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편향의 역사는 반세기가 넘는다. 1945년 이승만 정권이 기독교인사를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하고 기독교국가의 건설을 주장했던 당시부터, 종교편향·종교차별로 인한 불교계의 직간접적인 피해의 유구한 역사가 시작됐다. 긴 역사만큼 그 형태는 조금씩 변화해 왔다. 공공영역에서의 종교차별·종교편향 행위가 의식 없이 횡행하던 시기를 지나, 그에 대한 기준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이후에는 중앙정부가 아닌 각 지자체장의 성시화 발언과 직간접적 사업지원으로 변모해 왔다. 장로대통령 이명박 정권 당시, 대통령의 조찬기도회 무릎기도 사건과 국토해양부의
2022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이다. 십이지의 호랑이는 방위상으로는 동북 방향, 시간상 오전 3시에서 5시, 달로는 음력 1월을 지키는 신이다.호랑이는 한국인에게 공포의 상징인 동시에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조상들은 호랑이로 인한 재앙, 호환을 특히 두려워한 조상들은 오히려 호랑이에게 잡귀를 물리치는 영물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제를 지내기도 했다. 영물인 호랑이는 액을 물리고 복을 부르는 존재였으며, 때문에 매년 정초가 되면 궁궐을 비롯해 민가에서는 대문에 호랑이 그림을 붙이기도 했다. 각종 민화와 전설·구전설화에
▒ 미군정 - 이승만 정부(1945~1960)한국사회에서 종교차별은 광복 이후 미군정 시기(1945~1948)부터 시작됐다. 기독교 국가를 지향했던 미군정은 노골적으로 기독교계 우대 정책을 폈다. 일본이 남기고 간 종교적산(敵産) 대부분을 당시 전체 인구의 0.5% 밖에 되지 않던 개신교에 대부분 불하했고 그 자리에 교회와 학교 등 수백 개의 기독교 시설이 들어섰다.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제도적 특혜도 제공했다. 1975년에야 부처님오신날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됐으니 30년의 시간격차가 있었던 것이다. 또 공영방송인 서울
다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지금은 정리와 성찰의 시간이다. 지난해에 이어 코로나 팬데믹이 모든 일상을 뒤덮어버린 2021년은 이제껏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20세기 사상가인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물질적 풍요가 가져오는 폐해를 지적하고 인간이 소유의 삶에서 존재의 삶으로 옮겨갈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은 물질 지상주의로 치달아온 인간에게 삶의 본질과 진정한 가치에 대한 재성찰을 요구하고 있다.지혜로운 선(禪) 이야기를 담고 있는 대행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중봉성파 대종사가 조계종의 새 종정에 추대되면서, 한국불교 선 중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고 있다. 성파 대종사가 걸어온 족적과 이로 인해 쌓여온 대중적인 인지도가 남다르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성파 대종사는 수행자인 동시에 예술가다. 세간의 시선으로 ‘예술하는 스님’이라는 독특함은 스님의 인지도를 넓히는 토대가 됐다. 여기에 스님의 소탈한 성품과 깊은 통찰이 더해지면서 남다른 예술세계로 주목받았다. 21년 간 도자기를 구워 16만 도자대장경을 조성하고 장경각을 건립해 봉안하는가 하면, 천연염
올해도 어김없이 여론조사기관들의 종교 지표 조사 결과들이 나왔다. 가장 최근의 조사는 한국리서치에서 이뤄졌다. 한국리서치의 종교지표 정기여론조사에서는 몇 가지 눈길을 끄는 항목이 있었다. 우선 50대 이상에서 ‘믿는 종교가 없다’는 응답이 증가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50대의 ‘무종교’ 응답은 2018년보다 6%로 높은 46%였으며 50대 불자 인구 비율은 3%가 감소했다. 이는 60대 이상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장년·노년층 인구 비율이 높은 불교에게 50대 이상 연령층의 이탈은 뼈가 아프다. 또한 1년간의 종교 변화를 묻는 질문
동물이든 식물이든, 그리고 기간이 짧든 길든, 겨울을 나는 것은 쉽지 않다. 먹거리가 부족해지고, 날씨가 추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계절이 있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동식물들은 가을에 들어서면 일찍부터 겨울나기 준비를 시작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오래된 추억처럼 남아있는 연탄 들여놓기가 그러하고, 요즘도 대부분의 집에서 놓치지 않는 김장김치 담그기 역시 겨울나기 준비의 일환이다. 특히 김장김치 담그기는 요즘에 이르러서는 풍습의 의미가 더 강한 것처럼도 보인다. 