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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죽이는 도구를 갖고 있지 말라
해석의 한계 뭐, 남의 나라 일이긴 하다. 하지만, 또한 우리와도 전혀 무관할 수 없어서 관심이 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웃나라 일본의 일 말이다. 지금 일본의 정치를 이끌고 있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오랜 숙원사업이 〈헌법〉 제9조의 개정이다. 그 반대편에서, 뜻있는 사람들은 그 수호를 목소리 높여서 외치고 있기도 하다. 내가 살던 고치(高知)에도 그런 반대편 인사들이 있었다. 그 덕분으로 전차 안에서 “헌법 9조를 지키자”는 광고문을 본 적이 있다. 그 광고문 안에는 〈헌법〉 9조가 어떤 내용인지를 제시해 두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처음으로, 그 유명한 9조를 읽어보게 된 것이다. 여기서 기억을 할 수 없으니, 번역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다만 독후감은 이렇다. 현재 일본이 소유
김호성 교수2013-12-23 -
자기 장점 드러내고 타인 장점 숨기면…
원효를 위한 변명 “원효스님, 좋아해요?” 이렇게 물어보기로 할까?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가령, “좋아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하자. 그렇다면 다시 물어보자. “어떤 점이 좋아요?” 그럼 이번에는 또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우리나라 불교 역사상 가장 유명한(널리 알려진) 스님이 원효 스님이라는 데에는 이견(異見)이 별로 없을 것이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데, 어떤 점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일까? 사실은, 우리 불교가 원효 스님에 대해서 정확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효 스님이 가장 널리 알려진 데에는, 어쩌면 그가 파계를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요석공주와의 사이에 아들 설총을 낳았다는 것 말이다. 그렇다. 그는 분명 그랬다. 그리고서는 스스로 “소성(小姓)거
김호성 교수2013-12-16 -
부모와 스승, 그리고 삼보에 효순(孝順)하며 지극한 진리에 효순하라.
약관을 기억하라 사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누구나 잘 그러는 것 같다. 보험들 때의 일 말이다. 정말 이것저것 꼼꼼히 생각해 보고, 알아보고 난 뒤에 결정해야 하는데…. 주변의 친지 중에 보험을 모집하는 분들이 있게 되면, 권유에 못 이겨서 그냥 들고 말 때도 있다. 정작으로 중요한 약관이라든가, 세부적인 사항을 잘 챙겨보지도 못하고서 말이다. 또한 약관을 읽어보고서 가입하더라도, 이내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일도 많은 것 같다. 내가 어떤 조건으로 어떤 약속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일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와 매우 유사한 경우가, 수계(受戒)와 관련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수계는 계를 받는 일이고, 그 계의 조목을 잘 지키겠노라 부처님과 약속하는 일이다. 그
김호성 교수2013-12-06 -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보고 듣고서, 읽고 외우며, 공양케 하겠습니다.
〈금강경〉의 마지막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당신의 말씀을 마무리하고 계실까? 경전의 말미(末尾)를 한번은 눈여겨 볼 일이다. 어떤 형식으로 끝나는지 말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금강경〉의 경우에는 “일체 무든 유위법은 꿈·허깨비·물거품·그림자·이슬·번개 같으니, 이렇게 관찰할지라”(표준 금강경)라고 하는 결론적 말씀으로 끝난다. 아무래도 〈금강경〉의 경우에는, “부처님의 이러한 말씀을 많은 중생들을 위하여 널리 전하겠다”는 뜻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앞에서 인용한 게송에 뒤이어서, 경전 편찬자는 다음과 같이 말할 뿐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다 설하시고 나니, 수보리 장로와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모든 세상의 천신·인간·아수라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믿고 받들어 행하였습
김호성 교수2013-11-29 -
사람·하늘·용·신·왕이 되어주시네
신은 누구인가? 얼마 전, 남쪽의 한 절에 다녀왔다. 자원봉사로 해설을 해주시는 불자님이 계셔서, 어느 때보다 도량을 진지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그 큰 절에서, 특이한 것(그 전에는 발견하지 못한 것)은 ‘가람각(伽藍閣)’의 존재였다. 친절한 문화유산해설사는 “주지스님께서 정성을 다해서 예배를 드린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러나 정작 ‘가람각’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셨다. 무슨 부처님이라 하였으나, 역시 ‘가람신’이 아닌가 싶었다. 손에는 무기를 들고 있었고, 얼굴은 셋이었다. 중국의 절에서도 ‘가람전’은 흔한데, 그 분은 바로 관성(關聖, 〈삼국지〉의 주인공 관운장. 도교에서 신으로 모신다.)이다. 도교의 신을 데려다가 불교의 절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삼은 것이다. “주지스님께서 정성을 다
김호성 교수2013-11-22 -
보살은 모든 중생의 불청지사不請之師이다.
