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서로 간에 마음의 문이 닫혀서 연락도, 왕래도 하지 않으면서 멀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마음의 문이 닫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상대방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식에 의한 내 판단이고, 나의 입장에서 생각한 오해나 착각임을 나중에 알게 된다. 그 사람이 잘못됐다는 착각과 내 고집 때문에 내 마음이 닫혀서 표현도 하지 않으니, 생명의 교류는 멈추고 사이는 더 멀어진 것이다.어느 명절에 한쪽에서 자신의 생각을 항복 받고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 어떤 형태로든
단석산은 김유신이 화랑으로 있을 때 정상 부근의 바위를 칼로 내려쳐서 갈라놓았다는 유래가 전한다. 뭐 이 정도는 나중에 알았던 유래일 뿐 관심사는 아니었다. 내가 단석산에 오른 이유는 아주 특별한, 지금은 사라진 불교 예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 중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용 향로의 모습 때문이다. 마애불상군은 바위 면을 깨거나 파서 불상과 보살상 등을 새겨 놓은 곳을 말한다. 이 중 신선사 마애불상군에는 신도가 부처님을 뵈러 갈 때 향로를 들고 가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지금 한국불교 예식에서는 사라
요즘 특별한 이유 없이 피부가 가렵다고 하는 분들이 주위에 종종 보입니다. 대부분은 춥고 건조한 날씨로 피부 습도조절이 안 되어 생기는 소양증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나 많습니다. 가려움증은 너무 많은 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원인을 몇 가지로 정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기서는 질환 위주가 아닌 조금 다르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가려움증을 풍소양(風瘙痒) 또는 양풍(痒風)이라 하였는데 그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였습니다. 피부 가려움증 원인은첫째, 외부의 자극으로 인한 경우인데 이물질과 가벼운 기
불교는 차별에 반대하는 종교다. 그렇기에 불교는 오래전부터 종교, 성 정체성, 이념 등에 의해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해왔고,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실천행을 펼쳐왔다. 특히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은 2021년 10일 동안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며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30㎞를 오체투지로 나아가기도 했다. 심상치 않은 시대적 상황과 팍팍한 개인의 실존 사이에서 자신의 능력과 성 정체성 가운데 하나는 포기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남장 여자를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는 〈바람의 화원
스님, 길을 나서다“그동안 나는 역사적인 붓다의 모습을 추구하는 데 골몰해 왔습니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알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더 알 수 없게 되고 맙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부처님, 당신은 도대체 누구십니까?’라는 한마디입니다. 모든 것을 현장에서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 ‘붓다의 땅’으로 왔습니다.”-〈성지에서 쓴 편지〉 22쪽초기불교를 연구하는 학자 호진 스님이 인도를 여행하면서 도반이신 지안 스님에게 쓴 편지입니다. 여행이라는 말은 낭만적이고 홀가분합니다. 모든 것을 잊기 위해 여행하고, 쉬려고 여행하고, 새로운
척추 협착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묻는 것 중 하나가 ‘왜 가는 병원마다 진단과 치료가 다른가’와 ‘척추에 퇴행이 생겼다는데 도대체 퇴행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요’다. 흔한 척추질환(염좌, 추간판 파열, 협착증 등)은 대부분 퇴행으로 인해 발생한다. 목도 그렇고, 허리도 그렇다. 그렇다면 퇴행(degeneration)이란 무엇인가? 각자의 차이가 있겠으나, 발생학적으로 인체의 성장, 노화 과정은 세포에서 시작해서 출생 후 20세 경 신체적으로 완성되고 서서히 소모 시키는 과정일 것이다. 즉 새 기계인 상태에서 사용하면 할수록 닳듯
갑진년(甲辰年) 구정도 지나고 본격적으로 청룡(靑龍)의 해에 들어섰다. 용은 12지(十二支)의 동물 가운데 유일한 상상의 동물로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은 뱀, 비늘은 잉어, 발바닥은 호랑이를 닮았다고 한다. 서양 문화권에서는 용을 마귀의 상징으로 언급하지만 동양에서는 상서로운 동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용을 신령스러운 존재로 여겨 임금이 입는 옷은 곤룡포(茂龍袍), 임금이 앉는 의자는 용상(龍牀)이라 하여 왕권을 상징했다. 사찰에서도 용은 불법을 수호하거나 중생을 깨달음으로 이끌어 가는 반야용선(
큰명절 설날!오늘은 온 가족이 모이는 설레는 날 새해 복도 많이 나누고 올해도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새해 복 많이 지으세요
남도를 대표하는 두륜산은 영축산과 흡사하다. 두륜산 정상에 누워 계신 부처님과 영축산을 지키는 적멸보궁이 다르지 않다. 그 앞에만 서면 얼었던 마음이 풀리고 만다. 넓은 품으로 중생들의 마음을 쉬게 하는 것도 똑같다. “전쟁을 비롯한 삼재가 미치지 못할 곳(三災不入之處)으로 만년 동안 훼손되지 않는 땅(萬年不毁之地)이 될 것이다.”서산 대사의 말씀과 같이 두륜산과 대흥사는 한국불교의 법맥을 올곧게 이어가고 있다. 임진왜란 이후 서산 대사의 의발이 전수된 뒤 수많은 수행자를 배출한 명찰인 대흥사는 선교양종(禪敎兩宗)의 선해교림(禪海敎
저녁이면 전화가 울립니다. 며칠마다 오는 전화입니다. 받아야 하나 잠시 망설입니다. 그렇게 몇 번을 고민하다가 받습니다.“스님, 제가 ○○를 가져다 놓았는데 잘 드시고요. 저는 스님에게 저를 맡기고 삽니다. 건강 잘 챙기셔야 해요.”연세가 많은 어르신의 당부입니다. 너무 감사한 마음에 “네,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라고 인사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자주 이어집니다. 조금씩 오는 전화가 부담이 되어갑니다. ‘사랑 받는 자식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사랑을 받을 만큼 저는 그분을 위해 충분히 마음을 내어
강력한 진통 효과로 알려져 있는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morphine)을 맞아도 효과가 없었다. 몸에는 이미 모르핀보다 강력한 펜타닐(fentanyl)이라는 마약성 진통제 주사를 연결하고 진통 패치도 붙여둔 상황이었다. 지난 1월 3일 극심한 다리 통증으로 앉고 서는 것이 불가능해 결국은 앰뷸런스를 타야 했다. 그동안 다리에서 느낀 방사통을 참으며 나름대로 관리를 했지만 단순한 디스크가 아닌 ‘척추전방전위증(척추분리증)’으로 수술은 불가피했고, 심하게 눌린 신경으로 인해 수술 후에도 통증이 사라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통증과
선재길을 걷다지리산 둘레길을 시작하여 전국의 걷기 좋은 길에 이름을 붙인 뒤, 여유롭게 그 길을 걷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미 많은 사람이 걷던 길도 있고, 지역주민만 걷던 길도 있고, 새롭게 만든 길도 있다. 그중에 걷기에 힘들지만 큰 기쁨을 주는 길도 있고, 그저 그런 길도 있다.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10㎞ 선재길은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멋진 길이다. 전 구간을 걷지 않더라도 월정사 주차장에서 섶다리까지 계곡을 낀 오솔길은 참으로 좋다. 편도 3㎞, 50분 내외 거리다. 물론 초입에 있는 전나무숲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