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사찰 건축-1. 동국대 법당 대각전(大覺殿)

1997. 11. 준공… 김개천 교수 설계
“학생들이 불교에 매력 느끼게…”
현대적 건물에 전통사찰 양식 융합
새로운 생각으로 지은 ‘새로운 법당’
“건축도 禪에서 시작할 수 있다”
제약적 시공 무한으로 확장시킨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선 건축’
짧은 동선에 일주문·금강문 등 축약
98년 실내건축 부문 대상 수상


집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 중의 하나로 인류에게 중요한 테마이다. 그리고 그 ‘집’을 짓는 일을 ‘건축’이라고 한다. 하지만 건축이 단순히 벽돌을 쌓는 일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 벽돌을 ‘어떻게 쌓는가’가 ‘건축’일 것이다. 건축은 ‘생각’의 영역인 것이다. 결국 건축은 중요한 ‘문화’인 것이고, 문화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중요한 것이다. 문화는 인류가 생존의 숨과 더불어 쉬는 또 하나의 숨으로, ‘삶’을 위해 쉬는 숨이다. 집은 인류가 생존의 숨과 삶의 숨을 쉬는 공간이기에 건축이 ‘어떻게’의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그 건축이 부처님을 모시는 법당을 짓고 가람을 조성하는 일이라면 그것은 건축을 넘어 불사(佛事)일 것이고, 그 불사 역시 단순히 집을 올리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생존의 숨과 삶의 숨, 그리고 마음의 숨을 쉬는 법당을 짓는 일이기에 그 ‘어떻게’의 문제는 좀 더 다양하고 깊은 생각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한국의 건축불사는 오랜 세월 전통을 고수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새로운 모습의 건축물들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생각으로 지어진 불교 건축물들을 찾아가 본다.

현대식 복합 건물인 동국대 문화관 2~3층의 대각전은 후불탱화를 쓰지 않고 불자들이 봉안한 원불로 광배의 효과를 대신했다.
새로운 법당의 탄생
1997년 11월 서울 동국대학교에 새로운 법당이 섰다. 당호는 대각전이다. 문화관 건물의 일부다. 문화관은 대각전과 이해랑극장, 국제선센터가 함께 있는 복합건물이다. 대각전 불사가 결정되었을 때 이미 문화관 용도의 건축이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부터 지금의 대각전과 같은 법당을 지을 계획은 아니었다. 학교 측 위원회의 발의로 용도변경된 것이다. 학교 측은 현대적인 법당을 시도하고자 했다.
설계는 김개천(국민대 조형대학 스페이스건축디자인과) 교수가 맡았다. 정확히 말하면 건축물 내부의 실내 건축(디자인)을 맡았다. “학생들이 출입하는 공간이잖아요. 불교를 멋진 종교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특히 불자가 아닌 학생들이 법당을 매력적이고 멋진 장소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전통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설계를 맡은 김개천 교수는 건축적으로는 전통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종교적으로는 불교가 젊은이들 가까이 다가가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화려한 단청을 현대적으로 변형시켜 원형 천장에는 비천상을 넣었다.
무시무종의 공간
문화관 건물은 원형과 직사각형이 결합된 독특한 구조로 대각전의 면적은 109 평이며 90주년 기념관인 이해랑예술극장 입구에서 좌우의 원형 계단을 통해 올라가게 되어있다. 현대식 건물에 전통 사찰의 건축 양식을 응용한 대각전은 한국의 사찰이 가지고 있는 수평적 3문(門)형식을 수직적 공간으로 변형시켜 옮겨놓은 법당이다. 대각전이 현관 로비에서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하는 수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관 현관 즉, 건물 안에 들어와서 2층~3층 법당까지 오르기까지의 짧은 과정에 일주문, 금강문, 사천왕문을 거치는 일반 산문의 구조를 축약시켜 놓았다. 표면적으로는 구조적인 ‘축약’이지만 결과적으론 ‘확장’인 것이다. 좁고 짧은 공간과 시간을 느끼기에 따라선 무한한 시간과 공간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짧고 작은 시간과 공간 속에 천 년 숲길이 주는 입정의 시간과 기회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대각전은 수미산 입구를 상징하는 일주문으로서의 현관과 강당 로비를 통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계단을 오르면 양쪽에 출입문이 있다. 사천왕문을 대신한다. 출입문 기둥에는 주련이 있다. 출입문을 열면 계단에 이르는 나무 징검다리가 있다. 마치 산사의 징검다리를 건너가는 듯한 기분이다. 여섯 개의 나무 징검다리를 건너면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의 시작엔 초록색의 두 기둥이 있는데, 역시 문(門)을 형상화 한 것이다.
계단을 오르면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천장에 새겨진 꽃문양을 볼 수 있다. 보통은 법당 문살에 새겨진 꽃문양이다. 법당의 꽃살문은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대중에게 설법을 펼칠 때 내렸다는 꽃비를 형상화한 것이다. 꽃문살을 해 넣을 문이 없는 대각전은 그 꽃문살을 천장에 새긴 것이다. 바로 이런 부분이 새로운 생각이면서 전통을 잃지 않은 부분인 것이다. 출입문의 주련을 비롯해 대각전의 모든 과정은 이와 같이 전통이 어딘가에 분명 쓰이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꽃비를 맞으며 계단을 오르면 법당이다. 부처님이 바라보고 있는 법당의 뒤쪽도 여느 법당과는 많이 다르다. 여덟 개의 기둥 뒤로는 허공을 두었고, 허공 뒤엔 흰 벽을 놓았다. 김개천 교수는 이 부분에서 무시무종(無始無終)의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 부처님을 뵙고 뒤돌아서면 여느 법당처럼 열고 나갈 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허공을 바라봄으로써 시선을 내부로 회귀시키고 부처님을 찾은 마음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허공 뒤엔 흰 벽을 놓음으로서 ‘허공’을 확장시켜 무한의 영역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대각전은 후불탱화를 없애고 불자들이 봉안한 원불로 광배의 효과를 대신했다. 화려한 단청을 현대적으로 변형시켜 원형 천장에는 비천상을 넣었으며 단청도 기존의 원색대비를 버리고 단순화했다.
동국대 대각전은 많은 ‘제약’을 안고 시작한 불사다. 실내에 한정된 건축적(영역) 제약과 복합건물 가운데 한 부분일 수밖에 없는 장소적 제약, 그리고 불교건축에 대한 사회적 교단적 고정관념이 그것이다. 동국대 대각전은 이러한 제약을 뛰어 넘은 명작불사다.
 

