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광미술관 건립 본격화
오는 2025년 건립 완료 예정

미술관·박물관, 문화의 척도
문화·예술의 중심 곧 ‘미술’

고승·불자 예술가 전시 전문
사찰들 미술관 건립불사 통해
지역 문화의 선진화 기지돼야

제주특별자치도는 10월 8일 ‘중광제주도립미술관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2025년에 제주 저지문화예술마을에 건립할 예정임을 발표하였다.

이는 이호재 가나아트센타 대표가 중광 스님 작품 432점을 수집한 것을 스님의 고향인 제주도에 기증해 성사됐다. 

“관심이 있어야 보이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우리 곁에 함께 했던 중광 스님의 미술작품이 그런 것 같다.  

중광의 예술세계를 최초로 인정한 사람은 미국인 버클리대학교 랭카스터 교수이다. 그가 통도사 초대박물관장직을 수행하고 있을 적에 처음 만났다. 랭카스터 교수는 중광의 방에 걸린 수십 점의 달마도를 보고는 ‘한국의 피카소’라고 경탄했다. 

선(禪)은 정적인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시문학, 서예, 그림 등 예술세계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 추사 김정희의 예술세계가 그렇다. 중광미술관의 건립 소식을 접하면서 고승, 불자 예술가들의 훌륭한 선화나 서예작품, 도자기를 분야별로 수집해서 미술관을 건립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다. 문화가 경제, 사회, 종교 등 사회 발전과 방향을 학문적 이론으로 밑받침한다. 문화의 중심은 예술이고, 예술의 중심은 미술이다. 요즘 여행은 테마 문화 기행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가 우리나라에서는 제주시다. 미술관이 수십 개이고, 종류도 많아 박물관의 종합도시라 할 만하다.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지방분산 문화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국의 사찰이 중심이 되어 지방문화의 시대를 여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럽여행은 각국의 중세시대 건축물인 성당과 미술관, 박물관 견학이 주류를 이룬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미술품에 중점을 두었고, 유럽의 근대적 박물관 또한 대부분 미술관 중심이다. 르네상스시대 예술품과 근현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수덕사 입구에 있는 선미술관은 우리의 예술적 심미안을 키워준다. 이응노 화백의 문자 추상화는 독창적인 미술세계를 창조했다. 전국의 교구본사와 규모 있는 사찰에서 달마도·선묵화 미술관, 사경·변상도(판화) 미술관, 경판·불경 박물관, 근대불교서적 도서관, 발우·가사·불구(佛具)도자기 박물관, 불교공예 예술관 등 전문불교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건립된다면 국가 예술계에 이바지 할뿐만 아니라 절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큰 선물이 되어 불교문화 포교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귀중한 문화재의 대부분이 불교문화재이다. 옛것을 사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추구해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새 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 불교계는 이 점을 뼈아프게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가을 이사철이다. 며칠 전 아파트 재활용터에 인간무형문화재인 삼락자(三樂子)의 달마도와 전서체로 쓴 ‘반야심경’ 액자가 버려져 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자식들이 실수로 오래된 물건을 정리한 것 같다. 사찰에 미술관이 있고 박물관이 있었다면 이런 귀한 불교작품을 기증하였을 것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가는 수집한 예술품을 시정부에 기증하여 오늘날 세계적인 미술관을 보유하게 되었고, 세계의 미술시장, 산업디자인까지 주도하고 있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증명해주는 대표적인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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