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된 편향에 공분…14년만의 불교결집 ‘주목’

종교편향의 역사는 반세기가 넘는다. 1945년 이승만 정권이 기독교인사를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하고 기독교국가의 건설을 주장했던 당시부터, 종교편향·종교차별로 인한 불교계의 직간접적인 피해의 유구한 역사가 시작됐다. 긴 역사만큼 그 형태는 조금씩 변화해 왔다. 공공영역에서의 종교차별·종교편향 행위가 의식 없이 횡행하던 시기를 지나, 그에 대한 기준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이후에는 중앙정부가 아닌 각 지자체장의 성시화 발언과 직간접적 사업지원으로 변모해 왔다. 

장로대통령 이명박 정권 당시, 대통령의 조찬기도회 무릎기도 사건과 국토해양부의 교통정보시스템의 사찰정보 누락 등 수없이 이어진 종교편향 사건으로 인한 상처는 8.27범불교도대회로 표출됐고, 이후에는 법적 기준을 넘나드는 가운데 수면 아래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발생됐다. 

그리고 2022년, 불교계는 다시 종교편향 저지를 위한 결집을 예고하고 있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불교계가 여전히 종교편향과 싸우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톺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종교편향의 기나긴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의 상황을 토대로 미래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불교계가 무엇을 해야 할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새해를 맞이하는 불교계 정서가 심상치 않다. 정부·지자체 주도의 종교편향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의 문화재관람료 폄훼발언으로 불거진 불교왜곡에 대한 불편함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새해 1월 21일 전국승려대회를 시작으로 2월 범불교도대회까지 예고하며 대대적인 결집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수면 위로 드러났던 여러 종교편향·불교왜곡 사안들을 끝까지 규탄하고 저지하기 위한 움직임들이다. 

단일 사안에 대한 반발 넘어선
지속·반복된 편향에 강경여론
1월 21일 전국승려대회 예고해
2월 범불교도대회 봉행도 추진


결정적인 계기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폄훼 발언,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올해 정부예산안에서 전통문화 보존·전승을 위한 추가예산이 일부 삭감되면서 정부의 전통문화 홀대 여론까지 더해졌고, 수년전부터 논란이 됐던 주어사·천진암의 가톨릭 역사 덮어씌우기 문제, 국공립합창단의 종교편향성 문제도 재조명됐다.

그러나 이 역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많다. 몇 가지 사안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오랜세월 수없이 반복돼 온 종교편향, 불교홀대 사건들로 누적된 불교계의 공분이 폭발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반복된 종교편향·불교왜곡 사건을 계기로 불교계의 분노는 폭발적으로 분출되기 시작했다. 각 종단과 불교신행단체와 시민단체에서 규탄 성명이 잇따라 발표된 것은 물론, 각기 조직을 꾸리고 연대하는 방식으로 범불교계 결집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조계종이 종교편향·불교왜곡범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을 시작으로,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구랍 8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범종단 차원의 종교편향 저지를 위한 ‘범종단종교편향대책위원회’ 결성을 결의한데 이어 구랍 16일 조계종 중앙종회까지 ‘종교편향·불교왜곡대응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특히 중앙종회는 일련의 공공기관의 종교편향 행보들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 신앙의 과도한 표출에 기인하고 있다”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위 구성의 건을 대표발의한 선광 스님과 스님들은 “대통령의 바티칸 방문과 교황 알현을 비롯한 친가톨릭 성향과 정청래 의원의 불교폄하 발언, 문체부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 등 정부의 종교편향·불교왜곡이 빈번히 발생돼 대응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임인년 새해부터 종교편향·불교왜곡을 저지·근절하기 위한 움직임이 거세다. 사진은 정청래 의원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린 조계사.
임인년 새해부터 종교편향·불교왜곡을 저지·근절하기 위한 움직임이 거세다. 사진은 정청래 의원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내걸린 조계사.