가족이 모이고 가족이 겨울과 봄을 나는데 필요한 김장김치를 함께 담그는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상정해 통과한 내년도 정부예산이 전통문화 홀대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소식이다. 민주당표 예산안은 ‘슈퍼예산’으로 지칭될 만큼 대규모였지만, 전통문화 보존·전승을 위한 증액요청은 사실상 묵살됐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이 제출한 ‘문화재 보존관리 긴급지원 예산증액안’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출한 ‘전통사찰 보수정비를 위한 예산증액안’은 일부만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그동안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20%로 책정됐던 전통사찰의 보수정비 자부담율도 애초 논의됐던 10%가 아닌 5% 경감에 그쳤다.이
내년 템플스테이가 운영 20주년을 맞는다.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의 불교문화를 세계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시작됐으며, 2002년 5월 11일부터 12일까지 직지사에서 진행된 주한외교사절단 템플스테이가 시초다. 이제 성년을 앞두고 있는 템플스테이는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전통문화관광콘텐츠가 됐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12월 8~10일 진행한 ‘템플스테이 운영자 연수’에서 20주년 사업 기조와 방향을 발표했다. 대국민 감사 이벤트부터 기념식, 세미나까지 다양한 행사와 사업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송나라 때, 소동파(1037~1101)는 ‘동파거사’라 불린다. 그는 당송 8대 문장가 중 한 사람으로 뛰어난 문인이자, 정치가이다. 동파는 22세에 진사 급제를 시작으로 정치인이 되었는데, 정치계에 휘말려 지방관으로 좌천되는 일이 많았다. 그가 10여 년간 지방에서 보내면서 곳곳마다 선사들과의 인연으로 참선이 깊었다. 동파는 임제종 황룡파 동림상총(1025~1091)의 법맥을 받았는데, 그와 관련해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한다. 운문종 오조 사계(五祖師戒, 운문문언의 손자뻘 제자)의 후신(後身)이라고 하는데() 진위 여부를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이 기독교 음악을 홍보하는 종교편향적 행정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급기야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문체부를 상대로 캠페인 예산집행 정지를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법적조치에 나섰다. 조계종과 종교평화위원회는 물론, 중앙신도회와 포교사단, 대한불교청년회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 불교계 기관과 단체들도 잇따라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캠페인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불교계의 분노를 유심히 들여다 봐야 한다. 비단 한 가지 사안에 대한 반발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그동안 숱한 종교편향과 불교폄훼,
역대 최대 규모로 부과된 종합부동산세가 사찰에도 적용됐다고 한다. 일명 ‘종부세 폭탄’이 사찰에도 투하된 것이다. 실제 조계종 제3교구본사 소속 한 사찰은 지난해까지 종부세로 1억 6000여만 원을 냈지만, 올해에는 4억 8000여만 원을 내야한다. 이는 지난해보다 3배 오른 수치로 최대 12배까지 오른 사찰도 있다고 한다. 반면 지난해까지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었다가 올해부터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는 사찰도 30여 곳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 대상 종부세가 대폭 증가한 요인에 대해 조계종 재무부는 “법인(단체) 소유 주택에
도심의 길가와 산사의 도량을 온통 노란 빛으로 물들이고 우리의 마음에 평안함을 안겨주던 가을이 어느새 지나가고 삼동의 추위를 맞이할 동안거가 입재했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의 무상함과 속도는 우리를 아쉬움에 빠지게 한다.이번 동안거는 여느 때와는 다르다. 지난해 동안거는 코로나가 정점이었던 어수선한 분위기였다면, 이번 안거는 코로나를 포용하기 위한 새로운 분위기이다. ‘위드코로나’, 표현 그대로 우리의 모든 일상 속에서 이제 코로나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 아니라 코로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함께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그러나 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이다. 그러나 이 헌법은 조항에만 머물러 있다. 대한민국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제정되지 않았기에 더욱 씁쓸하다. 2007년 처음 제출된 이래 수차례 무산됐던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회 심사기간이 2024년 5월29일까지 연장됐다. 14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반복된 ‘나중에’의 연장이
