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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으로 만드는 사찰음식-마지막 회
43. 표고버섯깐풍기와 표고버섯전 저는 사찰음식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한 후 다음카페나 싸이월드 클럽 등을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찰음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리고 네티즌들의 평가를 받으면서, 어떤 날은 제가 요리를 한다는 사실에 무척 자부심과 긍지를 갖기도 하고 사찰음식을 공부하길 너무나 잘 했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제게 한 회원분이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찰음식엔 고기를 사용하지 않지만, 고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고기가 들어 있는 것 같은 맛을 느끼게 할 수는 없는지요? 콩 가공식품인 콩 단백질이 아닌 자연의 맛으로 고기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일반 채식 뷔페에서는 고기 대신 콩 단백질로 만든 음식으로 고기
여수령 기자2007-01-02 -
42. 호박소도토리부꾸미와 미역튀김자반
오늘은 대천에서 어머니가 새벽 첫차를 타고 제가 사는 곳으로 찾아 오셨습니다. 제가 고향에 자주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맛있는 음식이나 색다른 요리 재료가 생기면 어머니는 언제나 버스를 타고 올라와 저에게 직접 가져다주십니다. 그것이 당신의 행복이라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딸이 요리연구가란 이유로 어머니가 이런 고생을 하는 거라고 말씀드리면 어머니는 “우리 딸이 요리연구가가 되어 엄마도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볼 수 있으니 행복하다”고만 말씀하십니다. 오늘은 시골에서 직접 짠 들기름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게다가 미역도 가지고 오셨습니다. 제 고향 대천은 재래미역이 그리 흔한 곳은 아닙니다. 하지만 근처에 섬들이 많아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질 좋은 재래미역을 어렵사리 구할 때가 있지요. 어머니
여수령 기자2006-12-07 -
41. 더덕김치와 더덕잡채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며칠 전엔 도반님들과 함께 3000배를 하러 가기로 약속했는데, 감기 몸살에 걸려서 가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꼼짝 못하고 집에 누워있었답니다. 혼자 자취방에 누워 있으려니 쓸쓸하기도 하고, 아직 제 불심이 모자란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부처님 큰 가르침에 감사합니다”라고 되뇌이며 기도를 했습니다. 항상 이렇게 기도를 하고 나면 마음이 밝고 환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제게 가끔 상담을 청해오는 보살님께도 저는 “뜻도 모르는 어려운 경전을 읽기보다 내가 하기 쉬운 공부, 내 마음에 와 닿는 공부를 해보라”고 말씀드립니다. 우리가 청소하거나 밥을 짓거나 길을 걸으면서도 ‘부처님의 큰 가르침에 감사합니다’라고 반복하다보면 그것이 바로 실천으로 옮겨지게 된다
여수령 기자2006-11-30 -
40. 우엉단호박샐러드와 단호박두부죽
절에서 만나는 보살님들 중에는 제가 사찰음식을 공부한다는 말을 듣고 “요리를 배우기엔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닐까”하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제게 말씀하지는 않으시더라도 은연중에 ‘요리는 나이가 좀 든 사람이 배우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제가 요리를 참 어린 나이에 배우기 시작했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요리라는 것이 인생과 연륜이 담기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열심히 배워나가면 언젠간 나이 지긋한 보살님들의 연륜이 제게도 쌓이지 않겠는지요.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자 보살님들은 고기를 먹지 않고도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방법과 피부를 환하게 만드는 법이 무엇인지를 자주 물어보십니다. 저는 사찰음식을 배우기 시작하고는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수령 기자2006-11-24 -
39. 다시마샐러드와 감자파래전