거리로 나가는 스승 이 〈무량의경〉에서는 ‘스승’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지만, 다른 경전들에서는 ‘벗’이라고 부르는 말이다. 불청지사가 곧 불청지우(不請之友)이고, 불청지우가 곧 불청지사다. 스승이 벗이고, 벗이 곧 스승이기 때문이다. 오늘 생각해 보는 이 구절의 바로 앞에는 “보살은 모든 중생의 참다운 선지식이다”라는 말도 나온다. 그 선지식이라는 말은 스승을 일컫는 말이지만, 동시에 선우(善友)라고도 번역된다. 이렇게 스승과 벗이 다르지 않은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스승은 제자에게 벗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같다. 명색이 스승이라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권위주의에 대한 경계를 ‘불청지사’라는 말은 담고 있는 것 아닐까. 벗이 될 때, 비로소 그 스승은 제자와 동
김호성 교수2013-11-15 -
모든 왕들이 정법正法으로 다스린다면그 땅은 안온하고 풍족하게 되리라.
‘정치적’과 ‘정치’의 거리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을 독자들은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의 일이다. 입학원서에는 7지망까지 학과 이름을 써넣도록 되어 있었다. 제1지망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가 이루어져 있었다. 영문학과. 그 다음 2지망 이하에 대해서는 의논하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에게서 메일이 왔다. 매우 조심스럽게 ‘정치학과’를 써놓아도 되는지, 아버지의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닌가. 〈홍길동전〉에서는, “아들은 아는 데에는 그 아비만한 사람이 없다”고 하였지만, 그도 아닌 것 같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지망 후보였던 ‘문화사학과’가 당연히 2지망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정치학’을, 2지망으로라도 선택한다는 데서 큰 부담을 느꼈음에 틀림없었다.
김호성 교수2013-11-08 -
신상信相보살이 그날 밤 꿈에 금고金鼓를 보았다.
꿈은 꿈이 아니다 여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왕사성에 살던 신상(信相)보살은 어느날 밤, 꿈을 꾼다. 꿈 속에서 금북(金鼓)을 본다. 이렇게 금북이 나오기에, 〈금광명경〉을 〈금고경〉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설명 보다는, 직접 읽어보는 것이 더 낫겠다. “그 모양은 지극히 크고, 그 밝음이 두루 비추기를 마치 햇빛과 같았다. 다시 그 빛 속에는 시방세계의 끝이 없고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많은 보배나무 아래의 유리좌(琉璃坐)에 앉아계시는 것이 보였다. 한량없는 백천의 제자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부처님들께서는 법을 설하시고 계셨다. 바라문처럼 보이는 한 사람이 당목(撞木)으로 금고를 쳐서 큰 소리가 나게 하였다. 그 소리는 ‘참회의 시’를 설하는 것이었다.” 꿈 속의 일이다. 생시의 일
김호성 교수2013-11-01 -
이 금광명경(金光明經)은 모든 경전 중 ‘왕’
말도 안 되는 소리? 〈금광명경〉이라는 경전은 대단히 생소한 경전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전문적으로 불교공부를 하신 스님들이나 불교학자를 제외하면 이 경전 이름을 처음 듣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전문적으로 불교공부를 하신 분이라면, 이 〈금광명경〉은 〈금고경(金鼓經)〉으로도 불리우는 경전이며, 우리나라의 원효 스님께서 좋아하셨던 경전이고, 〈인왕경〉과 함께 호국(護國)의 경전으로 떠받들어 왔다는 것, 일본에서는 스님이 되려면 〈법화경〉과 함께 이 경전을 외우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는 정도는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 정도이다. 한마디로 여전히 생소한 경전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만약 그렇게 중요하고 유명하다면, 어찌하여 오늘날 아는 사람들이 그렇게 적은가? 많은 사람들
김호성 교수2013-10-25 -
세간 법에 따르기 위해 이와 같은 모습을 나타낸 것이니라 ‘외도’를 어찌할까?
