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0:52 (수)

소설 수리아의 검 39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 수리아의 검 -Ⅳ. 철의 산 차크라발라 (12)

    난다는 멈추지 않고 달렸다. 칠흑 같은 어둠도 그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진 못했다. 어둠이 주는 공포, 발을 잘 못 디딜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수아킴이 보여준 ‘욕망’이라는 더 큰 두려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난다는 수아킴의 끈적거리는 웃음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것만 같아 동굴의 끝을 향해 더 힘껏 달려갔다. 저 멀리 옅지만 분명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출구가 보였다. 난다를 소리 없이 뒤쫓던 두려움도 서서히 멀어져가는 느낌이었다. 이윽고 동굴의 끝에 다다른 난다는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여전히 동굴의 높이는 낮은 계단 한 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어 보았다. 무언가에 부딪힌 것처럼 발이 튕겨져 나왔다. “왜 이러지?” 난다는 다시 발을 내밀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Ⅳ. 철의 산 차크라발라 (11)

    “그러니까, 이제 그럼 설탕과 철을 교환하기로 했다는 건가요?” 나크는 난다가 다시 끼어들자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설탕뿐만이 아니야. 잠부에서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제공하겠다고 했다는군.” 나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덧붙였다. “도무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설탕이란 게 입에만 달콤하지, 좋은 점이 하나도 없거든. 쉽게 스르르 녹아 사라지고, 기분 나쁘게 끈적이기까지 하지. 그런데도 인간들은 한 번 그 맛을 보면 빠져나오질 못해. 쯧쯧.” 그는 안타까움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표정으로 혀를 찼다. 그제야 난다는 자신이 느꼈던 낯설고 이상한 느낌이 무엇에서 비롯되었는지 분명히 알 거 같았다. 수아나를 찾아 헤맸던 그 어두컴컴한 동굴에서 자신을 이끌어 주었던 수아킴의 끈적거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Ⅳ. 철의 산 차크라발라 (10)

    비가 그친 후의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래서 차크라발라 산의 어둠이 오히려 더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이제 막 수아나를 강물에 띄우고 있었다. 발견됐을 때 입고 있던 옷도 강에 던져졌다. 그녀의 몸이 서서히 강물을 따라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장례 행렬을 따라온 몇몇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어른들 역시 먹먹한 표정으로 그런 아이들을 달랬다. “수아나와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거란다.” 난다는 부모님과 할아버지, 그리고 쎄라를 떠올렸다. 정말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는 걸까. 그렇다고 해도 서로를 알아볼 수조차 없을 텐데, 그것을 재회라고 할 수 있는 걸까. 그런 말을 위로로 삼는다는 건 그 아이들에게도, 난다 자신에게도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다는 강물에 비치는 자신의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Ⅳ. 철의 산 차크라발라 (9)

    무니는 마지막으로 세 번째 검 조각을 살폈다. 진주처럼 생긴 그것은 어둑한 방 안에서도 오묘한 색깔을 보이고 있었다. 무니는 집게손가락으로 그걸 비벼도 보고 튕겨보기도 하면서 궁리에 빠졌다. 그때 몸에 뭔가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검 조각을 문지르던 손이 점차 투명해졌던 것이다. 무니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번개가 얼굴 위로 번쩍하고 빛을 내뿜었다. 무니는 다시 자신의 손바닥을 살폈다. 여전히 손은 사라진 채, 검 조각만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믿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밖에서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벌써 사흘 째 비였다. 수아나 가족들도 차크라발라에 이렇게 오랫동안 비가 내리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이곳 사람들은 궂은 날씨 때문에 밭일이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Ⅳ. 철의 산 차크라발라 (8)

    “나는 일단 말을 전했다. 나가세나님은 아마 지금도 잠부에 있으실 것이다. 크리슈나님께 전하든가 말든가, 그건 네가 결정할 일, 이제부터는 내 알 바 아니다.” 테드모는 다친 어깨를 부여잡은 채 뒤돌아섰다. 안개 속으로 흩어져 가듯 그의 모습이 천천히 희미해졌다. 그의 형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반두는 어딘가로 급하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안개는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 난다는 창밖을 바라봤다.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쏟아지는 비 때문에 외출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집안을 둘러봤다. 수아나의 집은 아늑했고, 수아나의 가족들이 난다를 향해 짓는 미소는 순박하고 친근했다. 차크라발라 사람들의 집에는 대체로 방이 많지 않았다. 대체로 부부의 침실만 개별적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Ⅳ. 철의 산 차크라발라 (7)

