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09 (수)

장보배의 ‘사찰 국수 기행-스님이 웃는다’ 24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 [사찰국수 기행] 21. 정관 스님의 ‘능이 배추 칼국수’

    [사찰국수 기행] 21. 정관 스님의 ‘능이 배추 칼국수’

    굳게 닫혔던 차의 문이 열리자 청명한 산 내음이 와르르 밀려온다. 백양산 자락에 흩뿌려지던 겨울비에 숲이 젖어가는 시간. 겨우내 옹크려가며 제 몸의 물기를 말리던 나무들은 비와 함께 그 농축된 생의 기운을 몇 곱이나 진한 향으로 반사한다. 붉고, 노랗고, 또 오래된 종이 마냥 빛바랜 낙엽이 켜켜이 쌓인 숲. 지나간 시간의 이야기가 새겨진 그 수천수만의 편지가 비에 젖을 때, 온 산은 생의 내음으로 아득해진다. 모든 것이 잠들어 가는 혹한의 계절, 하지만 가장 열렬히 삶을 증명하는 이 겨울의 산을 찾아 오른다. 천진암을 찾아서 전라남

    장보배 작가
    2024-12-13
  • [사찰국수 기행] 20. 우일 스님의 ‘바질 페스토 스파게티’

    [사찰국수 기행] 20. 우일 스님의 ‘바질 페스토 스파게티’

    사람은 저마다의 재능을 타고났다. 그 능한 재능이야말로 나에게 맡겨진 사명이요. 내가 해야 할 책임이며 직분이다. - 법구경 - 우일 스님(영천 은해사)을 만나고 돌아서던 길에 떠오른 경구 한 구절이다. 타고난 재능이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기 마련이다. 봄날에 새싹이 오르고, 겨울에 눈이 내리듯이. 중력을 따라 지면에 향해가는 것처럼 마음도, 몸도 끝내 흐르고 마는 그런 일이 있는 것이다. 힘들어도 힘들지 않고,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듯 떠오르며, 장난감을 받은 어린아이처럼 재미있는 것. 그것이 바로 재능이 제 주인인

    장보배 작가
    2024-11-29
  • [사찰국수 기행] 가을 별식 - 혜성 스님의 ‘고구마 빼떼기죽’

    [사찰국수 기행] 가을 별식 - 혜성 스님의 ‘고구마 빼떼기죽’

    □ 당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음식은?□ 기억나는 어머니의 그릇이 있습니까.□ 내가 대접받은 최고의 식사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손님을 초대하여 혼자 음식을 준비한 경험이 있나요. 그때의 감정은 어땠나요? □ 사찰음식을 왜 배우고 싶은가요?이것은 무슨 질문일까? 심리테스트 같기도, 정신 상담을 위한 사전 질의 같기도 하다. 조금만 더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어느 미스터리한 식당에 초대된 특별 손님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모두 ‘음식’과 관련

    장보배 작가
    2024-11-15
  • [사찰국수 기행] 19. 승현 스님의 ‘추억의 별식, 국수라면’

    [사찰국수 기행] 19. 승현 스님의 ‘추억의 별식, 국수라면’

    “화엄벌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신라 시대에 원효 스님이 계실 때 이야기예요. 하루는 원효 스님이….”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옛이야기가 노래처럼, 바람처럼 흘러 오른다. 저 푸른 산고지에서 선정에 든 원효 대사와 그를 찾아 신라의 땅을 찾아 헤매는 당나라 사람들. 그 모두를 품고 원효가 화엄경을 설했다는 저 천성산의 거대한 들판이. 듣는 이를 일순 천년 신라로 데려가 어느새 그날의 풍경과 하나 되게 하는 힘. 이 마법 같은 시간여행의 키를 잡은 선장은 바로 승현 스님(진주 보림사 주지)이다. 언제라도 그리운 화엄벌이다. 머

    장보배 작가
    2024-11-07
  • [사찰국수 기행 ] 18. 백거 스님의 ‘솔잎 칼국수’

    [사찰국수 기행 ] 18. 백거 스님의 ‘솔잎 칼국수’

    인연은 그렇게 “스님, 천천히 오셔도 돼요….”수화기 너머 힘없는 목소리가 언덕길의 도토리 마냥 또르르, 굴러떨어진다. 이상한 일이네. 바로 조금 전만 해도 어서 오라며 씩씩하게 웃던 이가 어찌 이렇게 금방 마음이 바뀌었을까. 오늘부터 한동안 함께 지낼 젊은 보살님의 전화를 받은 백거 스님의 고개는 갸웃갸웃. 하지만 한참을 달려 마침내 거처에 도착한 순간, 마침내 스님은 전화기 너머 한없이 작아지던 그 목소리의 이유를 알았다. 저 멀리 눈에 보이는 것은 스님의 솜이불. 분명 방안에 곱게 뉘어있어야 할 이불이 난데없이 마당에 펼쳐져

