끔 사라지려는 것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데서 생명이 지속되리라는 위로를 찾는다. 더 이상 자연에서는 볼 수 없고 외교적 잇속 따져가며 동물원에서나 전시되는 판다에 대한 열광도 그런 예가 될 것이다.〈친애하는 지구에게
몹시 추운 겨울 밤, 중국의 어느 사찰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유랑하다가 얼마 전부터 이 절에 머물던 스님 한 사람이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주지스님이 넉넉하게 땔감을 마련해주지 않았나 봅니다. 스님은 달달 떨면서 군불을 좀 땔까 하며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봤지만 땔감은 눈에 띄지 않았지요.하긴 수행하겠다는 사람이 추위를 이기지 못해 온기를 찾아 군불을 지필 생각만 한다면 너무 나약한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주지스님도 이런 마음에서 방에 불을 넣어주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지요.그런데 너무 추웠던 스님은 결국 일을 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꾸준히 나빠진 콩팥을 되돌리는 의학적 방법은 아직 없기 때문에 만성 콩팥병 ‘치료’보다는 만성 콩팥병 ‘관리’라는 말이 오히려 적절하겠습니다. 과거에는 사구체 신염과 같은 질환으로 인하여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에는 고혈압, 당뇨와 같은 선진국형 만성 질환으로 인하여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고혈압, 당뇨로 진단되어 약제 복용 및 관리 중인 분들은 만성 콩팥병으로의 진행에 대한 꾸준한 관찰을 필요로 합니다. 콩팥병에 대한 관리 방법 콩팥은 고혈압의 직접적인 원인 장기인 동
우리 시대는 거대한 환상을 마주하고 있다. 이 환상은 그럴듯한 좌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과학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환상은 과학에게 전능이라는 멋진 옷을 입혀준다. 과학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데이터와 실험실 증거들에 힘입어 설득력을 드높이고 있다. 과학에 대한 맹신은 기묘한 선험적 도식화 과정을 거치면서 윤리와 철학을 뒷자리로 물러서도록 강요하고 있다. 세상은 과학의 답변을 해답으로 받아들이며, 다른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으려 한다.얼마 전까지 욕망은 ‘타자의 욕망’으로 이해됐다. 이 타자와 관련된 질문
참다운 인생의 길은 간다는 것은질문 인간으로 태어나기 힘들다 하는데 그럼 이렇게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어떻게 해야 참다운 인생의 길을 가게 되는지요. 답변 여러분은 그렇게 겪어 보지 않았고 또 실감 나지 않는 일이 돼서 모르시겠지마는 이런 걸 얘기로 한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실감 날 리는 없겠지요. 그러나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 증명이 되고 또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물속에도 그 돌에 있는 그 느끼, 또는 흙의 느끼 그런 것만 걷어 먹고 남하고 싸움하기 싫고, 또 연쇄적으로 잡아먹어 가면서
질문자1(남) 스님, 내가 없으면 모든 것이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저번 날 냉수를 제가 한 컵 마셨더니만 상당히 시원했습니다. 근데 그 기분에 온 세상이 다 시원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생각에 ‘그 한생각이면 모든 것이 다 같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큰스님 본래 우리가 공생, 공심으로서 공용을 하고 돌아가고 있지요. 그건 대의적인 문제고요. 내가 한생각을 내서 옆의 사람도 못 보던 거를 알게 됐다, 또 내가 물 한 모금 마시면 내가 시원하니까 딴 사람도 다 시원할 거다 하는 것도 내가
올 새해에는 여러분께서 한마음의 도리에 더욱 정진하셔서 가정에 병고 액난이 없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사시기를 바랍니다. 세상을 살아가자면 좋은 일도 있고 언짢은 일도 있습니다. 그런 것은 인간뿐이 아니라 만물의 살림살이가 다 그러합니다. 우리 가정만 그런 게 아니라 날아다니는 새도 그렇고, 기어 다니는 벌레도 그렇고, 우리 인간도 역시 그렇고, 고통이라는 것은 언제나 뒤따르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고통도 슬픔도 괴로움도 아닌 그 가운데서 내 마음을 발현해서 자유스럽게 살 수 있게 돼야겠죠. 하여튼 제가, 아
부처님 법(法)이 천강(千江)에 골고루 스미듯 세상을 얼려버린 추위도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움츠러들게 한다. 특히나 겨울바람이 매섭기로 소문난 가야산 동장군에게 자비란 없는 듯하다. 말 그대로 뼈를 때린다. 두 겹 세 겹으로 몸을 감싼 목도리가 자기소임을 제대로 못해 민망할 정도.해인사는 여전했다. 웅장하고 위엄 있는 가람과 각자의 위치에서 흐트러짐 없이 정진하는 대중들의 모습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비로자나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기 위해 해인사 대적광전으로 향했다. 이날은 마침 조계종 종정을 지낸 혜암 스님의 22주기 추모다례가 있던
이곳이 무릉도원인가 싶었다. 하얀 눈이 모든 것을 덮어버린 겨울의 불영사(佛影寺). 하늘과 땅의 경계마저 사라진 순백의 설국을 마주하자 오랜 시간 그려온 이상향의 땅에 다다른 것만 같았다.“하지만 좋은 건 딱 3일이었어요, 그다음부터는 본격적인 행자 생활이 시작되었거든요.” 재미난 기억이 난 것처럼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여거 스님에게 그날의 기억은 오늘도 생생하다. 작지만 어엿한 한 사찰의 주지로, 또 사찰음식 전문강사로 많은 이들에게 부처님 법을 전하는 요즘이지만, 지금도 그해의 겨울은 결코 잊지 못할 나날들이었다. 출가와 함께 어
2024년 푸른 용의 해반야용선 타고 피안세계로 건너가요. 지혜의 푸른 용 타고 올해는 모두들 장애없이 행복한 한 해를 발원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