    나크는 세상의 모든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정령이었다. 아주 오래 전 인간이었을 때부터 ‘말’에 푹 빠져 세상의 모든 것들을 다 잊고 오로지 언어에만 몰두하다 결국 정령이 되었던 것이다. 그는 우주의 언어까지 다 익혀서 하지 못하는 언어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바로 이 취미가 난다가 그를 불러낸 이유였던 것이다. “그럼 저희를 도와주실 건가요?” 난다는 공손한 말투로 물었다. 나크는 난다의 말을 들었는지 어땠는지 다시 “흠.” 하는 소리를 내고는 귀를 만지작거렸다. 아마 버릇인 듯 했다. “어찌되었든 기왕에 날 불러냈으니, 도와주기로 하지. 나도 차크라발라는 정말 오랜만이 거든.” 난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사람들 눈에 띄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크는 통역을 부탁받을 경우, 보통 몸을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Ⅳ. 철의 산 차크라발라 (6)

    ?‘무니는 이 동굴 속을 어떻게 걸어갔지.’ 난다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무니는 종이버터로 등불을 피우는 방법을 모른다. 그렇다면 저런 암흑 속을 빛 없이 걸어갔단 말이 된다. 걱정으로 난다의 얼굴이 흐려졌다. 얼음의 성이라는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준 적은 없지만, 그 후로 무니는 어둠에 대해 강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난다는 얼른 호주머니에서 휴대용 등잔을 꺼내 종이버터에 불을 붙였다. 화르륵 크게 타오르던 불꽃이 손가락으로 톡톡 매만지자 조금씩 작아지며 적당한 크기의 불꽃이 되었다. 불빛에 비친 동굴 안은 희귀한 식물로 가득했다. 음지에서만 자란다고 알려진 것들이었다. 난다는 무니 걱정에 빠르게 걸으면서도 눈에 들어오는 다양한 식물들에 감탄했다. 구하기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Ⅳ. 철의 산 차크라발라 (5)

    무니는 칸타카의 고삐를 더욱 꼭 쥐었다. 칸타카보다 몸집이 조금 더 커 보이는 그 동물은 생김새가 소나 염소와 비슷했지만, 확실히 그 둘하고는 다른 종류로 보였다. 머리 양 쪽으로 세차게 뻗어 나온 검은 뿔 아래의 눈은 보글보글한 검은 털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고, 뭔가를 씹는 듯 계속해서 우물거리는 입은 불길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불룩 튀어나온 어깨에서부터 등까지 흐르는 그다지 길지 않은 털은 매끄러워 보이는 검은 색인데 반해 배 아래로 늘어져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고 풍성한 털은 흰색이었는데, 아마도 그 털 때문에 몸집이 더 커 보이는 듯 했다. 아무튼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동물은 계속 입을 우물거리며 데비 앞에 서 있었다. 난다가 데비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저건 조라는 동물이야.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Ⅳ. 철의 산 차크라발라 (4)

    ? ? 날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신나서 소리를 질러대던 데비는 난다의 품에 아슬아슬하게 안겨 조는 중이었다. 무니와 난다도 피곤하긴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칸타카가 제일 걱정이었다. 어서 내릴 곳을 찾아야 했다. “저게 뭐지?” 무니의 말에 난다가 아래를 내려다봤다. 거대한 산이라고 불러야할 거 같은 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 저긴 차크라발라 산이야.” “차크라발라?” “응. 철의 산이라고도 부른다더라.” “아무튼 우리 그럼 저기에서 잠시 쉬었다가 출발할까.” 난다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딱히 적당한 곳도 없을 거 같았다. 무니가 고삐 쥔 손에 힘을 주며 칸타카에게 뭐라고 속삭이자 말과 함께 그들의 몸이 조금씩 아래로 기울기 시작했다. 무니의 눈에 산의 정경이 좀 더 뚜렷이 보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Ⅳ. 철의 산 차크라발라 (3)

    “그럼 칸타카가 날 수 있게 됐는지 알려면 절벽 밑으로 떠밀기라도 해봐야 한다는 거야?” 무니가 칸타카의 등에서 내려오며 물었다. 난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칸타카가 알아서 혼자 날아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까부터 살펴본 결과 하는 짓이 망아지 때랑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럼 그렇지. 뭐 쉬운 게 하나도 없다니까.” 무니는 툴툴거렸다. “그런데 그대로 절벽 밑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해? 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 난다는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 그때 “아, 저기! 저기 좀 봐!”라는 외침이 들렸다. 두 사람은 데비가 가리키고 있는 쪽을 쳐다봤다. 꽤 높은 절벽이 보였다. 그리고 그 절벽과 푸른 바다가 이루는 경계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Ⅳ. 철의 산 차크라발라 (2)

