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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법일기] 우리는 ‘마음의 스승’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도 따뜻한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웃들이 있다. 소외되고 힘겨운 삶 속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도움이 아니라 작은 온정 하나, 따뜻한 눈빛 하나일지 모른다. 우리가 내미는 작은 정성은 때때로 고통보다 큰 희망이 돼 주고 그 희망은 다시 삶을 살아갈 용기가 된다.내가 함께하고 있는 장애인 불자들은 법회 날이면 하던 일도 멈추고 법당으로 향한다. 손끝으로 펼쳐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그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부지런히 정진한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비장애인인
해성 스님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이사장11-21 10:09 -
[전법일기] 씨앗은 작아도 꽃은 크게 핀다
전법의 길을 걸어오며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도량도, 법회장도 아닌 아이들의 마음이었다. 필자는 부산 홍법사에서 2002년부터 어린이와 청소년 포교 활동을 시작했다. 합창을 지도하고 플루트를 연주하며 함께 노래했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 한쪽이 따뜻해진다.아이들 옆에는 언제나 부모님들이 있었다. 매주 빠지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법회에 오지만,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기다리기만 하는 모습이 마음에 남았다. 그래서 21일 동안 〈반야심경〉 21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그중 몇 분이 시작했고 그 작은 실천은 놀라운 변화
김경숙 (사)싱잉볼치유의소리 대표11-14 10:18 -
[전법일기] 마음의 문 열리는 순간 부처님 자비는 살아난다
전법의 길은 때때로 뜻밖의 곳에서 열린다. 도량도 아니고 바다도 아니며 법회도 아닌 곳. 그곳은 차갑고 무거운 철문이 닫혀 있는 교정시설이었다. 처음 초청을 받았을 때 나는 잠시 마음을 고르게 했다. ‘과연 소리 명상이 이곳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그러나 전법이란 가는 길을 정해 두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부처님의 가르침이 스며들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는 조용히 그곳의 문을 통과했다.첫날 가장 어려웠던 것은 말보다도 시선이었다. 처음 인사를 어떻게 건네야 할지,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잠시 머
김경숙 (사)싱잉볼치유의소리 대표11-07 10:01 -
[전법일기] 법음(法音), 가을 하늘에 울리다
지난 10월 25일 토요일 나는 영주 부석사로 향했다. 의상 대사 탄신 1400주년을 기념하는 큰 법석에 초대받은 것이다. 부석사 야외무대 위 먼 산의 능선을 병풍 삼아 의상 대사의 괘불이 모셔지고 그 앞에 법음(法音)이 울려 퍼졌다. 찬란한 햇살과 가을 바람 속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는 세속의 소리가 아니라, 마음의 파동이었다. 붓다볼(Buddha Bowl)의 맑은 울림이 부석사의 고요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 때, 나는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깊은 환희심에 잠겼다.그 자리에 있다는 것, 그 순간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김경숙 (사)싱잉볼치유의소리 대표10-31 09:59 -
[전법일기] 광활한 바다의 공명 통해 ‘그대로의 자신’과 만나다
(사)싱잉볼치유의소리는 2021년 부산에서 창립해 사회 속에서 대중들과 만나며 명상을 안내하고 싱잉볼의 치유의 소리를 동반해 심신의 안정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을 대표하는 다섯 개 해수욕장인 해운대, 광안리, 송정, 송도, 다대포의 모래 위에 요가 매트를 펴고 그늘막 하나 없이 햇빛을 온전히 받으며 참여자들과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처음 부산관광공사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바다를 마주하니 ‘소리에 집중이 될까? 뜨거운 모래 위
