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0:52 (수)

[사설] 법 집행과 종교 존중의 균형을

최근 경찰이 금산사와 은적사를 압수수색한 일은 불교계 안팎에 큰 충격을 던졌다. 조계종의 교구본사가 불미스러운 일로 경찰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도 안타깝지만, 전통사찰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았다.

불교는 1700년 동안 이 땅의 정신문화의 근간을 이뤄왔다. 금산사와 은적사 역시 그 역사와 전통, 수행의 정신을 잇고 있는 신앙의 터전이다. 법은 사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범이지만, 법 집행이 문화적·종교적 가치에 대한 존중을 잃는다면 그것은 정의가 아니라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불교계가 이번 일을 단순히 ‘종교탄압’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조계종이 강조했듯, 이번 사건의 진상이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 하고 만약 내부의 부정이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종단 스스로의 투명성과 도덕성이 담보될 때만이 불교의 공공성과 사회적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법의 과잉이 문제이듯, 종교의 자기성찰 부재 또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상호 존중과 절제다. 경찰 당국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종교적 특수성과 국민의 신앙 감정을 충분히 헤아려, 신중하고 중립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불교계 역시 자정과 쇄신의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법이 공정하게 작동하면서도 신앙의 존엄이 훼손되지 않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토대이자 불교가 지향하는 자비 공동체의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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