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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춘의 차 이야기] 23. 약재로 활용된 차
오랜 세월동안 중국이나 한국, 일본에서 병을 치료하는 약재로 차를 활용한 사례가 흔하다. 특히 술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적극 활용했던 시기는 대략 진(晉)나라 때부터다. 이후 수나라 문제가 두통을 치료한 것이 차였다. 이 사례는 초의 선사도 〈동다송〉에서도 언급된 것인데, 그 내용은 이렇다. 수나라 문제가 세자로 있을 때, 꿈에 귀신이 그의 골수를 바꾸더니 이로부터 머리가 아팠다. 홀연히 어느 스님을 만났는데, (그가)산 속에서 자란 차로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문제가 차를 복용하여 두통이 없어졌다. 이에 세상에서 비로소 차 마시는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12-20 -
[박동춘의 차 이야기] 24. 茶聖 초의 선사
초의 선사(草衣 禪師, 1786~1866)는 대흥사에 전해진 선차를 이어 발전시켜 차 문화를 중흥했다. 이런 공로는 그를 한국의 다성(茶聖)이라고 칭송한 이유로, 당나라 육우(陸羽)가 차문화에 끼친 공적과 비견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차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는 좋은 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인적 인프라 구축 및 생산 기반의 확충에 달렸다. 이외에도 차 문화의 질적 수준은 바로 차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사상과 미적 감수성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화 흐름의 변천 과정에서 본다면, 조선 후기 차문화가
현불뉴스2024-12-18 -
[박동춘의 차 이야기] 22. 茶의 약리적 효능
늦가을 승주의 차밭에는 차 꽃이 분방한 향기를 드날리고 있을 것이다. 이 꽃을 통해 고상하고 아름다워 차의 품색을 짐작하게 한다. 더구나 차는 사람을 이롭게 한 영초(靈草)라 여겼는데,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의 〈본초강목〉에 “(차의)기미는 쓰고 달며 미한한데 독이 없다. 차는 쓰고 냉하므로 음중에 음이다(氣味苦甘 微寒無毒 茶苦而寒 陰中之陰)”라고 하였다. 쓰고 냉한 차의 기질은 상기된 기운을 내리고 흩어진 기운을 거두어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 장점이 있다. 오랜 세월 속에서 차의 이로움을 삶에 활용했던 사람들은 삶에 여유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11-18 -
[박동춘의 차 이야기] 21. 품다삼매(品茶三昧)
차를 즐기는 경지를 ‘품다삼매(品茶三昧)’라고 말한 사람은 명대 오문화파(吳門畵派)를 개창한 심주(沈周, 1427~1509)이다. 종래에 차를 다리는 경지를 ‘전다삼매(煎茶三昧)’나 ‘팽다삼매(烹茶三昧)’ ‘점다삼매(點茶三昧)’ 등으로 표현하였고, 조선 후기 김정희(1786~1856)가 명선(茗禪), 다삼매(茶三昧)라는 용어를 사용한 바가 있다. 그런데 명대 대표적인 산림에 은거한 문인 심주(沈周)는 다사(茶事)의 고상한 품격을 ‘품다삼매(品茶三昧)’라 말했으니 이는 그가 은거한 문인으로 차의 심오한 경지를 경험했던 인물이라는 점에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11-06 -
[박동춘의 차 이야기] 제20회 차는 하루에 얼마나 마셔야 할까
차 마시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가을이다. 이때가 되면 물의 기세도 맑고 활기가 있어 온전한 차 맛과 향기, 기운을 드러낼 최적의 상태가 된다. 차의 정수를 즐길 수 있기에 차 모임도 활발해진다. 특히 사계절에 따라 차의 맛과 향, 기운이 변화무쌍한 풍미는 드러낸다는 점에서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차의 오묘한 세계를 즐길 수 있다.예로부터 차는 소쇄하고 담박한 본성을 지녔기에 세속적이거나 사치한 사람보다는 검박한 사람들에게 마땅한 정신 음료로 인식되어 왔다. 이는 차의 특성상 맑고 바른 본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10-25 -
[박동춘의 차 이야기] 19. 차 마시는 환경
싱그러운 연둣빛, 환한 향기와 감미롭고 빈틈없는 차 맛은 눈과 코, 혀로 느끼는 미묘한 차의 세계이다. 그러기에 옛사람들은 ‘차향이 코끝을 두드린다’고 하였다. 이보다 심신으로 퍼지는 명쾌한 기세를 느끼는 것이 차를 즐기는 가치이다. 차를 마시면, 맑고 따뜻한 다탕(茶湯)이 목젖을 타고 넘어가면서 환하고 시원한 기세가 온몸으로 퍼져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어 머리와 목덜미, 등,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불평했던 마음과 몸이 편안해지고 얼굴과 등에서 촉촉하게 땀이 난다. 부드럽고 얇은 실크로 온몸을 감싸는 듯, 포근하고도 경쾌해진다.
