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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 침묵을 깨운 자비의 증언
4살에 가족의 품을 떠난 소년은 열여섯 살에 전쟁을 맞닥뜨렸고 스물다섯에 망명을 택한 이후 75년에 걸쳐 비폭력을 실천하고 있다. 제14대 달라이라마 텐진 갸초의 구순(九旬) 기념 회고록 는 억압받는 공동체를 대신해 침묵을 깨뜨린 ‘양심의 기록’이다. 달라이라마는 책에서 왜 비폭력을 선택했는지, 공동체의 정체성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어떤 고뇌와 결단을 내려야 했는지를 진솔하게 보여준다.책은 1950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티베트 침공에서 시작한다. 열아홉 살의 달라이라마가 마오쩌둥과 마주한 베이징 회담,
여수령 기자11-26 11:01 -
도영 스님의 “주인으로 사는 길”
“불교적 윤리는 인간이 본래 지닌 청정성을 믿는 데서 출발하며, 그것을 일상에서 구현하려는 지속적인 실천이다.”11월 20일 원적에 든 조계종 원로의원 금산당 도영 대종사는 유작이 된 법어집 〈어울리면 열리는 길〉에서 불교적 윤리와 청정성 회복의 중요성을 설파했다.스님은 지식과 정보가 넘쳐나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이 시대, 오히려 진정한 만남과 소통은 상실한 채 고립되고 단절의 감각에 시달리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시대적 모순은 결국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묻도록 만든다”며 “나의 행복과 안녕이 타자의 그
여수령 기자11-20 19:15 -
손끝으로 장엄하는 괘불탱
사찰의 큰 법회 때만 공개되는 장엄한 불화 ‘괘불탱’을 일상에서 감상하고 직접 색칠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국가유산청과 괘불탱 조사를 진행해 온 성보문화유산연구원은 최근 국보 4점과 보물 14점을 수록한 〈우리가 사랑한 괘불탱, 마음 챙김 컬러링 북〉을 펴냈다. 국보인 △부여 부량사 미륵불 괘불도 △신원사 노사나불 괘불탱 △장곡사 미륵불 괘불탱 △화엄사 영산회 괘불탱을 비롯해 보물인 △포항 보경사 괘불탱 △적천사 괘불탱 △통도사 석가여래 괘불탱 등 총 18점을 담았다.책은 전통 불교회화의 미감을 손끝으로 체험할 수 있게 구성했다
여수령 기자11-20 19:13 -
“울어도 쓰러져도 삶은 다시 피어난다”
바람에 한기가 스며드는 계절이면 마음 한편에 외로움이 더해진다. 새해의 굳은 서원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고 달력의 마지막 장만 남겨 두게 된 것인가. 허망함에 자책감은 더욱 쌓인다.‘이제서야 이해되는’ 시리즈로 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알기 쉽게 전해 온 원영 스님이 이번엔 우리를 위로하는 따뜻한 산문집 〈그렇다고 죽을 수는 없잖아〉로 찾아왔다. 때로 지치고 힘들고 괴로워도, 끝내 삶은 살아진다는 희망을 담아서.“사람들은 미래를 두려워합니다. 꿈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상실감을 느끼죠. 하지만 너무 힘들면 포기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여수령 기자11-20 19:10 -
영화로 읽어 낸 흥미진진 차 이야기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말차(抹茶)가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도 말차를 활용한 다양한 식음료 제품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녹차를 갈면 말차가 되는 거 아냐?”아니다. 말차는 채엽 20일 전쯤 빛을 가려 재배한 찻잎을 찌고 말리고 분쇄하는 과정을 거쳐 만든다. 녹차보다 공정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줄기와 잎맥을 제거하고 갈아 내 쓴맛이 덜한 것이 특징이다.〈차가 일상〉은 30여 년 경력의 기자가 차에 관한 역사문화예술 이야기를 풀어 낸 책이다. 1장에서는 차를 가리키는 용어인 ‘Tea’와 ‘Cha’의 어원과 대표적인
여수령 기자11-20 19:09 -
우리 시대의 불교를 다시 묻다
오늘날 불교는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사회 가까이에 들어와 있다. 최근의 ‘힙불교’ 열풍뿐만 아니라 명상을 향한 대중적 관심, 이웃 종교와의 활발한 교류, 기후 위기와 인권 문제 등 사회 문제에 대한 불교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과거의 가르침을 어떻게 현재적 의미로 되살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됐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불교 사상가 스티븐 배철러(Stephen Batchelor)의 〈불교 이후〉는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출발한다.저자는 1974년 21살의 나이에 출가해 7년간 인도, 스위스, 독일에서 티베트 겔룩 전통의 스
여수령 기자11-20 19:07 -
곧바로 마음을 가리켜 깨닫게 하다
김태완 무심선원장의 〈금강경〉 강설집이다. 저자는 〈금강경〉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리켜 보여 주고자 한 것, 즉 ‘모든 것의 바탕인 본래 마음’과 존재의 실상을 바르게 알도록 다양한 비유와 설명으로 안내한다. 경전 구절을 하나씩 풀이하며 법이 설해진 배경과 의미를 밝힌다.‘대승정종분’ 해설에서는 “〈금강경〉이라고 하면 대게 ‘범소유상 개시허망’이나 ‘응무소주 이생기심’ 같은 유명한 구절을 떠올리는데, 법문을 듣고 공부하는 이 선(禪) 공부가 바로 대승 불법의 바른 공부법이고 지름길이다. 매일매일 법회 참석하고 법문 듣는 것이 깨달음에
