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0:52 (수)

[동네약국 사용설명서] 22. 동물 의약품

동물 약국 검색 후 품목 미리 확인

백신·항생제 등 수의사 처방대상
기생충 약·영양제는 일반 의약품
일부 제품 구매자 인적사항 확인

“여기 사람 약도 있나요?”
“네? 왜 그런 걸 물어 보시죠?”
“아, 여기 동물 약국 아닌가요?”
“사람 약국입니다. 동물 약도 취급합니다.”
“아, 강아지 약만 파는 곳인 줄 알았어요.”

예전에 울산에서 조금 떨어진 교외에서 약국을 운영할 때, 하루 최소 세 명 이상이 약국 문을 살짝 열고 얼굴만 내민 채 묻던 질문이다. 약국 외부 잘 보이는 곳에 취급 품목으로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동물 의약품을 적어 놨고, 그중 동물 의약품 로고가 조금 눈에 잘 띄는 귀여운 강아지 모양이었을 뿐인데, 고객들은 동물 약국으로 오해를 하곤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했을까?’란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A4 용지에 [사][람][약][도] [있][습][니][다]라고 한 글자씩 크게 인쇄해 약국 외부에 덕지덕지 붙여 버렸다. 인테리어적 관점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테러 행위나 다름없는 짓을 자행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 덕분인지 이후 “사람 약도 있냐”는 질문을 받은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시도였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약사면허증을 소지한 약사는 보건소에 동물 약국 개설 신청을 해 허가를 받으면 약국에서 동물용 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다. 무조건 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 구분된 구역에 동물용 의약품을 진열할 정도의 독립된 공간과 동물 약을 짓기 위한 조제 공간, 냉장고 등의 온도 조절장치, 약국 외부 간판에 ‘동물 약국’ 명시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오늘은 동물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동물 의약품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동물 약국에서 취급할 수 있는 의약품은 크게 수의사 처방이 필요한 수의사 처방대상 의약품과 처방전이 필요하지 않은 일반 동물용 의약품 및 의약외품 등이 있다. 

수의사 처방이 필요한 처방대상 의약품은 주사용 항생제와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와 예방 접종 백신을 비롯한 백신류가 있다. 이러한 처방대상 의약품은 동물 약국에서 직접 처방하고 조제하는 경우가 많아 동물 약국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예방 접종 백신의 경우, 2022년 이전에는 동물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바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이었으나 현재는 처방이 있어야만 판매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꼭 알아 둬야 한다.  

동물용 항생제와 항균제도 처방이 필요한 제품으로 지정되긴 했는데, ‘약국 개설자 예외조항’이 있어 입으로 먹이는 경구용 항생제와 바르는 연고 같은 외용 항생제는 처방전 없이도 동물 약국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이 제품들은 판매 기록 대상 의약품에 해당해 구매 시 판매일, 제품명, 판매량, 구매자의 인적사항을 적어야 하니 약국에서 전화번호와 주소를 묻더라도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아직 죽지 않았다고 으쓱해질 필요까진 없다. 

수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 동물용 의약품으로는 심장사상충 약을 비롯한 구충제와 벼룩, 진드기 같은 외부 기생충 구제약, 소화제, 피부 상처 치료제, 영양제 등이 있다.

약국에서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은 심장사상충 약과 벼룩, 진드기 같은 외부 기생충 약이다. 심장사상충 약은 입으로 먹이는 경구용 제품과 피부에 바르는 제품이 모두 있는데, 경구용 제품은 알약으로 삼키거나 부숴서 사료에 섞어 먹이는 것, 소고기나 닭고기 맛이 나서 맛있게 간식처럼 바로 씹어 먹을 수 있는 제품 등 종류가 몹시 다양해 원하는 제품을 취향에 맞게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벼룩, 진드기와 같은 외부 기생충 약은 제품마다 기생충의 구제범위가 다르고, 한 달에 한 번 바르는 제품, 3개월에 한 번 먹이는 제품, 목걸이 형태로 걸고 다니는 제품 등 종류가 다양하게 있으므로 어떤 제품이 적당할지 알아보고 상담하여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 밖에 설사약, 지사제, 멀미약 같은 소화기 계통 약이나 비타민이나 영양강장제 같은 영양보조제, 소독약이나 연고 같은 피부 상처 치료제 모두 동물 약국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요즘은 기억하기 쉽도록 ‘개토톱’, ‘견옥고’, ‘개시딘’처럼 센스 있고 위트 넘치는 이름의 동물 약이 출시되고 있으니 동물 약국에 가면 그 제품명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약국 안의 숨겨진 재미 중 하나일 것이다.

동물 약국이 늘고 취급하는 제품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지만, 원하는 제품을 동물 약국에서 찾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 원하는 제품이나 궁금한 제품을 동물 약국에서 구매하고 싶다면 인터넷 검색창에 ‘OO동 동물 약국’을 검색한 뒤 그곳에 전화해 해당 제품이 있는지 꼭 물어보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2025년 기준이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처방전이 필요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의 품목이 변경될 수도 있으니 동네약국에 전화해 미리 확인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자. 필자가 보장컨대, 당장 약국에 찾는 제품이 없더라도 대부분의 친절한 동네약국 약사님은 그 약을 별도로 주문해 여러분의 애완동물이 건강해지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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