    난다는 대답 없이 밤하늘을 바라봤다. 눈썹 모양의 달이 바다 위에 곱게 떠 있었다. “무니 네 생일, 이제 사흘 후로구나.” “그건 왜? 생일 같은 거, 내가 얼마나 싫어하는 지 알잖아.” “걱정 마, 축하 같은 건 안할 테니까. 그래도 우리 출발은 네 생일에 하는 걸로 하자.” 난다는 바닥에 드러누우며 말했다. 하지만 무니는 벌떡 일어나 답답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봤다. 잠은 이미 다 달아났다. ‘생일이라니.’ 무니는 오랜만에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음이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무니는 의식적으로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으려 애써왔다. 아마 난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는 잠든 친구를 바라봤다. 자신보다 생일도 빠르고 키도 훨씬 크지만, 거기 누워있는 사람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아직 어린 소년일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Ⅳ. 철의 산 차크라발라 (1)

    공중에 우뚝 솟아있는 카일라사산 정상, 테드모는 루드라가 명상하곤 하는 자리 앞에 서있었다. 그곳엔 여전히 아그니 나무가 서늘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다만 신이 없을 뿐이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신의 거처가 있는 공중정원 쪽을 다시 한 번 올려다봤다. 루드라가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채 사라지는 일은 간혹 있어 왔다. 그러나 이렇게 오래 떠나 있거나 명상을 쉬는 일은 거의 없었다. 테드모는 루드라가 부르기만 하면 그곳이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면 신이 어디에 있는 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처지였다. 그 때문에 테드모는 보고할 사항이 생길 때마다 난감해 하며 이곳으로 올라와보곤 했다. 지금도 그랬다. 신이 언제 돌아와 있을 지 모를 일이었다. 결국 테드모는 돌아섰다.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산기슭에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Ⅲ. 사막의 세 머리 용 (12)

    남카네 집을 나온 무니와 난다는 칸타카를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점점 어두워지던 참이었고, 남카도 걱정되었지만 더 이상 이 마을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카는 새벽에 있었던 일로 큰 충격을 받은 거 같았다. 촌장은 그들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들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난다가 자신들을 태우고 갔던 말을 줄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고개를 끄덕인 것이 다였다. “그런데 그 사람들 말이야. 우리가 용을 해치웠다는 걸 믿긴 믿는 거겠지. 우릴 다시 안 잡아가둔걸 보면 말이야.” 무니가 물었다. “우리를 보낸 곳에 불이 나는 걸 봤을 테니까. 거기에서 살아 돌아왔다고 생각하면 믿든 안 믿든 다시 붙잡아둘 생각은 안 들걸.” “그런가. 그런데 말이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Ⅲ. 사막의 세 머리 용 (11)

    용은 눈을 부릅뜨더니 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큰 불길이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진실과 거짓,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말하였다.” “이게 내 답이라고 말했잖아. 둘 다 진실도 거짓도 아니라는 것.” 무니는 용이 내뿜는 불길의 위협에도 자신의 대답을 번복하지 않았다. 발걸음을 멈춘 난다는 조심스럽게 용의 눈을 쳐다봤다. 이제 겨우 그들의 근처까지 다다른 참이었다. ‘무니 말이 맞아.’ 난다는 생각했다. ‘질문을 한 우리’와 ‘답을 듣는 우리’는 같지 않다. ‘질문을 한 우리’에게 ‘답을 듣는 우리’는 미래가 되기 때문이다. 그 반대로 ‘답을 듣는 우리’에게 ‘질문을 한 우리’는 이미 과거인 것이다. 그러니 만약 '우리는 우리다'라는 명제를 진실로 선택하게 되면 과거, 현재, 미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Ⅲ. 사막의 세 머리 용 (10)

    용들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 “우린 질문하는 존재야.” “대답을 듣는 존재이기도 하지.” “진실과 거짓, 인간은 이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어.” “그 대답이 맞으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지만, 틀리다면 모든 것이 사라져.” “마치 지금 이 사막처럼.” “그런데 이 녀석은 그렇지 않아.” “이 녀석이 우리라는 건 이상한 일이야.” “원래 우리는 진실과 거짓, 둘 중 하나만을 말해. 혼동을 주지는 않지.” “그리고 인간이 택하는 거야, 진실과 거짓 중에. 하지만 이 녀석은 진실과 거짓을 섞어 놔.” “인간이 무엇을 선택하든 상관없어.” “의미와 표현을 섞어놓지. 게다가 우리는 오래 전의 언어 밖에 하지 못하는데, 이 녀 석은 그렇지 않거든.” “이 녀석은 요즘의 언어를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Ⅲ. 사막의 세 머리 용 (9)