39. 다시마샐러드와 감자파래전 길을 걷다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찐빵과 만두를 파는 곳이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찐빵과 만두를 보니 어느덧 계절은 겨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퇴근길이면 따뜻한 찐빵 하나 입안 가득 베어물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겨울이 되면 전 사찰음식을 배우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몇 해 전 겨울, 한 방송사에서 의뢰가 들어 온 적이 있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사찰에서 해조류로 만들어 먹는 사찰음식을 소개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인연이 있던 스님이 머무시던 망해사를 추천했고, 스님께 전화를 드려 촬영 협조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바닷가에 있는 절이라고 해서 특별한 해조류 반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역국이나 다시마쌈, 파
여수령 기자2006-11-20 -
38. 시래기나물밥과 즉석 야채 겉절이
열려진 창문을 통해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제 볼을 스칩니다. 가을이 채 무르익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입동(立冬)도 지나고 겨울이 오나 봅니다. 이제 저도 과일차를 끓일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겨울이 찾아오면 과일차를 준비하곤 했습니다. 이맘때면 어느 집이나 가을에 풍성하게 수확한 과일이 가득합니다. 이 과일을 가지고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그 중에서도 전 특별히 준비하는 음식이 몇 가지 있습니다. 바로 과일차와 된장에 버무려먹는 시래기와 우거지 같은 겨울철 먹을거리들입니다. 이런 겨울철 먹을거리들을 준비하려다보면 여러 가지 할 일이 생깁니다. 김장도 해야 하고 가을볕에 말려두었던 가지나물과 무오가지, 버섯, 무시래기 등을 갈무리해두어야 합니다. 옛날에는 어머니들이 손수 이 많은
여수령 기자2006-11-06 -
37. 우엉더덕꿀환과 우엉더덕꿀차
37. 우엉더덕꿀환과 우엉더덕꿀차 가을엔 꼭 사찰음식이 아니더라도 색다른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현대불교 독자 여러분들은 가을에 어떤 음식이 생각나십니까? 제가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전 당연히 송이버섯과 더덕, 우엉과 연근, 토란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가을 산에서 나는 이 모든 식재료는 향으로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이버섯이나 더덕, 연근, 토란 등은 예전엔 가을이 아니라 맛보지 못할 정도로 한철 잠깐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지요. 요즘에야 더덕과 연근, 우엉은 온실에서 재배가 돼 꼭 제철이 아니라 맛볼 수 있지만, 그래도 가을에 나는 것들만큼 진한 제 향을 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제가 더덕을 처음 맛본 때는 10월이 뉘엿뉘엿 지나가
여수령 기자2006-10-18 -
36. 인삼소스 두부조림과 표고버섯찜
□ 36. 인삼소스 두부조림과 표고버섯찜 어느덧 10월이 다가왔습니다. 9월은 제게 참 많은 일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만큼 지치고 힘들었지만,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제 고향은 충남 대천이라는 작은 바닷가입니다. 지금은 대천이 유명한 대단위 관광지가 되어버렸지만, 그 옛날 대천은 늘 군인아저씨들이 바닷가를 철통 같은 경계를 서던 작은 해안가에 불과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일요일마다 절에 올라가 학생법회를 볼 때마다 우리 절에는 군인아저씨들이 몰려와 같이 법회를 보곤 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군인아저씨들과 함께 연등도 만들어 매달기도 하고, 절의 사사로운 일들도 군인아저씨들이 다 해결해주곤 했습니다. 또 학생법회 아이들에게 공부도 가르쳐주고 함께 신나게 놀기도 했습니
여수령 기자2006-10-02 -
35. 들깨미역국과 녹차영양밥
가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여자들은 제일 먼저 피부를 걱정하게 됩니다. 나이 지긋한 보살님이나 젊은 분들이나 여자에겐 피부를 참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피부가 좋아지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식으로 덤벼드는 사람이 많은 것이겠지요. 전 사찰음식 강의를 하면서 피부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써 먹곤 합니다. “피부가 예뻐지고 싶은 보살님이나 회원님들은 사찰음식을 많이 드세요”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저는 종종 회원님들이 “스님들께서는 화장도 안 하시는데 어쩜 그렇게 피부가 고운가요?”라는 궁금증을 털어놓는 것은 듣습니다. 그럼 전 이렇게 말합니다. “그 비법은 바로 들깨와 미역에 있다”고. 들깨는 그 속에 다량의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들깨는 피부를 환
여수령 기자2006-09-26 -
34. 도토리묵 말리기와 도토리묵오가리 무침
