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0:52 (수)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40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39. 내 곁의 아픈 가슴 먼저 돌보기

    운주사 와불 곁에서 / 박몽구얼마나 겨드랑이가 간지러웠으면천년 동안이나 저렇듯 미소를 지우지 않고 지내왔을까지금이라도 다복솔에 붙어서 우는매미의 날개를 얻어서승천을 거들고 싶다날개가 돋다 만 자리를 자꾸 만지는 나그네에게운주사 와불은 빙긋 미소만 지어 보일 뿐하늘로 올라가는 게꼭 좋은 건 아녀멀리만 보지 말고내 곁의 아픈 가슴에게꽃향기 한 올이라도 건네봐미소를 지을 뿐등을 보이지 않는다겨드랑이 사이로 어린 나그네는돋다 만 날개를 찾아다니고……- 박몽구 시집, 〈개리 카를 들으며〉, 문학동네, 2001시를 읽고 나니 내 겨드랑이에도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9-11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38. ‘수연불변’ 같은 사랑 있을까

    오래된 사랑/ 이상국백담사 농암장실 뒤뜰에팥배나무꽃 피었습니다길 가다가 돌부리를 걷어찬 듯화안하게 피었습니다여기까지 오는데몇 백 년이나 걸렸는지 모르지만햇살이 부처님 아랫도리까지 못살게 구는 절 마당에서아예 몸을 망치기로 작정한 듯지나가는 바람에도제 속을 다 내보일 때마다이파리들이 온몸으로 가려주었습니다그 오래된 사랑을절 기둥에 기대어눈이 시리도록 바라봐주었습니다- 이상국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창비, 2005〈감상〉이 시를 읽으면서 필자는 세 번, 숨이, 칵, 막혔다. “여기까지 오는데/ 몇 백 년이나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8-28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37. 안수정등(岸樹井藤)의 삶

    한 뼘의 희망 / 정용숙경주 불국사 말이지 뒤꼍에 대숲이 있고, 검고 허름한 집 한 채가 있는데 뒤란으로 돌아가면 무수히도 많은 돌무덤이 있어, 큰 것이야 고작 한 뼘 반쯤, 작은 것은 새끼손가락만할까고 고만고만한 것들이 짊어진 희망은 크기가 다 같아누가 뒤란을 돌다 무심히 던져 놓은 돌멩이가 먼저 것에 가 앉았을 게야그것은 자꾸만 쌓이면서 돌탑이 되고, 바라는 게 많았던 눈에 돌부처로 보였던 게지이제는 단순히 돌무더기가 아닌 한 구 한 구 부처로 서서 다시 찾은 나를 지켜보고,눅눅하고 어둔 뒤란에서 어깨 가득 가난한 자들이 자꾸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8-11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36.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불교

    불도 / 조용미금골산 아래 오층석탑을 보고 나와 안치리 소포리 상고야리를 지나면 동백사가 있던 와우리에 닿는다해질녘 날아가는 학에 마음을 빼앗긴 스님이 학을 잡으러 지력산에 날아올랐다가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곳학을 놓친 스님의 가사가 떨어진 곳은 가사도가 되고 장삼이 떨어진 곳은 장삼도가 되고바지가 떨어진 곳은 하의도가, 윗옷이 떨어진 곳은 상의도가발가락이 떨어진 데는 발가락섬, 손가락이 떨어진 곳은 손가락섬이그리고 심장이 떨어진 곳은 불도(佛島)가 되었다가학리나 세방리의 일몰을 만나면 한동안 옛 스님처럼 바다로 뛰어들어 심장을 바다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7-21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35. 공즉시색 색즉시공

    주목의 환생 / 최두석함백산 정암사 적멸보궁 곁에 고사한 주목 한 그루, 비록 잎은 없어도 줄기뿐만 아니라 가지도 얼추 갖춘 모습으로 비바람 맞고 서 있었다. 원래 자장이 석가의 사리를 모셔온 뒤 꽂아둔 지팡이였다는 전설과 다시 살아난다는 예언이 오랜 세월 신도들의 믿음을 시험하였다.한동안 고사목은 새들의 쉼터가 되었다. 온갖 새들이 날아와 쉬다가 똥 싸고 날아가기를 되풀이하였다. 새똥은 고사목의 텅 빈 몸통을 통과하여 떨어져 쌓였고 그 똥 무더기 속에서 씨앗이 싹을 내밀었다.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우고 나니 어엿한 주목이었다. 고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7-10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34. 내 생의, 내생의 탑을 쌓자

