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0:52 (수)

변택주 작가의 법정 스님과 만난 사람들 9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 “법정 스님 연꽃이라기 보다 난초처럼…”

    “법정 스님 연꽃이라기 보다 난초처럼…”

    법정 스님한테 ‘부처님 생애’ 배워 첫 인상 “중이 시시껄렁하게 글 쓰나” “그때 저는 禪중심 사고 갖고 있었죠” 선방정진 ‘깨달음’ 오지 않아 회의 승가대중단체 ‘선우도량’ 설립 법정 스님은 수련원 열어 불자교육 “똥냄새 없이 꽃피고 향내날 수 없어 성철·법정 스님의 환상 벗어나 냉철한 비판·진지한 존경 함께가야” “법정 스님이 해인사 강원에서 ‘부처님 생애’를 가르치셨어요. 제가 스무 살 남짓이었으니까. 한 사십이삼 년 지난일이네요. 해인사 강원에 있다가 하루빨리 참선해서 깨달아야 한다는 생각에 걷어치우고 도망 나와서 선방엘 갔죠. 송광사 선방에서 살 때 법정 스님이 불일암을 짓고 내려오셔서 다시 만났어요. 만남이라고 해봤자 스님은 불일암에 계시고 저는 송광사

    글=변택주 사진=고영배
    2012-09-03
  • 잘 씹은 암죽같은 글로 대중과 이야기

    잘 씹은 암죽같은 글로 대중과 이야기

    사랑하는 이를 뒤로 하고 울고 넘었다는 천둥산 박달재 아랫마을 사는 판화가 이철수 화백(59)집 앞, 잠자리가 한가로이 노니는 가지런한 논을 넋 놓고 바라보는데 마중 나온 이 화백이 말을 건넨다. “우렁 각시 도움으로 벼농사 지은 지 한 십 오년 가까이 되었어요. 그전에는 집사람하고 둘이 꼬박 논에 매달려도 일이 그치지 않았지요. 김매다가 집사람이 쓰러진 적도 있을 만큼. 그런데 요즘에는 논에 들어가는 일이 거의 없어요. 먹을거리를 모두 길러서 먹으려니까 밭농사도 이것저것 골고루 지어요.” 확실하게 앞가림을 하고 산다는 말씀이다. 담쟁이가 소복이 덮인 벽 사이로 능소화 넝쿨이 운치 있게 늘어진 대문에 들어서니 잘 다듬어진 잔디 위로 활짝 핀 백련이 손들을 반긴다. “제가 아주 젊어서 법정 스님이 번

    글=변택주 사진=고영배
    2012-08-20
  • “바쁘게 살지 말라” 요즘도 그뜻 되새겨

    “바쁘게 살지 말라” 요즘도 그뜻 되새겨

    “길상화 보살님에게도 절하라” 제게 ‘군더더기 없어 좋다’ 하셨으나 스님이 엄한 할아버지 같았다 금어·불모가 뭐냐? 물으신 뜻은 그뜻 되새겨 주시려는 방편 법문 길상사 극락전·지장전 탱화 조성 스님 책을 읽거나 법문 들은 적 없어 1993년 전승공예부문 대통령상 수상 불모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아 ? 절집과 관계없는 이들도 절하면 고즈넉한 산사(山寺), 목탁소리, 풍경소리 그리고 범종소리를 떠올린다. 불자라 해도 법당 안에 들어서면 불상에 참배 할 뿐, 후불탱화나 신중탱화, 감로탱화는 무심히 스친다. 그러나 불상은 경배대상이지만, 이야기 주머니를 조곤조곤 풀어내는 탱화는 안도현 시인이 쓴 동화 〈연어〉에 나오는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를 떠올리게 한다. “살아가면서

    변택주
    2012-08-06
  • 간송 전시로 맺은 인연…뜻 나누며 큰 불사

    간송 전시로 맺은 인연…뜻 나누며 큰 불사

    “법정 스님하고 인연은 굉장히 깊어요. 1971년도 10월, 처음 전시를 시작할 때부터 오셨어요. 제가 추사 연구를 할 때 번역한 추사집을 보내드리면 스님도 책 보내오시고, 늘 편지 왕래를 하고 서로 찾았지요. 봉은사에 계실 때 두어 번 가 뵙고, 불일암에는 여름·겨울 방학 때, 한 해에 두 번은 꼭 제자들 데리고 가뵈었어요.” 간송선생 동상 앞, 옛 서책 향이 감도는 담백한 연구실에서 간송미술관 연구실장 최완수 선생(71)과 마주 앉았다. 한복을 입고, 컴퓨터도 핸드폰도 사용하지 않는 선생은 ‘나는 조선시대 생활 그대로 산다’고 말씀한다. 하얀 모시동옷 차림에 속이 다 들여다보일 만큼 해말간 모습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동자 같다. ‘세상에 이런 어른도 계시구나.’ 생각하는데 느닷없이 동저고리 바람으로 손

    변택주
    2012-07-17
  • “행자 생활하는 지금 그 첫마음 잃지 말라”

    “행자 생활하는 지금 그 첫마음 잃지 말라”

