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은 숙명…증상 호전이 치료 원칙

척추 협착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묻는 것 중 하나가 ‘왜 가는 병원마다 진단과 치료가 다른가’와 ‘척추에 퇴행이 생겼다는데 도대체 퇴행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요’다. 

흔한 척추질환(염좌, 추간판 파열, 협착증 등)은 대부분 퇴행으로 인해 발생한다. 목도 그렇고, 허리도 그렇다. 

그렇다면 퇴행(degeneration)이란 무엇인가? 각자의 차이가 있겠으나, 발생학적으로 인체의 성장, 노화 과정은 세포에서 시작해서 출생 후 20세 경 신체적으로 완성되고 서서히 소모 시키는 과정일 것이다. 즉 새 기계인 상태에서 사용하면 할수록 닳듯이 보통 20세 이후의 여생은 쓰일수록 계속 닳게 되어있고 그런 과정을 퇴행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질병(disease)이란 무엇인가? 질병이란 나이와 관련 없이 신체의 정상적 기능, 구조의 장애로 생기는 일련의 증상을 말한다. 

오랜 시간 전에 평균 수명이 길지 않던 시대에는 퇴행이라는 개념이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퇴행이 실제로 통증으로 삶을 괴롭히게 될 만큼 수명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요새는 기대여명이 80세를 넘어가기 시작한 만큼 퇴행은 피할 수가 없는 숙명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나이가 같다고 같은 정도의 퇴행이 진행하지는 않는다. 똑같은 기계라도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사용하였는지에 따라 상태가 천차만별이듯이 척추의 퇴행 또한 마찬가지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질병과 퇴행의 개념이 약간 다르기에 치료의 과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퇴행성 척추질환(디스크 질환, 협착증 등)을 가진 환자는 여러 병원을 다니면 모두 다른 답을 들을 가능성이 많다. 그 과정에서 환자는 오해를 하기 십상이다. “왜 나는 증상이 동일한데 병원마다 말하는 것이 다르지”, “잘 모르는데 왜 나보고 치료법을 선택하라 하지”라는 의문을 갖는 것이 대표적인 반응이다. 

이는 퇴행성 질환의 특성 때문으로 통증의 원인을 고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의 호전을 위한 것이 치료 원칙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면 또 궁금한 질문이 있을 수 있다. “아니 왜 근본 원인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진통제만 주고 통증만 없애려 하나?”에 대한 것인데, 앞서 설명한 것처럼 퇴행 자체는 나이가 들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므로 퇴행 자체를 되돌리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퇴행성 척추질환으로 생긴 디스크, 협착증은 증상이 생기면 처음에는 진통제를 투여해보고, 물리치료도 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주사치료(신경차단술 등)를 하고, 시술(신경성형술 등)을 시행하고, 그래도 효과가 없으면 수술을 하는 식으로 단계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진단이 된다고 처음부터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의사는 환자에게 현재의 척추 상태 및 치료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과정이 부족할 때 환자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잘못된 치료, 과잉 치료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다시 말해 퇴행성 척추질환(디스크, 협착증 등)은 의사의 정확한 진단 및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표현하고, 필요한 검사는 진행해야 하며, 단계적인 치료과정이 중요하므로 여러 병원을 다니는 것 보다는 잘 맞는 병원을 선택해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퇴행성 척추질환은 무조건 질병이 아닌가? 물론 퇴행성 척추질환이 질병이 되는 경우도 있다. 추간판 탈출이나, 협착증으로 인해 마비 증상이 있는 경우이다. 아프고, 저린 것을 떠나, 감각이 떨어진다던지, 대소변을 보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퇴행보다는 질병으로 보고 빠른 치료를 요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라면 단계적 치료보다는 바로 손상 받은 신경을 회복하기 위해 수술을 요하는 경우가 많으며,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영구적으로 손상을 받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바로 수술적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척추의 퇴행성 질환은 어떤 병원에서 치료 받아야 하는 것일까? 척추의 퇴행성 질환을 치료하는 곳은 매우 많다. 수많은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척추·관절 전문병원, 대학병원, 한의원 등등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일반적인 가벼운 증상이라면 어디로 가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주사치료만 주로 하는 곳이라든지, 수술적 치료만 하는 곳이라든지, 혹은 물리치료와 약으로만 치료하는 곳은 척추 퇴행성 질환의 치료 원칙인 단계적 치료의 관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척추의 퇴행성 질환에 대해서는 단계적 치료가 매우 중요하고, 또 상황에 따라서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신속한 정밀 검사가 가능하고, 물리치료, 투약치료, 신경 차단술 등의 주사치료, 신경 성형술이나 풍선을 이용한 신경 확장술, 고주파 수핵 용해술 등의 적극적인 보존적 치료 및 양방향 내시경 등 최소 침습 내시경 수술, 정밀 유합술 등의 수술이 모두 가능한 척추 전문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불필요한 중복, 과잉 치료를 방지하고, 일상으로의 빠른 회복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최홍준 거인병원 척추클리닉장
최홍준 거인병원 척추클리닉장

결론으로 척추의 퇴행이 있다고 병이 생긴 것으로 여길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듦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이다. 현 상태가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 아닌지는 척추를 치료하는 전문의와의 상담이 꼭 필요하며, 처음부터 정밀 진단이 가능하고, 운동, 물리치료 등 가벼운 치료에서 내시경 수술, 고난이도 수술 등이 전부 가능한 의료 기관에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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