    경주/ 심재휘가을 경주에게는 불국사로 간다는 버스가 있어서 낙서하듯 몸 하나가 덜컹거려도 긴 이야기가 된다 지나쳐온 정류장들도 기와를 얹은 집 모양을 하고 있다 낯선 길에 내려 찡그린 얼굴을 햇살에 새기면 시월은 몇 층짜리인지 헐리지 않도록 바람 속에 쌓은 돌 그 돌 위에 돌을 쌓으며 좁아져가는 생애가 내 발자국들을 죄다 모아서 석탑 위에 얹어준다 내 이름은 탑이 가리키는 곳으로 올라갈 만하다고하지만 박모의 하늘에매일 조금씩 덧칠해온 얼굴 하나가 붉게 떠서오늘밤에 나는 불국에 이르지 못하고왕릉 곁의 막걸리집에 국물 자국처럼 앉으면경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6-25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33. 단단한 삶의 기포 찾아서

    표정/ 유인서서울역 화장실, 토닥토닥 화장중인 또래의 처녀에게 건네지는 거울 속 여승의 눈빛이 아슴하다 더러는 저 눈빛을 본 적이 있다 동성로 현란한 거리에서 지나가는 남녀들 보던 밀짚모자 속 어린 여승의 눈빛도 저것이었다 찰나 속의 하염없음예초기가 지나간 풀밭 위의 바람 냄새, 애벌 깎은 나무의 속껍질 냄새, 놋식기의 엷은 쇠비린내, 감기 끝에 돋아난 생비린내, 갓 버무린 겉절이 냄새 같은 사람의 냄새어둑살 내린 직지사 대웅전, 찢어진 파초그늘에서 훔쳐들은 젊은 스님네의 염불 소리도 저 부근에 있었다 세상 어떤 처연한 울음의 표정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6-09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32.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낙산사 홍련암/ 이애리한계령 단풍같이 고운 사람과낙산사 홍련암 대숲 소리 들으러 간다정암해변 조약돌이 동그마니 따라오며홍련암 바람소리를 듣느라 여념이 없다대숲의 바람을 그대 가슴으로 전해 들으니살랑 사랑 바닷바람 사랑 살랑 산들바람절에서 준비한 팥시루떡을 서로 입에 넣어주며한계령 단풍 속으로 숨어들었다- 이애리 시집, 〈동해 소금길〉 시로 여는 세상, 2019이애리 시인에게 “한계령 단풍같이 고운 사람”은 누굴까. 누구이기에 함께 “낙산사 홍련암 대숲 소리를 (함께) 들으러” 갈까. (그이는 참, 복도 많겠다.) 그래, 낙산사 홍련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5-12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31. 가이 없는 어버이의 희생

    어머니의 은혜-승한 스님께/ 이승하이 세상의 수많은 여인이여자식 낳고 얼마 안 되어 죽은 수많은 어머니여자식 낳으면서 서 말 석 되의 피를 흘린 내 어머니여여덟 섬 너 말의 젖을 먹여 나를 키운 유모여그대들의 은혜로 이 세상이 지탱된다아기를 배어 수호해준 은혜해산에 임하여 고통을 받은 은혜자식은 낳고서 근심을 잊은 은혜젖을 먹여 기른 은혜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은 뱉어서 먹인 은혜마른자리는 자식에게 돌리고 자신은 진자리에 눕는 은혜온몸을 깨끗이 씻겨준 은혜자식이 먼 길 떠나면 걱정해준 은혜자식을 위해 나쁜 일도 마다않은 은혜끝없이 불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4-28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30. ‘善知’ 알고 ‘지범개차’ 해야

    산문일적(山門一適)/ 박규리산어귀에 홀로 사는 할매가 한살배기 천복이를 양자 삼아 데려왔을 때, 산중턱 작은 절 스님이 하, 고놈 참 자알 생겼다 내 아들 하자 내 아들 하자며, 아침 저녁 산책길마다 쓰다듬어도 주고 안아도 준 지 엊그제 같은데매미도 삼복에 지쳐 목이 쉰 여름 한낮느닷없이 천복이가 전화를 걸어서 스님 큰일났응께 후딱 좀 와보소 하길래, 하릴없는 스님 한걸음에 산문 밖으로 달려가니 할매가 아니! 스님이 웬일이라우! 하는 게 아닌가 천복이가 큰일났다는디 무슨 일이오? 물으니, 할매는 그 큰 응덩이를 마구잡이로 흔들며 부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4-14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29. 앙상한 것들은 왜 단단해지는가?

