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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백고좌] 전 영축총림 율주 중산 혜남 대종사
만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난다. 이 진리를 다시 확인한다. 제방에서 존경받는 어른으로 꼽히는 전 영축총림 율주 중산 혜남 대종사를 뵙기 위해 지난 여름부터 연락을 드렸지만, 쉽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무문관에 계시니 연락이 될 리 없었고 해제 후에는 전국을 다니며 불자들을 제접하는 일정이 많아 뵐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드리니 또 무문관에 가신다고 해 급하게 차를 달렸다. 설악산의 가을은 눈부셨다. 형형색색의 생명체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얼굴을 내밀 시기만 기다리고 있는 겨울이
유철주 / 작가2024-12-10 -
[지상백고좌] 육지장사 회주 지원 스님
도리산으로 가는 길은 화려하다. 굽이굽이 돌 때마다 가을이 빚어내는 빛깔이 달랐다. 육지장사는 남한 제일의 지장보살 도량으로 손꼽히고 있다. 대웅전 앞에 서면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마음이 밝아지는 느낌이다. 인터뷰는 지원 스님이 주석하신 도리산 육지장사에서 진행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근황을 여쭈었다. 가을빛이 좋아 ‘아제아제 바라아제 순례길’을 걸으면서 명상도 하면서 지내고 있다고 하셨다. 육지장사는 지장보살의 정신을 살려 창건한 사찰이다. 스님은 지장보살의 가피를 입었기에 육지장사를 건립하면서 ‘만일지장기도’를 결사했다.
문윤정 / 작가2024-11-26 -
[지상백고좌] 월정사 회주 연암 현해 대종사
가을빛이 완연하다. 가로수들이 오방색으로 단청을 한 듯 세상은 환하게 빛난다. 발밑에 뒹구는 낙엽 소리가 가을이 지나가는 소리로 들린다. 연암 현해 대종사는 2004년 1월에 월정사 주지소임을 내려놓고 서울 도봉에 바랑을 내려놓았다. 북한산 주봉을 마주하고 선 법종사는 월정사 서울 포교원이다. 법종사는 5층으로 된 신식 건물이지만, 어쩐지 오대산의 바람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다. 현해 스님의 주석처인 서울 법종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님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무릎이 아파 예전처럼 기도도 못하고, 붓글씨를 쓰면서 지내요
문윤정 / 작가2024-11-22 -
[지상백고좌] 서울 삼천사 회주 성운 스님
몇 년 전 처음 성운 스님을 뵈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 팔순을 앞두고 있었지만 스님의 발걸음이나 손짓은 물론이고 얼굴 표정 역시 20대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가장 선명했던 것은 스님의 ‘마음’이었다. ‘패기’였다. 누구보다 젊고 미래지향적인 당신의 생각을 설명하던 스님을 보며 ‘생각과 마음이 젊은 진짜 청년’을 만난 느낌이었다. 최근 성운 스님과 관련한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스님이 노인복지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0월 2일 제28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는 것이었다.스님이 사회복
유철주 / 작가2024-10-29 -
[지상백고좌] 조계종 가사 명장 무상 스님
오랜만에 법주사로 가는 길인데 비가 제법 내렸다. 법주사 입구의 정이품 소나무는 처연하게 내리는 비를 맞고 있다. 세조의 행차에 예를 다하느라 가지를 번쩍 들어 올린 소나무는 그 공로로 ‘정이품’이라는 벼슬을 받았다. 무심한 마음으로 임금의 행차를 도운 소나무의 보시행을 떠올린다. 법주사의 오리 숲길은 언제 걸어도 힐링 되는 길이라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데, 오늘은 한가하다. 조계종 가사 분야 명장으로 지정된 무상 스님의 인터뷰는 주석처인 보은 법주사에서 진행되었다. 스님의 거처는 작은 불상을 모신 불단이 있고, 몇 가지의 물품만이
문윤정/ 작가2024-10-15 -
[지상백고좌] 청주 관음사 회주 함현 스님