    “불일암佛日庵 마루에서 기자들이 사진을 찍으면 법정 스님이 ‘어이, 초상권 있어 함부로 찍지마!’ 그러셨는데, 말이나 행동이 모셨던 어르신들을 따라가요. 이곳 당호를 불일암으로 한 까닭도 어른 스님 영향이지요. 좋은 이름이에요.” 보림사 뒤 자그마한 불일암 법당에 앉자마자 카메라부터 꺼내드는 사진작가에게 지묵 스님이 차부터 한 잔 하라며 던진 말씀이다. 출가 전, 법정 스님 글을 보고 ‘스님들도 글을 쓰시는구나.’ 생각했던 지묵 스님, 송광사로 출가했다. 송광사에서는 보름마다 삭발하고 목욕도 하고 별식으로 찰밥을 하는데, 도반 행자들과 암자에 계시는 어른들에게 찰밥을 가져다드리면서 법정 스님과 처음 현품대조를 했다. “미역국하고 찰밥은 음식궁합이 잘 맞아요. 내가 국을 끓이는 소임을

    변택주
    2012-07-02
  • “차 한잔 마시면서도 삶의 고마움 누려야”

    “차 한잔 마시면서도 삶의 고마움 누려야”

    “자그마하게 가내공업처럼 공장을 할 때 법정 스님이 찾아오셨어요. 우리 영감님이 키가 훤칠한 스님이 와서 차 이모저모를 묻고 가시더라고 그래요. 그땐 법정 스님이 누구신지도 몰랐어요. 그 뒤에 스님과 목포상고 동창인 전남대 박광순 교수가 차를 좋아하는 스님이 한 분 계셔서 만나러 가자면서 스님께 기별을 드렸더니, ‘먼데까지 올 게 뭐가 있냐 내가 가겠다.’며 오셨어요. 저는 그때 법정 스님께 처음 인사드렸습니다. 다들 스님한테 가까이 가면 베일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어렵다는데, 저는 처음 뵈었을 때부터 정다운 스님으로 보이더만요.” 부처끼리는 서로 알아본다는데. 벙긋 웃는 길상화김판인 보살(77), 백제서산마애삼존불을 쏙 빼 닮았다. 백제의 미소를 닮아 별호가 백제보살이라는 길상화 보살이 해주는 밥을 먹지

    변택주
    2012-06-16
  • 부도전 꼭 참배하신 스님 모습 '무언의 가르침'

    부도전 꼭 참배하신 스님 모습 '무언의 가르침'

    법정 스님이 열반에 들기 하루 전 음악가 노영심씨는 스님 병실에 눈 맞은 동백꽃과 매화를 꽂아드렸다. “저녁에 꽃을 보시고는 ‘내가 못가니까 네가 왔구나. 예까지 올라오느라고 고생했다.’고 말씀하셨답니다. 고향에서 온 꽃이잖아요.” 노영심씨에게 꽃을 들려 보낸 해남 땅 끝 마을 미황사 금강 스님(47) 말씀이다. 2010년 2월 초 미황사를 찾은 노영심씨에게 법정 스님이 병원에 계시다는 말을 처음 들은 금강 스님은 남달리 꽃을 좋아하는 법정 스님 모습을 떠올리고는 동백꽃을 꺾어 보내드렸다. 그 뒤 다시 미황사를 찾은 노영심씨가 불일암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소리에 함께 불일암을 찾은 금강 스님, 마침 눈만 박혀있는 매화가지가 눈에 띄자 바로 꺾어 노영심씨 편에 보냈다. “스님께 불일암 매화라고 말씀드리

    글=변택주 사진=고영배
    2012-06-04
  • "천직 가진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피어난다"

    "천직 가진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피어난다"

    다리는 물이나 계곡을 건너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다. 우리 선조들이 만든 옛 다리는 재료와 구조 그리고 형식에 따라 그 유형이 여러 가지인데, 주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였으며, 형편에 맞는 적당한 구조와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리를 재료에 따라서 구분하면 흙다리, 나무다리, 돌다리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구조와 형식에 따라 구분하면 섶다리, 외나무다리, 징검다리, 널다리, 매단다리, 배다리, 무지개다리, 누다리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에는 기술력이 부족하고 좋은 재료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와 간단한 구조 그리고 심미성보다는 기능성을 고려하여 만든 섶다리, 외나무다리, 징검다리 등을 설치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이러한 다리들은 여름철에 큰물이

    글=변택주 / 사진=고영배
    2012-05-07
  • ‘곱게 사는 분들’안에 맑은 스님의 숨결이…

    ‘곱게 사는 분들’안에 맑은 스님의 숨결이…

    집 바깥에서 공양을 할 때 늘 까다롭게 고르지만 낭패를 볼 때가 많아 집에서 먹는 밥이 좋다는 김선우(43) 시인과 오대산 산나물을 갈무리해 쓴다는 소박한 한정식 집에서 마주 앉았다. “살짝 걱정이 되었어요. 선생님 책 〈법정, 나를 물들이다〉를 보니까 법정 스님을 다 뵀던 분들이던데, 전 스님을 뵌 적이 없잖아요. 오늘까지도 무슨 말씀을 어떻게 드릴 수 있을까? 이 인터뷰가 도움이 되기나 할까? 걱정이 되었어요.” 말을 하면서 웃는 품이 봄볕처럼 해사하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취재를 하면서 한두 분쯤은 법정 스님과 현품대조를 하지 않은 분이기를 바랐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은 시대와 거리를 뛰어넘어 함께 있지만, 뜻을 같이 하지 못하는 사람은 곁에 있어도 십만 팔천 리 떨어져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변택주
    201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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