    장보배 작가
    2024-10-21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7. 마하연 보살의 ‘과채두부면’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7. 마하연 보살의 ‘과채두부면’

    전라남도 순천, 섬진강 변에 자리한 구례구역.이 조붓한 기차역은 이방인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깊고 어두운 터널로 빨려 들어가 인파에 밀려 마주해야 하는 도시의 그것과는 다른. 플랫폼에 발을 딛는 순간 환히 펼쳐진 하늘이 지붕을 대신하고, 맑고 달큰한 공기가 입안 가득 맛으로 느껴지는 순간. 저 멀리 백운산에서부터 이어진 산맥들이 일렁대는 풍경은 이곳이 잠시 스쳐 가야 할 곳임을 잊고 한참을 서성이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하릴없어진 옛 선로를 지나 역의 문을 나서면, 구례구역과 정면으로 펼쳐진 담박한 다리 하나와 마주

    장보배 작가
    2024-10-07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6. 선오 스님의 ‘도토리 손칼국수’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6. 선오 스님의 ‘도토리 손칼국수’

    또그르르, 톡톡.산길을 걷는 이방인의 발 위로 도토리 한 알이 떨어진다. 늘 한 몸이었을 깍지 모자가 벗겨진 것도 모른 채 신나게 굴러가는 녀석, 얼른 잡아 손에 쥐어보니 제법 통통하다.유난히 길고 뜨거웠던 계절을 이기고. 숲은 또 절기를 지켜 제 몫의 결실을 품어낸 것이다.반가운 도토리의 머리 위에 다시 모자를 꼬옥 눌러 씌워주고, 나무 밑동에 내려놓는다.뭇 생명의 귀한 먹을거리가 되고, 땅의 양분으로, 어쩌면 훗날 거대한 나무가 될지도 모를 수백, 수천의 희망이 익어 가는 계절.다시, 가을이 온다.오래전 그 가을에“참나무에서 떨

    장보배 작가
    2024-09-13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5. 진허 스님의 ‘콩나물 비빔국수’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5. 진허 스님의 ‘콩나물 비빔국수’

    두 개의 세계를 잇는 문, ‘현관’. 사전적인 의미로 현관은 건축물에 들어서는 입구를 뜻하지만, 그 뿌리는 불가(佛家)에서 시작된다. 차원이 다른 두 세계의 경계에 있는 관문, 혹은 깊고 오묘한 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번째 입구를 뜻하는 현관(現觀). 안으로 들어서는 동시에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 그 찰나의 신비를 우리는 이 땅의 모든 산사 앞에서 마주한다. 전라남도 고흥군 점암면, 이곳에 자리한 천년고찰 능가사(楞伽寺).능가사의 현관은 담박하다. 아름드리 상록수 두 그루만이 지키고 선 천왕문. 휘황한 기교 없이 우직하고 담백한

    장보배 작가
    2024-09-02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4. 진묘 스님의 ‘잔치국수’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4. 진묘 스님의 ‘잔치국수’

    한 그릇의 이야기 “일찍 오셔서 점심공양을 같이 하시지요.” 전화기 너머 진묘 스님(칠곡 정암사 총무스님)의 옅은 웃음소리와 함께 다정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돌다리마냥 퐁당퐁당 이어진 인연길을 통해, 어렵사리 꺼낸 인터뷰 요청의 허락이 떨어진 것이다. 조용한 수행자의 일상에 대뜸 문을 두드리며 한 그릇 국수를 청하는 것. 그 위에 온갖 이야기가 듣고 싶다며 무작정 고개를 들이밀 때면 늘 조금은 부끄럽고, 또 송구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낯선 이의 발아래 다시 밑돌을 놓아주는 것. 그 또한 늘 청을 들어주시는 쪽이다. 그렇게 또

    장보배 작가
    2024-08-19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여름 별식 - 망경산사 ‘도토리 묵사발’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여름 별식 - 망경산사 ‘도토리 묵사발’

    강원도 영월, 망경대산 깊고 깊은 산중에 극락과 같은 한 도량이 있다고 했다. 협곡 속의 돌산을 사람의 손으로 일구어 사계절 내내 꽃과 열매, 온갖 귀한 풀들이 지지 않는 곳이 있다고. 누가 일구었는지는 쉬이 알 수 없으나, 한 번 다녀온 이들은 누구라도 그곳을 잊지 못해 그리워하고, 반드시 다시 찾고야 만다는 그곳. ‘망경산사’의 이름은 그렇게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세상으로 흘러내렸다. 온 산천이 신록으로 물든 여름, 뭇 생명이 가장 뜨겁게 피어나는 이 계절의 망경산사를 찾아 산에 오른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래서 더욱