약 20년 전의 일이다. 당시 〈현대불교〉 신입기자이던 시절, 조계사 신도회가 문경 봉암사로 대중공양을 가니 동행해 현장 취재기사를 써보라는 데스크의 지시가 내려왔다. 불교의 모든 것이 낯설면서도 신기할 때라 주저 없이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며칠이 지나 이른 새벽 버스를 타고 달리고 또 달렸다. 1년에 한 번 문을 열어준다는 종립(宗立)선원에 도착한 기쁨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수백 명의 불자들은 봉암사 곳곳을 참배하고 담 너머 선원의 스님들이 하루빨리 도를 이뤄 중생을 제도해주기를 발원했다. 불자들이 대웅전에서 ‘큰스님’
유철주 작가2024-10-02 -
[지상백고좌] 조계종 어산어장 동주 원명 스님
“경율론 잘해야 범패도 잘할 수 있습니다”16살 죽을 고비 넘긴 후 佛門 들어은사 대은 스님 권유로 ‘범패’ 배워범패, 경율론 바른 이해 있어야 가능임종 시 가족들 울며 소리치는 것망자가 生 정리할 시간 뺏는 행위생의 애착도 원한만큼 좋지 않아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홍원사에 들어서면 7층 석탑과 쌍사자, 석등, 포대 화상이 반겨준다. 활짝 핀 능소화는 담장을 장식하고 있으며, 배롱나무의 붉은 꽃은 도량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창건주 동주 원명 스님이 천일기도를 회향하고 사찰을 건립하기 위해 명당을 물색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
문윤정 작가2024-09-13 -
[지상백고좌] 목포 달성사 주지 보각 스님
목포와 불교는 다소 어색하다. 큰 사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 불심(佛心)이 대단하다는 이야기도 듣기 쉽지 않다. 그래도 부처님 법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대중들은 많다.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던 여름날, 목포행 기차에 올랐다. 목포와 호남불교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도착한 곳은 목포의 심장 유달산. 목포의 다른 이름이자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목포의 역사, 호남의 문화와 함께해 온 곳이 바로 유달산이다. 산의 크기는 다르지만 목포를 호령하는 기세는 지리산이나 설악산의 그것 못지않다. 유달산 조각공원과
유철주 작가2024-09-04 -
[지상백고좌] 여수 석천사 주지 진옥 스님
여수 석천사는 임진왜란이 끝난 이듬해인 1599년에 창건됐으니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충무공 이순신을 흠모한 승장 옥형(玉泂)스님과 자운(慈雲)스님이 창건한 사찰이다. 큰 바위 아래 샘 하나가 있어 ‘석천사(石泉寺)’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대웅전과 해수관음상,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사리탑이 있는 소박한 사찰이다. 그리고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의승(義僧)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의승당이 있다. 의승당 주련에는 ‘연꽃 잡은 손으로 호국의 기치들어/왜인의 침략야욕 파사현정(破邪顯正) 하셨
문윤정 작가2024-08-19 -
[지상백고좌]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만 스님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의 삶에서 수없이 많은 글자를 보게 된다. 마주친 글자 앞에서 그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할 때가 많지만 요새는 그냥 흘려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 마주했던 많은 글 중에서 한참 동안 몸과 마음이 붙잡힌 것이 있었다. ‘우리가 살리면 우리를 살린다.’ 어디서 한 번은 본 것 같고, 또 들은 것 같은 이 글을 정면으로 마주쳤을 때 느낀 전율은 아직도 깊이 박혀 있다.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인 연기(緣起)와 상생(相生)을 온전하게 담아낸 이 글을 만난 곳은 불교환경연대다.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유철주 작가2024-07-22 -
