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 기도회·성시화·교황 ‘알현’까지

▒ 미군정 - 이승만 정부(1945~1960)

한국사회에서 종교차별은 광복 이후 미군정 시기(1945~1948)부터 시작됐다. 기독교 국가를 지향했던 미군정은 노골적으로 기독교계 우대 정책을 폈다. 일본이 남기고 간 종교적산(敵産) 대부분을 당시 전체 인구의 0.5% 밖에 되지 않던 개신교에 대부분 불하했고 그 자리에 교회와 학교 등 수백 개의 기독교 시설이 들어섰다.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제도적 특혜도 제공했다. 1975년에야 부처님오신날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됐으니 30년의 시간격차가 있었던 것이다. 또 공영방송인 서울방송을 통해 일요일마다 선교방송을 내보내는 등 기독교 우대정책을 펼쳤다.
미군정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은 이승만 대통령은 기독교 국가를 방불케 할 만큼 친기독교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헌법에 명시한 정교분리 원칙을 무시한 채 국기배례를 주목례로 바꾸고 제헌의회의 시작과 초대 대통령의 취임선서를 기도로 시작하는 등 국가의전을 기독교식으로 치르는 관례를 만들었다.
원조 물자 배분 과정에서 기독교계에 특혜를 줘 교육, 복지 분야에서 기독교계가 단시간에 물적 토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승만 정권에서 19개 부처 장을 역임한 153명 중 개신교 신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47.7%에 달했다. 각종 특혜와 지원으로 기독교계는 빠른 시일 내에 물적·인적 자산을 광범위하게 축적했다.

▒ 박정희 정부(1961~1979)

이승만 정권이 4·19혁명으로 막을 내렸지만 당시 만들어진 기독교 기반은 박정희 정권 때 폭발적인 교세성장으로 이어졌다. 거대집단이 된 개신교는 정치적 활용가치가 큰 세력이 됐다. 
박정희 정부 기간 만들어진 조찬기도회를 통해 개신교 지도자들은 고위공직자들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이어갈 수 있었고 이 같은 교류를 통해 개신교계는 어려 측면에서 정부의 파격적 지원을 받았다. 사실상 정부지원으로 국가조찬기도회 같은 초대형 전도집회가 여러 차례 개최됐다.
반면 불교에 대해서는 이전 정권에서 수립된 악법들을 활용해 교묘하게 통제했다.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원칙을 위배하고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교재산관리법, 자연공원법 등을 제정해 불교재산 관리주체가 불교계가 아니라 정부라고 명시했다. 1968년 사찰을 관광지화 하겠다고 발표하면서도 정작 문화재 예산은 사찰에 배정하지 않아 불교문화재는 황폐함이 더해갔다.

▒ 전두환 노태우 정부(1980~1992)

전두환-노태우 정부 때도 박정희 정부의 기독교 우대와 불교 탄압은 꾸준히 이어지며 정권차원의 길들이기가 시도됐다. 1980년 6월, 신군부는 불교계 정화 수사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는 10·27법난의 계기가 됐다. 2007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 의해 10·27법난은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월주 스님이 신군부세력이 요구한 전두환 지지표명과 문공부 자율정화지침을 거부한데서 비롯됐음이 밝혀졌다.
불교재산관리법 대신 입법된 전통사찰보존법 역시 정교분리 원칙을 위배하고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제도로 활용됐다. 개신교 인구의 폭발적 증가와 더불어 교회의 대형화가 실현되면서 개신교 지도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강화됐다. 이 시기부터 개신교인들에 의한 훼불 행위가 늘어나게 된다. 불교계는 각종 훼불로 고통받았지만 경찰은 대부분 제대로된 수사를 이어가지 않았다.

▒ 김영삼 정부(1993~1997)

서울 강남 충현교회 장로였던 김영삼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부터 “집권하면 청와대에 찬송가가 울려 퍼지게 하겠다”고 공언하더니 취임 이후 거침없는 기독교 색채를 드러냈다. 스스로 ‘문민정부’라 내세우며 출범한 김영삼 정권은 첫 내각 인선에서부터 ‘지나친 종교차별이 계속될 것 같다’는 우려를 낳게 하였다. 장관급 인사 중 기독교인은 7명이었던 데 반하여, 불교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권 초기엔 매주 감장환 목사나 조용기 목사를 불러 청와대 예배를 주관하게 했다. 2년제 무허가 신학대학 대부분이 4년제 종합대학으로 승격한 것도 이때였다.
김영삼 정권은 서울 조계사에 두 차례나 공권력을 투입해 물의를 빚었다. 1994년과 1995년에 조계사에 경찰력을 투입해 전국기관차협의회와 한국통신 노조원들을 강제 연행한 사건은 갈등을 이어가며 불편했던 김영삼 정권과 불교 사이의 골을 더 깊게 했다. 경찰력 투입 당일부터 정권 규탄 시위가 펼쳐졌고, 얼마후 조계사에서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국법회가 개최되며 불자들의 공분을 샀다.