현불뉴스2024-10-08 -
[박동춘의 차 이야기] 18. 다산 정약용과 茶문화
조선 후기 차를 활용한 부국론과 백성의 삶에 도움이 되는 계책을 제안한 인물은 이덕리(1725~1797)와 다산 정약용(1762~1836)이다. 특히 다산의 차에 대한 식견은 강진으로 유배된 이후라 생각한다. 물론 그가 강진으로 유배되기 이전부터 차를 알았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실제 어느 시기부터 차를 즐겼는지를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그가 1778년 화순에 있을 때 지은 〈성주암에 올라(登聖住庵)〉에서 “차로는 목마름이 해소되지 않아/ 거듭 맑은 돌 샘물을 마시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이 시기에는 차의 진미를 알지 못했다는 것을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9-13 -
[박동춘의 차 이야기] 17. 상품으로서 茶
조선 후기 이덕리(1725~1797)가 지은 〈기다(記茶)〉는 차를 팔아 국익과 백성의 삶에 보탬이 될 정책을 제안했지만, 당시 시대상황에서는 그의 제안이 얼마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므로 그 제안은 실용화되지 못한 건의서에 불과하지만, 최초로 차의 실용론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특히 그가 주목한 것은 중국이 차를 수출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오랑캐를 방어하는 기이한 재화로 삼았다는 점이다. 당시 조선에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차의 활용에 주목한 그의 〈다설〉과 〈다사〉,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9-04 -
[박동춘의 차 이야기] 16. 차 음용 후 변화
숲 속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처럼 싱그럽고도 경쾌한 차의 풍미는 풍진 세상을 견디게 하는 위안의 산물이다. 이런 차의 가치를 노래한 문인들은 많지만 특히 9세기 당나라 인물 노동(盧仝, 795~835)은 차를 통해 고상한 삶을 구현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천재적인 시의 기풍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삶이 공허하다는 사실을 일찍이 알아챘던 그였기에 숭산(嵩山)의 소실산(少室山)에 숨어 살며 세상살이에 곁눈질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출중했던 그의 시풍(詩風)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며 그 기인함을 칭송하여 ‘노동체(盧仝體)라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8-20 -
[박동춘의 차 이야기] 15. 최적의 차 보관법은
요즘처럼 비가 잦은 계절이 되면 쾌적한 환경이 그리워진다. 차는 무덥고 습한 장마철을 견딜 에너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좋고 나쁨이 공존하는 것은 자연의 원리이니 습기가 많은 여름엔 차의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비가 내릴 때 차를 꺼내면 차에 습기가 침투할 수 있다. 만약 차에 습기와 다른 향이 들어가면 아무리 좋은 차라도 일순간에 마실 수 없는 차로 전락한다. 왜 그런가. 이는 접물성이 강한 차의 속성 때문에 다른 향이나 습기를 잘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인들은 진기(珍奇)한 차에 한 번이라도 습기나 나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7-26 -
[박동춘의 차 이야기] 14. 좋은 찻물을 위해서