[지상백고좌] 동사섭 행복마을 회주 용타 스님
함양 천령산 자락에 위치한 동사섭 행복마을로 가는 길엔 자귀나무가 연분홍빛 꽃을 무겁게 달고 있다. 우산 모양의 자귀꽃은 마을 어귀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행복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싱그러운 풀내음이 코끝을 자극한다. 동사섭 행복마을은 1980년 용타 스님이 주도하여 강진 무위사에서 T그룹 워크샵인 엔카운터 모임에서 출발했다. 2007년 경남 함양에 터를 잡고 동사섭문화센터를 개원하였다. 동사섭 행복마을은 올해로 43년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명상수련센터이다. 불교의 근본 가르침과 선불교를 바탕으로 동사섭 프로그램을
문윤정 작가2024-07-11 -
[지상백고좌] 조계종 전 포교원장 혜총 대종사
6월 25일 조계사에서 전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대종사를 친견했다. 가사 장삼을 수하고 대웅전에 들어간 혜총 스님은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린 뒤 필자를 조계사 인근의 전통찻집으로 안내했다. 온화한 웃음으로 맞아주시는 까닭에 혜총 스님을 뵙자마자 “인자하면 뜻에 혼란이 없나니 자비가 제일가는 행이다.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면 그 복은 한량없으리라”라는 〈법구경〉 구절을 떠올렸다.‘광명진언’을 암송하는 이유는혜총 스님은 조계사 대웅전에서도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리기 전에 ‘광명진언(光明眞言)’을 염송했다. 스님은 법문에 앞서 항상 광명진
유응오 작가2024-07-02 -
[지상백고좌] 서울 도안사 회주 선묵 혜자 대종사
충북 충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자란 어린 소년은 스님이 된 사촌 형님의 추천으로 수행자의 길에 나섰다. 부모님 곁을 떠나 절로 가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스님이 되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말에 설레는 마음도 컸다. 버스와 기차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도착한 서울은 엄청났다. 전에 보지 못한 도시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서울에 도착해 또 버스를 몇 번 더 탄 끝에 삼각산 도선사에 도착했다. 1964년의 일이다. 곧바로 행자생활이 시작됐다. 행자를 잘하면 ‘도인(道人)’을 만날 수 있다는 선배스님들의 격려에 힘을 냈지만
유철주 작가2024-06-27 -
[지상백고좌] 성주 자비선사 주지 원허 지운 스님
유월의 신록은 어루만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연초록빛이다. 자비선사의 우뚝 솟은 일주문은 무심한 듯이 객을 맞이한다. 푸른빛의 대나무는 성긴 바람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무상을 노래하는 듯하다. 명상 수행을 체계화하고 대중화하는 데 앞장서 온 원허 지운 스님의 인터뷰는 성주 자비선사에서 진행됐다. 나붓이 인사를 드리자 스님께서는 먼저 찻잔을 내밀었다.“올해 직접 만든 햇차인데 몇 잔 마시면 땀도 나는 녹차입니다. 보이차를 마시면 땀이 나잖아요. 이 차는 녹차인데 땀이 나요. 올해 제다법을 다르게 해서 만들어보았어요.”자비선사 주변에
문윤정 작가2024-06-19 -
[지상백고좌] 선문화수좌복지회 이사장 의정 스님
지상백고좌 취재를 갈 때마다 필자는 〈화엄경〉 ‘입법계품’에 등장하는 선재동자의 심정이 된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선지식을 참례하고 법을 여쭤볼 생각에 절로 가슴이 설렌다. 이번에 필자가 참례한 선지식은 선문화수좌복지회 이사장인 의정(義正) 스님이다.태고 보우 국사가 주석했던 도량이어서인지 경기도 양평 상원사에 닿자마자 필자는 태고 보우 국사가 현릉의 청으로 지은 ‘달마(達磨)’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푸른 눈의 스승이 오기 전에도 사람마다 의기가 하늘을 찔렀고 외짝 신 들고 서방으로 돌아간 뒤에도 사람마다 두 눈썹이 모두 완전했