    장보배 작가
    2024-07-25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3. 수덕사 반결제 산행과 승보공양 ‘메밀국수’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3. 수덕사 반결제 산행과 승보공양 ‘메밀국수’

    분명 거센 장맛비가 예고된 날이었다. 일 년 중 가장 길고, 지루한 장마가 그렇게 시작될 거라고. 올해로 18회를 맞는 덕숭총림 수덕사 반결제 산행과 승보공양 의식은 그처럼 비와 함께 시작될 참이었다. 하지만 당일 아침 세상은 맑고, 밝고, 또 눈부셨다. 전날만 해도 하늘을 꽉 채우던 먹구름 떼마저 감쪽같이 사라진 아침이었다. 오래전 광포한 개발주의의 폭풍이 저 내포 가야산을 무참히 허물려 하던 때. 거대한 산과 그 안의 뭇 생명, 그 산의 품에서 살아 빛나던 문화유산을 지키겠노라 모두 함께 길을 나선 것이 수덕사 반결제 산행의 시

    장보배 작가
    2024-07-12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2 동원 스님의 사과 냉면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2 동원 스님의 사과 냉면

    “사찰음식 교육이란 어찌 보면 불가의 가르침과 대치되는 일이예요.”불과 5분 전까지 두 시간에 걸쳐 사찰음식 강의를 마친 동원 스님의 담담한 한 마디에 슬며시 눈이 커졌다. 자리에 한 번 앉을 새 없이 썰고, 다지고, 삶는 과정을 시연하고, 커다란 목소리로 과정을 숙지시키는 것. 쉼 없이 몸을 움직이면서도 수강생들의 끊임없는 질문에 최선의 답을 해야만 하는 120분의 퍼포먼스. 스님은 방금까지 그 시간을 홀로 오롯이 채우고 오신 참이었다. “오관게에 나와 있듯이 불가에선 음식의 맛을 탐하지 말고, 수행을 위한 약으로 여길 것을 가르

    장보배 작가
    2024-07-01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1. 능가 스님의 얼갈이콩물김치 국수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11. 능가 스님의 얼갈이콩물김치 국수

    감로사를 찾아서대구 남구 앞산 자락, 담장 밖을 넘어선 나무들이 손을 흔드는 고즈넉한 주택가 골목. 그 길의 끝자락에 감로사가 있다.감로사의 외양은 보통의 사찰과 달리 현대적인 모습으로 이웃한 건물들과 이물감 없이 어우러진다. 다만 스님들의 가사(袈裟)와 닮은 갈색, 그리고 먹빛으로 조화를 이룬 외벽이 멀리서도 이곳이 감로사임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비록 산중이 아니더라도,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의 이유로 도심 사찰을 찾는 길은 새롭고 또 설레기 마련이다. 쉬이 혼란해지는 도시의 일상, 그 곁에 잠시나마 마음을 쉴 수 있는 고요하고,

    장보배 작가
    2024-06-13
  • [사찰국수 기행] 10. 명천 스님의 상추찔레 국수

    [사찰국수 기행] 10. 명천 스님의 상추찔레 국수

    푸른 물 흐르는 땅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 예로부터 물이 풍부하고 산세가 좋기로 이름난 이곳의 내력(來歷)은 이 고요하고도 단정한 고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느낄 수 있다.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안의버스터미널, 이곳에 도착한 여행자의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은 장대하게 흘러넘치는 푸른 남강이다. 수령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오리나무 숲이 강의 곁을 지키고, 또 수백 년 동안 흐르는 강물도, 인간사의 쉼 없는 흥망 성사도 묵묵히 바라보았을 저 기세등등한 누각 ‘광풍루’가 반겨주는 이 풍요로운 땅. 한때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길목이자,

    장보배 작가
    2024-05-31
  • [사찰국수 기행] 9. 육통 스님의 수박동치미 국수

    [사찰국수 기행] 9. 육통 스님의 수박동치미 국수

    가끔은 하루가 꿈처럼 달고, 때로는 너무나 맵짜다. 달콤함은 쉽게 질리고, 맵고 짜기만 하면 입안에 머금는 것조차 고되다. 그러니 우리의 삶도, 맛도 그만큼의 균형이 필요한 법. 삶이 지닌 무한대의 변수 속에서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낸 것은 무엇이든 그 자체로 경이롭고, 또 아름답다. 그러니 달고, 짜고, 시고, 맵고, 쓰디쓴 맛의 조화 속에서 인생의 지혜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 ‘단짠단짠’의 지혜를 담은 오늘의 국수, 육통 스님의 수박동치미 국수에서 삶의 묘미를 맛본다.홍성 가는 길“이런 참~ 서울에서도 두 시간이면 갈 길을 이

