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15 (수)

[전법일기] 불자 정체성 확립에 주도적 삶 최고 경험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2021년 첫 학기, 저는 오직 학업에만 몰두해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외부의 기대와 스스로의 목표를 충족시키는 듯했던 시간이 끝나고 방학이 찾아왔을 때, 예기치 않은 공허함이 밀려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업적이나 성과만으로는 내면의 자존감을 온전히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됐습니다. 다음 학기에 저는 캠퍼스에서 학우들과 새로운 관계를 기대하며 서울대학교 불교동아리 ‘총불’에 가입했습니다.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란 다짐으로 동아리 활동에 임한 저는, 곧 차기 총불의 회장 소임을 맡게 됐고, 다음 해인 2022년은 저에게 ‘불교의 해’가 되었습니다. 이 해에 저는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 워크숍을 통해 홍대선원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경계 없이 어울리는 조화로운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고, 그곳에서 준한 스님께 불자(佛子)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드렸습니다. 

스님은 “부처님을 따르고 불법을 공부하며 불교 커뮤니티에 속해 있으면 불자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간결하게 답해 주셨습니다. 

이 명쾌한 답변은 제게 불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신시켜 주었고, 그때부터 저는 스스로를 당당하게 불자라고 칭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체성의 확립은 동아리 운영 방식을 혁신하는 동력이 됐습니다. 저는 법우들이 단순히 틀에 박힌 템플스테이가 아닌, ‘스님과의 진솔한 소통’을 갈망한다는 것을 대화 속에서 알아차렸습니다. 

이에 기존의 템플스테이를 과감히 생략하고, 스님과 함께 전시회를 관람하고 펜션을 빌려 밤 늦게까지 차담을 나누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관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진정한 필요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위해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이 저의 새로운 전법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주도적인 태도는 인생의 중대한 결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휴학 기간 동안 회사 인턴 대신 홍대선원의 스태프로 일하는 것을 선택했고, 이는 제 인생 최고의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살아가는 느낌이 들어”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이전에는 시간이 흐르는 대로 끌려가는 듯했지만, 홍대선원에서의 시간은 제 선택이 힘을 가지고 그 책임까지 온전히 질 수 있는 주도적인 삶의 경험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송산하/ JustBe 홍대선원 프로그램 파트장
​송산하/ JustBe 홍대선원 프로그램 파트장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기준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모두에게 간절히 바랍니다. 

단 한순간만이라도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자신의 인생의 주인공처럼 살아가는 경험을 해보시기를 말입니다. 그때의 경험이 앞으로의 삶 전체를 지탱하는 흔들리지 않는 힘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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