□ 34. 도토리묵 말리기와 도토리묵오가리 무침 새벽녘 코끝을 자극하는 바람이 어느덧 가을의 문턱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벌써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은 계절이 되어버리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을은 볕이 짧습니다. 가을볕이 짧기에 할일은 더욱 많습니다. 겨울 동안 먹기 위해 늙은 호박도 말려야 하고, 과일조림도 해야 하고, 도토리묵도 말려야 합니다. 짧은 가을볕에 해야 할 일이 많기에 이불 속에 오래 머물 시간이 없겠지요? 전 가을이면 도토리묵을 자주 말리곤 합니다. 도토리묵 말린 것은 본 사람은 송충이나 벌레 같다는 표현을 많이 합니다. 저도 처음 도토리묵을 말릴 땐 무척 놀랬습니다. 꼭 송충이 처럼 생긴 모습이 징그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웃기기도 했지요. 하지만 맛있는 도토리묵
여수령 기자2006-09-14 -
33. 우엉표고버섯밥과 우엉영양죽
□ 33. 우엉표고버섯밥과 우엉영양죽 ‘사찰음식’하면 먼저 생각나는 재료가 두부와 콩, 나물 등입니다. 거기에 저는 연근과 우엉을 보태고 싶습니다. 하지만 보통 연근과 우엉은 조림이나 우엉이 들어간 김밥 정도로 밖에 활용을 못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리 보살님들은 우엉과 연근으로 어떤 음식을 만들어 드세요? 전 요즘 이 ‘우엉’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우엉은 손질하기도 힘들도 모양이 예쁜 것도 아닙니다. 특히 아이들은 우엉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요. 저 역시 어릴 적엔 우엉을 먹지 않았습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가리는 음식이 많았던 제가 어떻게 요리연구가가 되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저를 아는 한 보살님은 저에게 “그 조그만 체격에서 어떻게 그렇게 일을 할 수가 있으세요? 어떻게 그런
여수령 기자2006-09-07 -
32. 두부장아찌와 두부조림
□ 32. 두부장아찌와 두부조림 전 마음이 닿을 때마다 가까운 사찰을 찾아가 무조건 절을 하곤 합니다. 그냥 마음이 답답하거나 허전할 때도 법당에 들어서 부처님 앞에서 마음을 털어 버리려 절을 합니다. 주로 늦게까지 글을 쓰기에 새벽 5~6시가 되어야 잠자리에 들기도 하는데, 그럴 때 잠을 자기보다 차라리 절에서 기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새벽에 절을 찾아가곤 합니다. 언젠가는 초하루에 조계사에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잠을 자느니 차라리 초하루 아침에 조용한 법당을 찾아 마음을 다스리고 오자는 생각으로 첫 전철에 몸을 싣고 조계사까지 간 것입니다. 하지만 법당엔 이미 많은 분들이 오셔서 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뭘 저리도 열심히 빌고 계실까?’ ‘누구를 위해 저렇게 열심히 기도하고 계실까?
여수령 기자2006-09-02 -
5천원으로 만드는 사찰음식
□ 31. 감자장떡과 감자조림 전 여름만 되면 옛 추억에 사로잡혀 살아갑니다. 어릴 적엔 왜 그렇게 비가 많이 내렸을까요? 장마도 무척 길고 비도 많이 내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어머니는 장마가 찾아오기 전부터 장마가 끝날 때까지 먹을 식재료를 사서 곳간에 쌓아 두셨습니다. 양파도 망태기로 사고, 감자고 박스째 사놓으셨지요. 오이로 장아찌도 담그고 무로 단무지도 담갔습니다. 지금 기억으론 장마철엔 김치를 먹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옛날엔 장마철이면 지금과 달리 정말 배추값이 금값보다도 비싸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장마철에 친척집에 가거나 사찰에서 공양을 하게 될 때도 거의 반찬이 오이지와 감자볶음이었습니다. 한정된 부식으로 매번 어떻게 색다른 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올릴지 고민하
여수령 기자2006-08-26 -
30. 버섯전골과 버섯전
사찰음식 강의를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해오곤 합니다. “몸에 독소가 쌓인다는데, 어떻게 하면 독소를 뺄 수 있나요?”라고. 전 그럴 때마다 “야채를 많이 드세요. 더불어 버섯도 많이 드세요”라고 말씀드립니다. 야채에는 몸속의 독소를 배출해 주는 항산화제가 아주 많이 들어 있습니다. 버섯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 이렇게 더운 여름엔 더욱 더 몸속 독소를 배출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땀은 땀대로 많이 나오고, 힘은 힘대로 들어서 기력은 빠져나가지만 더워서 흐르는 땀과 운동해서 흘리는 땀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름엔 더욱 버섯 등의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하는 것입니다. 한 번은 참 희한한 음식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오이는 나물이나 생채, 소박이 등으로 먹으므
여수령 기자2006-08-18 -
30. 연자육차와 연자육 경단