    공복 산책/ 조온윤걸어가야 할 마땅한 이유도 없이걸어가고 있었다하염없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한 가지 대답을 만나고 싶었지이봐, 우리는 무엇으로 살고자 하는 거지?깨달음을 얻고 싶었지만 글쎄, 이곳은 보리수 아래가 아니고이곳은 사과나무 아래가 아니어서 사과가내 발밑으로 떨어지지도 않았다허기가 생각을 이길 때나는 텅 빈 몸을 채우러 외출하고 있을 뿐이었다거리에는 다만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걸어오는 사람들도 있었고제 몸을 끊임없이 마르게 하는 것으로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보리수 대신 천막으로 그늘을 치고 그 아래 가부좌를 틀고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4-01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28. 우리 모두 잠에서 깨어날 때

    연화석재/ 박 준저녁이면 벽제에서는아무도 죽지 않는다석재상에서 일하는외국인 석공들은 오후 늦게 일어나울음을 길게 내놓는 행렬들을 구경하다밤이면와불(臥佛)의 발을 만든다아무도 기다려본 적이 없거나아무도 기다리게 하지 않은 것처럼깨끗한 돌의 발나란히 놓인 것은열반이고어슷하게 놓인 것은잠깐 잠이 들었다는 뜻이다얼마 후면돌의 발 앞에서손을 모으는 사람도먼저 죽은 이의 이름을 적는 사람도촛불을 켜고 갱엿을 붙여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돌도 부처님처럼오래 살아갈 것이다-박 준 시집, , 문학동네, 2012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3-10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27. ‘어떻게 살 것인가’는 선택의 몫

    雨요일/ 이승애길가 목마른 나무들서두르지 않아도 골고루 공양을 받는다하늘이 차려준 빗방울 밥상이 푸짐하다불이 꺼진 디지털플라자 간판불이 켜진 서부병원 간판도먼지 낀 얼굴을 씻고모처럼 비를 떠먹는다무량으로 내리는 비불빛에 반사된 풀잎들은방울방울 빗방울 연등을 켜고굽은 등을 펴고 있다굵어진 빗발들이짙은 어둠을 건너가는 소리탁발하듯 자동차 불빛이 따라간다골목에 젖고 있는 폐지들빗방울 경전을 읽는 중이다(이승애 시집, 〈둥근 방〉, 도서출판 지혜, 2022)그것참, “폐지들”이 “경전을 읽”고 있다니, “골목에”서 (빗방울에) “젖고 있는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2-24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26. 불교는 현재적, 현실적 종교

    수미산/ 홍서연십이월,마른 나뭇가지 위에 어미 새가 집을 짓는다앙상한 바람 사이로고집멸도의 지푸라기를 얹는다하루 사흘 그리고 며칠,바닥에서 퍼드덕거리는 아기 개똥지빠귀모닥불이 훨훨 타고 있었다휘이휘이, 여린 휘파람 소리나지막이 저 먼 치서 들리는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겨울 잎새 하나, 와불 와불 굴러다닌다- 홍서연 시, 〈수미산〉, 한국불교신문, 2022이 시는, 거꾸로 (마지막 행부터) 읽자. “겨울 잎새 하나, 와불 와불 굴러다닌다”. “와불 와불”, 절창 중에 절창이다. ‘와불 와불’은 ‘臥佛 臥佛(와불 와불)’로도 읽히고, ‘와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2-10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25. 이곳이 바로 보살들의 천국

    보살 / 고재종기역 자로 굽은 허리로유모차를 밀던 할머니,오늘은 작은 호박덩이로 말아져그 유모차 위에 앉혀졌다그걸 기역 자로 굽어 가는 허리로이웃집 할머니가 다시 미는돌담과 돌담 사이잠시 하느님도 망각한 고샅길에선누구도 시간을 묻지 않는다참새 한 마리도 외로운지딱딱한 것들의 목록뿐인할머니의 어깨에 살폿 내려와 앉는저 꿈같은 일에아기처럼 웃는 할머니의 미소에누구도 값을 매기지 않는다다만 동구 밖 느티나무 잎들은아무것도 원함이 없는할머니들의 요요적적에 대해서설(說)함이 없이 설하고이미 거기 느티나무 아래풍경이 되어 버린 할머니들은아무것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1-21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24. 삼세인과, 부용화는 누구의 환생일까?

