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안양 한마음선원

▲ 한마음선원 안양 본원 전경. 지하 4층, 지상 5층의 총 9층 규모인 한마음선원은 안양의 랜드마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지붕의 칠보탑은 생을, 도량 마당에 있는 구정탑은 멸을 상징한다.

일체가 하나로 들고나는 가르침 담아
1999년 완공·설계 건축가 최영집
전통미 살린 지붕에 공간 활용 극대화
한국16국사·16선사 협시목탱화 모셔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는 서울과 수원을 연결하는 1번 국도(경수산업도로)가 있다. 이 도로변을 따라가면 독특한 형태의 탑이 건물 꼭대기에 놓인 건물이 보인다. 바로 ‘한마음선원’이다. 지하 4층, 지상 5층의 총 9층 규모인 한마음선원은 안양의 랜드마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창건주인 대행(1927~2012)스님의 원력으로 도심포교의 한 획을 긋게 된 한마음선원은 1999년 사찰을 증축하면서 재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1972년 ‘불교회관’이란 이름으로 세워졌을 당시 현대적 건축 양식을 도입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한마음선원은 새 법당을 건립했을 때에도 현대적이고 대중적이면서도 전통을 잃지 않는 새로운 형식의 사찰을 선보였다.

지금이야 도심 사찰들이 현대적 건축 양식을 도입한 것을 쉽게 볼 수 있지만 당시에 사찰이 현대적 건축물로 지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불교의 현대화·대중화를 지향한 대행 스님의 혜안 덕분이었다.

당시 한마음선원의 건축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최영집(64) 씨는 일반적인 전통사찰과는 달리 한국불교의 현대화·대중화에 앞장 선 한마음선원을 어떻게 하면 생활 불교의 도심 사찰로 만들 수 있을까 고심했다.
“1990년대 초 대행 스님을 만났습니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한마음선원 신도들을 모두 수용하면서도 교육과 법회, 모임 등 다양한 신행활동이 가능한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사찰을 만들어야 한다고 스님께 말씀드렸어요. 사찰도 설계했지만 주로 교회나 성당 등 종교건축을 전문으로 해온 저의 제안을 스님은 긍정적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수용해주셨어요.”

새로운 사찰 건축문화 제시
예전의 한마음선원 구법당 건물 에는 현재 한마음과학원과 국제불교문화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건물이 있는 곳 자체가 언덕지형으로 지층이 균일한 상태가 아니었다. 또한 당시 주변은 주택들이 빼곡하게 밀집돼 있어 선원은 수 천명의 신도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마음선원은 1993년 주변의 부지를 확보하고 4월 4일 기공식을 가진 후 6년 2개월의 공사 끝에 지상 5층, 지하 4층의 신축법당을 완공했다. 연면적 10,533㎡, 지하 1층은 식당, 지하 2~4층은 주차장, 지상 1층은 종무소, 2층은 회의실, 3~4층은 강당, 5층은 대법당이며 2층 회의실은 결혼식, 회갑연 등을 위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새로 건립된 한마음선원은 일체가 하나로 들고 난다는 부처님 가르침의 뜻이 그대로 5층 대법당에 담겨져 있을 뿐 아니라 시대 조류에 맞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지어져 사찰 건축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계기가 됐다.

▲ 불단은 가로가 아닌 세로를 향하게 한다는 원칙을 지켜 법당이 강당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최영집 씨는 “선원이 위치한 곳의 부지가 넓은 편이 아니고 지층이 달라 건물을 유기적으로 연결 시켜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자연스럽게 건물이 연결 될 수 있도록 신경 썼습니다.”
최 씨는 정면 도입부와 본채, 요사채 등으로 크게 삼등분해 건물을 올리고 전통건축 형태의 지붕을 올렸다. 각 층에는 발코니를 만들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수 천명의 신도들이 오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지하와 본관 1층 및 2·3층 등 여러 층에 외부로 통하는 출구를 만들고 계단도 양쪽으로 설계해 원활한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통 목조건축의 법당은 그 당시 큰 목재가 없었기 때문에 조계사와 같이 기둥이 법당 가운데 여러 곳에 세워져 있어 탁 트인 공간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와 달리 한마음선원은 법당 내부 또한 공간 활용을 극대화 했다. 우선 내부공간에 기둥을 세우지 않았다. 최 씨는 좁은 대량을 철골로 튼튼하게 설치해 기둥 없이도 지붕무게를 견딜 수 있게 설계 했다. 또한 천장을 높여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법당의 구조는 철근조와 목재가 조화를 이룬 방식이다. 벽과 기둥, 보 등은 철근 콘크리트로써 기초를 잡고, 천정 평반자에는 미송, 빗반자에는 홍성목, 포재에는 육송, 바닥재는 오크 마루판으로 처리했다.

