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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명상 주도권을 AI에 맡길 것인가
인공지능(AI)이 마음의 상태를 읽고 명상 과정에 개입하는 기술은 이미 일상이 됐다. 뇌파 측정기와 감정 분석 앱, 자동 피드백 명상 기기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명상은 더 이상 수행자만의 영역이 아니다. 기술이 명상의 구조를 설계하는 새로운 국면이 열린 것이다.최근 한국불교상담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는 AI가 수행의 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사례들이 소개됐다. 집중이 흐트러지면 음악과 진동이 즉각 반응하고, 가상현실(VR)은 맞춤형 선방 이미지를 제공한다. 일부 기술은 사용자의 상태를 수치화해 수행이 ‘깊다’거나 ‘얕다’는 평가까
하성미/부산주재기자11-21 10:12 -
[사설] 생명이 최우선인 사회를 향한 ‘경계의 목탁’
지난 10년 동안 하루 여섯 명이 일터에서 귀가하지 못했다는 비극적인 통계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을 엄중히 묻는다. 이러한 비극을 더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엄중한 선언이 조계종이 11월 18일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한 ‘산재사망 희생자 추모 위령재’였다.이날 법석은 희생된 모든 이의 이름을 다시 불러 기억하고 유가족의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불교계의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한국 노동자뿐 아니라 스리랑카·네팔·미얀마 등지에서 온 이주노동자 50여 명의 위패가 함께 모셔진 사실은, 우리 사회가 누구의 노동에 기대어
현불뉴스11-21 10:07 -
[세간과 출세간] 인공지능 시대의 침묵
인공지능(AI)이 일상의 거의 모든 순간을 기록하고 분석하는 시대, ‘침묵’은 사라지는 감각처럼 보인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뉴스와 정보에 반응하고, 대화형 인공지능과 수시로 의견을 교환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입을 다물면 존재가 지워지는 듯한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사회과학 연구들은 오히려 침묵이 사회적 관계를 재구성하고 권력을 드러내며 공동체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능동적인 실천 행위임을 밝혀 주고 있다.디지털 플랫폼 공간에서는 특정 의견이 알고리즘에 의해 반복 노출되면서 그것이 실제보다 훨씬 더 강한 다수 의견처럼 보인다.
이화행 교수 /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11-21 1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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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광화문 광장서 확인한 태고종의 저력
11월 8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원에서는 ‘2025 태고종 영산재·국제수계대법회’가 봉행됐다. 이날 법석에는 전국 태고종도와 국내외 불자, 시민 등 1만여 명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웠다. 이번 법석은 태고종이 지난 20여 년간 진행한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변화한 태고종의 위상과 발전 방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1만여 태고종도와 불자, 시민들은 십선계를 수지하고 인류의 행복을 위해 바라밀과 보살도를 함께 실천할 것을 다짐해 큰 감동을 알렸다. 태고종은 상진 스님의 총무원장 취임 이후 내부적으로 종단 정체성을 확고히 하
현불뉴스11-14 10:16 -
[사설] 법 집행과 종교 존중의 균형을
최근 경찰이 금산사와 은적사를 압수수색한 일은 불교계 안팎에 큰 충격을 던졌다. 조계종의 교구본사가 불미스러운 일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도 안타깝지만, 전통사찰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았다.불교는 1700년 동안 이 땅의 정신문화의 근간을 이뤄왔다. 금산사와 은적사 역시 그 역사와 전통, 수행의 정신을 잇고 있는 신앙의 터전이다. 법은 사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이지만, 법 집행이 문화적·종교적 가치에 대한 존중을 잃는다면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불교계가 이번 일을 단
현불뉴스11-14 10:15 -
[세간과 출세간] 한쪽 바퀴로는 수레를 굴릴 수 없다
산중에 고립된 승가와 세속에서 파편화된 신도, 일방적 가르침과 수동적 외호라는 비대칭적 관계가 고착되면서 불교는 변화의 수레를 한 발짝도 밀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불교가 잠들어 있던 내재적 혁신 동력을 깨워야 할 때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혁신의 강물을 흐르게 할 것인가? 그 해답은 불교 공동체를 떠받치는 두 기둥, 출가와 재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불교의 미래는 이 두 주체가 서로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대등한 파트너로서 협력할 때 비로소 열릴 것이다.먼저 출가 승가는 ‘지혜의 깊이’