▒ 김대중 노무현 정부(1998~2007)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중요한 사건은 성시화 운동 본격화다. 성시화운동은 2004년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 시 예산의 1%를 성시화운동에 사용하겠다고 공헌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지역 기관장과 유지, 목사들의 인적 네트워크인 홀리클럽도 이 시기 전국적으로 생겨났다. 전국 각자의 공공기관에서 행해지는 정교위배적 사건들을 보면 이미 교회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결합돼 지자체와 교회의 결합이 상당부분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사학을 사유하고 있는 대형교회와 교단들의 요구로 사립학교법이 재개정됐으며 국립학교 내 교회시설이 설치되고 공개적으로 사용되면서 국립교육기관이 특정 종교를 지원한 것에 대해 정교분리 위배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 이명박 정부(2008~2012)

이명박 정부 들어 정교분리 위배 행위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 보수 개신교 정치인들과 영향력 있는 교회 지도자들은 공공연하게 ‘기독교국가화’를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개신교 인맥은 정치권력의 핵심에 자리 잡게 됐고 정치인들은 교회권력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이슬람채권법’을 추진하다 개신교 세력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직후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 일명 ‘무릎기도’인 통성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여 물의를 빚었다.
전국 지자체가 앞다퉈 기독교유적지를 조성했다. 정부가 만든 교통정보시스템과 교육지리정보서비스 등에 사찰이 빠져 불자들이 반발하면서 2008년에는 범불교도대회가 열리는 등 불교계의 항의가 지속됐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울산 통도사 역 명칭이 삭제, 팔공산역사문화공원이 백지화, 템플스테이 예산삭감 등 보수 개신교가 불교계를 향해 직접 공격하는 양상은 매우 심화됐다. 막무가내식 택지개발로 인한 수행환경 훼손도 극에 달했다. 신도시 개발과 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사찰과 사전협의 없이 공사를 진행해 물의를 빚었다.

▒ 박근혜 정부(2013~2017)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때 극심한 개신교 편중 인사와 집회 참여 등으로 종교적 불평등과 갈등을 일으킨 점을 고려해 취임 당시 종교차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 후 발표한 내각 인사를 보면 개신교 측이 절반이나 됐다. 
박근혜 정부를 바라보는 불교와 개신교 측의 입장차이는 곳곳에서 드러났다. 취임한 해 8월 국정원 대선 댓글 공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불교계는 이를 규탄하는 시국회의를 열었지만 개신교 측은 어떤 대응도 하지 않았다. 2014년 6월에는 문창극 총리지명자가 도를 넘는 개신교 찬양발언으로 사회문제가 일었다. 불교계는 그의 사퇴를 요구했으나 개신교 측은 그를 옹호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극우반공 기독교 단체들이 주류가 돼 박근혜 구속 반대 등을 격렬하게 외친 것은 박근혜 정부가 기독교 권력 기반 내에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문재인 정부(2017~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한 뒤 국민의 기대를 받으며 출범한 문재인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의 개인 신앙인 가톨릭만 받드는 정책으로 시종일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5월 초 취임하고 내각 구성도 안 한 상황에서 대통령 부부는 가톨릭 신부와 수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기도회를 개최했다. 정권 초기 미국·중국·러시아·유럽연합 및 동남아 여러 국가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할 때에 가톨릭 주교를 로마교왕청에 특사로 보내는 유례없는 일까지 거리낌 없이 추진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하면서 미사 참석 장면을 공중파로 생중계하고 교왕과의 만남을 ‘알현(謁見)’이라고 공식 발표하는 등 개인 종교를 지나치게 강조해 “대통령이 국격을 훼손하고 국민화합을 깨뜨린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정부부처가 예산을 지원하는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펼쳐 불교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문화재관람료 폄훼발언에 이은 것이라 불교계의 불편함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은호 기자 imeunho@hyunb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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