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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22. 소요 태능 선사의 오도송
이 세상은 나그네 인생길의 하룻밤 주막(廬天地假形來)얼마나 많은 생을 나고 죽고 했는가(慙愧多生托累胎)겨울밤 고사목 부러뜨리는 흰 눈 소리에 놀라 잠을 깨니(玉塵一聲開活眼)깊고 밝은 달만 내 마음에 비치네(夜深明月照靈臺)소요당(逍遙堂) 태능(太能, 1562~1649)선사는 전라도 담양 사람으로 백양사, 금산사, 연곡사에서 교화를 폈다. 당대 불가의 양대 산맥인 부휴(浮休) 대사에게서 경전을 배우고, 뒤에 묘향산에 찾아가 휴정(休靜) 대사에게서 참선 공부를 해서 선법을 계승했다.부휴 대사는 승보사찰인 송광사를 중심으로 지리산의 맹주였
현불뉴스11-21 10:11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21.달마 대사의 오도송
마음 밖으로 모든 인연을 쉬고(外息諸緣)안으로는 헐떡거림이 없어서(內心無喘)마음이 장벽 같아야(心如障壁)불도에 들어갈 수 있다.(可以入道)달마 대사(達磨大師, ?~528)는 중국 선종의 초조이다. 남인도 향지국의 왕자로 태어나 출가해 반야다라(般若多羅)의 제자가 되어 석가모니로부터 불법을 정통으로 전해 받은 28대 조사가 되었다. 그가 중국에 선불교를 전래하기 위해서 건너온 것은 남북조 시대이다. 양(梁)나라 수도 남경에서 외형적인 불사를 자랑하는 양 무제(武帝)를 만나 “진정한 공덕은 마음을 깨달아 견성성불하는 것입니다. 절을 짓
김형중 문화평론가10-24 10:05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20. 현각 영가 선사의 증도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는 한가한 도인은(絶學無爲閑道人)망상을 없애지도 참마음을 구하려고 노력하지 않네(不除妄想不求眞)무명의 실제 성품이 곧 부처의 참 성품(불성)이고(無明實性卽佛性)허깨비같이 텅 빈 이 몸이 바로 진리의 법신이네(幻化空身卽法身) 영가(永嘉) 현각(玄覺, 665~713) 선사는 당나라 때 온주(溫州) 영가산 영가사에서 교화를 펼친 고승이다. 저서에 와 이 있는데, 선시가 간결하고 선의 요지가 잘 드러나 유명하여 중국, 한국, 일본의 선가에서 널리 독송되었다.위의 선시는 의 첫 번째에 나오는
김형중 문화평론가09-19 10:03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9. 확암 선사의 오도송
소 길들이는 채찍도 고삐도 필요 없고, 사람도 소도 모두 사라지니(鞭索人牛盡屬空)푸른 하늘은 광활하여 오도(悟道)의 소식 전하기 어려워라(碧天遙信難通)붉게 타는 화롯불 속의 흰 눈처럼 번뇌 없으니(紅爐焰上爭容雪)이제야 조사의 깨달음에 이르네(到此方能合祖宗) 확암 사원(廓庵 師遠, 1103~1176)은 중국 남송시대 때 정주(鼎州) 양산사의 스님으로 〈십우도(十牛圖)〉를 저술했다. 십우도는 선가에서 마음을 닦는 수행을 목동(牧童)이 잃어버린 소를 찾아가는 과정에 비유해 10단계로 제시하는데 먼저 알기 쉽게 열 개의 그림을 그려서 설명
김형중 문화평론가08-22 09:58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8. 진각국사 혜심의 오도송
불성의 신령스런 빛은 온 누리에 빛나고(靈光無外虛空)무량한 공덕은 바로 이 몸 안에 있네(德過恒沙蘊箇中)성자와 속인이 본래 하나인데(凡聖本來同一地)다시 어디에서 깨달음을 찾는단 말인가(更於何處覓圓通)진각(眞覺) 국사 혜심(慧諶, 1178~1234)은 고려 무신정권 때 보조국사 지눌의 보조선(普照禪)을 계승해 간화선을 주창하였다. 일찍이 과거시험인 사마시에 합격해 태학에 입학, 유학의 경전과 시학(詩學)을 공부한 수재로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생무상을 느끼고 수선사(송광사)에서 주석하고 있던 지눌 스님을 찾아 불문에 귀의했다. 그는 역대
