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금강경 공부가 주는 변화

얼마 전 어느 법우님으로부터 금강경 공부를 하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분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불교를 만났고, 금강경 공부는 난생 처음이었다는데 그분의 말씀을 전해본다.

“저는 평소 남에게 약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제압하려는 언행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상대방이 위압감을 느꼈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뒤돌아서서 곧바로 반성하게 돼요. 또 ‘너의 불행은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는 생각도 은연중 많이 했는데 금강경을 읽으면서부터는 ‘너와 나는 차별이 없다’ ‘동등하다’ ‘상대방을 대할 때는 상으로 보지 않고 부처님생명으로 대해야 한다’는 법문을 새기며 저의 행동을 돌아보게 돼요.

모멸감을 주는 동료에게도 전처럼 반응하지 않고 그냥 넘기는 저를 보게 되고요, 운전 중에 끼어드는 사람에게도 예전에는 욕이 나왔는데, 지금은 ‘저 사람이 뭔가 바쁜 일이 있나보다’ 하면서 저도 모르게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고 있더군요. 불교를 믿으면서 위에 계신 분께 구하면 얻을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지금도 구하고는 있는데요. ‘생명에는 위아래가 없고 누구나 다 평등하다’는 말씀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어요. 오늘도 ‘아! 부처님이 CCTV로 나를 보고 계시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당신은 어떠한가? 마음 속 CCTV가 작동 중인가? 자신의 말과 행동과 생각을 부처님의 눈으로 지켜볼 수 있는 힘은 바로 나무아미타불 염불에서 나온다. 경전 독송과 염불로 스스로를 비추어볼 수 있는 힘이 자라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있다고 한다. 취할 것과 버릴 것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드러날 것이다. 업력에 이끌려 살다보면 삶의 이유와 방향을 놓치기 십상이다. 자신이 왜 사는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오롯이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 바로 정진의 시간이다.

경을 읽으며 법문을 듣는 것은 마치 거울을 놓고 내 마음을 비추어보는 것과 같다고 한다. 거울 앞에서 헝클어진 머리와 옷매무새를 바로 잡듯이, 내 마음의 비뚤어진 부분을 비추어 수정해가는 것이 불자의 삶이다. 눈앞에 펼쳐진 상(相)은 아무 잘못이 없다. 그 상을 가지고 분별심을 일으켜 짐작하고 단정내리는 내 마음을 수정해갈 뿐이다. 드러날 것은 드러나고 사라질 것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만남은 시절인연이 와야 이루어진다고 한다. 씨앗이나 요인이 다 갖추어져 있어도 시절이 맞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는 것이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건 부처님께 다 맡기고 그저 정진할 뿐이다. 상에 휘둘리면서 마음에 끌려 다니지 말고, 법문 듣고 염불 모시며 오늘도 마음의 주인 되어 살아가길 발원한다.

언제나 금강경을 수지 독송하라고 당부하시던 한탑 스님의 법문을 떠올려본다.

“우리가 금강경을 배우는 이유는 우리들 마음의 울타리를 허물기 위해서입니다. 나하고 좋게 지내는 사람과의 사이에만 울타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나쁘게 지내는 사람과도 울타리를 갖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남과 대립된 감정을 갖지 않는 삶을 살아갈 때 무한광명이 비춥니다. 울타리가 사라지면 빛 아래 모든 것이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부처님의 광명이 모두 남김없이 드러납니다. 금강경을 읽으면 부처님께서 몇 번을 읽었는지 알아서 상을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금강경을 읽은 만큼 내 마음속에 있는 어두움이 없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김영애 문사수법회 법사
김영애 문사수법회 법사

내가 가지고 있던 울타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어두움이 없어지는 것이고, 어두움이 없어지는 만큼 세상이 밝아지는 것입니다. 세상은 본래 밝은 것으로 새삼스럽게 밝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눈이 밝아져서 세상을 밝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지요. 이것이 금강경의 무한공덕입니다. 그러니 금강경을 부지런히 읽고 법문을 들어서 본래부터 있는 밝은 지혜광명을 드러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드러나는 밝은 지혜광명이 바로 반야입니다. 반야는 ‘우리가 본래부터 부처님생명을 살고 있는데도 부처님생명이 아니라는 어두운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을 없애는 것’입니다. 부지런히 금강경 독송합시다!”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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