차를 다루는 일은 긴장된 마음을 이완시키는 오묘한 작용이 있다. 요즈음처럼 비가 자주 내리는 장마철에는 따뜻하고 싱그러운 녹차가 주는 위로가 큰 힘이 된다. 이런 차를 즐기기 위해서는 물이 가장 중요하여, 초의 선사도 〈동다송〉에서 “물은 차의 근본(體)”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기에 산간(山間)에 살면서 명천(茗泉)을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면, 차의 기미(氣味)를 즐길 수 있는 제일 조건을 구비한 것이므로, 예나 지금이나 차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명천을 구할 수 있는 청복(淸福)을 소망하는 것이리라. 얼마 전 청나라 초기 인물 육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7-15 -
[박동춘의 차 이야기] 13. 극품의 차는 어땠을까
차는 지인과 나누는 귀한 선물로, 이를 주고받는 사람들은 서로 간에 깊은 신뢰나 우정, 이상적 삶을 지향하는 의지를 공감하는 사이였다. 그러므로 임금이 나라에 공이 있는 신하에게 차를 하사한 것이며 수행승이 도가 높은 스승에게 차를 올렸고, 수행이나 수신을 함께 하려는 사람끼리 나누는 정다운 선물이다. 이런 차의 순기능을 공감한 미담은 여러 문헌에 자주 등장한다. 불교를 통해 한국에 소개된 차는 수행승이 문인에게 보내는 귀한 예품으로 서로 간의 격의 없는 우의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차란 단순한 음료가 아닌 승속을 불문하고 속 깊은 통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6-28 -
[박동춘의 차 이야기] 12. 차 놀이에 대하여
봄이 오면 차를 기다리는 애호가들은 기대감에 부푼다. 이는 새로 만든 햇차가 주는 맛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서다. 싱그러운 향기와 짜임새 있는 맛, 생기 발발한 차의 기세, 순수한 향, 맑고 시원한 향, 난향의 경쾌함 등은 좋은 차가 함의한 기미의 세계이다. 이는 차의 진수로, 차의 생명성이기 때문에 차를 만들거나 즐기는 이들이 명차의 조건으로 인식한다. 이런 명차를 만들기 위해 차의 산지 여러 곳에서는 곡우절(4월 20일경)이 오기를 기다린다. 곡우는 최적의 차를 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시기로, 명차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6-19 -
[박동춘의 차 이야기] 11. 우리나라의 찻그릇
우리나라에서 차에 대한 기록이 처음 나타나는 것은 대략 7세기인 통일신라 시기이다. 당으로 유학을 다녀온 선종 구법승들에 의해 전해진 차는 주로 부처에 대한 공양물로 사용돼 오다가 대렴(大廉)이 중국으로부터 차 종자를 들여온 시점(828)인 9세기 초를 전후로 차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제자(製瓷) 기술이 완성되지 못했던 통일신라에서는 중국의 월주요(越州窯)나 형요(越窯) 등에서 다완을 수입했다. 이 다완들은 육우(陸羽)가 〈다경(茶經)〉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체가 낮고, 측면이 직사선을 이루며 넓어지는 형태
현불뉴스2024-05-31 -
[박동춘의 차 이야기] 10. 시대별 찻그릇에 대하여
다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차를 담아 마시는 찻그릇이다. 차를 위한 수많은 과정의 결과를 오롯이 담아내는 찻그릇은 그 중요성만큼이나 시대에 따라 여러 재질과 형태로 제작되며 변화해왔고, 그 시대 차 문화의 특징과 취향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찻그릇은 도자, 금속, 유리에서부터 목제 칠기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한 소재로 제작되었으나 열전도 측면에서나 차의 색, 향, 미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한 것은 단언 도자로 만든 것이었다. 좋은 찻그릇에 대한 고찰은 이미 당대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육우(陸羽)는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5-20 -
[박동춘의 차 이야기] 9. 물 끓이는 다구에 대해