종교편향·불교왜곡 사안에 대응하는 불교계 반응이 기존의 모습과 확연히 다르다는 인식이 나오는 것은 이같은 현상이 특정종교, 개별단체를 넘어선 범불교 차원의 연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불교계는 종교편향 사안이 발생하면 성명서 발표와 사과 촉구 등의 단발성의 의사표명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불교계의 문제제기에 사안이 개선되는 경우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최측의 사과 정도로 무마되거나 흐지부지 여론에서 잊혀 지곤 했다. 대표적으로 정부 예산이 투입된 가톨릭성지화 사업으로 논란이 됐던 주어사와 천진암 문제는 이미 수년전 지역 불교계의 문제제기에 직면한 바 있지만 결국 강행됐고, 국공립합창단의 기독교 편향성 역시 문제제기에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그에 반해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교계 강경행보에는 이번에야말로 바로잡겠다는 강경한 의지가 확연하다. 이례적으로 정부를 향한 법적조치까지 불사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과 사회적 인식변화를 요구하는 모습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폄훼 발언 역시 첫 시발점인 10월 5일 국정감사 시점부터 해를 넘어 지속되고 있다. 조계종의 요구사항도 자진사퇴 혹은 당 차원의 출당조치로 강경하다. 이는 정청래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폄훼 발언이 전통문화 몰이해에서 비롯됐으며 이에 따라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명확한 입장에 따른 것이다. 전국 사찰에 정청래 의원의 발언에 대한 규탄입장을 담은 현수막을 게재하고, 더불어민주당 차원의 거듭된 사과에도 당사자 출당을 요구하는 강도 높은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적 행보라는 시각도 있지만, “더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여론이 응집한 결과라는 게 불교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화재관람료 문제는 오랜세월 불교계를 괴롭혀 온 현안이기 때문이다.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한 합법적인 징수임은 차지하고라도, 그간 국가정책의 일방적 변화로 전통사찰이 국립공원에 강제편입된 상처와 더불어, 그에 따른 부작용을 고스란히 불교계가 떠안은 사안이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사실을 왜곡한 발언을 쏟아내 국민들에게 편견과 오해를 전했고, 사과는커녕 며칠뒤 국정감사에서 재차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MB 무릎기도·성시화발언으로
촉발된 ‘8.27 범불교대회’ 이후
전국규모로 연대·결집은 처음
“종교 편향 뿌리 뽑아야” 여론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활성화 사업’ 역시 크리스마스 주간을 맞아 캐럴을 활용해 국민들을 위로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를 해당 종교에 맡기지 않고 국가기관이 직접 홍보에 나서는 등 도넘은 행보로 “종교편향 행정”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례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이와 관련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한데 이어, 법원에 캠페인 중지 가처분을 제기하는 등 법적 행보에 나섰다. 그러나 문제를 인지한 문화체육관광부 측이 예산 지급 외 직접행보를 중단키로 하고 재발방지 입장을 공표함에 따라, 가처분은 소를 통해 보호가 시급한 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기각됐다. 

불교계의 이례적인 행보의 이유는 그동안 조계종 총무원 등이 발표한 성명서에서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은 11월 30일 ‘캐럴 캠페인’과 관련한 입장문에서 “청와대와 정부, 지자체,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종교편향 행위에 강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명시했다.

조계종은 해당 입장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방문 시 추기경 예방을 비롯해 로마 교황청 방문과 교황 ‘알현’을 비롯, 국공립합창단 종교편향, 불교유적지를 포함한 전국 가톨릭순례길 조성사업,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스님비하 동영상 유포, 정청래 의원의 불교왜곡 발언 등을 포괄적으로 지적했다. 

캐럴 캠페인 자체를 넘어 “공공 영역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종교편향·종교차별 행위”에 대한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명하면서 “청와대와 정부에 대해 이를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라”고 촉구한 셈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도 1월 21일 전국승려대회를 결의한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인사말에더 “정교분리의 원칙이 무너지고 공적 기관에서 지속적으로 불교계를 백안시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상식선에서 용인될 수 있는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한국불교의 미래를 밝히고 국민에게 신뢰받기 위해 종단이 존재함을 인식하면서, 2000여년 동안 전통문화를 수호하며 자비정신으로 어려운 곳에 손을 내밀었던 불교가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노력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의 도 넘은 종교편향으로 촉발됐던 ‘8.27범불교도대회’ 이후 십수년이 지나 현재, 다시금 불교계 여론이 총결집하는 계기가 마련되면서 향후 어떤 변화가 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