김경숙 (사)싱잉볼치유의소리 대표10-24 10:02 -
[전법일기]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나를 사랑하는 법’ 담긴 불교
지난 세 번의 기고에서 저는 불교와 인연을 맺어 온 과거 이야기를 주로 나눴습니다. 이제는 제가 서 있는 현재에 대해 진솔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작년 12월 3일 서울대학교 디자인과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학기를 마쳤고, 닷새 뒤인 12월 8일 저는 홍대선원 스태프로 복귀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쉬지 않고 정진하며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주변에서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냅니다. “제대로 된 직장을 얻어야 하지 않겠느냐”, “종교 활동에 시간을 과하게 투자하는 것은 아닌가”, “서울대를 졸업하고 왜 좋은 직장에 가지 않는가” 등의 질문
송산하 /JustBe 홍대선원 프로그램 파트장10-17 15:34 -
[전법일기] 불자 정체성 확립에 주도적 삶 최고 경험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2021년 첫 학기, 저는 오직 학업에만 몰두해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외부의 기대와 스스로의 목표를 충족시키는 듯했던 시간이 끝나고 방학이 찾아왔을 때, 예기치 않은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업적이나 성과만으로는 내면의 자존감을 온전히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됐습니다. 다음 학기에 저는 캠퍼스에서 학우들과 새로운 관계를 기대하며 서울대학교 불교동아리 ‘총불’에 가입했습니다.‘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란 다짐으로 동아리 활동에 임한 저는, 곧 차기 총불의 회장 소임을 맡게
송산하 JustBe 홍대선원 프로그램 파트장10-03 09:42 -
[전법일기] 실천 중시·다양성 갖춘 합리적·논리적 종교, 불교
저는 모태 불자가 아닙니다. 불교를 처음 접한 건 2019년 대학에서 ‘불교철학의 이해’란 수업을 들으면서였습니다. 친구의 권유와 단순한 호기심으로 수강한 수업에서 아쉽게도 ‘C+’란 성적을 받았지만, 제게는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론보다 걷기 명상, 호흡 명상, 자비 명상 등 명상을 매번 30분씩 진행하셨습니다. 명상 자체는 간단했지만, 집중하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수업은 불교에 대한 이미지를 ‘명상’과 연결 지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2020년 해군 입대 후 2021년부터는 진해 해군 부대 안에
송산하/ JustBe 홍대선원 프로그램 파트장09-26 13:20 -
[전법일기] JustBe 수행 패스와 수행 놀이터
홍대선원이 9월 6일 야심 차게 준비한 ‘수행 패스’를 론칭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수행 패스의 탄생 과정과 그 과정에서 제가 마주했던 고민과 희망을 전하고자 합니다.제가 JustBe 홍대선원에서 프로그램 파트장 소임을 맡은 지 어느덧 2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이 명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명상을 받아들이는 두 가지 유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는 명상을 ‘특별한 사람들’만 제대로 할 수 있는, 나와는 거리가 먼 어려운 것이라고 여기는 분들입니다. 둘째는 혼자서는 명상을 꾸준히
송산하/ JustBe 홍대선원 프로그램 파트장09-19 10:01 -
[전법일기] 진공과 묘유의 문
2022년 늦가을 문경 봉암사 선방으로 향했다. 살면서 문경은 처음이었고, 봉암사도 첫 계절이었다. 범어사에서 포교국장직 사표를 내고 걸망 진 채 금정산을 하산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는데, 희양산을 다시 올라가는 발걸음은 조금씩 무거워졌다. 출가한 지 겨우 10년이 넘었는데, 갓 머리 깎고 회색 옷을 입었던 그때의 초발심 행자는 거울에 없었다. 모르는 새 스님이 직업이 돼 버린 나는 재출가한다는 마음으로 희양산 봉암사 태고선원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많은 대중 스님들 사이에서 다시 초심자가 되고, 막내가 돼 첫 수선안거가 시작됐다. 뻐근