【5천원으로 만드는 사찰음식】 □ 30. 연자육차와 연자육 경단 이제 입추도, 말복도 지나고 가을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날이면 특별한 무언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여름 보양식이라고 하면 삼계탕이나 보신탕 등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늘은 저만의 별식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제 보양식의 재료인 이것을 처음 맛보았을 때는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딱딱하다는 느낌과 향이 너무 진하다는 느낌 그리고 너무 졸깃하고 부드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너무 구수해서 꼭 숭늉을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여간 다양한 맛이 입안에서 머리끝까지, 가슴 속까지 울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수만
여수령 기자2006-08-11 -
5천원으로 만드는 사찰음식
옛 먹거리의 추억을 생각하며.... 아마 지금 나이가 40대를 바라보고 있는 보살님들께서는 ‘으름’이란 우리나라 고유의 과일을 본 적이 있고, 또 직접 먹어 본 적도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가끔 우리의 고유 과일인 으름의 맛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다래나 머루 등 우리나라 고유의 천연 과일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우리나라의 바나나’라 불리는 ‘으름’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처음 으름을 맛보았을 때를 생각하면 입안에 시커먼 씨만 가득 남았다는 기억뿐입니다. 하지만 으름이 익어서 껍질이 딱 벌어질 때의 모습은 바나나를 연상케 합니다. 바나나 껍질을 벗겨 내리듯 부드럽게 벗겨지는 그 풍성한 씨알! 정말 부드러운 맛입니다. 옛날엔 절에서 이렇게 맛있는 으름을 간식으로 많이 먹었
여수령 기자2006-08-02 -
589호 5천원으로 만드는 사찰음식
《589-27-사찰 여름 보양식》 일요일 아침, 법회에 참석하려고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사찰을 찾을 때가 있습니다. 직장에 다닌다는 이유로 꼬박꼬박 법회에 참석하진 못하지만, 시간이 날 때 마다 마음 가는 데로 절을 찾아 기도하고 마음을 달래고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같이 더운 여름엔 누가 뭐라고 해도 움직이기 싫은건 당연지사요. 그래서 법회에 참석하려면 양산과 부채, 손수건 등을 먼저 챙기게 됩니다. 그렇게 ‘완전 무장’을 하고 법당에 들어서는 순간 제 모습이 부끄러워 고개가 숙여지곤 합니다. 바로 두꺼운 가사장삼을 수하고 땀방울을 흘리며 염불을 하고 있는 스님을 뵐 때입니다. 그때마다 “고기 한 점 드시지 않으면서도 기나긴 여름을 어떻게 버티실까?”하고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사
여수령 기자2006-07-28 -
27. 애호박 냉국과 무 지지미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상가 건물이나 주택가에서 ‘00사(寺)’란 팻말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산 속에 있는 고즈넉한 사찰이 아니라 빌라나 아파트, 상가를 개조한 포교당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도심 포교당들을 보다보니 갑자기 옛날 절과 요즈음 절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제가 어릴 때만해도 절에 가면 스님들이 텃밭을 일구어 호박이며 가지, 고추, 상추 등을 키워 식재료로 사용하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산 높은 곳에 위치한 절을 찾아가는 것은 힘들었지만, 절에서는 고즈넉함과 여유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요즘은 절이 신도들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산에서 내려와 시내에 자리 잡다 보니 스님들이 직접 농사짓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여수령 기자2006-07-19 -
5천원으로 만드는 사찰음식
여름 하면 생각나는 것은 아무래도 냉면이나 팥빙수 등 시원한 음식이겠지요? 하지만 비 오는 여름날에는 수제비나 부침개 같은 따끈한 음식이 생각나게 마련입니다. 여름이면 태풍이 두 세 차례 꼭 지나가게 마련이지요. 태풍이 물러가고 장맛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사찰에서 비 내리는 모습을 보던 것이 생각납니다. 요사채 대청마루에 앉아 계시던 노스님은 “여름엔 비가 와서 나빠. 비란 것이 와야 될 때는 안 오고 꼭 추석 다가오기 일주일 전에 태풍과 함께 찾아와 피해를 준단 말이야”하며 걱정하시곤 했습니다. 농민들이 힘들게 농사지은 쌀이며 과일은 망쳐 놓거나 명절 앞두고 이재민이 생기는 것이 걱정되셨나 봅니다. 노스님은 예불을 올릴 때 마다 나라의 안정을 먼저 기원하시는 발원을 하
여수령 기자200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