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항복 받는 것이 나무(南無)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 서운 느껴
원하는 바 있다면 표현하는 노력을
목적지보다 중요한 출발지 새겨야

살다 보면 서로 간에 마음의 문이 닫혀서 연락도, 왕래도 하지 않으면서 멀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마음의 문이 닫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상대방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식에 의한 내 판단이고, 나의 입장에서 생각한 오해나 착각임을 나중에 알게 된다. 그 사람이 잘못됐다는 착각과 내 고집 때문에 내 마음이 닫혀서 표현도 하지 않으니, 생명의 교류는 멈추고 사이는 더 멀어진 것이다.

어느 명절에 한쪽에서 자신의 생각을 항복 받고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 어떤 형태로든 표현을 하고 손 내미니, 오랜 세월 볼 수 없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진풍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어떻게든 표현을 하니 그에 따른 응답이 있어 만나게 되고, 만나니 마음속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고, 서로의 마음의 응어리가 녹아내려 업장이 소멸됨을 보았다.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생각을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서운함이 싹튼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내 생각을 알 수가 없다. 나도 내 마음을 모르는데 하물며 남이 어찌 알까? 원하는 바가 있다면 표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표현을 가로막는 내 생각과 아집! 아상을 항복 받는 나무아미타불이 불자의 공부 내용이다.

새해, 새날, 새봄을 맞아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며 정진을 모신다. 정진은, 오롯이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본래 자유자재하며 무한한 생명을 살고 있다는 부처님의 법문이 과연 나의 일상에서 얼마만큼 살아서 숨 쉬는지 드러난다. ‘나’를 주장하기에 세상을 괴롭게 살고 있음도 보게 된다. ‘내가 있다’는 착각은 괴로움의 씨앗이 되어 그 ‘나’ 때문에 근심 걱정을 하고 남을 미워하고 분노심을 내면서 온갖 괴로움의 바다에서 허우적댄다. 그러다가도 ‘남’이 ‘나’를 존중해준다든지, 대접해준다든지, 사랑해준다든지, 혹은 인정해주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부처님께서는 〈금강경〉에서 일러주시길, 괴로움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를 항복하라고 하셨는데, 〈금강경〉 말씀을 이해하기 쉽게 전해주신 한탑 스님께서는 저서 〈금강경법문〉에서 이렇게 강조하신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인생, 보고 있는 세계, 또 내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을 일으키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은 진실이 아니므로 항복 받아야 할 것들입니다.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여러 가지 판단, 학식, 경험, 지식, 상식 등 그 모든 것들은 하나도 진실한 것이 없기 때문에 그 모두를 항복 받으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항복 받는 것이 나무(南無)입니다. 내 앞에 많은 것들이 현상적으로는 다른 모습들로 나타나지만, 그 모든 것의 본래 생명은 아미타입니다. 이것을 알게 하는 것이 나무아미타불입니다. 나를 욕하거나 미워하거나에 상관없이 나무아미타불로 부처님 생명을 살고 있는 것이 모두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염불행자의 하루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부처님의 음성을 들으며 부처님을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어디를 향하는지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실은 출발지가 참 중요하다. 나의 출발지가 부처님 생명임을 잊지 않는 게 나무아미타불 염불이다. 오늘 하루도 만나는 인연들에게, 주고 나서도 주었다는 생각 없이 그리고 받겠다는 생각 없이 오직 베푸는 마음으로 살아가길 발원하며, 문사수법회의 대표법사이신 여여 법사님께서 지으신 새날맞이 발원문을 모셔본다.

김영애 문사수법회 법사
김영애 문사수법회 법사

“자비로우신 아미타불! 당신의 무한생명 그대로 저의 참생명임을 믿나니, 모든 중생 널리 사랑하사 미워함이 없고 원망함이 없이 다만 살려주시는 당신의 자비, 그대로 제게 나타나게 하여주소서. 언제 어떤 경우도 게으르지 않고 지치지 않고 중생들의 괴로움 구원하시는 당신의 용맹심이 언제나 제게 나타나게 하여주소서. 당신의 원만하신 상호처럼, 저의 얼굴도 원만해서, 저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과 기쁨과 안락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나이다. 저는 언제나 부처님 생명 안에 있고 부처님 생명은 항상 제 안에 계시나니, 제가 하는 모든 일이 곧 당신의 일이고, 제가 하는 모든 말이 곧 당신의 말씀이 되며, 제가 하는 모든 생각이 곧 당신의 생각이 됩니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저를 통해 무한생명을 친견하고, 제가 가는 곳마다 부처님 무한광명이 나타나며, 만나는 사람들마다 밝은 지혜가 열려서, 마침내 완전한 부처님 생명을 성취케 하겠나이다. 나의 참생명 부처님 생명!”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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