과거·현재·미래 하나 되는 법당
불단은 가로가 아닌 세로를 향하게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법당이 강당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 참여대중의 시선이 불단에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마음선원 법당의 특징으로는 지붕 구조에 있다. 일반적 전통 가옥의 지붕 양식은 합각 지붕(또는 팔작 지붕이라고 함)양식인데, 선원의 지붕은 기본적으로 합각 지붕 형식을 취하고 지붕 중앙부 양쪽에서 직각으로 다시 지붕을 내어 열십자 모양의 지붕 형식을 취했다. 일체의 근본이자 뿌리인 우리의 자성불이요, 바로 한마음 주인공을 상징하는 뜻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5층 대법당은 한마음선원만의 독특한 형식으로 성도하시는 부처님, 한국 16국사와 16선사를 모신 목탱화로 불단을 장엄했다.

법당에 들어서면 우선 화려한 단청 문양의 장엄함에 놀라게 된다. 천정이며 벽이며 각종 별화(別畵)와 선사들의 진영, 그리고 청·적·황·백·흑으로 아름답게 조화된 단청이 신심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약 118평 정도 규모의 5층 법당은 가히 문화재급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부처님과 법상은 인간문화재(중요 무형문화재 108호 목조각장)인 박찬수 목아박물관장이 조성했고, 단청과 개금 부문 문화재 기능보유자인 김성규 선생이, 문화재 기능자인 청원 스님이 목탱화와 수미단, 닷집을 조성했다.

특히 일반적인 사찰과 다르게 대법당에는 본존불 한 분만을 모셨는데, 이는 우주를 생성하는 근본인 한마음 속에서 일체가 들고 나는 것임을 뜻한다. 좌대를 포함, 총 8자의 크기로 이루어진 이 불상은 거친 삼베를 두른 듯한 질감에서 독특한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다.

상단 전면의 목탱화 중앙에는 부처님이 성도하실 때의 상황이 묘사돼 있고, 좌측에는 지옥계, 우측에는 중생계를 표현하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좌우로는 한국 불교의 맥을 이어오신 우리나라의 16국사와 16선사가 모셔져 있다. 선사들의 진영을 법당에 모시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이처럼 협시보살 대신에 역대 고승 대덕 스님들을 목탱화로 모신 것은 드문 형식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로 돌아가는 진리 속에서 한국불교의 선맥이 나라와 세계에 정신적인 구심점으로 만인의 마음을 깨치는 교두보가 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새로운 형식의 불탑
한마음선원 법당 지붕에는 황금색 원형의 탑이 있다. 일곱 개의 금색 구형으로 이루어진 칠보탑(七寶塔)은 우주 전체와 연결돼 인간이 진화하고 다시 태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북두칠성을 상징한다. 모든 생명의 생성을 의미하는 뜻이 있어 ‘우주탑’이라고도 부른다.

도량 3층 마당에 있는 구정탑(九淨塔)은 도량탑으로 불린다. 탑의 상부를 이루고 있는 백색 원형의 돌은 일체가 공(空)한 도리를 뜻하고 있으며, 하탑신부와 기단부를 이루는 황·흑·적·청색의 돌은 지수화풍의 근본이라는 것을 뜻한다. 칠보탑은 생(生)을, 구정탑은 멸(滅)을 상징한다.

대행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 바 있다. “모습 모습 화해서 돌아가는 일체 만법이 다 부처의 모습 아닌 게 없고, 그 마음 그 도량 아닌 게 없다.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고 생동력 있으며 푸르르게 움직이는 한 부처는 있다. 사생(四生)이 다 부처라면 어떤 분을 부처라고 하겠는가. 모두 부처이기에 부처는 ‘없는 게’ 부처이다.”

부처 아님이 없으니 불사가 따로 있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부처님 가르침의 정수가 빠진 채 단순히 법당을 짓고 탑을 쌓는 모습에 그친다면, 부처님의 뜻에 꼭 부합됐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선지식의 점안식을 통해서야 비로소 근본이 선 법다운 불사가 되는 것이다. 선원의 불사가 바로 그런 불사이다.
 

▲ 최영집 건축가는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를 거쳐 서울 건축사회 회장, 한국건축단체연합 대표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건축사사무소 탑 대표이사와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직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