    “어쩐지 마음에 드는 녀석인데? 그렇지?” 줄에서 몸을 빼낸 무니가 수고했다는 듯 말의 목덜미를 툭툭 두드려주며 말했다. 먼저 내린 난다는 바닥의 열기에 잔뜩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앗! 뜨거.” 뒤이어 내려온 무니 역시 팔짝 뛰었다. 발끝을 세워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너무 뜨거웠다. “그런데 어디서 그 용을 찾지?” 무니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난다는 사르나트의 바퀴를 꺼내 들었다. “아. 그거! 사르나트의 바퀴? 그 이름 맞아?” 무니의 눈이 반짝거렸다. 난다가 말했다. “응. 그런데 사전에도 간단한 설명뿐이었어. 이 수레바퀴는 지혜로운 자만이 제대로 읽을 수 있다는 거야. 말이나 글로는 이걸 설명할 수 없다고 써있더라고. 그리고 완전한 지혜를 체득하면 이 세 바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Ⅲ. 사막의 세 머리 용 (8)

    “그래. 들키지 말고!” 무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하며 일어서던 남카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두 사람 쪽을 향해 말했다. “저기 말이야.” 무니와 난다가 ‘응?’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남카를 바라봤다. “너희들을 가둔 건 마을 사람들을 대신해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고마워. 정말 너희 계획대로 용을 물리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마을을 돕겠다고 나서줘서.” 잠시 말을 멈춘 남카가 계속 말했다. “물론 말 그대로 마을이 원래대로 돌아올 거라고는 생각 안 해. 사람들이 이런 서로의 모 습을 기억하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하지만 그냥 모두 전처럼 집에서 나와 함께 놀 수 있으면 좋겠어. 전과 똑같지는 않아도 말이야. 그렇게는 되겠지?”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무니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Ⅲ. 사막의 세 머리 용 (7)

    순간, 기분 좋게 말을 쓰다듬던 연금술사의 손길이 멈췄다. ‘설마?’ 이상한 예감이 그의 뇌리를 스쳐갔다. 급히 지하실로 내려가 봤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난 뒤였다. 무니 일행의 가방은 물론 그 자신의 책장까지 드문드문 비어있었던 것이다. 연금술사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돌아서는데 무엇인가 발에 채였다. 마을에서 휴대용으로 쓰는 등이었다. 이는 마을 사람들 중 누군가가 그 두 소년을 도왔다는 뜻이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잠시 후, 다시 올라온 연금술사는 한참동안 무엇인가를 찾는 듯 집안 여기저기를 뒤졌다. 샅샅이 살폈지만 중요한 물건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허! 재밌는 녀석들이로군.” 그는 옆에 있던 술병을 집어 들었다. 열린 문 밖으로 칸타카도 이제 보이지 않았다. 술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Ⅲ. 사막의 세 머리 용 (6)

    그 순간, 무니는 말을 멈췄다.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난다는 용에 대해서 알아보려는 것이다. 정말 용이 그런 횡포를 부리고 있다면 한 번 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마을 노인들은 난다가 유리 영감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는 말들을 하고는 했었다. 두 사람 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걸 외면하지 못했다. 특히 그게 낯선 종류의 것이라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늘 자신보다 이성적인 난다지만, 이럴 때면 어디 한 군데가 고장 난 것처럼 굴었다. 무니가 다시 난다를 다그쳤다. “야. 내 말 안 들려?” 그러나 난다는 정말 들리지 않는다는 듯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남카는 그런 난다를 너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며 무

    고지연
    2011-10-18
  • 수리아의 검 -Ⅲ. 사막의 세 머리 용 (5)

    당황한 무니 일행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앞으로 쏟아졌다. 순간 무니가 “뭐야!”라고 소리치려하자, 난다가 얼른 입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급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들은 남카의 손짓에 따라 쪼르르 걸어가 벽 옆에 몸을 바짝 붙였다. 이어 말소리가 들려왔다. “적어도 그 어린 녀석들이 거기 있는 동안은 마을 분위기가 잠잠하겠지.” 낮고 카랑카랑한 목소리, 아침에 들었던 촌장의 목소리였다. “게다가 만약 정말 그 아이들 때문에 용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면, 그건 그걸로 최선의 결과겠지요. 누구도 애지중지하는 자기 자식을 내놓으려 하지 않으니까요. 촌장님에게 막 내 아들 남카가 그런 것처럼 말이지요.” 이 목소리 역시 무니와 난다에게 낯설지 않았다. 아침의 그 남자였던 것이다. 두 사람은 의미심장한

    고지연
    201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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