김형중 문화평론가07-25 10:02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7. 삼조 승찬 대사의 오도송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至道無難)오직 이것저것을 차별하고 분별하는 마음만 버릴 일이네(唯嫌揀擇)단지 좋아하고 미워하는 마음만 내려놓으면(但莫憎愛)명백히 도가 드러나네(洞然明白)삼조 승찬(僧璨, ?~606) 선사는 중국 수나라 때 스님으로 중국 선종의 3대 조사이다. 이 선시는 〈신심명(信心銘〉에 나오는 승찬 선사의 오도송이다. 〈신심명〉은 4언 146구 584자의 운문체로 된 깨달음을 노래한 게송으로 훗날 오도송의 모델이 되었고, 선어록 가운데 최고의 언어로 평가받는다. 위의 게송은 146구 게송 중 전체의 내용을 요약 압축한
김형중 문화평론가06-20 10:07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6. 나옹 혜근 선사의 오도송
미혹하면 눈에 보이는 산하대지가 고통의 대상이 되고(迷卽山河爲所境)깨치고 보면 온 세계가 그대로 내 몸이네(悟卽塵塵是我身)미혹도 깨침도 함께 떨쳐 버리니(迷悟兩頭俱打了)닭이 새벽 오경에 계명성(鷄鳴聲)을 울리네(朝朝鷄向五更啼)나옹 혜근(懶翁 惠勤, 1320~1376) 선사는 고려 말에 태고 보우(太古 普愚) 선사와 쌍벽을 이루는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승이다. 중국 원나라에서 10년을 유학하여 중국 전통 선종인 임제종 제18대 평산 처림(平山 處林) 조사의 법맥을 받아 왔다.공민왕과 우왕의 왕사로서 쇠망해 가던 나라에서 고통
김형중 문화평론가05-23 10:35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5. 성철 스님의 오도송
청산은 여전히 흰 구름 속에 있네황하가 서쪽으로 거슬러 올라 곤륜산 정상 오르니 (黃河西流崑崙山)해와 달은 빛을 잃고 땅은 꺼졌네(日月無光大地沈)문득 한 번 웃고 머리를 돌리니(遽然一笑回首立)청산은 여전히 흰 구름 속에 있네(靑山依舊白雲中)성철(1912~1993) 스님은 동아시아 근현대불교사의 거성(巨星)이다. 팔공산 성전암에서 수행할 때는 철조망으로 암자를 둘러치고 10년을 두문불출하며, 투철하게 눕지 않고 장좌불와(長坐不臥) 정진래 수행의 전범을 보여 구도자의 표상이 되었다. 1977년 박정희 대통령이 해인사를 참배했을 때 영접
김형중 문화평론가04-18 09:08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4. 경허 선사의 오도송
깨닫고 보니 세상이 내 집일세홀연히 콧구멍이 없는 소가 있다는 말을 듣고 (忽聞人語無鼻孔)문득 깨닫고 보니 온 세상이 내 집일세(頓覺三千是我家)유월 연암산 아랫길에(六月燕巖山下路)일을 끝낸 사람이 태평가를 부르네(野人無事太平歌)경허 성우(鏡虛 惺牛, 1846~1912) 선사는 조선 후기 불교를 중흥시킨 불후의 선지식이다. 당시는 일본과 서구열강에 의해서 국권이 침탈되어 나라가 망해가고, 불교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기진맥진하는 말법(末法) 시대였다. 이때 경허 선사는 혜성처럼 나타나 정혜결사(1899년)를 통해 조선불교를 새롭게 이끌었
김형중 문화평론가03-14 10:37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3. 신찬 선사의 오도송
열린 문은 마다하고 닫힌 문만 두드린다벌아, 활짝 열린 공문(空門)을 마다하고(空門不肯出)굳게 막힌 창문만 두드리는구나(投窓也大痴)백 년 동안 옛 종이를 뚫으려 한들(百年鑽古紙)어느 때 벗어나길 기약하겠는가(何日出頭期)이 선시의 유래와 내용이 산사의 벽화에 더러 그려져 있는데, 서울 삼룡사 법화삼매당의 벽화 그림이 유명하다. 신찬(神贊) 선사의 오도송과 일화는 고려 때 백운(白雲) 선사가 저술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에 수록되어 있다. 신찬 선사는 백장(百丈) 선사(720~814, 중국 선종 9대조사)의 제