유응오 작가2024-06-17 -
[지상백고좌] 김제 금산사 조실 금산 도영 대종사
세계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은 ‘템플스테이’를 취재한 적이 있다. 2022년 템플스테이 20주년을 맞아 이런저런 자료들과 사진, 영상들을 오랫동안 살펴봤다. 또 템플스테이 역사와 함께 해 온 관계자들을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듣기도 했다. 당시 여러 대중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했던 것은 ‘도영 스님의 존재’였다. ‘조계종 포교원장 도영 스님’이 아니었다면 아마 템플스테이가 지금처럼 튼실하게 자리 잡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도영 스님의 포교 원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대단했음을 대중들은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유철주 작가2024-06-05 -
[지상백고좌] 반야불교연구원장 요산 지안 대종사
영축총림 통도사 반야암에 들어서니 하얀 불두화가 눈부시다. 바람소리에 연초록의 잎들은 술렁이고,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청량한 법문을 들려준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반야불교문화연구원장 요산 지안 대종사를 주석처인 반야암에서 친견했다. 지안 스님은 지난해까지 현대불교신문에 5년 넘게 〈능엄경〉 〈법화경〉 〈승만경〉 〈대승기신론〉 〈임제록 강설〉 〈선화의 향기〉를 연재했다. 어려운 경전을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풀어 쓴 글이라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먼저, 최근 근황에 대해 여쭸다.“오전에 반야암 주변을 포행하는데 날마다 변
문윤정 작가2024-05-22 -
[봉축 지상백고좌] 태고종 종정예하 운경 대종사
운경 대종사의 회고송(懷古頌)팔십성상(八十星霜) 여영상(如映像)행봉불법(幸逢佛法) 각주객(覺主客)작일역래(昨日亦來) 기내일(旣來日)침식기좌(寢食起坐) 미미소(微微笑) 팔십여 년이 영상같이 지나갔지만다행이 불법을 만나 주객을 알았다.어제가 돌아오고 내일이 지나갔지만침식의 나날 중 일어나 앉으니 실로 우습다.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태고종 종정예하인 운경(雲耕) 대종사에게 법문을 듣기 위해서 백련사를 찾았다.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에 소재한 백련사(白蓮寺)는 한국불교태고종의 3사(봉원사, 백련사, 청련사) 중 하나로서 신라 경덕왕 6년(7
유응오 작가2024-05-15 -
[지상백고좌] 법주사 조실 허허 지명 대종사
속리산 산자락에 접어들자 내리던 비가 그쳐서 천지간(天地間)이 맑게 씻은 느낌이었다. 부처님의 가르침(佛法)이 상주(常住)하는 도량답게 조계종 제5교구본사 법주사에는 지나칠 관문이 많았다. ‘호서제일가람(湖西第一伽藍)’이라는 현판이 붙은 산문(山門)과 금강문(金剛門)을 지나서 우람한 위용(威容)의 사천왕상이 지키는 천왕문을 거친 뒤에야 법주사 경내에 닿았다. 천왕문을 지나니 정면으로는 팔상전(八相殿)이, 왼쪽으로는 금동미륵불이 서 있었다. 경내에는 중생이 아무리 닿으려고 해도 닿을 수 없는 천상도(天上道)가 펼쳐져 있었다. 저도 모
유응오 작가2024-05-09 -
[지상백고좌] 조계종 법계위원장 법산 경일 대종사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지종가(佛之宗家) 국지대찰(國之大刹)이며 세계문화유산 도량인 영축총림 통도사를 찾았다. 인도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영축산은 언제나 부처님 품과 같이 포근하고 따뜻하기만 하다. 곳곳을 장엄한 연등과 산중에 고개를 내민 새 생명들이 어우러진 영축산은 그야말로 화엄세계다.수백 년 수령의 나무들이 어깨를 맞대고 춤을 추는 무풍한송(舞風寒松)길을 지나 역대 조사들을 모신 부도전을 거쳐 일주문을 통과해 절 안으로 들어갔다. 평일이었지만 절을 찾은 불자와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탑처럼 쌓였던 공양간 비빔밥이 순식
유철주 작가2024-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