외도(外道), 라는 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가정을 가진 사람들이 불륜을 범하는 것을 외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본래 의미는,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나 사상에 대한 폄칭(貶稱)이었다. 대표적으로 초기경전에는 ‘육사외도(六師外道)’가 등장한다. 불교 이외의 사상가, 종교가 여섯명을 한꺼번에 부를 때 이 말을 썼던 것이다. 그러니까 불교 이외의 가르침은 ‘외도’가 된다. 그러면, 불교는? ‘내도(內道)’가 되겠지. 그렇지만, 나는 아직까지 불교를 ‘내도’라고 부르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내 과문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 다만 불교 이외의 책들을 ‘외전(外典)’이라 할 때, 불교 책을 ‘내전(內典)’이라 부르기는 한다. 우리의 불교사는 외도, 외전과 어떻게 인연을 맺어왔던가 하는 점을 기준으로 살펴볼 수도
김호성 교수2013-10-18 -
이 유약은 독이기도 감로이기도 하다
만병통치약은 있는가? 어떤 나라에 의사가 있었다. 어떤 환자가 오든 단 하나의 약만을 처방하는 의사! 그 약은 유약이다. 우유로 만든 약일 수도 있고, 우유 그 자체가 약으로 쓰였을 수도 있겠다. 그 의사에게는 유약이 만병통치약이다. 그러한 의사가 존재하고, 활동할 수 있으려면 그에 걸맞는 어리석은 통치자가 있어야 한다. 왕 역시 어리석었다. 그래서 늘 그 의사를 믿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는 진실로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 그 시절 역시 그랬다. 진실로 의학을 익히고 닦은 의사가 없지는 않았다. 스스로의 공부가 어느 정도 되었다 싶은 순간, 그는 하산(下山)을 결심한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의사를 찾아간다. 하지만 대뜸 의술을 뽐내는
김호성 교수2013-10-15 -
이 몸은 무상하여 순간순간 변해간다
몸을 느끼는가? 나는 그분을 좀 늦게 만났다. 그 대학의 석사과정 학생들의 논문 중간발표회에서였다. 키가 늘씬하고, 날렵한 모습이다. 머리는 짧게 깎았다. 학부장인지, 그 발표회에 사회를 보고 있었다. 중간발표회를 마치고, 회식 자리에서였다. 내 있는 자리로 와서는 말을 걸기 시작하였다. 사실 그날 나는 그 학부의 교수들에게 공식적으로 인사를 하였다. 그는 말하기를, 그와 내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내가 인도철학의 입장에서 불교를 바라보는 것과 그가 서양철학의 입장에서 불교를 바라보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원래 헤겔을 했다고 하는데, 근래에는 서양철학에서 불교를 어떻게 볼 수 있는가, 서양철학의 입장에서 좌선을 어떻게 볼 수 있는가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서양철학과 불교, 서양철학과 선을
정혜숙 기자2013-10-06 -
중생들이 한없이 많으나 다 건지겠습니다
이룰 수 없는 꿈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 실제로 이보다 더 울림이 큰 말씀도 드물 것이다. 중생들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인구는 헤아릴 수 있지만, 중생들에게는 그것이 안 된다. 우리나라 인구는 그 범위가 제한되어 있기에 헤아리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생의 범위는 가히 무한하다. ‘중생’이라는 이 말 자체가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들을 다 포괄하는 개념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헤아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논에 자라고 있는 나락의 수를 헤아리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가. 지구에 존재하는 인간, 동물, 그리고 식물의 수를 다 헤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지구와 같은 별이 우주에 또 있다면 그 수는 더욱더 증가하고 만다. 외계인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의 생물이든 생명 있는 존재라
김호성 교수2013-09-27 -
모든 죄악업을 이제 모두 참회합니다
왜 ‘조상탓’을 할까? 잘못을 했으면, 참회를 하고 용서를 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 모두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가르친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떤가? 그것이 잘 안 된다. 어린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참회를 하고 용서를 비는 것은 대단히,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왜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이 점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참회를 한다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부정(否定)한다는 것은, 자기를 죽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잘못된 행위를 했을 때의 ‘자기’를 한번 죽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다시 비로소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그것이 참회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렵다. 자기를 부정하고, 자기를 죽이는 것이
김호성 교수2013-09-16 -
조작됨 없는 마음서 자비심이 일어나네