김형중 문화평론가02-25 10:12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2. 장사 경잠 선사의 오도송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백 척 되는 장대 끝에서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百尺竿頭不動人)비록 대단한 경지이긴 해도 아직 멀었네.(雖然得入未爲眞)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만(百尺竿頭須進步)온 누리 그대로 내 몸과 하나가 되네.(十方世界是全身)‘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는 산기의 화두(공안)는 한자문화권에서 ‘천 길 낭떠러지에서 잡고 있는 손을 놓아라’는 뜻을 가진 ‘현애살수(懸崖撒手)’와 함께 사람들의 입에 회자(膾炙)하는 꽤 격조 있는 고사성어이다. 중국이나 유가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김형중 문화평론가01-17 10:01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1. 혜능 대사의 오도송
불성은 항상 청정한데 어디에 번뇌가 있으리오깨달음은 본래 형상이 있는 보리수와 같은 것이 아니며(菩提本無樹)밝은 마음 또한 거울경대(鏡臺)와 같은 모양이 없네.(明鏡亦無臺)본래 마음인 불성은 항상 청정한데(佛性常淸淨)어디에 번뇌가 있으리오.(何處有塵埃) 〈돈황본 육조 법보단경〉혜능(慧能, 638~713) 대사는 당나라 사람으로 선종의 제6조 조사다. 그의 문하에 남악 회양, 청원 행사, 남양 혜충, 영가 현각, 하택 신회 등 기라성 같은 제자가 나타나 중국 선불교의 황금시대를 주도하였다. 선종은 팔만대장경의 부처님 말씀에 의지하여
김형중 문화평론가2024-11-22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0. 원효 대사의 오도송
세상은 오직 마음이 만들어 낸 모습이네마음이 일어나면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心生故種種法生)마음이 사라지니 부처를 모신 감실과 귀신의 무덤이 둘이 아니로다(心滅故龕墳不二)세상은 오직 마음이 만든 것, 모든 현상과 사물은 사람의 생각이 만든 것이니(三界唯心萬法唯識)마음 밖에는 진리가 없는데 따로 무엇을 어디서 구하랴(心外無法胡用別求)원효 대사(元曉, 617~686)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고승이고, 사상가이다. 해동(海東)의 석가모니라 부른다. 그의 저서가 100여 종 240여 권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존하는 저서는 19부 2
김형중 문화평론가2024-10-25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9. 진묵대사의 오도송
하늘을 이불 삼아 땅 위에 누웠노라하늘을 이불, 산을 베개 삼아 땅 위에 누웠노라(天衾地席山爲枕)달빛 등불 구름 병풍 아래서 바닷물을 술로 생각하고 마시네(月燭雲屛海作樽)거나하게 취하여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니(大醉居然仍起舞)긴 소매 곤륜산에 걸릴까봐 저어되네(却嫌長袖掛崑崙)임진왜란이 끝나고 처절하게 고통 받는 민중을 구원한 조선의 소석가(小釋迦) 진묵 대사의 오도송이다. 그가 남긴 유일한 이 깨달음의 노래가 부여 무량사 법당 앞의 주련(柱聯)으로 걸려있다.진묵 대사(震默大師, 1562~1633)는 김제군 만경면 불거촌(佛居
김형중 문화평론가2024-09-27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8. 번뇌 걷어내면 그 자리가 ‘정토’
어찌 서쪽에만 극락이랴옳거나 그르거니 내 몰라라산이건 물이건 그대로 두라하필이면 서쪽에만 극락이랴흰 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법정 스님(1932~2010)은 따로 오도송이나 열반송을 남기지 않았다. 월주 스님도 “내가 살아온 일생의 삶이 오도송이고 열반송”이라고 하였다. 법정 스님은 산문으로 필명을 얻었지만 어쩌다가 몰록 남긴 선시는 깨달음의 경지가 깊고 진하여 감동을 주었다.이 시는 속가의 외조카이며, 조카상좌인 현장 스님에게 생전에 붓으로 써서 준 자작 애송시이니, 스님의 오도송으로 봐도 좋겠다. 법정 스님의 모습과 성격처럼 깔
김형중 문화평론가2024-08-09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7. ‘詩佛’이 바라본 삼라만상
