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 번의 기고에서 저는 불교와 인연을 맺어 온 과거 이야기를 주로 나눴습니다. 이제는 제가 서 있는 현재에 대해 진솔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년 12월 3일 서울대학교 디자인과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학기를 마쳤고, 닷새 뒤인 12월 8일 저는 홍대선원 스태프로 복귀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쉬지 않고 정진하며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냅니다. “제대로 된 직장을 얻어야 하지 않겠느냐”, “종교 활동에 시간을 과하게 투자하는 것은 아닌가”, “서울대를 졸업하고 왜 좋은 직장에 가지 않는가” 등의 질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주변의 염려와 의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좋아하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불교의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직장’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직장이란 잘하는 일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좋은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도출하며 성장해 나가는 곳입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중요한 결정을 내려 조직의 건강함을 증진시키며, 경제적 성장까지 이뤄야 합니다.
놀랍게도 저는 홍대선원에서 이러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님뿐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인 가이드와의 협업을 통해, 저는 한국 전통문화, 글로벌 웰니스(Wellness) 흐름, 그리고 사람 마음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행턴(행자+인턴)’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하며 시대에 필요한 교육 방향을 스님과 고민했고, 이는 업무 해결 과정과 소통 방법에 대한 귀한 경험이 됐습니다. 프로그램 파트장을 맡아 명상·수행 프로그램들을 기획·운영하며 게스트들이 JustBe를 총체적으로 경험하도록 고민한 결과, ‘수행 패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이 나이대에 쉽게 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을 얻고 있으며, 어쩌면 고민하지 않아도 될 문제들까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저 자신의 성장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 제 일은 단순히 종교 활동이 아니라, 불교와 수행 문화를 대중화시키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재작년보다 훨씬 더 큰 책임감을 지닌 채로 말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요가, 커뮤니티 활동, 취미 공유를 즐기고, 술 대신 차를 찾는 데에는 비슷한 이유가 있습니다.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기보다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하고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나’에게 돌려 주변을 평화롭게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라이프스타일 속에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나를 살피는 마음’에 대해 2600년간 고민해 온 철학이 바로 불교라고 생각합니다. 이 깊은 지혜 속에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 바로 ‘나를 사랑하는 법’이 담겨 있다고 믿습니다. 진정으로 ‘나’를 알고 그 자신을 지혜롭게 ‘사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저와 인연 맺는 모든 분들이 이 시대 속에서 평화롭기를 간절히 서원합니다.