    장보배
    2024-05-14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8. 우담 스님의 시래기 국수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8. 우담 스님의 시래기 국수

    “할머니와의 추억이 있는 국수가 있어요. 그런 추억도, 음식도 많아요.”전화기 너머 우담 스님(천안 제화사 주지)의 한마디에 일순 마음이 일어나 춤을 춘다. ‘할머니, 추억, 음식’ 이 세 마디 단어가 가진 힘이란 얼마나 큰가. 이 마법의 단어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혼을 일으키게 하는 힘이 있다. 할머니와 손녀, 그 진한 연대와 사랑의 역사가 담긴 한 그릇. 우담 스님의 시래기 국수를 찾았다. 따뜻한 그 절집충남 천안시 문화동에 자리한 제화사. 천안역과 천안터미널 어느 곳에서나 도보로 30분 안팎의 거리에 있는 접근성이 좋은 사

    장보배 작가
    2024-04-26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7. 서준 스님의 배 국수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7. 서준 스님의 배 국수

    운문사 가는 길전국 어디든 1일 생활권역에 들어섰다는 요즘, 하지만 그런 시대의 흐름과 속도전 같은 것이야 그저 무심히 흘려보내는 곳이 있다. 운문사로 향하는 여정이 그렇다. 울산터미널에서 운문사가 있는 청도행 버스는 하루 서너 번. 기다리던 시외버스에 몸을 실으면 외곽도로를 신나게 달리던 버스가 일순 자세를 낮춘다. 굽이굽이 휘어진 위태로운 산길의 태세에 따라 버스도 사람도 하심(下心)으로 달려가는 길.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어느새 버스는 가쁜 숨을 내쉬고, 종점인 운문사 정류장의 도착을 알리는 것이다. 연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나

    장보배 작가
    2024-04-15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특별편-지인 스님의 오이 만두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특별편-지인 스님의 오이 만두

    불가의 ‘승소’란 탐식을 경계하는 수행자들마저 미소로 허락하게 만드는 먹을거리다. 국수와 떡, 두부, 만두 등이 바로 그것이다. 2주에 한 번 ‘승소’를 찾는 새로운 여정에서 이 봄, 제철 음식인 오이와 표고버섯으로 만든 오이만두를 만나본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동그란 눈이 가만 웃는다. 자그마한 창문처럼 안경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눈에 한 수행자가 머무는 세상이 있다. 자유와 행복, 그 영원한 꿈을 고스란히 품은 세상. 그곳의 주인과 함께 나눈 어느 봄날의 소박하고 맛있는 이야기. 스님을 웃게 하는 맛스님이 웃는다.

    장보배 작가
    2024-03-29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6 주호 스님의 쑥칼국수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6 주호 스님의 쑥칼국수

    햇살 따스한 어느 날, 학교에 다녀오던 아이가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둑길에 누워 단잠에 쿨쿨 빠져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지나가던 누렁소가 모른 체하며 기척을 주지 않았더라면 내내 꿈을 헤매었을지도 모를 그런 날. 잠을 깨워준 소는 느린 걸음으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따라 가버리고, 잘 자고 일어난 아이는 그제야 신나게 집을 향해 내달린다. 혼날 것이 걱정되지 않은 것은 매양 듣는 꾸중도 걱정 반, 사랑이 반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 멀리 보이는 온화한 불빛, 그 문을 열면 지금도 그리운 사람들과 구수한 저녁

    장보배 작가
    2024-03-15
  •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5 지견 스님의 김치진물국수

    [사찰국수 기행 스님이 웃는다] 5 지견 스님의 김치진물국수

    춘삼월이 다 되었지만 동장군은 끝내 힘을 짜내어 눈보라를 불렀다. 곧 봄인가, 할 즈음이면 기가 막히게 또다시 추워지곤 하는 우리네 겨울. 그러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이라면 저마다 긴긴 겨울을 이기는 방법 한두 가지 정도는 가슴에 담고 있는 법이다. 2월의 끝자락에 만난 지견 스님도 찬바람이 불면 불수록 힘을 발하는 비장의 무기가 하나 있다. 스님의 오랜 유년의 기억에서부터 살아 있는 추억의 맛.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길 얼큰한 소울푸드, 겨울의 ‘김치진물국수’다.추울수록 좋은 국수“추울 때는 김치진물국수를 먹어

    장보배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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