사슴 울타리(鹿柴)텅 빈 산 사람은 보이지 않고(空山不見人)아득히 들려오는 두런거리는 사람 소리 뿐(但聞人語響)보라 석양빛이 숲 속 깊숙이 들어와(返景入深林)다시금 푸른 이끼 위에 비치네(復照靑苔上)당나라 삼시인(三詩人)인 이백을 시선(詩仙), 두보를 시성(詩聖) 그리고 왕유(699~759)를 시불(詩佛)이라 칭한다. 왕유는 돈독한 불심으로 불교적인 삶을 살아 유마힐 거사에 빗대어 왕마힐(王摩詰)이라고도 불렸다.왕유는 중국 장안의 동남쪽에 위치한 종남산과 남전산 사이에 흐르는 풍광이 빼어난 강 기슭에 망천장(輞川莊)이란 별장을 짓고
김형중 문화평론가2024-07-05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6. 서산 대사 휴정의 오도송
대낮의 닭 울음소리머리털이 희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髮白非心白)옛 사람은 일찍이 말했네(古人曾漏洩)문득 대낮의 닭 울음소리 듣고(今聽一聲鷄)대장부 할 일을 모두 마쳤네(丈夫能事畢)홀연히 깨닫고 본래 내 집에 이르니(忽得自家底)온 세상 사물이 그대로 진리의 세계로세(頭頭只此爾)천언만어 팔만 금보장경이(萬千金寶藏)원래는 하나의 빈 종이였네(元是一空紙)서산 대사는 평안도 안주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사서를 외우는 천재이나 10세에 조실부모한 고아였다. 시를 잘 짓는 신동이라는 소문이 나서 고을의 군수 이사증이 양아들을 삼아서, 한양으
김형중 문화평론가2024-06-11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5. 무산 대종사의 오도송 ‘파도’
파도밤늦도록 책을 보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천경(千經) 그 만론(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설악 무산 대종사(1932~2018)는 설악산 백담사에서 “부처의 님은 중생”이라는 한용운의 불교정신을 가장 잘 계승 발전시킨 만해의 후예이다. 인제군 용대리 마을 노인들을 부처님 모시듯이 하여 부처를 중생 속에서 찾았다. ‘파도’는 무산 스님이 동해 낙산사에서 참선 수행 중에 깨달음을 얻고 읊은 오도송이다. 원래 선시나 오도송은 전통적으로 한시(게송) 형식을 취하였기 때문에 쓰는 작자나 읽는 독자가 전
김형중 문화평론가2024-04-26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3. 소동파의 오도송
계곡 물소리가 부처의 설법계곡의 폭포소리가 바로 부처님의 무진장 설법인데(溪聲便是廣長舌)어찌 산천의 아름다운 경치가 청정한 부처의 몸이 아니랴(山色豈非淸淨身)밤새도록 쏟아진 팔만사천 미묘한 무정(無情) 법문을(夜來八萬四千偈)다른 날,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 이치를 설명해 보일 수 있을까(他日如何擧似人)이 오도송은 소동파(蘇東坡, 1036~ 1101)가 중국 선종의 오가칠종인 임제종 황룡파의 개조 황룡 혜남(黃龍慧南)의 선법을 이은 상총(常總)선사로부터 인가(認可)를 받은 선시이다. 소동파는 중국 송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며 서예가이며
김형중 문화평론가2024-03-29 -
[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2. 만해 한용운 스님의 오도송
사나이 가는 곳이 바로 고향인 것을(男兒到處是故鄕)나그네 인생 시름 속에 길게 헤매이네(幾人長在客愁中)깨달음의 고함 악! 하고 외치니 삼천세계 깨지고(一聲喝破三千界)눈 속에 붉은 복사꽃은 조각조각 흩날리네(雪裡桃花片片紅)이 시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 39세(1917년 12월 3일 밤 10시경)에 설악산 백담사 오세암에서 좌선을 하던 중 갑자기 분 바람에 무슨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어 지은 오도송이다.칠언절구의 이 시는 전형적인 근체시의 시의 형식인 압운(押韻: 鄕, 中, 紅)과 대구(對句)가 잘 이뤄졌을 뿐만 아니라
김형중 문화평론가202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