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0:52 (수)

[기자칼럼] 명상 주도권을 AI에 맡길 것인가

인공지능(AI)이 마음의 상태를 읽고 명상 과정에 개입하는 기술은 이미 일상이 됐다. 

뇌파 측정기와 감정 분석 앱, 자동 피드백 명상 기기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명상은 더 이상 수행자만의 영역이 아니다. 기술이 명상의 구조를 설계하는 새로운 국면이 열린 것이다.

최근 한국불교상담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는 AI가 수행의 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사례들이 소개됐다. 

집중이 흐트러지면 음악과 진동이 즉각 반응하고, 가상현실(VR)은 맞춤형 선방 이미지를 제공한다. 

일부 기술은 사용자의 상태를 수치화해 수행이 ‘깊다’거나 ‘얕다’는 평가까지 제시한다. 명상의 해석과 조절이 수행자가 아닌 ‘기술’에 의해 이뤄지는 흐름이 빠르게 현실이 되고 있다.

내면 데이터의 처리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감정주의불안 등은 종교와 상담에서 가장 민감한 정보인데, 시중 기기 상당수는 이를 수집해 저장하고 외부 서버로 전송하기도 한다. 

신행 과정에서 생성된 내면 기록이 기업의 데이터로 전환되는 셈인데, 이를 둘러싼 윤리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AI 명상이 심리치유 영역으로 확장되는 현상 역시 점검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개인사감정관계적 맥락을 구분하지 못한 자동 피드백은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 AI가 명상법을 안내할 수는 있지만 전문가의 판단과 책임을 대체할 수는 없다.

지금 불교에 필요한 것은 기술을 배척하거나 무조건 수용하는 태도가 아니다.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경계할지 분명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AI는 명상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수행의 목적까지 기술이 규정하도록 맡길 수는 없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수행의 본질은 더 분명해야 한다. 

변화 속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조정할지 선택하는 일, 그 책임은 이제 불교계에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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