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이다. 그러나 이 헌법은 조항에만 머물러 있다. 대한민국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제정되지 않았기에 더욱 씁쓸하다. 2007년 처음 제출된 이래 수차례 무산됐던 차별금지법에 대한 국회 심사기간이 2024년 5월29일까지 연장됐다. 14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반복된 ‘나중에’의 연장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나서온 조계종은 11월24일, 종단 차원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는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성명은 심사기간 연장 이후 종교계에서는 처음으로 발표한 것이라 더욱 의미 깊다. 

조계종은 지난 수년간 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모두가 평등하고 차별되지 않는다는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격주 기도회, 국회 둘레길 오체투지 등을 진행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나서왔다. 

때문에 이번에 발표된 성명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조계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지금도 이미 늦었다. 누군가에게 절박한 오늘에 언제까지 정치권은 ‘나중’이라고만 할 것인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는 것은 가장 보편적인 가치인 인간의 평등을 차별하는 것이다. 국회는 차별금지법에 마음을 모아 헌법에 명시된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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