    여승ㅡ귀신사에서 / 유강희이승의 빛과 저승의 빛을 한데 섞으면저런 빛일까처연하게 아름다운 빛나는 순간 합장을 하고여승은 조용히 그 꽃을 가리켰다그 꽃은 부용화였다함박 비를 맞고 있었다유난히 파르란 여승의 머리에선범부채 내음이 났다빗방울보다 가벼운 가사가 소복이 여승의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나는 외려 몸이 굳어지고 입은 굳게 닫혀진 채 그 무엇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걸 느꼈다나는 그저 여승의 발부리 앞에 엎드려 누님이라고 단 한 번만 불러보고 싶었다어린애처럼 소리없이 울먹여보고 싶었다여승은 절의 오래된 내력과 생의 덧없음에 대해 아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1-10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24. 삼세인과, 부용화는 누구의 환생일까?

    여승ㅡ귀신사에서 / 유강희이승의 빛과 저승의 빛을 한데 섞으면저런 빛일까처연하게 아름다운 빛나는 순간 합장을 하고여승은 조용히 그 꽃을 가리켰다그 꽃은 부용화였다함박 비를 맞고 있었다유난히 파르란 여승의 머리에선범부채 내음이 났다빗방울보다 가벼운 가사가 소복이 여승의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나는 외려 몸이 굳어지고 입은 굳게 닫혀진 채 그 무엇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걸 느꼈다나는 그저 여승의 발부리 앞에 엎드려 누님이라고 단 한 번만 불러보고 싶었다어린애처럼 소리없이 울먹여보고 싶었다여승은 절의 오래된 내력과 생의 덧없음에 대해 아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3-01-08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23. ‘이 뭣꼬’, 우리는 왜 사는가?

    죽비(竹篦)열대야다 바람 한 점 들어올 창문도 없이 오후 내내 달궈놓은 옥탑방 허리를 잔뜩 구부러트리는 낮은 천장 아래 속옷이 후줄근하게 젖어 졸다 찰싹, 정신을 차린다 축축 늘어져가는 정신에 얼음송곳처럼 따끔 침을 놓고 간 모기불립문자(不立文字)지난밤 읽다 만 책장을 펼쳐보니 모기 한 마리 납작하게 눌려 죽어 있다 이 뭣꼬, 후 불어냈지만 책장에 착 달라붙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체액을 터트려서 활자와 활자 사이에 박혀 있는 모기, 너도 문자에 눈이 멀었더냐 책장이 덮이는 줄도 모르고 용맹정진 문자에 눈먼 자의 최후를 그렇게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2-12-19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22. 세상만물 공물<供物> 아닌 것이 없구나

    공양/ 안도현싸리꽃을 애무하는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일곱 근몰래 숨어 퍼뜨리는 칡꽃 향기 육십 평꽃잎 열기 이틀 전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微動) 두 치 반외딴집 양철지붕을 두드리는 소낙비의 오랏줄 칠만구천 발한 차례 숨죽였다가 다시 우는 매미울음 서른 되-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 2008-아, 그렇구나. 세상만물이 공물(供物) 아닌 것이 없구나. ‘산(山)벌의 날갯짓소리’, ‘칡꽃 향기’,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微動)’, ‘소낙비의 오랏줄’, ‘매미울음’. 우주에게, 신령에게, 부처님에게, 대자연에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2-12-02
  • [승한 스님의 불교시 감상] 21. 色의 삶은 무엇, 空의 삶은 무엇인가?

    색(色)과 공(空)에 대한 변주(變奏)/ 정일근1. 색즉시공(色卽是空)평생을 쪽잎 속에 숨은 푸른색을 찾는 사람을 알고 있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쪽빛을 자랑하지 않았으므로 누구도 그의 푸른색을 보지 못했다. 그의 쪽빛은 세상 어느 그릇에도 고이지 않고 세상 어느 옷감 한 올도 물들이지 않고 그냥 그대로 하늘로 돌아간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만 떠돌았다. 다만 세월이 흘러갈수록 쪽빛에 물든 듯 그의 눈빛은 청(靑)에서 람(藍)으로 람(藍)에서 백람(白藍)으로 변해갔다. 어느 깊은 여름밤 그를 만나러 가다 홀로 광목에 쪽물을 들이는

    승한 스님(불교문학연구소장)
    2022-11-20
  •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