눌은 스님 /전 범어사 포교국장09-12 10:01 -
[전법일기] 5억 년 버튼
‘유정이 엄마’라는 호칭이 입에 익어 ‘강미화 神位(신위)’라고 적힌 위패가 좀 낯설었다. 남편 거사님과 이제 겨우 고3인 유정이의 상심에 비할까마는 나 역시 15년 가까운 인연의 깊이에 차오르는 감정을 수습하는 것이 어려웠다. 빈소에 앉아 염불을 마치고 나서 문득 ‘5억 년 버튼’이 생각났다.5억 년 버튼은 스가하라 소타의 단편 만화 ‘모두의 토니오쨩’의 에피소드인 ‘아르바이트(BUTTON)’에 등장하는 물건이다. 누르면 100만엔(한화 약 950만원)이 나오는 버튼이 있다. 그 버튼을 누르면 누른 사람의 정신은 어딘가로 공간 이
눌은 스님 /전 범어사 포교국장09-05 11:12 -
[전법일기] 싫어하는 사람과 살아가야 하므로
올해 8월 7일부터 10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국제불교 박람회’의 열기가 상당히 뜨거웠다. 부산국제불교박람회사무국에 따르면, 7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1홀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일까지 나흘간 약 10만 명의 관람객이 박람회 현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비해 장소가 2배로 늘었고, 참가 부스 또한 전년보다 176곳 증가한 375개 부스로 구성된 박람회는 불교 공예, 건축, 의복, 식품, 수행, 문화산업, 차(茶), 전통미술 및 현대미술 등 불교에 관련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행사로 이뤄졌다.특히 스님과 차를
눌은 스님 /전 범어사 포교국장08-29 09:52 -
[전법일기] 나성(羅城)에 가면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사랑의 이야기 담뿍 담은 편지”‘나성에 가면’은 세샘트리오가 1978년 발표한 대중가요다. 제목 ‘나성(羅城)’은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줄임말인 LA를 음차한 것으로 1970년대 당시 군부정권의 외래어 사용 규제 때문에 ‘LA에 가면’이라는 제목이 ‘나성에 가면’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2014년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심은경 배우가 극 중 열창해 한 번 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곡이 됐다. 이 덕에 미국은 가 본 적이 없는 나도 먼 타향의 정취와 향수(鄕愁)의 도시로 LA를 떠올리곤 했다.그러다
눌은 스님 /전 범어사 포교국장(현 부산불교방송 언론특보)08-22 09:55 -
[전법 일기] 전법도 중요하지만 출가 적극 권장해야
몇 년 전 미국에 계시는 한 스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용인즉, 미국인 한 젊은 남성 재가자가 출가를 원해 한국으로 보내려 하니 화계사 국제선원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스님께서는 그 젊은이가 일요일마다 절에 나와 법회에 참석하고 절에서 울력도 열심히 하던 신도라고 하셨다. 또 화계사에서 머무르며 한국에 적응하고 있으면 얼마 후 입국해 행자 생활을 하도록 하겠다며, 종단과도 이야기가 됐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미국인 젊은이의 출가를 위한 절 생활이 시작됐다. 그리고 스님의 부탁대로 그 젊은이가 잘 지내는지, 불편
조진화 / 국제포교사08-15 09:23 -
[전법일기] 여행서 찾지 못한 삶 목표 부처님 가르침서 찾아보길
여름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어느 날, 제주도에서 한 달을 지내다 막 서울에 왔다는 프랑스인 여성이 템플스테이를 하러 왔다. 무거워 보이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들어오는 그에게 나는 먼저 방을 안내하고, 사찰복으로 갈아입게 한 후 템플스테이 동안 지켜야 할 규칙을 설명해 주었다.아직 한 번도 혼자 해외여행을 해보지 못했기에 혼자 배낭여행을 하는 외국인 여행객들을 볼 때마다 언젠가 나도 세계를 혼자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이들은 과연 이 여행에서 무엇을 찾으려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이런 궁금함을 뒤로 한 채 그 외국인 참
조진화/ 국제포교사08-08 10:06 -
[전법일기] 수험생·부모님 간절한 기도 불보살님 가피로 이어지길