차를 만드는 제다(製茶)에서부터 차를 달이는 행다(行茶)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좋은 찻잎을 얻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좋은 물을 취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차가 있어도, 물이 좋지 못하면 차의 본성과 색·향·미가 제대로 드러나지 못한다. 이러한 까닭으로 당대 육우(陸羽), 송대의 구양수(歐陽脩)를 비롯하여 명·청대 수많은 다인들은 좋은 물에 대해 연구하고, 기준을 세우고, 품평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물을 끓이는 도구는 완성된 차를 담는 다완만큼이나 중요한 다구라고 할 수 있으며, 시대별 차의 종류나 음용방식에 따라 그 형태나 쓰임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4-26 -
[박동춘의 차 이야기] 8. 다구의 변화
다사(茶事)에 사용되는 도구를 다구(茶具)라고 한다. 글자 그대로 ‘다사’란 찻잎을 따고(采茶) 차를 만드는 것(製茶)에서부터 차를 보관(藏茶)하고, 차를 내어 마시는 행다(行茶)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차와 관련된 전반적인 일들을 뜻한다. 따라서 다구는 제다(製茶)와 탕법(湯法), 차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인식 등 시대별 다사의 흐름에 따라 그 범위와 종류가 달랐다. 가장 먼저 다사를 집대성해 차에 대한 모든 기준을 세운 당대의 육우(陸羽)는 〈다경(茶經)〉에서 다구와 다기(茶器)를 각각의 조목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육우가 정의한 ‘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4-15 -
[박동춘 차 이야기] 7. 차를 즐기기 위한 조건
차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지름길은 차를 만드는 원리를 아는 것이다. 다사(茶事)의 핵심은 좋은 차를 감별할 수 있는 능력에 있고, 이에 따라 차의 격조가 다르게 구현되기 때문이다. 물론 차의 이치에 두루 밝은 다인(茶人)이라면 좋은 차를 감별할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차의 진수를 드러낼 조건이 무엇에 있는지를 간파하고 있다. 그러므로 차를 잘 즐기기 위한 첫째 조건은 차의 품질을 잘 감별할 안목을 갖추는 것인데, 이는 제다의 오묘한 원리를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결국 다사는 차를 즐기는 전반 사항으로, 차의 진수는 제다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3-29 -
[박동춘의 차 이야기] 6. 차와 물의 상관관계
역사 이래로 차를 다루고 마시는 전반적인 행위가 인간의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은 컸다. 이러한 사실은 차의 품성이 검박해 사람의 본성과 서로 닮았다고 인식했던 수행자나 문인들이 자신의 본연지성(本然之性)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정신음료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이들은 차를 마시며 느꼈던 즐거움을 드러낸 글을 지어 차 문화의 토층을 단단하고 풍요롭게 만들었으며, 다른 한편으론 이들이 차를 통해 자연의 원리를 터득하고자 했다. 그뿐 아니라 수행자나 도가, 문인은 차를 마시기 위한 다변화된 준비 과정이나 경험을 이론화해 수많은 기록물을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3-18 -
[박동춘의 차이야기] 초의 선사, 조선 차문화 중흥 이끌다
조선 후기 민멸 위기에 놓인 차 문화를 중흥할 수 있었던 것은 초의 선사(1786~1866, 이하 초의)의 노력과 사대부들의 차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 비롯됐다. 이런 변화의 흐름은 당시 연경(현재 북경)을 출입하며 청의 문물에 관심을 가졌던 유학자로, 대개 초의와 교유했던 사람들이 주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의 차에 대한 관심에 부응한 것은 초의가 만든 초의차인데, 이는 우리 차의 우수성과 자긍심을 심어 주었던 좋은 차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렇다면, 초의는 어떤 연구 과정과 발심을 통해 초의차를 완성했던 것
박동춘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장202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