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릉계곡 선각육존불상을 참배하고 그 위 등성이를 한 200m만 오르면 크고 넓은 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 면 중앙에 높이 5.2m의 마애불상이 새겨져 있다. 삼릉계곡 선각여래좌상이다. 불상이 새겨진 바위면 중간에 가로로 균열이 있는데 기가 막히게 좌대를 구분하고 있다. 균열 윗부분에 부처님이 앉아 계시고 균열 아래에 연화대좌를 새겨서 둘의 구분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신라의 불교 유물을 보면 볼수록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조성이 놀라움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선각여래좌상 부처님의 손 모양인 수인은 ‘전법륜인’을 하고 있다. 전법륜은
우뚝 서 계신 관세음보살님을 뵙고 기원 올린 여러분은 즐거움과 환희에 찬 풍요로움이 가득 차오를 것이다. 그 이름을 들은 사람이나 그 이름을 봉독한 사람은 관세음보살님이 지켜주시기 때문이다. 이제 행복한 마음으로 조금만 남산의 불국정토 품으로 들어서면 선각육존불이 여러분을 맞이해 준다. 선각육존불이면 여섯 분의 부처님이 계신가 싶지만 두 분의 부처님과 네 분의 보살님이 계신 선으로 새겨진 불상이다.기본 상식 하나. 경주 남산은 계곡을 끼고 불국정토가 조성돼 있다. 아니, 전국의 모든 산사는 계곡을 끼고 있다. 이유는 계곡의 물 때문
용장곡 석조여래좌상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계단이 보인다. 이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 것 같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 글을 보고 아쉬움에 잠 못 들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계단을 오르면 바로 1000년을 넘게 삼릉계곡을 지키고 계신 관세음보살님이 서 계시기 때문이다. 일명 삼릉계곡 마애관음보살입상이다. 무엇보다 조선 500년 숭유억불의 풍파를 이겨내고 당당하게 서 계신 늠름한 향기가 풍기는 보살상이다.조선은 불교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던 주자학을 근본으로 해 1392년 건국된 국가다. 조선에서 불교는 탄압받고 파괴되는 모습을
배동 삼존불상을 참배하고 길을 돌려 서남산길로 다시 나오면 조금 위에 삼릉이 오른쪽에 나타난다. 경주 남산의 소나무를 대표하는 구부러지고 멋스러운 철갑을 두른 소나무 숲에 삼릉이 있다. 삼릉은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의 것이라 전하고 있다. 그러나 천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무수한 신라왕릉 중 주인이 밝혀진 왕릉은 8기밖에 없다. 그렇기에 삼릉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내가 경주에서 제일로 뽑는 왕릉은 진평왕릉과 헌덕왕릉이다. 소박하고 고즈넉하면서 멋스러운 소나무에 둘러싸인 왕릉이다. 차 또는 커피와 돗
정말 우연이었다. 2010년까지 나는 경주 남산이란 곳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조계종스님들은 연수 교육을 종단 차원에서 연도마다 받고 있다. 한 해가 시작되는 연초에 교육 일정이 알려지면 이 중에서 한가지 교육을 신청해 받게 된다. 2012년 연수 교육 과목 중 경주 남산의 불교문화 답사가 있었다. 경주도 가보고 남산 주위를 돌아다니면 좋겠다 싶어 신청했다. 경주 남산이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겠지만, 포교당을 운영하면서 마음이 답답하던 차에 ‘바람이나 쐬며 돌아다니면 좋겠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완전 턱이 빠졌다. 경주 남산을
단석산은 김유신이 화랑으로 있을 때 정상 부근의 바위를 칼로 내려쳐서 갈라놓았다는 유래가 전한다. 뭐 이 정도는 나중에 알았던 유래일 뿐 관심사는 아니었다. 내가 단석산에 오른 이유는 아주 특별한, 지금은 사라진 불교 예식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은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군 중 손에 들고 다니는 휴대용 향로의 모습 때문이다. 마애불상군은 바위 면을 깨거나 파서 불상과 보살상 등을 새겨 놓은 곳을 말한다. 이 중 신선사 마애불상군에는 신도가 부처님을 뵈러 갈 때 향로를 들고 가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지금 한국불교 예식에서는 사라
신라인은 불교를 믿기 시작하면서 경주 선도산(仙桃山)과 단석산 꼭대기 바위에 부처님을 조성했다. 신을 섬기던 신라인들에게 산 정상에 우뚝 솟은 바위는 신과 소통하거나 신성이 깃든 신령한 바위로 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신라인들은 불교가 들어오면서 신 또한 윤회하는 존재로 천상에 태어난 중생임을 알게 된다. 하늘과 산과 바위에 스며들어 있던 절대적 신의 권위는 불교문화에 녹아들어 육도윤회를 하는 중생이 된 것이다. 당연히 신라인들이 섬기던 하늘의 신은 윤회하는 중생이란 의미에서 인간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되고, 산과 바위의 성스러움에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2010년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경주 남산 64개의 계곡 중 60개에서 296곳의 사찰 터와 불상 등 불교 유물이 377점 발견됐다. 또한 경주남산연구소에서 발간한 남산 안내서의 책자에는 150곳의 사찰 터와 100여 기의 불탑, 130구의 불상 그리고 22기의 석등과 연화대 19점 등 700여 점의 유물과 유산이 있다고 했다. 이 외의 경주 남산 사찰 터와 불상 등 발견된 개수를 정리한 연구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자칭 경주 남산에 푹 빠진 연구자이며 또한 남산 불교 매니아(출가자)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혹시 아실까 싶다. 전 세계 유일한 산 전체가 불상이고 불탑이고 절터였던 경주 남산의 신비로움을. 산 전체에 하나하나 셀 수 없을 만큼 곳곳의 바위마다 돌을 다듬어 불상을 모시고 불탑을 세운 곳은 전 세계 불교국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경주 남산은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를 대표하는 산 전체가 불국정토인 사찰이다. 경주 남산의 입구 사방팔방이 일주문이고 구릉지가 사천왕문이며 불상과 마애불 앞은 해탈문이다. 무엇보다 경주 남산 모든 곳은 부처님이 계신 금당이다. 지금부터 신라인이 조성한 신비롭고 경이로운 경주 남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