여수령 기자11-20 19:05 -
“붓다는 믿으라 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불교는 부처님을 ‘믿는’ 종교가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려는 깨달음의 길, 즉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키는 수행의 종교다.그렇다면 이런 믿음은 어떨까? “삼매에 빠져야 깨달을 수 있다.” “괴로움은 운명이다.” “해탈은 죽은 뒤에야 가능하다.”〈불교 도장 깨기〉는 이러한 ‘잘못된 믿음’을 경전에 근거해 하나씩 깨부수는 책이다.먼저 저자의 이력에 눈길이 간다. 고광 스님은 고등학교 재학 중 법주사로 출가해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인생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미국과 미얀마 등에서 수행했
여수령 기자11-13 19:16 -
“전통의례를 일상 수행으로”
세화불학원의궤편찬위원회(의장 법안 스님, 조계종 어산종장)가 의례를 일상 신행으로 이끌기 위한 안내서 〈불학의범〉과 〈바웃다 일과〉를 출간했다.11월 10일 서울 세화불학원 사무실에서 열린 출판간담회에서 법안 스님은 “오늘날 행해지는 의례는 그 내용과 형식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길어 실제 불자들이 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불학의범〉은 전통의례의 정신을 계승하되 명료하고 실천적으로 의례의 규범을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일례로 야외에서 설행되는 의례의 경우 괘불 설치나 공양 위패 안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법당에 이미 불보살이 상
여수령 기자11-13 19:15 -
삶의 주도권을 찾기 위한 ‘알아차림’
곽정은 씨는 글 잘 쓰고 말 잘하는 사람이다. 방송과 강연을 통해 다른 이들의 연애인생 고민에 시원시원하게 답을 주고, 성장하는 삶을 제안하는 ‘멘토’였기에 그의 상담심리대학원 진학은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런데 다음 행보인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 박사과정 입학은 의외였다. 올해 초 나온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는 ‘초기불교 수행의 의도 역할 연구’. 최근에는 한양대 상담심리대학원 겸임교수이자 ‘메디테이션 랩’ 대표로 심리학과 명상을 결합한 내면 성장 프로그램을 대중에 전하고 있다.화려한 방송인에서 명상가로 변신한 그가 내놓은 〈어웨어니스
여수령 기자11-13 19:12 -
모자가 함께 걸은 시코쿠 순례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함께 걸었던 엄마와 아들이 그 여운을 잊지 못해 이번엔 불교 순례길을 찾아 일본 시코쿠로 향했다.일본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시코쿠의 ‘시코쿠 헨로미치’는 1200년 전 진언종 창시자인 코보 대사(弘法大師, 774~835)의 발자취를 따라 만들어진 88개의 사찰을 찾는 불교 순례길이다. 88개 절을 따라 제주도의 열 배 정도의 섬을 한 바퀴 도는 1200km에 이르는 여정이다.엄마와 아들은 겨울부터 가을까지 네 계절에 걸쳐 ‘시코쿠 헨로미치’를 걸으며 마주한 풍경과 사람, 생각들을 기록했다. 이들
여수령 기자11-13 19:09 -
자비, 개인의 덕목에서 공동체의 윤리로
불교의 핵심 가르침인 ‘자비’는 언제나 깨달음과 더불어 언급된다. 그러나 오늘날 자비는 종종 개인적 미덕의 차원에 그친다. 〈자비의 길을 찾아서〉는 이러한 인식의 한계를 넘어, 자비를 현대 사회의 ‘실천 윤리’로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자비를 연민이나 시혜적 사랑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초기불교의 사무량심(四無量心)과 무재칠시(無財七施)에서 출발하되, 연기(緣起)의 원리에 기초한 ‘상호윤리’의 개념으로 재정립한다.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나의 행복은 타인의 행복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자비를 ‘타자를 위
여수령 기자11-13 19:08 -
[새로 나온 책]
‘일체의 만남’ 그린 자전적 서사2017년 제2회 법계문학상 수상자인 이갑숙 작가의 산문집이다. 장편 소설 〈꺼지기 쉬운 빛〉과 〈눈부처〉를 통해 구도적 여행을 펼친 작가는 이번 산문집에서 가족 여행,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등 일상의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전작들의 모티브가 된 일화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시절 인연이란 내 안의 우는 아이를 달래 주기 위해 어느 날 문득 다가온 부처님의 법이요, 살아가며 다가온 소소한 알아차림”이라고 말한다. 이갑숙 작가는 30여 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퇴직 후 청계사 순례단원으로 8여 년 동
여수령 기자11-13 19:07 -
깨달음의 노래, 생활의 지혜로 풀다