박수호 교수/ 중앙승가대 불교사회학부11-14 10:14 -
[현불논단] 성불도 과학과 공학으로
“과학과 공학의 차이가 뭔지 아나?”이공계 취업 준비생이라면 알아야 할 단골 면접 메뉴다. 과학은 진리 탐구가, 공학은 진리 활용이 목표인 바, 이치를 터득해서 이로운 물건을 만드는 지적 과정이 과학과 공학이다. 15세기 전후 신에 의한 일방적 진리가 마감하면서 합리적 이성에 의한 과학과 공학의 시대가 열렸다. 만유인력의 법칙, 맥스웰 법칙, 상대성 이론, 전파 발견, DNA 발견, 열역학 법칙, 양자 이론 등등 수많은 과학적 발견과 원칙과 법칙에 힘입어 자동차, 컴퓨터, 스마트폰, AI, 양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눈부신 문명 발전
지승도 명예교수/ 한국항공대 소프트웨어학과11-14 10:12 -
[기자칼럼] 세대전승, 불교 전법의 뿌리
올해 6월 미국 여론기관 퓨리서치센터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 종교 지형의 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전 세계 불교 인구는 3억4300만명에서 3억2400만명으로 줄며 약 5% 감소했다. 불교 신도의 세계 인구 비율 역시 2010년 5%에서 2020년 4%로 줄었다. 반면 이슬람은 17억명에서 20억명으로, 기독교 인구는 21억명에서 23억명으로 늘었다.이는 불교도가 밀집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북아의 ‘저출산 고령화’, ‘탈종교화’ 현상에 영향을 받
신중일 기자11-13 19:46 -
[기자칼럼] 또 좌절된 ‘비구니 호계위원’
11월 5일 열린 조계종 제236회 중앙종회 정기회. 점심 공양 후 본회의가 속개됐지만 비구니 종회의원 스님들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오랜 논의 끝에 상정된 ‘비구니 호계위원’ 종헌 개정안이 단 1표 차로 부결되자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을 떠난 것이다.이날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은 “그동안 함께 논의하고 약속했던 부분이 있었던 만큼, 이번 결과가 큰 실망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비구니 스님들이 느꼈을 실망과 안타까움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발언이다.이 논의는 2014년부터 이어져 왔다. 그해 6월 제
김내영 기자11-07 10:02 -
[사설] 범어사 대승적 결단 빛났다
한국의 24번째 국립공원이자 첫 도심형 국립공원의 주인공은 부산 금정산이다. 금정산은 부산의 주산(主山)으로서 자연과 역사,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금정총림 범어사와 금정산성은 금정산의 정체성이자 핵심자원으로 손꼽힌다. 부산시는 금정산의 국립공원 지정에 오랜 공을 들여왔다. 국립공원 지정을 위해서는 민간 사유지와 사찰 토지 문제, 수행 환경 보전 등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였다. 이에 범어사는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부산시·금정구 등과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식적으로 국립공원 지정에
현불뉴스11-07 09:57 -
[사설] 불교문화 외교의 새 지평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한국불교의 문화적 저력을 세계에 선명히 각인시킨 뜻깊은 자리였다.불교계는 정상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법회를 시작으로 불국사에서 열린 공식 외교행사와 사찰음식 만찬, 간화선 체험 프로그램까지 연계하며 한국 불교문화를 ‘평화의 언어’로 세계에 전했다. 경제와 안보 중심의 국제회의가 종교와 문화를 통해 ‘마음의 외교’로 확장된 것이다.특히 불국사에서 열린 배우자 행사는 불교문화 외교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 자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선명상 수행으로 세계 평
현불뉴스11-07 09:56 -
[세간과 출세간] 도파민 중독사회와 선명상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도파민 중독’의 시대로 표현되고 있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 있는 신경전달 물질로 뇌세포에 쾌락, 즐거움 등의 신호를 전달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될 때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소위 ‘문명사회’라고 불리는 마당에 사는 현대인들은 각종 고통과 불편함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무기력과 불안을 낳았고 결국 도파민 중독의 사슬에 묶여 허덕이고 있다. 주변의 삶을 살펴보면 우리가 도파민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SNS와 스마트폰에 매
방영준 / 성신여대 명예교수11-07 09:55 -
[현불논단] 불자의 최소 조건
예전에 어느 불교 전법사가 주창한 캐치프레이즈가 있었다. ‘불교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아도 불법을 바로 아는 이는 드물고, 불도를 바르게 실천하는 이는 더욱 드물다’라는 것이었다. 평범한 글이지만 비교적 강한 전달력이 있다고 생각됐다.오늘날 종종 발표되는 통계를 봐도 다른 어떤 종교보다 불교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틀림없는 것 같으니 첫째 구호는 의미 있는 진단이라 할 수 있다. ‘드물다’라는 말도 그렇지만 불법이라는 말에 어떻든 복잡한 교리체계 등을 떠올리게 돼 두 번째 표어도 수긍할 수 있다. 세 번째 구호, 불도를 바르게