조계종 제3교구본사 신흥사 소유부지이자 설악산국립공원 상징인 ‘대청봉’의 경계를 두고 속초시와 인제군, 양양군 세 곳 지자체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황당함을 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땅주인을 배제한 채 권한 없는 자들이 땅을 두고 싸우는 꼴과 다르지 않다. 대청봉에 대한 소유권이 없는 지자체 세 곳이 대청봉의 소유를 주장하고 있으니 이를 보는 불자들의 심경은 말 그대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법적으로 부지의 경계정정은 토지 소유자의 신청과 동의가 있어야 한다. 강원도 역시 이번 논란에 대해 같은 절차로 지적공부가 정리
제주특별자치도는 10월 8일 ‘중광제주도립미술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2025년에 제주 저지문화예술마을에 건립할 예정임을 발표하였다.이는 이호재 가나아트센타 대표가 중광 스님 작품 432점을 수집한 것을 스님의 고향인 제주도에 기증해 성사됐다. “관심이 있어야 보이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우리 곁에 함께 했던 중광 스님의 미술작품이 그런 것 같다. 중광의 예술세계를 최초로 인정한 사람은 미국인 버클리대학교 랭카스터 교수이다. 그가 통도사 초대박물관장직을 수행하고 있을 적에 처음 만났다. 랭카스터 교수는 중광의
조계종이 11월 17일 2014년 현대차 그룹이 매입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 일부를 환지본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무원이 언급한 한전 부지는 2014년 9월 현대차그룹이 한전으로부터 약 10조 원에 매입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일대로 1970∼1971년 당시 상공부는 봉은사 경내지를 매입했는데, 이 부지는 이후 환지(換地) 작업을 통해 현재 한전 부지로 자리가 바뀌었다. 사찰 경내지 매각에 대한 불교계 반대에도 당시 실력자이던 이후락 前 대통령비서실장이 종단 간부 회의에 참석하고 총무원에 넣은 압박으로 매각이 이뤄질
조계종 중앙종회 222차 정기회가 내년도 중앙종무기관 예산안 승인의 건을 처리하지 못한 채 폐회했다. 의사정족수 미달로 수차례 유회했고 결국 폐회하면서 내년도 중앙종무기관 운영에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수차례 반복된 유회의 원인이 집행부를 향한 중앙종회의원 스님들의 보이콧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도 적지 않았다. 어떤 이유든 중앙종회가 정기회를 속개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의사일정 만료를 하루 앞두고 집행부 부실장 스님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지만, 사태는 좀처럼 안정되
아침울력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니 전화벨이 울렸다. 큰형님이었다. 아버지께서 임종하실 것 같으니 급히 오라고 하였다. 어제 통화할 때는 일주일이나 한 달은 더 계실 수 있을 것으로 들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며 잠시 할 바를 잊었다.올해 꼭 90세. 당신의 인생에 굴곡이야 없었겠냐만은 평생 거칠 것 없이 당신의 뜻대로 살아온 인생이었다고 생각한다. 출가 전 불교에 귀의한 아들들을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절에 다니며 부처님을 믿고 의지하고 사니? 나는 내 힘으로 일하고 내 힘으로 가족들 먹여 살리고 나 스스로를 믿고
조계종 제222차 중앙종회 정기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던 ‘법인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이하 법인법)’ 개정안이 결국 철회됐다. 현행법 제24조 2항에 명시된 ‘총무부장은 이 법의 개정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협의기구를 설치해 법인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2014년 법인법 제정 당시, 일부 법인들을 중심으로 종단 등록에 대한 우려들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종단이 법인 운영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 법을 일방적으로 개정하거나, 이를 통해 법인이 과도한 제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