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전법일기] JustBe 수행 패스와 수행 놀이터  

홍대선원이 9월 6일 야심 차게 준비한 ‘수행 패스’를 론칭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수행 패스의 탄생 과정과 그 과정에서 제가 마주했던 고민과 희망을 전하고자 합니다.

제가 JustBe 홍대선원에서 프로그램 파트장 소임을 맡은 지 어느덧 2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이 명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명상을 받아들이는 두 가지 유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는 명상을 ‘특별한 사람들’만 제대로 할 수 있는, 나와는 거리가 먼 어려운 것이라고 여기는 분들입니다. 둘째는 혼자서는 명상을 꾸준히 이어나가지 못하고, 내가 제대로 하는 건지, 확신을 얻지 못해 헤매는 분들입니다.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많은 분들이 이런 고민을 털어놓곤 했습니다. 명상이 삶의 일부가 되지 못하고, 여전히 ‘특별한 이벤트’나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삶 속에 명상이 좀 더 가볍고 단순하게, 마치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랐습니다. 헬스장 정기권을 구매해 운동하듯, 놀이공원에 가서 자유이용권을 끊듯, 넷플릭스를 구독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즐기듯, 명상도 그렇게 일상적인 활동이 되기를 꿈꿨습니다. ‘대단한 깨달음’을 얻기 위한 거창한 목표가 아니어도 괜찮고, 단순히 ‘잠시 편안해지는 것’으로 끝나는 일회성 경험도 아니었으면 했습니다.

이런 고민의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수행 패스입니다. 수행 패스는 한마디로 ‘명상 자유이용권’입니다. 월 10만원으로 홍대선원의 모든 명상 프로그램에 횟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고민과 우려가 있었습니다. 자칫 선원이 너무 상업적으로 느껴질 수도, 반대로 홍대선원의 가치가 저평가될 우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만 봐도 수많은 무료 명상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명상의 진입 장벽은 이미 낮아지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홍대선원 역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과 공동체 운영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수행 패스는 그런 고민에 대한 저의 대답 중 하나입니다.
 

​송산하/ JustBe 홍대선원 프로그램 파트장
​송산하/ JustBe 홍대선원 프로그램 파트장

온라인과 앱을 통해 명상을 접하는 것이 익숙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오프라인 공간이 주는 힘을 믿습니다. AI와 가상현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들은 직접 만나고 함께 호흡하며 서로의 떨림을 느끼는 경험을 더 소중히 여길 것이라 확신합니다. 어린아이들이 놀이터에 가는 것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선원에 와서 명상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JustBe 홍대선원은 시작부터 ‘수행놀이터’라는 콘셉트를 갖고 있었습니다. 주지 준한 스님께서 이곳을 만들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더 가벼운 마음으로 선원에 와서 수행을 놀이처럼 했으면 좋겠다는 원력을 세우셨습니다. 저는 이 원력에 힘을 더하고 싶었습니다. 진심으로 우리에게는 이런 놀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수행 패스를 통해 수행놀이터에 놀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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