사트바(sattva)로 가는 길 힌두교의 성전으로 〈바가바드기타(Bhagavadg?t?)〉라는 책이 있다. 줄여서 ‘기타’라고 부르는, 이 책에 대해서 처음으로 논문을 발표한 것이 1992년의 일이었다. 그 사이 오늘날까지 읽고 또 읽고, 강의하고 또 강의하고, 쓰고 또 쓰고 있다. 불교경전도 아닌 책을, 그렇게까지 빠져서 읽고 쓰고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처음 이끌리게 된 것은, 이 책에 ‘행위의 길(까르마 요가)’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젊어서부터 기본적으로 ‘행위주의자’였다. 그래서 윤리적인 행위의 문제, 실천의 문제를 주로 생각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기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윤리적인 행위의 문제를 힌두교의 성전
김호성 교수2013-09-13 -
본래 청정한 마음이 번뇌에 의해서 오염된다
인간의 얼굴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말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 말은, 실제로는 어느 신전에서 얻은 신탁(神託)이라 한다. 이 말을 듣고서, 소크라테스는 깊이 깊이 스스로를 성찰해 보았다. 그 결과, 그는 ‘무지(無知)한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소크라테스가 받은 이 질문에 대한 예수의 대답은 “죄인”이라는 것이다. 원죄(原罪)는, 그 죄인 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는, 스스로는 빼낼 수 없는 생선가시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절대자 신으로부터의 구원이라는 길을 유일의 구제책으로 생각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무엇이라 대답할까? 나 자신은 어떤 존재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많은 불교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부처!” 그렇다. 불교에서는, 우리 자신이 부처라고 말한다
김호성 교수2013-09-06 -
“화를 낸다든지 해친다든지 하는 마음을 결코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명언(名言) 제조기 이 ‘에세이 경구’를 기획하게 된 것은, 불교에는 명언이나 금언(金言)이 참 많다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명언, 금언, 격언, 그리고 속담들은 말은 간략하지만 그 의미는 풍부한 말이다. 우리가 지금 ‘경(經)’으로 옮기고 있는 ‘수트라(su-tra)’라는 산스크리트 단어 역시 그러한 의미의 말이다. 아주 간략한 경구(警句)를 ‘수트라’라고 한다. 너무나 짧아서, 도저히 그것만으로는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석서가 필요해 진다. 주석서가 탄생하는 배경이다. 그러한 명언들을 좀 찾아서 대중화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이 기획의 성패에 대해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평가가 있으리라 보지만, 실로 경전은 명언의 보고(寶庫)임을 나는 새삼 느끼고 있다. 경전 자체가 ‘명언 제
김호성 교수2013-09-02 -
부인이여, 여래가 그대에게 허락하므로 사양하지 말고 설해보도록 하소서
우리와 〈승만경〉 원효 스님 저서에 〈승만경소〉가 있었다. ‘소(疏)’는 주석서를 일컫는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은, 유감스럽게도 목록을 통해서만 알려질 뿐 〈승만경소〉 자체는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일본스님들의 저서 중에 원효 스님의 〈승만경소〉를 인용한 것이 더러 있다. 그 인용구절들을 일일이 조사해서 모아놓는 작업을 하신 분이, 얼마 전 불의에 작고하신 김상현 교수님이셨다. 일본의 스님들은 우리 스님의 저서인 〈승만경소〉를 읽고, 무언가 가르침을 받았을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그를 통해서, 우리 스님의 저서를 그 편린(片鱗)이나마 만날 수 있으니 역시 도움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과연 〈승만경〉이 우리들에게 읽혀온 역사가 그것뿐일까? 어찌하여 우리는 이렇게 〈승만경〉을 잘 안
김호성 교수2013-08-23 -
다른 사람들에게 자세히 해설해 주고 올바르게 가르쳐 준다면,그 공덕은 지극히 많을 것이다
?교종의 수행법 오늘의 말씀을 생략하지 않고서, 그 전부를 다시 읽어보기로 하자. 부처님께서 금강혜보살에게 하시는 말씀이시다. “금강혜여, 우리 집안의 훌륭한 아들이든(善男子), 딸이든(善女人), 또는 재가의 신자이든 출가의 수행자이든 어떤 사람이라도, 이 ‘여래장의 가르침’을 받아서, 지니고, 읽고, 암송하고, 서사(書寫)하여,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세히 해설(講釋)해 주고, 올바르게 가르쳐(說示)준다면, 그 공덕은 지극히 많을 것이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여래장경〉은, 여래장사상 연구의 권위자인 다카사키 지키도(高崎直道) 교수가 산스크리트본으로부터 직접 번역한 것이다. 물론 한문 번역본도 있는데, 아마도 앞에서 인용한 이 구절은 “수(受), 지(持), 독, 송, 서사, 위인해설(爲人解說
김호성 교수2013-08-20 -
그는 어머니의 태내에 있으면서 몸으로부터 빛을 발하였다
빛의 발신자 우리 스승 중에 불연(不然) 이기영(李箕永) 선생님이 계신다. 그분은 평생 원효를 읽고, 원효를 쓰고, 또한 원효를 말하셨다. 원효는 말 그대로 다면불(多面佛)적인 면목을 가지고 있었던 분이지만, 그런 중에서도 ‘여래장’에 대한 말씀도 많이 하셨다. 불연선생님은 바로 그 점을 주목하셨다. 그런데 잘 모르는 분도 많지만, 불연선생님은 동국대 인도철학과에서 교편을 잡으셨다. 물론 원효의 저술을 교재로 선택해서 강의하신 적도 있지만, 동시에 인도철학을 강의하셨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면, 인도철학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원효를 많이 생각하셨다는 점이다. 그런 증거가 하나 남아있다. 실제 선생님은 인도철학 자체에 대해서는 많은 논문을 남기신 것은 아니지만, 몇 편의 중요한 이야기를 남
김호성 교수2013-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