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5-11-26 11:37 (수)

[전법일기] 수험생·부모님 간절한 기도   불보살님 가피로 이어지길  

8월은 수능 백일기도 ‘입재 시즌’이다. 자식을 위한 기도는 참으로 간절하다. 대학 입학시험 경쟁이 이렇게 치열한 나라가 또 있을까. 아이가 대학 갈 무렵에는 종교가 없던 어머니도 종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얼마 전에도 젊은 어머니가 고3 아이의 수능 기도를 하고 싶다며 방법을 묻고 간 적이 있다. 문득 몇 년 전 일이 떠올랐다. 건강상 문제로 건강보조식품을 먹고 있을 때였다. 절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수행하는 나의 이야기를 들은 건강보조식품 가게 원장님이 어느 날 내게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원장님에게는 딸이 두 명 있는데 큰딸은 고3, 작은딸은 고1이라고 했다. 그런데 고3 딸이 뭔가 자꾸만 불안해한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때 나는 원장님에게 절에 가서 기초 교리반에 등록하고 부처님 공부를 하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분은 그렇게 해보겠다며 얼마 후 기본반에 입학했고, 자신의 마음이 편안해지니 딸도 밝아졌다고 했다. 오래전 내가 수능 기도할 때 주지 스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수능 기도할 때는 자녀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없애고, 엄마가 편안해져야 한다. 그러니 자식을 위한 기도라 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다스리는 기도다. 기도하는 자가 불안하고 불편하면 그 파장이 자식에게로 고스란히 간다고 하셨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다 8월이 되어 수능 기도를 시작했지만 업무로 인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기도에 참석한다고 했다. 원장님 딸은 그해 수능을 본 뒤 대학 원서를 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었고 결국 가족회의 끝에 재수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원장님은 이후 딸을 위해 시간 날 때마다 석불 전에서 기도하고, 또 인연이 닿아 사찰 봉사도 시작했으며, 매주 부처님 전에 차 공양을 올린다고 했다. 그 표정은 매우 밝아보였다. 때로는 건강보조식품 가게 일도 오후로 미루면서 절에서 봉사에 참여하며 신심이 더욱 깊어진 듯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다음 해 딸이 원하는 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게 되었다며, 너무니 감사하다는 연락을 해 왔다. 이어 동생도 원하는 대학에 무리없이 입학하게 되었다며, 부처님 가피에 감사하고 기뻐했다. 

나 또한 보람되고 함께 기쁨을 느꼈다. 그분은 지금도 여전히 절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신심 깊은 불자로 수행하고 있다. 무엇이든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나는 매년 수능일이 다가올 때마다 사찰에 수능 기도를 올리러 오는 젊은 부모님들을 보며, 그 자녀들이야말로 부모를 수행하게 이끄는 불보살님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니 자식이 부처님이요, 보살인 것을. 올해도 일주문 옆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과 부모님들의 간절한 기도가 불보살님들의 가피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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