8월은 수능 백일기도 ‘입재 시즌’이다. 자식을 위한 기도는 참으로 간절하다. 대학 입학시험 경쟁이 이렇게 치열한 나라가 또 있을까. 아이가 대학 갈 무렵에는 종교가 없던 어머니도 종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얼마 전에도 젊은 어머니가 고3 아이의 수능 기도를 하고 싶다며 방법을 묻고 간 적이 있다. 문득 몇 년 전 일이 떠올랐다. 건강상 문제로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있을 때였다. 절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수행하는 나의 이야기를 들은 건강보조식품 가게 원장님이 어느 날 내게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원장님에게는
조진화/국제포교사07-25 10:24 -
[전법일기] 사찰 찾는 모든 이들 저마다 불성 꽃피우길
템플스테이는 20년 이상 외국인들에게 전통 불교를 쉽게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외국인 대상 템플스테이 자원봉사를 시작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다양한 외국인 방문객들과 만남을 통해 사람의 본질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성애도, 이성애도, 기쁨도, 고통도…. 그래서 ‘세계일화’라고 하셨나 보다. 모습은 다르지만 사찰을 찾는 모든 이들의 불성이 언젠가는 꽃피우길 항상 기도한다.그날도 사찰 일주문을 들어서며 불보살님 전에 발원했다. “오늘 제가 하는 모든 행과 말이 모두 부처님의 행이고 말씀이게 하시고, 부처님의 정법을 전하
조진화/국제포교사07-18 10:03 -
[전법일기] 식탐을 넘어 수행으로 음식 앞에서 알아차림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돌보고자 오랜만에 경주 골굴사를 찾았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자주 찾지 못했지만, 내 마음속에서 이곳은 언제나 따뜻한 어머니 품처럼 편안하게 자리하고 있다. 산과 바다를 품은 지형, 숲과 계곡이 둘러싼 천혜의 자연환경, 그리고 자비로운 미소를 띠고 앉아 있는 마애여래좌상은 도량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안는다.이곳에서는 아이부터 어른, 수행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특히 선무도 수행은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좋은 도구다. 일정한 호흡과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고요함 속에서 땀과 함
현도 스님/한국불교상담학회 특임이사07-11 10:00 -
[전법일기] ‘행복’이라는 그늘 아래 깊숙이 자리한 나의 탐욕
어린 시절 부모님 그늘에 있었을 땐 세상 걱정이란 게 없었다.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하며 보낸 시간도 나름 행복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에 출가한 나는 지금 어떤가?처음엔 날마다 행복할 줄 알았다. 또 수행자의 삶 속에선 모든 욕망과 걱정이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이내 나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욕망과 탐욕을 마주하게 되었다. 출가 이전에 느꼈던 ‘행복’이라는 감정은 돌이켜 보면 단지 재물이나 편안함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었기 때문이었다.우리는 말한다. “출가하면 행복해질 거야. 수행하면 괴로움이 사라질 거야
현도 스님/한국불교상담학회 특임이사07-04 09:58 -
[전법일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알아차림으로 다시 선 자리
7월 1일, 6개월마다 병원에 가는 날이 다가오면 내 마음은 자연스레 몇 해 전 그날로 향한다. 2020년 12월, 한 해의 끝자락이었다. 갑작스러운 뇌경색. 학업 때문에 혼자 자취 중이던 당시, 경주 함월사 주지 스님께서 “법당 부전 스님이 자리를 비우니 며칠 소임을 맡아줄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절에 들어간 지 이틀째 되는 날 일이 벌어졌다.새벽 2시 45분쯤, 예불 준비를 위해 방의 불을 켰는데 갑자기 내 몸이 무너져 내렸다. 바닥에 쓰러진 채 움직일 수도 없고 소리도 낼 수 없는 상태, 그야말로 혼수
현도 스님/한국불교상담학회 특임이사06-27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