이성운 교수 / 동방문화대학원대학11-07 09:53 -
[기자칼럼] 이태원 참사 3년, 고통 지속되지 않으려면
10·29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어느덧 3년이다. 차가운 가을바람 속에서 여전히 그날의 공기는 많은 이들의 마음에 얼어붙은 채 남아 있다. 시민 159명이 숨지고 320명이 다친 그 자리는 시간이 지나도 결코 과거형이 되지 않는다. 참사 현장은 단순한 사고 현장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할 사회적 참회와 연대의 공간이기 때문이다.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국화 한 송이를 놓고, 누군가는 묵묵히 그 길을 걸으며 마음속으로 추모한다. 참사 직후 누구보다 먼저 움직인 불교계는 그 기억을 ‘기도’로 위로하는
임은호 기자10-31 10:05 -
[사설] 창종 60돌 관음종에 거는 기대
관음종이 창종 6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관음종은 10월 24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기념법회를 봉행하고 개산조 태허 흥선 조사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관음종의 시작은 태허 조사로부터 시작된다. 일제강점기부터 중국서 구법순례를 하며 수행 정진한 태허 조사는 한국전쟁 종전 이후인 1957년 관음종의 모태가 되는 ‘일승불교현정회’를 창립했다. 이후 1958년부터 2년간 탑골공원에서 이뤄진 태허 조사의 거리설법은 관음종 창종과 전법의 기반을 구축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됐다. 관음종이 창종 기념행사를 탑골공원에서 봉행하는 이유도 이 같
현불뉴스10-31 09:57 -
[사설] 사회 갈등 일으킬 ‘특혜’ 안 된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가 다시 논란이다.대회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대한 우려에도 대회조직위원회가 10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바람몰이에 나섰기 때문이다.조직위에 따르면 대회는 2027년 7월 29일부터 8월 8일까지 서울을 비롯한 전국 15개 교구에서 열린다. 레오 14세 교황이 직접 참석하며 전 세계에서 최대 100만 명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총사업비는 2950억원으로 추산했다.조직위는 대회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성찰하고 나누는 축제”라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가톨릭 교황청이 주관하는 종교 행사다.
현불뉴스10-31 09:56 -
[세간과 출세간] AI, 기술과 지혜 사이 줄타기
기계가 스스로 생각한다는 게 가능하겠느냐 반신반의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갸우뚱하는 사람보다는 가능할 거라 믿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자율주행부터 노동자 없이 로봇이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며 외로운 노인들에게 말벗이 돼 주는 휴머노이드를 가능케 해 주는 현재 인공지능과는 또 다른 차원의 범용 AI(AGI) 등장이 멀지 않았다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AGI는 인간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인공지능이다. 이 AGI는 그동안 인간 능력 바깥에 있던 난제를 다 해결할 것이라고 한다.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
최원형 / 환경생태작가10-31 09:55 -
[현불논단] 물들어 가는 이 시절
어느덧 낯선 쌀쌀함에 익숙해지며 다시금 가을의 정취가 모든 곳에서 느껴지는 요즘이다. 늦은 단풍이 온 산을 붉게 물들여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푸르고 높은 하늘은 가을의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쌀쌀한 바람과 함께 겨울이 찾아온다고 느끼지만, 익숙해질 만하면 쌀쌀맞게 우리 곁을 다시금 훌쩍 떠나가 버린다. 그렇기에 가을의 정취는 더욱 소중하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듯하다. 가을의 모습은 우리의 올해와도 같다. 새해를 맞아 저마다의 기대와 서원을 세웠지만, 어느새 올해가 6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이런 시간의 무상함과 놀라움이 있
법장 스님/ 조계종 교육아사리10-31 09:53 -
[사설] 보리수아래 창립 20돌에 부쳐
부처님의 일대기 관련 책을 읽다보면 부처님의 위대함을 목도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승단 구성에 있어서 철저하게 ‘평등’을 지향했다는 데 있다. 부처님은 장애인도 승단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 대표적 사례가 아나율과 주리반특가다. 정진 중 아나율 존자는 시력을 잃게 됐으나 지혜의 눈인 천안통을 열어 훗날 ‘천안제일’로 불리게 된다. 주리반특가는 우둔해 자신의 이름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열심히 청소하며 부처님이 주신 게송을 외우던 주리반특가는 문득 깨달아 마음의 때를 씻어내고 아라한과를 증득했다. 두 선지식의 이야기는 장애 유
현불뉴스10-24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