“다만 근본을 얻을 뿐 말단을 근심하지 말지니(但得本草愁末) 마치 깨끗한 유리가 보배 달을 머금음과 같구나(如淨瑠璃含寶月).”〈증도가(證道歌)〉는 중국 당나라 영가 현각(永嘉玄覺, 665~713) 스님이 선불교의 수행과 깨달음을 집약해 남긴 선시(禪詩)다. 글자 그대로 스님이 직접 깨친[證道] 경지를 게송으로 노래[歌]했기에, 참선 수행자들에게는 ‘깨달음의 교과서’로 여겨진다. 그러나 짧고 압축된 게송은 선(禪)적 상징과 비유로 가득해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사진〉은 “영가 스님이 〈증도가〉에서 말
여수령 기자11-07 10:25 -
자연이 전하는 무정설법
연꽃, 코끼리, 사자. 자연스레 ‘불교’가 연상되는 단어들이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포도나 가시나무, 뱀 등이 아닐지.〈성경 속 동물과 식물〉은 서울대교구 허영엽 신부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연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16년 만에 개정판으로 단장한 이 책은 성경에 등장하는 78종의 동식물을 통해 각 존재가 지닌 상징과 의미를 세심하게 풀어낸다. 눈앞의 꽃 한 송이, 길가의 새 한 마리에도 ‘신의 섭리’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말씀 속 살아 숨 쉬는 동물 이야기’에서는 뱀과 비둘기, 낙타처럼 익숙한 상징에서부터 용, 모기,
여수령 기자11-07 10:23 -
만해, 자비로 세상을 밝히다
한국 근대사의 거대한 지성, 만해 한용운(1879~1944) 스님. 독립운동가나 시인이라는 프레임만으로는 스님의 사상과 삶을 담아내기 어렵다. 〈만해 한용운 미학의 철학〉은 만해 스님의 삶과 사상을 ‘미학’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로 해석한 책이다. 저자인 고 백원기 교수〈사진〉는 스님의 불교적 실천과 문학, 그리고 근대적 사유가 어떻게 ‘생명존중과 자비의 미학’으로 통합되는지를 추적한다.저자는 만해 스님의 삶을 ‘창조적 저항의 미학’으로 해석한다. 스님에게는 모든 존재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는 사랑과 평화의 관계망을 구축하는 것이
여수령 기자11-07 10:21 -
순간이 모여 삶은 따뜻해진다
“삶을 살아 내는 힘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바로 이 순간 당신 안에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당신의 순간들이 우주를 이룹니다.”주석 스님이 그간 펴낸 두 권의 산문집에서 엄선한 글로 엮은 특별판이다.1장에는 〈오늘의 발끝을 내려다본다〉에서 수행자의 눈으로 바라본 일상의 단상과 삶의 중심을 지켜 내는 지혜를 전하는 산문을 골라 담았다. 2장은 〈그대가 오늘의 중심입니다〉에 실렸던 자작시로, 군더더기 없는 언어로 응축된 울림을 전한다. 3장 ‘에피소드: 나를 가만히 다독거립니다’에는 순간순간을 붙잡아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법을
여수령 기자11-07 10:19 -
불교출판문화상 대상에 ‘역사 속 한국비구니’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가 펴낸 (전영숙 집필, 민족사)가 제22회 불교출판문화상 대상에 선정됐다.조계종 총무원(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불교출판문화협회(회장 윤창화)는 11월 5일 ‘2025년 올해의 불서 10 및 제22회 불교출판문화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1일부터 올해 7월 31일까지 국내에서 초판 발행된 불교 관련 도서를 대상으로 공모한 결과, 총 26개 출판사에서 도서 90종을 접수했다.심사 결과 우수상은 (현진 스님 지음, 담앤북스)과 (목경찬 지음
여수령 기자11-05 14:25 -
동명 스님 "천수경에 행복 비결 있다"
조계종의 대표적인 다섯가지 수행법인 계율, 간경, 염불, 참선, 보살행이 망라돼 있는 은 주술적 의미의 밀교 다라니인 ‘신묘장구대다라니’에 기도와 예불의 의식문을 곁들인 독특한 구조의 경전이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읽히는 경전 중 하나이자 불교의식에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불광사 불광교육원장 동명 스님이 에 담긴 깊은 뜻을 불자들이 제대로 공부하고 매일 그 뜻을 음미하며 기도하고, 공부하고,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을 출간했다. 동명 스님은 불자들이
임은호 기자11-05 06:11 -
지금 여기, 완전함을 자각하라
‘한방에 깨닫는 법’. 수행도 숏폼처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뜻일까 싶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불교계 전방위 지식인’ 자현 스님은 신간 〈한방에 깨닫는 법, 마음 혁명〉에서 “동아시아 정신문화의 핵심 사유와 수행 전통을 직면하라”고 역설한다.스님은 현대인들이 불행한 이유를 ‘세상을 부정하는 이원적 사고’에서 찾는다. 서구 근대철학이 ‘결핍의 인간’을 전제했다면, 동아시아 일원론은 ‘이미 완전한 나’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욕망을 억누르지 않으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지혜를 찾는다. ‘이미 완전한 나’
여수령 기자10-31 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