이해랑극장, 국제선센터와 함께 2~3층에 대각전이 있는 복합문화관
모든 것이 처음
대각전은 모든 과정이 처음 시도된 것들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존 법당의 개념과 전혀 다른 법당이다. 도심, 그것도 학교 안에 있는 현대식 건물이라는 점과 기존의 법당 형식을 모두 새롭게 한 것 등이 의미다. 하지만 대각전은 파격으로 지어졌으면서도 전통을 잃지 않은 전각이다. 기존의 모든 법당 형식을 새로운 형식으로 배치해서 옛 것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후불탱화는 천장에 그려놓았고, 꽃살문은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 위 천장에 달았다. 계단과 기둥으로 산문의 길과 문을 대신했고, 법당문 대신 무시무종의 허공을 배치했다. 새로운 해석으로 탄생하고 기존의 것들을 버리지 않은, 파격 속에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법당으로 ‘새로운 법당’을 제안한 건축이다.
자신의 건축이 불교의 선(禪)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김개천 교수는 동국대 대각전이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선의 건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선화, 선시 등과 같이 건축도 선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과 몇 발작 안에 천 년 숲을 들여 놓은 불사라면 충분히 ‘새로운 생각’으로 지어진 건축이며, 몇 발작의 걸음과 천년의 시간이 한 곳에 머물 수 있다면 ‘건축’ 앞에 ‘선’자가 붙고도 남을 수 있지 않을까.
대각전은 1998년 대한민국실내건축대전에서 대상겪인 협회장상과 올해의 디자인상 실내건축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 위 천장엔 꽃문살을 형상화한 꽃문양이 새겨져있고 여덟 개의 기둥은 법당 뒤 쪽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허공을 배치했다.
징검다리를 지나면 법당으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법당으로 오르는 길에 놓은 징검다리
건축가 김개천 교수 인터뷰

그의 연구실에서 만난 건축가 김개천 교수는 “건축만큼 일상적인 예술도 없어요. 건축은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예술이에요. 일상이 된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이야기 할 수 있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 건축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교도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에 문화를 수용하지 않으면, 문화적이지 않으면 대중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절이 ‘법문만 들으러 가는 곳’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했다. 법문도 들으러 가지만 다양한 ‘문화’를 같이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절에 가고 싶어야 하고 그러긴 위해선 절에 가서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교가, 불교가 문화를 선도하고 절에 가는 일이 설레는 일이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절이 아름답고 문화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의 불사들이 변화되어야 하고 건축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김개천 교수(국민대 조형대학 스페이스건축디자인과)는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 박사를 수료했다. 대통령 근정포상, 레드 닷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했으며 대표작으로는 동국대 대각전을 비롯해 담양 정토사, 국제선센터, 만해마을, 천안 황룡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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